'반갑습니다 민주노총입니다' 본격적인 설 귀향을 앞둔 11일 오전 서울역에서 민주노총 사무총국과 산별연맹 간부들이 귀향 선전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명익기자
민주노총이 설날을 맞아 고향을 찾아가는 시민들을 향해 이명박 정부의 노동탄압 실상을 알려내는 선전전을 펼쳤다.
설 연휴를 앞둔 11일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민주노총은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귀향 시민들을 대상으로 선전전을 펼쳤다. 이날 선전전에는 철도노조 협조를 받아 열차 안에 선전물을 비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연맹 사무총국과 산별연맹 간부들은 서울역과 용산역 두 팀으로 나뉘어 출발하는 열차와 도착하는 열차에 뛰어올라 좌석 앞자리 포켓에 선전물을 비치해 귀향객들이 열차 여행시간 동안 꺼내 읽어볼 수 있도록 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서울역과 용산역에는 큰 인파가 몰려 혼잡을 이뤘다. 고향으로 가기 위해 서울역으로 들어오는 시민들에게도 선전물을 나눠줬다.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는 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오병욱 본부장을 서울역 승차장에서 만났다. 그는 공무원노조 통합 전 법원공무원노조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법원공무원노조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로 편제된 후 법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오병욱 본부장은 “공무원노조가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을 성사시킨 후 공무원들 정치활동을 문제삼아 이제 민주노동당에게까지 탄압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고 전하고 “아무리 그래봤자 민주노조를 사수하려는 공무원노동자들의 의지를 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음은 이미 고향으로' 본격적인 설 귀향을 앞둔 11일 오전 서울역. 승차시간을 알리는 전광판 밑에 고향을 향하는 마음들이 적혀 있다. 이명익기자
서울역 선전전 현장을 둘러본 오 본부장은 “고생 많네예~ 다녀오겠심더~”하며 활짝 웃고 KTX 열차에 올라탔다.
한편 이날 선전전 중 철도공사 허준영 사장이 서울역에 나타났다. KTX 2차 개통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한 허 사장은 KTX 새 열차를 시승했다. 사장 출현에 긴장한 청원경찰들이 한때 민주노총 선전전을 방해하기도 했다.
선전전을 벌이던 총연맹 간부 중 일부가 KTX 열차 안에 선전물을 비치하는데 정신을 쏟다가 출발하는 열차에서 미처 내리지 못해 천안아산역까지 가버리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는 이날 시민들에게 배포된 선전물에는 현 시기 MB정부의 온갖 불법부당한 탄압사례들이 총 16쪽 분량으로 실렸다.
“반갑습니다! 민주노총입니다!”라는 인사말이 표지에 적힌 이 선전물에는 철도노조 합법파업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부당한 탄압, 공공부문 민영화 강행, 전교조․공무원노조에 대한 정치탄압과 민주노동당으로까지 손을 뻗친 야당탄압 공세의 진실이 담겼다.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사태와 한진중공업 불법집단해고를 즉각 중단하라는 요구도 선전물에 함께 실렸다.
민주노총 6기 지도부가 총연맹 사무총국 인선과 다가오는 투쟁을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다. 현재 사무총국 각 실별 업무보고가 이뤄지고 있으며 설 연휴가 지나면 인사개편이 예고되고 있다. 설 연휴가 지나면 민주노총 6기 지도부의 본격적 사업과 투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 현장인터뷰 / 박종선 철도노조 고양고속차량지부 지부장
'몸도 마음도 고향으로 갈 수 없다' 지난해 말 철도노조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박종선 지부장은 해고를 당했다. 그는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신이 일하는 고양기지가 아닌 서울역 대합실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모두가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역. 박 지부장은 몸도 마음도 고향으로 갈 수 없다. 이명익기자
설 귀향 선전전 중 서울역사 내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철도노조 조합원을 만났다.박종선 철도노조 고양고속차량지부장(43세)는 지난해 공사 측 단협해지와 노동탄압에 맞서 철도노조가 합법파업을 벌인 후 최근 현장에서 자행되는 해고와 징계 등 탄압내용을 적은 커다란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그는 지난 1월29일자로 해고됐다. <편집자주>
△간략한 본인 소개와 1인시위를 하는 목적을 설명해 달라=저는 지난 1993년 철도에 입사해 올해로 17년차를 맞았다. 지난해 말 철도노조 파업 이후 공사 측으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다. 철도공사의 안전불감증에 맞서 우리 노동자들은 국민의 안전과 노동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파업투쟁을 전개했다. 이 같은 진실을 국민에게 알려내기 위해 철도노동자들은 선전전과 1인 시위, 현장 일상활동 등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파업 이후 철도현장에서 탄압이 거세다고 들었는데=그렇다. 저 역시 지난 1월29일자로 해고됐다. 해고 사유는 파업을 기획 주도 선동했다는 것이다. 지금 철도현장에서는 노조 파업을 어떻게 해서라도 불법으로 만들어 이 참에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공사 측의 횡포가 극심하다. 파업에 단 하루라도 참가한 조합원은 무조건 징계를 받는다. 저처럼 해고된 사람에서부터 1~2개월 감봉에 이르기까지 매일 무차별 징계가 가해지고 있다. 철도공사는 전 조합원을 징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며 실제 그럴 태세다.
△철도노동자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현장에 복귀해 자신 업무에 열심히 임하는 한편 노동조합 일상활동과 공사 측 탄압에 맞서기 위한 각종 활동도 벌이고 있다. 선전전을 벌이다보면 시민들의 따뜻한 격려가 큰 힘이 된다. 2월5일 서울역에서 오늘처럼 선전전을 벌이고 있는데 한 할머니께서 만원짜리 한 장을 쥐어주시며 “커피라도 사먹으라”고 하셨다. 너무 기뻤고 성원해주고 지지해주는 국민들을 든든한 방패 삼아 더 열심히 싸워서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다졌다.
△철도노조가 3차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데=파업 이후 무차별 중징계가 가해지는 상황에서 3차 파업이 되겠느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고 쟁의를 만들어낼 것이다.
철도공사는 불법적으로 파업을 기획유도했고 1,000여 명에 가까운 징계로 노조를 옥죄고 있다. 노동조합을 무력화해 철도공공성을 아예 없애려는 것이다. 현 사태에 대해 철도노동자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이 분노와 울분을 모아 철도노동자들은 끝까지 싸울 것이다. 다시 국민을 위해 달리기 위한 철도노동자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들에게=지난 파업으로 인해 열차 이용에 불편을 드린 점 죄송하다. 하지만 우리 파업은 국민을 위한 것이었다. 우리 철도노동자들을 믿고 지지해 주시라. 앞으로도 철도노동자들은 국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