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주, 미국 의료인력 적극 유치 나서
지난 1년간 1,600여 명 해외 의사 등록
BC주 정부가 미국 의료인력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료 시스템 개편과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캐나다로 눈을 돌리는 미국 의료인들이 늘어나는 상황을 활용하려는 전략이다.
BC주 정부는 지난주 의회 개원 시정연설에서 미국을 포함한 해외 의료인력 유치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현재 BC주에는 수십만 명의 주민이 가정의가 없는 상태며, 농촌 지역에서는 의료인력 부족으로 응급실이 수시로 문을 닫고 있다.
조시 오스본 BC주 보건부 장관은 "미국은 물론 미국으로 떠난 캐나다 의료인들의 귀환을 적극 환영한다"며 "그들의 전문성과 헌신을 BC주 의료 시스템 강화에 활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BC주는 해외 의료인력 유치를 위해 자격 인증 과정도 대폭 간소화하고 있다. 곧 시행될 '보건 전문가 및 직업법'은 해외에서 훈련받은 의료인들의 BC주 내 면허 취득 과정을 크게 단축하게 된다.
이러한 노력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BC주 보건부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1천607명의 해외 교육 이수 의사들이 BC주에서 정식 또는 임시 등록을 완료했다. 또한 연간 32명으로 제한됐던 면허 프로그램 정원도 96명으로 3배 확대됐다.
BC주의 이같은 해외 의료인력 유치 강화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보건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세계보건기구 탈퇴를 추진하는 상황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정치 상황은 많은 미국 의료인들이 캐나다 이주를 고려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BC주 정부는 'Health Match BC'와 'BC Health Careers' 등의 브랜드를 통해 캐나다 전역과 국제적으로 의료인력 유치 활동을 펼쳐왔으며, 이번 미국 의료인력 확보 정책으로 활동 범위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캐나다 전역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몇 주 사이 온타리오주 나이아가라 지역에서는 미국 가정의, 산부인과 의사, 정신과 의사들의 캐나다 이주 문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캐나다 의사 모집 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정치 상황을 이유로 캐나다 이주를 고려하는 미국 의사들이 크게 늘어났다.
BC주 보건부 관계자는 "다른 캐나다 관할 지역에서 온 의료인들이 BC주에서 인증을 받는 과정도 '신속 면허 발급' 정책을 통해 간소화하고 있다"며 "캐나다 내 인력 이동성 향상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C주가 의료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심각한 인력난 때문이다. BC주 간호사 노조에 따르면 현재 BC주에만 약 6천 개의 간호사 공석이 있는 상황이다. 의사 부족 현상도 심각해 수많은 주민들이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BC주 간호사 노조는 "면허 취득 과정의 관료주의적 장벽 제거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근무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인력을 데려오는 것보다 기존 인력이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BC주 정부는 이번 해외 의료인력 유치 정책을 통해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농촌 지역의 응급 의료 서비스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의료 시스템 전반의 질적 향상과 대기 시간 단축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