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산지 : 운문산(1,188), 경북 청도군 운문면, 경남 밀양시 산내면 일대
※ 입산일시 : 2014년 7월 5일 10시 40분 ~ 17시 40분
※ 입산구간 : 석골사 ~ 정구지바위 ~ 얼음굴 ~ 함화산 ~ 운문산 ~ 상운암 ~ 정구지바위 ~ 석골사
※ 날씨 : 흐르고 구름
영남알프스 억산에서 바라본 북동쪽 방향은 운문산이 자리하고 있다. 그 뒤로 가지산까지 이어지니 영남알프스는 몇 안 되는 '산무더기'라 해도 될 듯하다. 요즘 날씨라면 한뎃잠이라도 자련만 올해 산에서 머무는 일은 1월 이후 아직 연이 닿지 않는다.
마음이 닿는 산에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한뎃잠을 자게 되는 법 아닐까?
억산으로 들어갔던 석골사를 다시 찾는다. 오직 운문산만 생각한다.
석골사 밑에서부터 계곡물은 여전히 넉넉하다. 밑에서 봤던 자귀나무 꽃은 산에 들어서자 꽃이 떨어졌다.
옅은 분홍색에 실타래 같은 꽃잎은 멀리서 보면 신기루처럼 있는 듯 없는 듯 보인다. 막상 떨어진 꽃을 보니 쓸쓸함이 밀려온다. 자귀꽃도 여럿이 어울려야 그럴 듯한 꽃이 된다.
▲ 자귀꽃
산길은 반가운 오솔길에 비탈면이다. 오른쪽은 깊은 계곡이 지나간다.
신불산 자연휴양림 하단에서 상단으로 이어지는 길을 닮았다. 대표적인 산책길.
영남알프스는 흙산 같다가도 암릉이 이어지고 암릉이다가도 흙이 이어지는 산이 갖추어야 할 모습을 모두 갖췄다.
다만 식생이 풍부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데 이는 일제감정기와 해방기 빨치산의 은거지여서 이를 토벌하기 위해 길을 닦았기 때문일 것이다.
산에 인위적인 길을 만들면 우선 물이 마른다. 가지산 터널, 호박소 터널이 산을 관통하고 있으니 좋을 리 없다. 그래도 석골사로 들어서는 곳은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숲이 있어 다행이다.
산책길에 들어서자 산꽃이 반긴다.
원추리가 곧 자태를 뽐낼 듯하다. 그 움츠려있다가 활짝 핀 것을 상상하니 경이롭다.
범봉 갈림길 전망대에 서서 주변을 살피면 상운암 계곡이 얼마나 깊은 골인지 가늠할 수 있다. 절벽으로 이뤄진 암봉, 낭떠러지 밑으로 흐르는 계곡소리에 이미 속세의 사람이 아니다.
▲ 수리봉?
▲ 원추리
▲ 까치수염
깊은 골을 지척에서 만나는 지점이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물맛을 보며 자연과 함께 할 순간이다.
그 순간 머무는 것은 자연과 함께 숨쉬는 과정이다.
막걸리를 꺼내 자연에 빠져본다.
계곡물이 햇빛에 부서지는 모습.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 따로 없다.
바닥에 조약돌 위를 흐르는 계곡물은 조약돌의 윤곽을 따라 흘러 멋진 굴곡을 만든다.
몇 잔에 흥취를 돋우고 계곡을 따라 발길을 옮긴다.
▲ 상운암 계곡
계곡을 따라 거닐수록 이것이 산길인지? 신선이 노닐 던 길인지? 구별할 수 없다.
별천지가 바로 이곳을 두고 하는 말인가 싶다. 은은하게 들리는 폭포소리는 산골의 깊이를 어림할 수 없어 물의 시초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깊은 골에 덩치바위 그리고 바위마다 박힌 소나무!! 속리산도 아니고 강원도도 아닌 곳에 이런 절경이 있다는 것에 감탄할 뿐이다. 산길을 버리고 한동안 계곡을 따라 그 모습을 찾아보게 하는 곳. 운문산이다.
그 깊은 골은 마치 표충사에서 재약산으로 들어서는 길에 만난 흑룡폭포를 떠올리게 한다.
물 좋은 곳에 산수국은 그 색도 절정이다.
▲ 폭포
▲ 산수국
▲ 바위에 핀 산수국
깊은 폭포의 모습을 가늠하고 더 이상 오를 수 없어 다시 산길로 들어선다.
가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면 그 시원을 찾아보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곳엔 어떤 풍광이 펼쳐질까?
탐험에 나서는 분들은 도전하겠지만 민초인 나는 주변을 둘러볼 뿐이다.
다시 산길을 찾아 걷는 동안 조망이 펼쳐지는데 억산의 덩치바위에 숨이 턱 막힌다. 시간은 흘렀으나 억산은 어제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억산에서 바라본 운문산의 아쉬움은 지금 나를 운문산 자락으로 이끌었다. 지금 운문산을 향해 걸으면서 보는 억산의 자태에 내가 운문산으로 가는지, 억산으로 가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 억산
▲ 노루오줌
산마루나 전망터에서 볼 때 속세가 보이지 않으면 신선이 머문 곳이요, 머나먼 점으로 보이면 산마루가 높다는 것이니 부러울 게 없고, 가깝게 보이면 뒷동산이려니 하면 된다. 여기 운문산 전망터에서는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지는데 속세가 제법 낮게 깔린 들판이 있고 산자락으로 가면서 서서히 경사진 모습이 분지를 연상케 한다.
바다에 가까운 산은 압도적인 고도감을 느끼고 높은 산에서는 속세가 아주 낮은 평면으로 느껴지는데 이곳은 평면의 느낌이 아니라 곡선의 느낌이다. 마을 끝자락이 산의 초입인 셈이다.
정구지바위라는 곳이 있다. 정구지바위는 그냥 덩치바위일 뿐이다.
정구지바위에서 상운암이 아닌 된비알을 향해 오른다. 표지석이 달리 없어 어디로 이어지는지 모른다. 급히 검색해서 살펴보니 된비알 따라서 오르면 산등성이에 올라 운문산까지 가는 능선길이다. 넓은 길을 버리고 된비알로 가면서 운문산을 더 깊게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된비알을 선택한 만큼 운문산은 멀리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된비알을 제법 오르는데 덩치바위들이 앞을 먹아선다. 옆으로 돌고 밧줄도 잡고 오르는데 길이 어딘지 리본만 보고 간다. 이곳은 얼음굴이다. 덩치바위들이 어울렸는데 제법 큰 틈 사이로 굴처럼 깊은 낭떠러지가 있다. 저곳에 빠지면 헤어날 방법이 없어 보인다.
얼음굴이라더니 그 주변은 시원하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는 이곳에서 허준의 스승을 해부했다고 한다. 한낮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주변이 시원하다. 주변에 인기척도 별로 없고 얼음굴의 기온이면 시체의 부패도 막을 수 있겠다 싶다. 그럴 듯한 배경이 전제된 이야기는 설득력 있다.
얼음굴을 이리저리 돌아가며 벗어나니 산등성이다. 시원한 조망은 잡목이 가렸다. 키 낮은 잡목이 발길을 자주 붙잡는데 이 산길은 백두대간 산길을 연상시킨다. 사람 한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고 덩치 좀 큰 사람은 잡목을 헤치고 나가야 한다.
마주오는 산님은 내게 "함화산 표지석 못봤냐?"고 묻는다. "얼음굴부터 지금까지 전혀 못봤다. 혹 표지석이 없는 건 아닌지?" 되물었는데 "표지석 사진을 봤다" 며 고개를 갸웃한다.
운문산을 지척으로 알려줘 함화산과의 인연은 없는가 하고 발길을 재촉하는데 주변이 트였다. 여기가 운문산인가 했는데 이곳이 함화산이다. 그럼 아까 그 산님들은 어디로 내려왔단 말인가? 함화산에서 운문산은 그야말로 지척이다.
▲ 미역줄나무
▲ 각쉬취(?)
운문산은 주변이 탁 트여 조망이 시원하다. 동쪽으로 가지산과 이어지고 북서쪽으로 억산과 이어진다. 사자산과 재약산 쪽도 눈에 들어온다. 사자산 쪽은 케이블카 때문에 눈이 거슬린다. 온통 개발과 장사속이다.
신불산까지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영남알프스는 더 죽어가는 산이 될 판이니 안타깝다.
정구지바위에서 운문산까지 제법 시간을 소비했다. 조용한 곳에서 남은 막걸리를 마무리하기로 하고 상운암을 하산길로 삼아 내려선다.
얼음굴 쪽에서는 산꽃을 별로 못봤는데 산마루와 그 밑으로 둥근이질풀, 하늘말나리, 산꿩의다리가 반긴다. 둥근이질풀은 쑥스러워하고 하늘말나라는 꼿꼿하며 산꿩의다리는 순수함이 느껴진다.
▲ 참조팝나무
▲ 둥근이질풀
▲ 하늘말나리
▲ 산꿩의다리
상운암 쪽은 계곡을 끼고 있다보니 식생이 더 풍부하다. 다림쥐가 길을 안내하듯 내 앞에 서성인다. 마눌은 내가 다람쥐 다 쫓는다고 투정이다.
계곡물이 드러나면서 숲은 더 깊어진다. 숲이 숨을 쉰다. 내 마음은 차분해진다.
정구지바위부터는 같은 길이지만 오르고 내려서는 마음의 작용으로 이미 같은 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숲은 다른 기운을 뿜는다. 산의 시시각각 다른 모습이 나를 더욱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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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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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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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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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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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즐감하구갑니다...
고맙습니다^^
꼼꼼한 후기 많은 침고가 되었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즐겁게 감상 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