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률은 최고라지만 몸살 난 한국 고용시장 / 9/12(목) / 중앙일보 일본어판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25~29세에서는 역사상 가장 높은 고용률인 72.3%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야당 의원들과 경제에 대한 설전을 벌이며 경기 회복의 근거로 일자리 수를 내세운 것이다. 내수부진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에도 경기회복에 대한 정부의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최근 고용통계다.
한국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률은 63.2%로 통계 작성 이후 8월로는 가장 높았다. 15세 이상 취업자도 2880만 1000명으로 전달보다 12만 3000명 늘어 두 달 연속 10만명 이상 증가세를 유지했다. 한 총리가 강조한 대로 25~29세 고용률은 73%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실업률은 1.9%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겉으로 보이는 고용시장은 순항 중이다.
하지만 각종 지표를 조금만 넘겨보면 곪아가는 고용시장의 모습이 보인다. 내수 부진 여파로 건설업과 도매와 소매업 취업자 감소세는 계속되고 있다. 자영업자 수도 7개월째 줄고 있다. 청년층 취업자 수는 22개월, 경제의 핵심인 40대 취업자 수는 26개월 감소했다. 인구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각종 착시를 없애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일하지도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고 있는 인구가 지난달에는 1년 전보다 24만 5000명 늘어 2003년 이후 8월로는 최다를 기록했다. 이들은 실업률을 산정하는 모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제활동을 단념하고 떠난 이들로 인해 역대 최저 수준의 실업률이 가능했다는 시각도 가능하다.
8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고용률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중 절반이 넘는 54.6%가 취업시간 주 36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였다. 1982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8월 기준으로는 가장 높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취업이 늘고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 탓에 청년층이 단시간 노동에 나선 영향이다. 노동자가 원하는 만큼 일하고 기업도 필요한 만큼 노동자를 고용하는 '긱 이코노미' 흐름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고용 비중이 커지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가 경제성장의 근간이다. 고용이 안정돼야 소비 등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저출산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겉으로 보이는 지표에 반색한 안이한 전망을 담아 현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노동과 산업구조 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배구적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