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청의사랑방야화
*코 큰 사위감
혼기가 찬 외동딸을 시집보내려고
이 총각 저 총각 선을 보던 홍대감이 마침내 허우대 좋고 글 잘 쓰고 집안 좋은 박서방을 찍었다. 홍대감의 안방마님이 사위가 될 박서방을 불렀다. 이것저것 물어보니 박서방은 안방마님 마음에 쏙 들게 시원시원히 대답했다.
“홍대감의 주위 분들을 둘러보면 먹고 살 만한 사람치고 첩살림 안 차린 사람이 없네. 그러나 우리 홍대감은 한평생 남의 여자 치맛자락만 봐도 얼굴을 돌리시네.”
안방마님의 말에 박서방은
“저도 여자 때문에 패가망신한 경우를 여럿 봤습니다”
하며 서슴없이 대답했다.
사윗감을 면접 보고 나서 안방마님이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가지 미심쩍은 곳이 있었다. 안방마님은 저녁에 홍대감이 퇴청해서 저녁상을 물리고 나자 사윗감을 불렀던 얘기를 꺼냈다.
“박서방이 대감을 빼다 박았습니다. 집안에 충실하고 여자 멀리하고….”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지.”
홍대감이 웃으며 말하자 안방마님이 바싹 다가와 앉았다.
“그러나 대감, 걱정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뭐요?”
“대감과 혼례를 치른 첫날밤, 저는 기절할 뻔했습니다.”
“뭣 때문에 그랬소?”
안방마님이 얼굴을 붉히며,
“제 아랫도리가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 말에 대감은 껄껄 웃다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부인의 붉은 볼을 보더니 촛불을 후 불어서 끄고 부인을 자빠뜨렸다. 운우가 지나고 나서 부인은 하던 얘기를 이어갔다.
“저는 아이를 몇이나 낳았고 대감의 양물도 옛날 같잖은데, 아직 대감이 들어오면 꽉 차는데 첫날밤엔 오죽했겠습니까?”
대감이 장죽을 빨고 있는데 안방마님의 얘기는 계속된다.
“문제는 박서방이 코가 엄청 커요. 코가 크면 그것도 크다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요.”
대감이 사랑채로 가버렸지만 안방마님의 걱정은 커져만 갔다. 사윗감의 그것을 보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며칠 고심을 거듭하던 안방마님이 꾀를 냈다.
하녀 언년이를 불러 비단 한필을 주며 부탁을 하자 싫은 눈치가 아니다. 안방마님은 사윗감 박서방을 불러 터놓고 얘기했다.
“자네한테 두가지 길이 있네. 증명해 보이든가 파혼하든가 택일하게!”
박서방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전자를 택했다.
대낮에 홍대감댁 하녀 언년이와 방사를 치렀다. 박서방이 나가자 안방마님이 들어왔다.
“얼마나 크더냐?”
그러자 아직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언년이가 대답하기를,
“코만 컸지 그것은 대감 것만 했어요.”
둘 다 놀랐다.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는 탓에 언년이는 혀를 잘라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