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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뭐 무한모드고 라이플기사고 다 좋아요 좋다 쳐요
근데 카마존을 하면 할수록, 또 새로운 업데이트의 방향을 볼수록 이 컨텐츠가 중요한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점점 드네요.
1. 로그라이트 덱빌딩=무조건 랜덤 적, 랜덤 보상이다?
현 카마존은 6칸마다 등장하는 보스를 제외하고는 모든 요소가 랜덤입니다.
엘리트를 밟을지, 이벤트를 밟을지, 일반전투만 밟을지, 회복을 밟을지...그 층에 가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물론 특정 메타에서 특정 칸마다 누적되는 효과를 받고 있다면 이게 좋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이 컨텐츠의 모티브가 된 타겜, 타겜의 미니겜들은 어떤 방식을 채택하고 있나요? 플레이해보면 생각보다는 랜덤성이 그렇게 강하지 않습니다.
전형적으로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예를 들어보죠. (물론 모든것을 슬더스처럼 하라는 소리는 아닙니다만)
슬더스에서 1막 보스까지 가는 도중에 엘리트를 1회도 안 만날 확률은 꽤 낮습니다. 엘리트가 더 자주 발생하는 승천에서는 더더욱 그렇고요.
뿐만 아니라 모드플레이로 경로를 무시하는 특성을 선택하지 않는 한, 최소한 어느 횟수 이상 확정된 전투, 엘리트 전투, 이벤트, 휴식, 상점, 유물방을 보고 클리어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어느 길을 선택하더라도 결국 특정 층에서는 절대 피할 수 없는 엘리트, 유물, 휴식 방이 존재하거든요.
연속으로 휴식만 하면서 비효율적인 등반을 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고, 연속으로 힘든 엘리트 전투를 할 확률도 매우 낮습니다. 게다가 슬더스는 휴식방에서 휴식이 아닌 스펙업을 선택할수도 있죠. 하지만 카마존은요? 스펙업이 필요할때는 스펙업이 되지 않고, 휴식이 필요할때는 휴식이 이 악물고 안 나오는 일이 심심찮게 나옵니다.
특히 액트 보스 직전에 반드시 휴식 방이 나오는 점은 특기할만합니다. 카마존으로 치면 ?방밖에 없어서 딱히 필요없는데도 밟았더니 루리가 나와서 저주 하나 떠안고 보스전하는 불합리함 같은건 없단 얘깁니다. 뭐 정비를 굳이 하고 싶으면 카마존에서도 보스 직전에 하트 뜰수도 있으니 밟고 정비하면 되는거 아니냐고요? 아니, 확률로 떠서 그걸 선택하는(=그래서 다른 기회를 놓치는)거랑 무조건 거기서 휴식이 있을거라 예상하고 플레이하는 건 다르죠. 각각의 경우에 기대되는 클리어 난이도도 다를 것이고요.
또한 슬더스나 다른 수많은 슬더스-라이크 게임들에서 엘리트 전투 후 선택하는 보상은 최소 특별카드 1장, 보스 전투 후 선택하는 보상은 모두 희귀 카드 가운데 선택하는게 확정입니다. 카드 등급이 아니더라도 별도의 유물을 얻게 된다든지 하여간에 보상에 분명 차이가 있고요.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상급의 보상 하나만으로 그 플레이의 메타가 결정되어, 다른 모든것을 그 보상에 맞춰서 세팅하게 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많은경우 일정횟수 이상의 엘리트/보스 전투는 반드시 치러야 하고요. 그럼 여기서 유저들은 어떤 기대를 하고,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임하게 될까요?
반면 카마존은 어떻죠? 엘리트는 물론이고, 보스전 끝났는데 하급아티 3개 떠서 허탈한게 몇번이었는지 기억도 안나네요. 이 부분에서 '더 어려운 도전에는 더 좋은 보상이 따른다'라는 게임의 기본적인 재미요소를 너무 많이 배반합니다. 물론 상급 등장 확률이 좀 높긴 하겠죠...하지만 그걸 미리 확신할 수 없다면 유저는 그냥 정해진 운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플레이 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상급이나 특급아티 하나만으로 그 등반의 메타가 결정나서 나머지는 그걸 보조해줄 중하급으로 채우는 '덱빌딩'을 시키나요? 아니죠? 사기 특급 한두개 먹고 나머지 자리는 똑같은 상급아티 몇개를 꽉꽉 채워서 스펙으로 밀어붙이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낮은 등급의 아티는 특정 시즌에 상위템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그냥 꽝. 이래서야 랜덤 덱빌딩이 아니라 수많은 쓰레기들 속에서 확률적으로 쓸만한 템이 뜨기를 기도하는 게임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발에 채이도록 필요한 상급아티를 어디에서 확실하게 얻을수 있을지 아무도 미리 예상 못한다고요?
아, 대신에 잘만 풀리면 1층부터 좋은 아티 몇개씩 들고 올라갈수도 있지 않냐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그쵸, '잘만 풀리면'. 대신에 전체적인 난이도도 그 '잘 풀린' 경우를 가정하고 설정되어 있는 거잖아요? 반대로 잘 안풀리면 5층, 6층을 올라가도록 변변한 아티를 못 먹고 거의 기본스펙으로 싸우고 있는데. 시간낭비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이 랜덤성이 어떤 결과를 불러옵니까? 그냥 1층에서 '잘 풀릴 때까지' 무한 리세마라 노가다를 하는 거잖아요?
심지어 메타가 여럿 있는 것도 아니에요. 결국 정복자2 8층 깨는 메타는 시즌마다 거의 정해져 있죠. 그 메타의 뼈대가 1층이나 2층에서 갖춰질 때까지 노가다를 시키는데 이 컨텐츠가 과연 재밌을까요?
확률에 많은것을 의존하는 게임이라고 해서 단순한 도박은 아닙니다. 아니, 설령 단순한 도박을 한다고 해도 그 게임 참여자는 마치 자신에게 통제권이 있는 양 상상하길 좋아하죠. 로또는 확률일 뿐이지만 그걸 사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특별한 분석 툴을 가졌거나, 어떤 계시나 직감을 통해 번호를 맞출 수 있다고 믿으니까 계속 사는 거잖아요?
확률에 의존함에도 불구하고 유저가 오랫동안 재미를 느껴 반복하는 게임의 비밀이 여기에 있습니다. 비록 보상은 랜덤이지만, 유저의 게임 이해도에 따라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는 랜덤성을 실제로 주는 거죠. 처음 접했을 때는 하나의 최적화된 클리어 전략만을 바라보며 무슨 이런 운빨ㅈ망겜이 있냐 욕하겠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반복학습을 통해 어느새 게임의 전체 구조, 보상의 전체 풀을 기억하고 매 보상 선택마다 최적의 전략을 바꿔나가며 클리어 확률을 올리는 과정에 자신의 성장을 느끼고 그 게임의 팬이 되는 것입니다.
3일리셋 카마존이 왜 욕먹었을까요? 한가지 메타를 열몇번씩 반복하면서 특정 아티 조합만 만들어야 하니 재미가 있었겠어요? 그 노가다를 주1회로 줄여줬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봤자 결국 똑같은 아티 조합을 완성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죠.
예컨대 슬더스에서 와쳐는 자타공인 똥캐라고 합니다. 엄청 강한데 왜 똥캐일까요? 고승천에서는 1막이나 2막 극초반(전체 게임 진행의 절반 이하)까지 추월이라는 카드를 못먹으면 거의 무조건 엎어지거든요. 반대로 그 카드를 먹고 1번 강화하기만 하면 덱파워가 무한으로 발산해서 그 어떤 적이 등장해도 압살하게 됩니다. 몇번을 등반해도 그냥 그 카드 하나만 바라봐야 하면 재미가 있을리가 없습니다. 만일 이걸 3일이나 7일마다 1번씩은 꼭 플레이를 해줘야 한다면 사람들이 뭐라고 했을까요?
슬더스를 가져왔는데, 거기서 나쁜것만 가져왔나요...?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저들이 강해지면 클리어 부담이 줄어드니 비판은 덜 받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냥 대충 올라가도 1트클이 가능한 정도. 하지만 그래봤자 보상을 타기 위해 해야만 하는 재미없는 숙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그게 현 카마존의 한계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묻따 무한모드가 업데이트 되었다고요?
2. 덱빌딩게임의 무한모드는 무엇인가
무한모드는 처음에 욕심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길어야 한두시간이면 엔딩을 보는 로그라이트에서 어쩌다가 모든 적을 원턴킬 할 정도로 터무니없이 강한 덱을 만들었는데, 혹은 99%에서 한두 번만 더 정비할 기회가 있어도 100%의 완벽한 덱을 할 수 있는데, 이걸 포기하고 처음부터 빈털터리로 다시 시작하고 싶지 않아서요. 물론 그만큼 난이도 상승이 있겠지만, 계속해서 더 많은 보상을 챙기고 이 게임에 존재하는 좋은것들을 다 끌어모으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적이 나와도 상대해볼만하다고 계산이 서서요.
그런데 카마존의 무한모드는 이상합니다. 정복자2에서만 되는데, 8층까지 클리어하면서 이미 정비는 끝났어요. 리세마라를 잘했다면 5층쯤 오면서 이미 챙길거 다 챙기고 최대 전투력을 찍은 상태로, 부정적인 이벤트나 페널티가 뜨지 않기나 기도하면서 등반했죠. 심지어 모든 정비가 끝난 후에도 8층보스를 압살할 정도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고일대로 고인 유저도 7층, 8층에서 라이플기사 나오면 버겁다면서요. 최소 몸빵 1명은 따이고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하죠. 그렇다고 그후에 휴식방이나 부활 선택지가 금방 뜬다는 보장이라도 있냐 하면 전혀 없어요^^
하여간 9층 이상 올라간다고 무슨 특별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나요? 전용아티가 있다지만 9층 이상에서만 진행되는 이벤트에 한번 구경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고생고생해서 그걸 얻는다고 획기적인 덱파워 발산이 가능한가요? 기껏해야 그전까지 먹은 상급아티 하나 포기하고 꾸역꾸역 주워가는 거겠죠. 아티팩트 전체 칸수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매층마다 유저는 페널티로 인해 '약해지기만 하면서요.' 뭔 게임의 보상구조가 이따위죠?
게임을 계속 진행하면서 내가 강해질 거라는 기대가 1도 없는데, 이미 저층에서 인게임 고점을 찍었는데, 업적으로 억지로 시키는 게 아니었다면 누가 그걸 자발적으로 할까요?
물론 슬더스-라이크에서도 덱의 고점이라는 건 있습니다. 무리해서 진행할수록 유저를 죽일만한 페널티도 커지고요. 하지만 그 고점은 이론상 스토리 1회 클리어로 달성하기에는 아득히 높죠. 슬더스에서 1000층 넘게 올라가 인게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유물을 먹고 1코스트 수천딜을 넣는 카드를 쓴다면, 설령 내게 턴당 6카드밖에 못 쓰는 페널티가 걸려있고 적의 체력이 수천이라도 합리적으로 느껴집니다. 한편 래트로폴리스는 덱파워 발산이 거의 무한대라 결국 적체력과 내돈이 10억이 넘어 음수가 되는 꼴까지 봐야 합니다.(버그똥겜...) 인스크립션은 무한모드가 없지만 회차를 넘어가도 성장치가 보존되는 카드로 여러번 반복플레이를 유도하죠. 그리고 그 카드의 성장치도 고점이 아득히 높고요.
그런 '욕심'을 자극하지 못하는 무한모드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신규 이벤트로 병뚜껑을 좀 주긴 하지만, 그것도 시즌당 1회성에 불과하죠. 공략 뜨면 이벤트 루트만 다 돌고 때려쳐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업적은...몰라요 어떻게 되겠죠-_-
적이 무한으로 나온다는 점에 흥미를 느끼게 하려면, 나도 이론상은 전투력 성장치가 무한이어야 합니다.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해도 그 끝을 못 보게 만들어놓지 않았다면 적이 무한으로 나올 이유가 없습니다. 카마존은 유물도 저주도 8칸이 최대입니다. 이걸 꽉 채우는데 무한층은 필요없습니다. 오로지 정복자2의 디버프만 무한으로 쌓이죠.
물론 이건 싱글게임이 아니니까 밸런스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초창기 카마존에서 베로니카 메타가 있을 당시에 층수가 무한이었다면서요. 하지만 사실은 30층인가 까지였죠. 이걸 깨기 위해 유저들이 베로니카의 성장치를 무한정으로 올리자 이후 나온 패치로 베로니카의 버프에 한계를 둬버렸습니다. 카마존도 8층클로 바뀌었고요. 하긴 지금의 밸런스로도, 파티버프를 잘 받은 베로니카는 강합니다만. 그런데 그건 동렙대의 유저나 몹들 상대로 강한 것이지, 결국 레벨이 깡패인 이 게임에서 무한정 렙이 오르는 카마존 적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요?
결국 끝까지 가면 이론상으로 아무도 상대할 수 없는 적을 쓸데없이 만들었을 뿐입니다. 실제 무한이 아니고 예컨대 30층까지 있는 거라면 그냥 솔직하게 '몇층까지 확장했다'라고 알려주는 편이 나을 테고요. 그밖에 유물 밸런싱도 확장된 층수에 맞을 정도로 고점을 적당히 올렸어야 하겠죠.
그냥 막연하게 '무한모드니까 어디 한번 해보시든지 ㅋㅋㅋ' 식이라면 불합리하다는 인상이 더 많이 드네요. 과금게임의 트럭 전투력 측정기인 ㅇㅇ탑 컨텐츠류와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테에서는 궤도엘베나 부미궁) 그건 1회성이고, 클리어시 상당한 보상을 주며, 적이 고정되어 있어서 전략을 여러 번 고민해서 재도전할 수 있습니다. 로그라이트는 그렇지 않습니다.
3. 로그라이트에서 사기 좀 친다고 아무도 안 잡아갑니다.
어차피 한판 끝나면 그 아이템 어디 가져가지도 못하는데, 인색하게 굴 거 뭐 있습니까? 뉴비가 9챕 오자마자 수십번 리세해서 관광객 8층 깨면 고인물들은 엄청 배가 아파지나요? 내가 정복자2를 깰 스펙이 아직 아닌데 우연히 메타가 잘 맞아서, 디버프가 살살 들어와서, 아티가 좋게 떠서 정복자2를 깼다면 이게 엄청 불합리한 밸런스 파괴가 되나요? 그래봤자 이지스 풀초를 좀더 일찍 하고, 망치 몇개 더 사는것뿐이죠. 어차피 한달에 얻을수 있는 각성석 수는 정해져 있고, 망치는 나중 가면 상대적으로 남아도는 자원이 됩니다.
이걸 틀어막기 위해 인게임 비중이 상당한 반복 컨텐츠 하나의 재미를 개박살낼 가치가 있나요?
로그라이트에선 '어차피 싱글게임인데' 라는 말이 있습니다. 싱글게임에서 너무 밸런스를 찾거나 경쟁요소에 집착하면 재미없다는 얘깁니다. 애초에 그렇게 돌아가게끔 설계된 장르가 아니라서요. 운빨로 불합리하게 멸망시키는 랜덤 이벤트가 있다면, 반대로 운빨로 불합리하게 날아오르게 하는 랜덤 이벤트도 있어야 합니다. 그게 진짜 '밸런스'죠. 유저 한사람 한사람, 플레이 한판 한판을 억지로 평준화시키는 게 아니라요.
카마존의 반복 이벤트는 어떤 의도로 만들었나요? 각 테마에 해당하는 이벤트들은 재밌는게 많더군요. '머리를 노린다' '심징을 노린다' 랜덤 맞추기라든가, '통장살이꽃'(ㅋㅋㅋ) '다꺾는다(멸망)'이런식으로 스토리가 있는 이벤트도 있고. 하지만 이런건 사소한 스케일이죠. 그보다 엄청 자주 뜨는, 공통 이벤트는 어떤가요?
아티 업그레이드 이벤트는 범용성이 떨어지는데도 아무렇게나 자주 나오고 (그나마 가챠레인저가 3중1택이라 낫고 광선검은 페널티라도 없지만 암속이랑 무속은...) 도움이 되는 아티 판매, 부활/치료 이벤 등은 일부러 그것을 기대하고 ?칸을 밟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루리나 빠루 이벤으로 가불기 당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죠. 저주가 모두 소소하다면 모르지만 방어력저하, 화염의낙인(n개+정복자2 디버프) 심심찮게 뜨는 상황에 하트가 가까이 있지 않다면 후반 ?칸은 피하고 싶은 랜덤성일 뿐입니다. 3연 루리 만나보셨나요?
그렇다고 하트칸이 층마다 확정으로 있냐? 아니죠. 하트 앞에서만 ?칸 밟을 수 있다는 보장이라도 있냐? 아니죠^^
클리어 밸런스는 모든 상황이 다 잘 돌아간 최적의 경우를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그걸 방해하는 요소는 아무때나 치명적으로 들어옵니다. 이게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요?
좀 다른 얘기 해보죠. 다키스트 던전은 성공했는데 미스트오버는 왜 망했을까요? 미스트오버가 닼던 파쿠리라고 말도 많았습니다만 제가 느끼기엔 둘은 굉장히 다른 게임이었습니다. 후자는 랜덤성을 최대한 통제하고 줄여가면서 플레이하는 걸 전제로 했어요. 정해진 최적 스킬셋을 갖추기 위해 캐릭터 하나하나를 랜덤신 가호를 받아가며 신중하게 육성해야 했고, 혹시라도 손실이 났을 때 복구하기는 꽤 어려웠죠. 마치 로그라이트의 '영구적인 죽음'을 단순히 플레이어 엿먹이기 위한 장치쯤으로 이해하는 듯이.
하지만 전자는 랜덤성 그 자체를 즐겨야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터무니없이 좋은 랜덤상황도 많이 발생하고요.(죽문 5번 버티기 업적 누가 만들어놨냐...) 이런 걸 이용해서 밸런스를 박살내는 리세마라도 가능하죠. 시작하자마자 기본캐릭터로 다크런을 몇번 돌아서 운좋게 안죽으면 엄청 풍족한 스타트를 할수있다든지... 그러다가 캐릭 좀 죽여도 원래 그러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게임이라 그다지 뼈아프지도 않았고요. 저는 애정갖고 키운 캐릭터가 죽었을때 현타와서 접기도 했었지만 생각보다 별일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진 않았죠. 심지어 턴수가 제한되어 있는 혈월에서도 말예요. 왜냐하면 지금 받은 페널티를 상쇄할 정도로, 더 좋은 무언가가 '그저 우연히' 뜰 가능성이 항상 남아있었거든요.
물론 뭔가를 육성하는 게임에서 처음부터 종결템이 뜨면 재미없겠죠. 하지만 종결템을 얻고 충분히 육성해서 중반까지 진행했는데 그게 갑자기 소실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때는 꽤 높은 확률로 '그 이상의 종결템이' 뜰 가능성이 있어야만 빡종을 안 하지 않을까요.
카마존의 이벤트는 어떤가요? 뭐 일단 처음부터 종결템(특급아티)이 뜰순 있긴 합니다. 그거 하나만으로 종결이라고 하기엔 너무 약하다는 건 차치하고요...근데 처음부터 종결이 뜨는 재미없는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너무 많은 쓰레기 아이템이 섞여 뜨기도 합니다. 아무튼 리세를 해서 어찌어찌 중반까지 진행해보죠. 특정 이벤트로 종결템이 사라지거나, 종결템을 얻기 위해 모아놨던 빌드업 재료가 사라지거나, 혹은 종결템의 성능을 무력화하는 디버프를 이미 받아버렸습니다. 그럼 이것을 복원하고 보상할 방법이 있나요? 대부분은 없죠. 중반부터 다시 모아보려고 해도 쓰레기 아이템은 여전히 많이 뜹니다. 혹은 1군 캐릭터가 전투나 이벤트로 죽었어요. 랜덤하게 살아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그래봤자 그냥 처음 상태로 되돌리는 것뿐이죠.
그냥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여러모로 마음이 편할 겁니다. 미스트오버가 그래서 인기가 없습니다. 피곤해서요.
그럼 아무리 싱글게임이라도 게임인데, 무조건 유저에게 유리하게끔 밸런스를 파괴하고 뽕맛을 느끼게 해줘야 하는가?
뭐 그런 방향을 선택한 게임들도 있긴 합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는 로그라이트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냥 오버스펙으로 다 때려부수는 게임이 됐고, 지금이 더 완성된 느낌이긴 합니다만(ㅋㅋㅋ) 아무튼 여전히 잘 굴러간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여타 일반적인 덱빌딩 게임은 초반에 플레이어에게 적용되는 규칙이랄까 한계가 있습니다. 턴제라면 턴당 행동력 제한이라든가, 실시간이라도 커맨드 속도라든가, 버프의 상한선이라든가. 그런데 특정 시너지를 잘 받으면 어느순간 이 규칙, 한계를 무시하고 덱파워가 무한으로 발산하는 순간이 옵니다.(이론상 무한이지 실제로는 안 그렇긴 합니다...) 또 그렇지 않고 깡딜로 승부를 보는 조합이라 하더라도 어느정도 이 한계를 무효화함으로써 처음 설정되어 있는 파워 이상의 사기를 칠수있는 게 클리어의 핵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카마존이라면 이번 메타인 오드리아와 비슷한 경우죠. 적을 죽일수록 내 스펙이 올라가는데, 더미 적의 수를 늘리는 특전을 선택해 이 효과를 극대화하라는 의도잖습니까? 그런데 이것도 결국 정해진 수의 더미 적을 생산하기 때문에 고점은 있습니다. 만일 여기서 '적을 n명 죽일 때마다 새로운 더미 적 1체를 소환합니다' 혹은, 지옥꽃과 연계해서, '적을 n명 죽일 때마다 아군 더미 1체를 소환합니다'같은 효과가 존재한다면? 물론 그 역시 무한은 아니니 고점이 있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확 올라간 시너지 효과를 보게 되겠죠.
혹은 온실테마 등의 체력 50퍼 이하일때 일시적 공방버프를 받게 해주는 효과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사기적이었긴 하지만 8층 얘기고, 이것을 더 높여줄 방법이 없을까요? 예컨대 어떤 아티나 특전을 사용해서 캐릭터의 전체 체력을 50퍼 근처에서 계속 왔다갔다 하게 해줄수 있다면? 그리고 버프 효과가 체력 50퍼선을 지날 때마다 계속 중첩된다면?
아무리 그 조합이 만들기 힘들다 한들, 이런 '무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순간 하드코어 플레이어들의 도전욕을 자극하지 않을까요? 너무 사기라고요? 아니, 어차피 카마존 무한 그거 더 깬다고 주는 것도 없는데(싱글게임인데) 좀 사기면 어때요?
'무한'모드와 어울리는 밸런싱은 그런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추가된 신규아티는 그저 캐릭터의 깡스펙을 올려주는 효과뿐이죠. 그걸 먹고 강해졌다 한들 '사기'는 아니고, 결국 적이 그 수치만큼 더 강해질 때까지 버티게 해주는 게 한계.
또한 무한을 버티게 해줄만한 안전(?)장치도 필요합니다. 너무 안전해서 심심하게 만들라는 게 아니라, 최소한 그때까지의 불운을 완전히 상쇄할 정도의 행운을 확률적으로 넣어달라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하면 너무 쉽지 않냐, 몇백층 가는거 아니냐, 이런 걱정은 왜 합니까? 래트로폴리스 무한모드 업적은 120라까지고 스팀 업적 달성비율은 2퍼에 불과하지만, 그와중에도 무한모드 랭커들은 (그 모든 버그와 렉들을 뚫고) 1000라 찍었고 아무 문제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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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카마존의 랜덤성을 유저가 예측하고 전략적으로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줄여라. 모든 칸과 보상을 랜덤으로 풀어놓는 게 답은 아니다.
2. 현 카마존, 특히 무한모드는 유저에게 아무 보람도 없이 고통을 주는 컨텐츠일 뿐이다.
3. 무한을 낼거면 카마존 플레이에 한해 스펙 고점 역시 무한으로 만들어주는 게 맞다. 단 8층플레이에서는 그 고점을 볼수가 없어야 한다.
첫댓글 정성스럽게 쓴 건의글 잘 읽었습니다.
로그라이트, 로그라이크 안 하신 사람이 만든듯.
그냥 껍데기만 가져왔나봐요 ㅠㅠ 재밌게만 만들면 정말 무궁무진한 장르일텐데...
전 처음에 카마존 뚫을 때는 엄청 재밌게 했어서 더 아쉬움이 남네요
엄청난 장문이네요 저도 솔직히 이 지루하고 답답한 자동전투만 없어지면 더 재미있어질거 같네요 도대체 몇번 내 아군들이 뻘짓하는걸 봐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자동전투가 아니라 컨요소가 생기면 그것도 재밌겠네요 ㅋㅋㅋ 하지만 레이저 포탑이랑 인베이더사령관 만든 사람이 그것만은 절대 안된다고 결사반대할듯 ㅡㅡ;
@류세니드 리더만 조작 가능하면 되지 않을까요 ㅎㅎ..
카마존 개노잼!! 바꿔줘!!
전면개편만이 살길입니다 ㄹㅇ ㅋㅋ
레이저 포탑 그거 만든건 이해가 가는데 아군 AI는 그거 대응 하나도 못하게 만든 머리속은 이해가 안감 심지어 근딜이나 탱커는 레이저 쏘는 상황에서 평타 치려고 하다가 이쁘게 녹아 사라지는데 아군 AI는 개 멍청해야하는 뭔가 논리가 있음?
퉁(넉백)퉁(넉백)퉁(사망)
안녕하세요.
카마존 랜드 개선에 대해 의견 남겨주신 것 같습니다.
보다 만족스러운 이용을 위해
건의해주신 내용은 전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건의해주신 점 감사드리며
관련하여 추가 의견이 있으신 경우
언제든지 편하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이런 점들을 카마존 8층 개편된 이후부터 계속 이야기 해봤습니다만
콩스는 x도 신경 안 쓰고 이따위 매크로만 달고 끝납니다
걍 포기하세요 이 xx들은 자기가 만든 게임을 안 하는 애들입니다
ㅠㅠ 콩스 답변이 힘빠져서 저도 이제 그만 말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