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를 찾아서
― <쥐똥나무> 꽃 찾아 동네 한 바퀴
지난 14일 수원 동수원로를 걷다가 <쥐똥나무>를 만났다.
이제 막 꽃봉오리를 맺고 있었다.
옆에 있던 짝꿍에게 이 나무를 소개하며 꽃향기까지 이야기해줬다.
'향기가 그렇게 좋다면서 왜 이름이 쥐똥이야?'
글쎄, 나도 그게 불만이었다.
이 녀석 열매는 이렇게 생겼다.
영락없는 쥐똥이다.
이름을 지은 사람이 꽃이 필 때가 아니라 열매만 보고 그렇게 이름짓지 않았을까.
이름이 어떠하든, 꽃향기만은 참 좋다.
어떤 향에 비유해야 할까.
향이 진할 경우 머리까지 아플 지경이다.
그러니 모르고 지나가다 향기가 전해지면 모두들 걸음을 멈추고
그 근원지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이름을 알고 나면 실망이지만, 꽃향기 하나만은 으뜸이니까.
여자보다 남자가 더 좋아하는 향,
그러니 딱 여인의 몸내음이리라.
부천에도 <쥐똥나무> 꽃이 피지 않았을까, 싶었다.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있으니 가 보면 된다.
장말로보다는 부천로에 무더기로 있으니 부천로로 가기로 했다.
집을 나와 부천 대학로를 지나는데 눈에 들어오는 꽃봉오리들.
<남천>이다.
(이하, 가로 꽃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이제 곧 하얀 꽃이 필 것이지만
그닥 예쁘다거나 향기가 좋다는 느낌은 없다.
이 녀석은 꽃보다는 늦가을 빨갛게 익은 열매가 더 멋지다.
대학로를 나와 부천로로 접어든다.
그 대로변 건물과 건물 사이, 한 건물 뒷뜰에 무더기로 피어 있는 <쥐똥나무> 꽃.
그럼 그렇지. 부천에도 <쥐똥나무> 꽃이 피었다.
얼마 다가서지 않아 벌써 향기가 진동한다.
사진찍는 내 재주가 메주인 것은 인정한다.
그렇다 쳐도 바람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대로 찍히지 않는다.
손수찍기로 인증샷을 찍었는데 이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침 부천에 사는 고교 동창 '진구'의 전화.
어디야?
뭐해?
저녁이나 먹지.
서로가 혼자 있는 것을 알고 있으니 이렇게 무시로 전화해 만날 수 있는 동창.
그러니 친구가 아닌가.
부천역으로 나오라 하고는.
바삐 또 꽃들을 손전화에 담는다.
가끔 활짝 핀 꽃송이는 코에도 대어본다.
조물주가 우리들 코를 참 기묘하게 만들어놓았다.
아무리 진한 냄새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느끼지 못한다.
<쥐똥나무> 꽃 속에 파묻혀 있는데 금방 그 향을 잊어버린다.
향기는 나는데 그 냄새를 인식하는 신경이 마비가 된다나 어쩐다나.
그렇기에 재래식 변소에 앉아 장시간 볼 일을 볼 수 있다던가 뭐라던가.
거리로 나와 쉼터에 앉아 사진을 확인하다 보니 다시 전해오는 꽃향기.
잠깐 다른 공기를 맡았다고 금방 코의 신경이 향기를 찾아낸다.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꽃 앞으로 가서 더 찍었다.
향기를 더 맡고픈 마음도 합쳐졌다.
그나마 조금 전 찍은 것보다는 자연스럽지만 역시나 내 사진찍는 재주가 이렇다.
부천역 쪽으로 올라가는데 벌써 도착했다는 진구.
국민은행 골목으로 내려오라고 하고는 바삐 걸었다.
50m도 쉬어야 하는 내 허리와 다리,
진구가 기다릴까봐 바삐 걸었더니 금방 땀이 흐른다.
이래서 여럿이 어울려 산보를 못한다.
일행들에게 피해를 주니까.
진구는 내려오고 나는 올라가고.
그렇게 둘이 만나 <청기와뼈다귀해장국> 집으로.
들어가며 두 그릇이라 말했다.
단골로 드나드니 내가 먹는 것을 알고 있다.
배고프던 참에 나는 금방 비웠는데 진구는 먹는 속도가 느리다.
하긴 나야 알콜과 친하지 않지만, 진구는 소주 한 병을 곁들였으니까.
고교 동창이자 내 친구, '진구'와 마주앉아 찰칵.
서빙하던 아낙이 찍어줬다.
내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오라 했으니 내가 계산하겠다는데,
진구가 먼저 카드를 꺼내 계산대로 간다.
'커피 사면 되잖아.'
부천로에 있는 커피숍으로.
아메리카노와 연유라떼 앞에 놓고
6월 8일에 있을 동창회 행사 - 졸업50주년과 합동 고희연 이야기부터.
둘 다 행사 준비위원으로 화요일에 회의에서 만나야 하지만
이렇게 만난 김에 둘이 의견을 나눈다.
좀 더 멋진 행사를 기획하고는 있지만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만나 봐야 안다.
행사 계획 생각은 서로 다르다 해도 만나 의견을 조율하면 되니까.
동창회 이야기만 하겠는가.
살아가는 이야기, 잘 안보이는 동창들 뒷담화(가 아니라 걱정하는 이야기까지)도 나눴다.
마음이 맞는 친구와 마주 앉으면 참 편안하다.
그러니 친구가 아니겠는가.
꽃향기 맡으러 나왔다가 동네 한바퀴 돌며 운동도 하고
문득 친구를 만나 즐거운 이야기 나누고.
꽃향기 맡으러 걸어갈 수 있고, 한 동네에 마음 나눌 친구가 있다는 것.
이런게 바로 소소한 즐거움, 작은 행복이 아니겠는가.
꽃향기와 친구의 정에 흠뻑 빠진 하루였다.
― 5월 19일 일기 끝
첫댓글 사진 참 잘 찍으시네요
멋진 우정입니다
쥐똥나무 꽃향기처럼 향기나는
한주간 되세요
좋은 글속에 잠시 머물다가 갑니다.
오늘도 편안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