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별 이야기?
가끔 평론가 이동진 님이 운영하는 유튜브를 본단다.
수만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는 장서가이자 다독가인 이동진 님은
가끔씩 책들을 추천해 주곤 하는데,
책에 관심이 좀 있는 아빠도 그 동영상들을 가끔 참고하기도 한단다.
이번에 읽은 마거릿 렌클의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도 그렇게 알게 된 책이란다.
이 책은 시인이자 수필가인 마거릿 렌클의
짤막짤막한 에세이들을 모은 책이란다.
그 에세이들 중에 하나의 제목을 책 제목으로 뽑긴 했지만,
이 책의 중심 주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구나.
우리는 늘 작별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사람들과 하는 작별뿐만 아니라,
동물들, 식물들, 사물들과 작별하고
지금 이 순간과도 끊임없이 작별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이 책의 원제를 보니 “Late Migrations”로 되어 있는데,
아빠의 생각에는 원제보다 번역본의 제목을 더 잘 뽑은 것 같았단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 새 두 마리와 과일, 꽃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책에 실린 많은 에세이들이 자연과 새들을 많이 이야기해서 그렇게 디자인한 것 같더구나.
앞서 이야기를 했지만,
이 책은 여러 에세이들이 실려 있지만,
모두 지은이 마거릿 렌클 주변의 이야기이고,
시대순으로 정렬이 되어 있어 지은이의 자서전이라고 볼 수도 있었어.
그 시작은 지은이가 태어나지고 훨씬 전인1931년 전부터 시작한단다.
이 때는 당연히 지은이가 태어나지 않았으니,
지은이의 외할머니가 지은이의 어머니가 태어난 순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시작을 한단다.
그리고 현재의 지은이의 주변 이야기와 옛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들려준단다.
지은이는 1961년생인데,
자신이 태어나던 순간도 할머니의 전해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단다.
아기의 태어나는 순간은 언제나 그렇듯
온 가족의 사랑이 가장 많이 모이는 순간이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빠는 너희들이 태어나는 그 순간들이 떠올랐단다.
그런데, 언제 이렇게 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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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친족들-어머니와 아버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하얀 후광 속에 온전히 차분하게 잠겨 있는 외외증조할머니-이 모두 내 주위에 모여 있다. 너무 일찍, 작고 허약하게 태어난 나는 모든 사진 속에서 잠을 자고 있으며, 그들은 모든 사진 속에서 내 주위에 모여 머리를 기울인 채 내 입술이 또 다시 파래지지 않기를 바라며 각자 너무도 얇게 숨을 쉬며 나를 지켜보고 있다. 나는 너무 작고 항상 추위를 탄다. 하지만 친족들은 마차 태양인 양 나를 보고 있다. 내 부모님과 외조부모님 그리고 외외증조할머니, 그분들 모두가 나를 지켜보기 위해 모였다. 그분들은 내가 태양인 양, 그분들이 그때껏 평생 추위를 탔던 양 나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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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국은 사랑
그리고 지은이의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들도 이야기해주는데
이 또한 너희들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구나.
지은이가 어린 시절의 일들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고
할머니를 통해서 이야기를 들었던 거야.
그러고 보니 아빠는 너희들이 어렸을 때
너희들이 어땠는지 많이 이야기를 해주지 않은 것 같구나.
이제라도 어렸을 때 너희들이 어땠는지 이야기를 많이 해주어야겠구나.
육아일기라도 써 놓았으면 좋았을 것을…
너희들의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아빠의 어린 시절도 생각나는데
아빠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단다.
안타깝게도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많이 안 해주셨어.
사진 속에 남아 있는 모습으로 그 시절을 추측하는 하는 수준이지.
그 기억하지 못하는 시절이
인생에 있어서 참 아름다운 시절이고
사랑을 많이 받던 시절인데,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참 안타깝구나.
…
다시 책 이야기를 해보면,
지은이는 어려서 시골에 살면서
많은 동물들과 많은 식물들을 만날 수 있었어.
그런데 늘 행복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란다.
지은이의 엄마가 우울증 증세로 고생을 하신 것 같았어.
그래서 어렸을 때는 할머니 등 친척들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것 같구나.
그리고 지은이에게 위안을 주는 것들은
정원에서 만나는 동물들과 식물들이었단다.
그래서 이 책에는 그 동물들과 식물들에 관한 글들이 많이 담겨 있단다.
아빠도 어렸을 때는 시골에서 살아서
지은이만큼은 아닐지라도 동물들과 식물들과 어울려 지낸 시간이 많았는데,
남아 있는 기억이 거의 없구나.
작가들은 역시 남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구나.
지은이가 나이를 들면서,
사랑하는 가족들도 하나 둘 떠나게 되는데 그 슬픔이 읽는 이에게도 느껴지더구나.
아빠는 아직 부모님과 이별을 하지 않았지만,
부모님과 이별은 정말 큰 상심일 거야.
지은이도 갑작스런 어머니의 죽음이 큰 상심이 되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에 대한 글들을 무척 많이 쓰셨단다.
어머니가 기르던 개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모습에 가슴이 시리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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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어머니의 장례식 2쥐 뒤, 그 개가 가출했다. 얼룩배기 털을 가진 그 개는 제멋대로이면서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부르면 절대 한 번에 오지 않았고, 가장 낮은 덤불 밑, 꺾어진 가장 작은 나뭇가지 뒤로 몸을 감추었다. 겁에 질린 나는 정원을 뒤집어 엎으며 그 개를 찾았다. 마침내 길 건너편 어머니 집을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뒷문 앞에서 들여보내 달라고 뛰어오르고 할퀴고 있는 그 개를 발견했다. 얼마나 절박하게 할퀴었는지 문설주의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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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지은이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하셨다는 마지막 말들도
코끝을 찡하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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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237)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말해도 된다고 내게 허락한 단어.
빌어먹을.
제기랄.
젠장.
우라질.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말해도 된다고 내게 허락하지 않은 단어.
콧물.
아버지가 좋아한 농담의 마지막 문장.
오, 제기랄. 내가 개똥을 밟았어.
아버지가 좋아한 시의 첫 문단.
토요일의 저녁이었다,
손님들이 모두 떠나고 있다,
오말리가 바의 문을 닫고 있다,
그가 몸을 돌리고
붉은 옷을 입은 여자에게 말했다.
“나가요, 당신은 여기 머물 수 없습니다.”
어머니가 한 마지막 말.
고맙다.
아버지가 한 마지막 말.
그만해.
부모님이 죽어 가던 방에서 내가 한 말.
사랑해요.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괜찮아요.
사랑해요.
부모님이 죽어 가던 방에서 내가 하지 못한 말.
빌어먹을. 제기랄. 젠장. 쳇. 오, 우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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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또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이 자라서 자신보다 또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또 한번 어머니를 생각하는데,
이것은 모든 어머니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구나.
아니, 아버지들도 그럴 거야.
아빠도 너희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가끔씩 아빠가 어렸을 때 부모님들과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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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어머니는 서른 살에서 서른여섯 살 사이에 아이 셋을 가졌고, 나도 서른 살에서 서른여섯 살 사이에 아이 셋을 가졌다. 지금 내 몸은 정확히 어머니 몸의 복제품이다. 내 굵어진 허리에서 어머니를 본다. 어머니의 발이 나를 세상 속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안 나는 지켜본다. 내 목의 접힌 부분과 눈썹에서 그리고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준 반지를 낀 내 손가락의 곡선에서 어머니를 느낀다. 어머니가 절대 빼지 않던 그러나 남겨 줘야 했던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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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주는 교훈은 결국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이 아름답다라는 것 같았어.
심지어 작별하는 순간도 말이야.
그리고 아빠의 글 솜씨가 좋진 않지만
너희들과 보낸 시간들을 좀더 많이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라는 다짐도 하게 되었단다.
오늘은 대충 이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하련다.
PS,
책의 첫 문장: 그 애가 그렇게 일찍 나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단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초록색의 이 근사한 세계에도.
책제목 :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지은이 : 마거릿 렌클
옮긴이 : 최정수
펴낸곳 : 을유문화사
페이지 : 324 page
책무게 : 421 g
펴낸날 : 2023년 12월 25일
책정가 : 17,000원
읽은날 : 2024.02.15~2024.02.17
글쓴날 : 2024.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