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0일 농지에 '반값 골프장' 개발을 적극 유도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단계 서비스업 강화 대책'을 내놨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농지 소유 제한 등 각종 규제가 중첩된 상황에서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토지컨설팅 업체인 다산서비스 이종창 사장은 “업계에선 골프장 허가에 도장만 500∼600개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면서 “관련 규제 완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지 소유 제한이 가장 큰 ‘걸림돌’
이번 대책의 핵심내용은 농지에 짓는 대중제 골프장에 대해서는 취득•등록세, 각종 부담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농민은 보유 농지를 현물 출자해 주주로 참여해 이익을 배당받고, 개발업체는 저렴한 값으로 골프장을 건설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농지 이용과 소유에 대한 규제가 많은 상황에서 이번 대책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우선 농지의 취득 제한이 크다. 현행 농지법 제6조에서는 부동산개발업 법인의 농지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골프장 개발을 위해 부동산개발업 법인이 농민으로부터 농지를 출자(취득에 해당됨) 받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지를 출자해 골프장을 개발하려면 먼저 농지 전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 아니면 일정 사업단계 이후에나 농지 취득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골프장 못지 않게 개발절차가 복잡한 도시개발사업의 경우 업체의 농지취득이 가능한 시점은 실시계획 인가 이후부터다.
이로 인해 도시개발사업은 사업완료까지 적게는 5년, 길게는 10년 정도 걸리는 게 다반사다. 이 과정에서 땅값 상승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도시개발사업이 아예 중단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한 민원이 잇따르자 정부는 최근 민간 도시개발사업 시행자의 농지취득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농지전용 협의를 구역 지정시부터 할 수 있도록 도시개발법을 바꾸기로 했다.
골프•콘도 회원권 전문업체인 네오골프 원유철 사장은 “농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개발하는 골프장은 도시개발사업과 유사한 형태를 띨 수 밖에 없다"며 "농지 취득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시행착오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에 개발가능한 농지도 부족해
골프장 건설이 가능한 농지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현행법상 농지 중에서 골프장 설치가 가능한 곳은 계획관리지역 내 농지나 한계농지다.
이 중 계획관리지역 내 농지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별 관리지역 세분화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아 현단계 골프장 개발은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계농지의 개발을 적극 유도한다는 계획이지만 실효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많다.
한계농지란 농업진흥지역 밖의 척박한 농지를 말한다. 대개 평균 경사도가 15% 이상이거나, 집단화된 농지면적이 2만㎥(6000평) 이하면 한계농지로 분류된다.
농림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개발가능한 한계농지의 규모는 대략 20만ha(6억평)에 달하지만 대부분 지방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지역 한계농지는 이미 대부분 개발돼 추가로 개발 가능한 땅은 극히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한계농지는 대부분 면적이 2만㎥ 미만이라 골프장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행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골프장에는 최소 면적 기준이 정해져 있다. 대중제(9홀)는 50만㎡(15만평), 회원제(18홀)는 108만㎡(33만평) 이상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이런 규모의 한계농지를 찾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JMK플랜닝 진명기 사장은 “한계농지 가운데 상당수는 산골짜기 등 개발이 쉽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대부분 2만㎡ 미만이라 골프장 개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연접개발 제한도 장애물
현행법상 농지만으로는 골프장 개발이 어렵도록 규정돼 있는 점도 '반값 골프장' 개발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골프장의 입지기준을 정한 문화관광부 고시에 따르면 골프장 사업계획지 내에서는 반드시 전체 면적의 40% 이상의 산지를 확보하도록 돼 있다.
이는 9홀 규모의 대중제 골프장(50만㎡)을 개발할때 적어도 20만㎡(6만평)의 산지를 확보해야 골프장 허가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골프장 개발이 가능한 농지를 확보했다더라도 추가로 일정 규모 이상의 산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골프장 건설은 불가능하다.
연접개발 제한도 문제다. 연접개발제한이란 관리지역 등에서 개발행위 허가를 받은 곳의 면적이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인접한 땅의 추가 개발을 규제하는 것이다. 이미 허가 받은 땅 A의 면적이 3만㎡를 넘으면 인접한 땅 B(A의 경계선 반경 500m 이내)에서는 골프장 등의 개발행위가 어렵다.
토지컨설팅업체인 다산서비스 이 대표는 “수도권지역은 대부분 연접개발 제한에 걸린데다 가격이 비싸 골프장 지을 수 있는 땅이 드물다”고 분석했다.
한계농지에 투자자 관심 몰려
전문가들은 정부의 농지 내 골프장 건설 적극 장려 방침에 따라 투자 유망지역으로 떠오를 곳으로 수도권 외곽지역인 경기도 여주•이천•안성 등지의 농지를 꼽는다.
이곳은 파주•김포•고양•용인•화성 등 수도권 주요지역에 비해 땅값도 싸고, 골프장 건설이 가능한 전답이 많아 개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골프장 수요가 많은 광역시 주변 논밭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런 농지 중에서 평균 경사도가 15% 이상이고, 20만㎡(6만평)의 산지를 낀 전답이 투자가 유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시간과 공간 한광호 대표는 “도나 광역시를 기준으로 기존 골프장 총면적이 전체 임야 면적의 5%를 초과한 곳은 총량제에 따라 골프장 추가 허가가 어려워 투자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7.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