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대의 공동묘지 입구에는 Hodie mihi Cras tibi (오늘은 나, 내일은 너)' 라는 문구가 세워져 있다고 한다. '오늘은 내가 죽지만, 내일은 네가 죽는다' 라는 뜻으로 라틴어의 'Menento Mori' 와 비슷한 말이다. Menento Mori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라는 뜻이다. 옛날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 소리로 외치게 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 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는 의미에서 생겨난 풍습이라고 한다.
죽음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으며 예외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죽음을 코 앞에 둔 사람이나 유가족의 모습은 너무도 다양하다. 나는 많은 죽음을 보며 겸손을 배우게 되었다. 호스피스 봉사를 할 때 죽음이 목전에 다다른 이를 목욕시키고 발 마사지를 하면서 육체의 허구를 보았고, 장례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실습하는 과정에서 장례식장의 영안실을 지키며 모골이 송연했던 일, 염습할 때 보았던 육신의 환상 등이 나 자신을 힘들게 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죽음에 대해 친숙함을 느끼며, 일상에 감사하며 겸손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장례 지도사로서 장례를 도와드리며 상가마다 다양한 분위기를 보았지만, 경제적으로 부유한 집안보다도 형제애, 가족애가 두터운 집안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재산이 많다고, 학식이 많다고, 지위가 높다고 죽음이 다르진 않았다. 물론 가정 형편에 따라 수의나 상차림 등의 차이는 있겠지만 화장장의 화구나 땅속에 묻히면 없어지는 것은 모두가 똑같다.
나는 여러 죽음에 대한 이런저런 경험을 하며 인간의 일생이 참으로 덧없고 하찮은 것임을 느끼게 되었고, 또 삶을 영위하고 있음에 겸손해야 한다는 것과 삶을 누리는 동안 좀 더 뜻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죽음을 생각하면 삶이 조금은 달리 보인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다시 고민해 볼 수 있으며 삶의 방향을 좋은 쪽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연령회장을 하며 선종하실 분이 계시면 임종 전에 가족들과 함께 기도를 드리고, 임종 후 장례에 대한 전반적인 일에 대해 봉사를 하며 상조 관계자와 협조하여 유가족들이 아픔과 고통을 잊고 평화와 화합에 이르도록 도움을 드렸다.
천주교 신자가 아닌 상주는 의아하게 생각하여 오해도 하지만(대가를 바라는 줄로), 경건하고 정성 어린 헌신에 이틀째부터는 고맙게 생각하고 예를 갖춘다. 이는 죽음을 통하여 배운 겸손이 모든 이에게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2023. 12.03 대림 제1주일 주보
ㅡ평신도 단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