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암동 철길마을
일제강점기 산업 철도가 남긴 골목 풍경
경암동 철길마을 / 사진=한국관광공사 임태진
늦은 오후, 좁은 골목 사이로 녹슨 철로가 이어진다. 낮은 처마와 맞닿을 듯 나란히 놓인 레일 위로 고양이 한 마리가 유유히 걷고, 그 옆 좌판에서는 달고나 냄새가 피어오른다. 시간이 한 겹씩 쌓인 골목에는 1970~80년대 주거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인 1944년, 신문 용지 원자재를 실어 나르기 위해 놓인 산업 철로가 오늘날 군산을 대표하는 레트로 관광지의 뼈대가 됐다.
64년간 화물을 실어 나르던 이 철길은 2008년 운행을 멈춘 뒤 마을 한가운데 풍경으로 남았고,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열린관광지로 새롭게 단장됐다.
지금 이 골목에는 달고나와 뽑기, 낡은 교복 한 벌이 기다리고 있다. 철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 수십 년 전 일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드는 공간이다.
산업 철도에서 골목 관광지로, 80년의 역사
추억의 간식이 진열된 철길마을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경암동 철길마을(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경촌4길 14)은 대명동 구 군산역에서 조촌동 페이퍼코리아 공장까지 이어지는 약 2.5km 구간에 형성된 마을이다.
철로는 1944년 4월, 페이퍼코리아의 전신인 북선 제지 철도 시절에 개통됐으며, 신문 용지 원자재인 목재 펄프 등을 운송하기 위한 산업 목적으로 부설됐다.
이후 고려 제지 철도, 세대 제지선, 세풍 철도를 거쳐 현재의 페이퍼코리아선으로 이름이 바뀌며 64년 간 화물을 실어 날랐다.
1970년대 들어 철길 양옆으로 본격적인 주거지가 형성되면서 레일과 처마 사이 거리가 불과 50cm 남짓한 독특한 골목 풍경이 만들어졌고, 2008년 6월 26일 마지막 열차 운행 이후 마을은 그 모습 그대로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녹슨 레일 위에 남은 레트로 체험의 풍경
경암동 철길마을 레트로 체험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진포 사거리에서 연안 사거리까지 약 400m 구간이 탐방로로 정비돼 있으며, 공원화된 약 200m 구간에서는 철길 위를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
골목 양편에는 뽑기, 달고나, 딱지 등 1970~80년대 추억의 먹거리와 놀이 아이템을 판매하는 좌판이 줄지어 있다. 교복을 빌려 입고 철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코스도 인기가 높으며, 좁은 골목과 낮은 지붕이 연출하는 풍경은 SNS 인생샷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4년 개봉해 약 198만 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의 주요 촬영지이기도 하다. 황정민이 연기한 사채업자 한태일과 한혜진이 연기한 은행원 주호정의 이야기가 이 골목 곳곳에 깃들어 있어 팬들의 발길도 이어진다.
열린관광지로 정비된 무장애 탐방 환경
철길마을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암동 철길마을은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주관 열린관광지로 선정되며 국비와 시비 각 5억 원, 총 10억 원이 투자돼 접근성 개선 공사가 진행됐다.
출입구까지 완만한 경사로가 설치돼 휠체어와 유모차 이용도 가능하며, 남녀 구분 장애인 화장실도 갖추고 있다. 야간에는 화장실 앞 외에 별도 조명이 없어 어두운 편이므로 저녁 방문 시 플래시나 조명 장치를 준비하면 좋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방문객이 몰려 한산한 사진을 찍기 어려울 수 있어, 평일 오전이나 이른 오후 방문이 사진 촬영에 유리하다. 문의는 063-454-3349로 할 수 있다.
연중무휴 무료 개방, 접근성과 이용 안내
철길마을 입구 / 사진=한국관광공사 임태진
철길마을은 별도의 운영 시간 제한 없이 연중무휴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와 주차비 모두 무료다. 군산 시내에서 자동차로 10분 내외 거리에 위치하며, 군산 고속버스터미널 또는 군산역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해 접근할 수 있다.
인근에는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히로쓰 가옥(구 신흥동 일본식 가옥), 동국사 등 일제강점기 근대 건축물이 모여 있어 반나절 코스로 함께 둘러보기 좋다.
야간 조명이 부족한 구간이 있어 늦은 저녁보다는 오전·오후 방문을 권장하며, 철길 구간은 폭이 좁아 사람이 많을 때 통행에 여유가 필요하다.
1944년 화물을 나르던 산업 철로가 골목의 일상과 뒤섞이며 만들어낸 풍경은 다른 곳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결의 공간이다. 도심의 속도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 경암동 골목 끝까지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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