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련 기업·투자자들, 파트너십 및 '싱가포르 세탁' 통해 대인도 투자 제한 우회
O 중국과 연계된 기술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재진출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양국 간 무역 긴장을 해소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음.
- 최근 중국의 온라인 패션 브랜드인 셰인(Shein)이 인도 최대 상장사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Reliance Industries)와 파트너십을 맺고 인도 시장에 재진출하기로 결정함. 셰인은 지난 2020년 인도-중국 국경 분쟁 이후 인도에서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사용이 금지된 수십 개 중국 앱 중 하나임.
- 텐센트(Tencent)가 후원하는 한국 기업 크래프톤(Krafton)의 게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attlegrounds Mobile India)도 인도 사용자의 데이터가 중국 서버로 전송된다는 우려 때문에 1년간 서비스가 금지되었다가 지난주 인도 앱스토어에 다시 출시되었음.
- 최근 인도 정부의 승인을 받은 셰인과 릴라이언스의 파트너십은 라이선스 계약의 형태로, 셰인은 릴라이언스로부터 의류 판매 수익의 일정 비율을 받게 됨. 이 독특한 거래 구조는 중국 기업이 인도의 투자 제한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성장을 꾀할 수 있는 일종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음.
- 셰인을 비롯한 일부 중국 투자자들은 싱가포르 법인을 지주회사로 설립하는 전략, 즉 '싱가포르 세탁'을 통해 중국 본토 투자에 민감한 국가에 진출할 수 있었음.
- 한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의 서비스 재개는 중국과의 관계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연이어 금지 조치가 내려졌던 게임 업계의 회사들에 중요한 의미가 있음. 다른 게임 회사들도 복귀를 추진할 수 있는 선례가 만들어졌기 때문임.
- 그러나 이러한 조짐이 인도 정부의 공식적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중국의 대(對)인도 투자는 여전히 엄격한 규제 대상임. 2020년 도입된 규정에 따르면 "수익적 소유자(Beneficial Owner)"가 중국인이거나 중국에 기반한 경우 인도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함.
- 투자자들은 이러한 규제가 지속되어 중국 기업의 인도 시장 진출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인과 릴라이언스의 파트너십처럼 외국인 직접 투자가 포함되지 않은 거래는 승인 절차를 우회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음.
- 인도의 컨설팅 기업 트랙슨(Tracxn)이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규제 도입 이후 중국 투자자와 인도 기술 기업 간 거래는 2019년 72건에 31억 달러 규모였으나 지난해 53건에 28억 달러 규모로 감소한 반면, 싱가포르 법인과 인도 벤처 캐피탈 간의 거래는 같은 기간 68건에서 205건으로 급증했음. 이는 싱가포르와 같은 제3국을 통해 투자를 유치할 경우 실소유주 제한에도 불구하고 승인 절차가 용이해질 수 있음을 의미함.
-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의 레이쥔(Lei Jun) 회장이 설립한 슌웨이 캐피탈(Shunwei Capital)은 2020년에 설립한 싱가포르 계열사 SWC 글로벌(SWC Global)을 통해 지난해 인도의 시장 자동화 플랫폼인 웹인게이지(WebEngage)와 유제품 업체인 컨트리 딜라이트(Country Delight)에 투자했음.
- 한 인도 정부 관계자는 “인도가 중국산 제품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적은 없었다”면서 “인도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우호적인 제안에 열린 입장”이라고 밝힘.
- 그러나 인도에는 인허가 지연과 엄격한 데이터 저장 요건 등 잠재적 투자자들을 낙담시키는 요인들이 존재함. 홍콩의 한 벤처 캐피털 투자자는 "인도는 매력 있는 투자처이긴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관료주의적인 국가 중 하나"라면서 “투자자들이 승인을 받는 데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 그냥 포기해 버린다”고 말함.
- 뭄바이에 본사를 둔 오리오스 벤처 파트너스(Orios Venture Partners)의 라지브 수리(Rajeev Suri) 전무는 “해외 투자자 복귀에 대한 인도 정부의 태도 변화가 아직은 현실화되지 않았다”면서, “확실성이 없으면 투자금이 다시 인도로 유입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함.
- 싱가포르 법인을 보유한 한 중국계 벤처 캐피탈 펀드의 관계자는 “인도가 2022년 기술 기업 투자 ‘절벽’을 경험한 뒤 자국 내 신생기업 육성을 위해서는 중국의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교훈을 얻은 듯하다”고 전함.
출처: 파이낸셜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