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다시 "삿포로"에서(8월 10일)
오늘은 "삿포로" 구석 구석 아무 곳이나 발길 닿는대로 갈 수 있는 날이다.
우선 호텔 부페에서 "낫또"와 북해도 특산 멜론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운다. 젊잖은 척 체면을 잘 차리는 일본인들도 멜론을 보니 마구 집어 가는 모습이 우습다.
"삿포로" 역에서 웬 젊은 여자가 영어로 말을 걸어 온다. 가 볼 곳을 추천하라 하니 大倉山 스키 점프장을 꼭 들러 "삿포로" 전경을 보라고 한다. 어제 "오타루"에서 리프트를 탔다 하니 그러면 개척 기념 박물관을 가 보는 것이 좋겠다 한다.
지도를 보고 "삿포로" 북쪽의 개척("가이따구") 기념 박물관을 찾아 나선다.
"신사포로" 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다시 연결 버스를 탔더라면 간단했을 터인데 JR 삼림 공원역까지 기차를 타고 또 택시를 탔더니 비용이 조금 더 나온다.
돌아올 때 지하철 1일 패스(하룻 동안 무제한 승차, 휴일 500엔, 평일 1,000엔)를 사기로 한다. 버스와 지하철, 기차의 연결 시간을 꼼꼼히 챙기면 시간과 비용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고 일본인들의 철저한 준비성을 느낄 수 있다.
개척 기념 박물관은 19 세기 말 "홋까이도"의 마을 모습이 실제 모습으로 재현되어 있는 곳이다. 당시 일본 정부에서 開拓使를 두어 북해도 개발을 체계적으로 독려하고 추진했다는 것인데 사회적 인프라와 살림살이의 모든 것이 곤궁했고 열악했던 당시 北海道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본섬("혼슈")의 수재민들이 집단 이주하여 벌목을 하고 밭을 개간하며 힘들게 농사를 짓고 집단으로 숙식을 하며 청어를 잡아 근근히 살아가던 산촌, 어촌과 농촌의 모습이 어디선가 낯이 익은 모습이다.
강제로 끌려왔던 조선인들도 "홋까이도"의 어느 구석에 정착을 하였을텐데.....수렵을 하던 "아이누"족은 어디로 흩어졌나.......살림살이가 우리와 비슷하던 사람들이 패전을 딛고도 어떻게 경제 대국으로 일어설 수 있었나......근면, 절약, 장인 정신의 산물인가....나라는 부자이지만 국민은 가난하다는 일본인은 대체적으로 행복한가....막걸리 비슷한 甘酒("아마자께")한 잔 마시며 대체적으로 웃는 얼굴의 일본인들을 바라본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여 "삿포로"의 번화가이지 환락가인 "스즈키노" 거리를 구경하고 마음에 두었던 오징어 먹물 "소바" 집을 찾아가는데 오후 5시에 문을 여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가만히 보니 웬만한 식당의 개점 시간이 대부분 오후 5시 이후로 되어 있다.
꿩대신 닭격으로 "카레돈카스" 하나 시켜 생맥주를 마신다. 한 그릇 800엔 대의 가격에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며칠 사이 생맥주를 시킬 때는 "삿포로, 다이조끼"라는 말이 의례 붙어 다닌다.
지하철을 타고 삿포로 맥주 박물관을 간다는 것이 "삿포로 팩토리"라는 쇼핑몰로 가게 된다. 지하철역에서 제법 떨어져 있는데 공기가 맑아서인지 햇볕이 너무 뜨거워 걷는 것이 아주 고역이다.
맥주 공장을 개조해서 지은 쇼핑몰의 크기가 대단하고 극장, 식당가, 호텔 같은 부대 시설도 엄청나나 살 것은 마땅치 않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삿포로" 맥주 박물관으로 이동한다.
맥주 박물관 건물 자체가 예전의 맥주 공장인데 붉은 벽돌로 지어 100 년이 넘었다 하니 "홋까이도"의 유산이라 한다. 이 사람들이 1876년에 처음으로 독일식 맥주를 만들었다는 것이고 보리, 호프 같은 맥주 원료를 "홋까이도" 大地의 은혜라고 표시하고 있으니 철저하게 "홋까이도" 産 원료를 쓴다는 이야기인가......
쌉쌀한 맥주 맛과 향이 결정된다는 맥주 제조 공정은 본체 만체하고 시음장에 턱 걸터 앉는다. 시음은 공짜가 아니고 200cc 한 잔에 200엔이나 시중 가격 보다는 싼 편이고 치즈나 크래커 안주를 하나씩 준다.
일본인들의 일반적 취향인지 하나 같이 풍만한 모습의 맥주 모델들이 맥주 브랜드의 변천사를 말해 준다. 모델 사진을 눈여겨 보며 흑맥주 "에비스" 한 잔, 100여 년전의 올드 "삿포로" 맥주 한 잔, 최신 "삿포로" 맥주 한 잔, 거푸 세 잔을 마셔 본다.
치즈 안주 몇 가지 챙긴 다음 다시 "스즈키노" 거리로 나온다. 오늘이 "홋까이도"의 끝밤이니까 "홋까이도"식 味覺巡禮가 필요한 시간이다.
"아부리야"(炙屋)를 찾아 우선 생맥주에 "홋까이도" 여행 처음으로 "사시미"(작은 접시 2,000엔 정도)를 주문한다. 몇 점 안 되는 생선 살코기들이 살살 녹는다. 더 먹고 싶지만 값이 부담이다. 갈색 해초와 엷은 소금물에 띄워내온 싱싱한 성게알("우니", 2,600엔)도 최상급의 맛인데 알고보니 "사시미" 보다 비싸다. 바다의 노란 아이스크림이 바닷밑의 생생한 최신 소식을 전해주며 입속에서 살살 녹는다.
큼지막한 특산 임연수어와 가리비를 구어서 마감을 하려 하는데 주방장 특선이라는 무료 서비스 음식이 하나 나온다. 참치의 붉은 등살과 대파를 꿰어 꼬치구이를 만들어 주는데 이 또한 부드럽게 살살 녹는다. 소주 두 팩을 비운다.
이제 게("가니") 요리를 먹을 시간이다. 중심가의 將軍("쇼군")집에 마주 앉아 崔將軍에게 한 번 먹고 싶은 것을 시켜보라 했더니 본인도 살떨리는 가격에 놀랐겠지만 과감하게 대게膾(6,500엔)와 튀김(2,000엔)을 시킨다. 그래도 대개회가 털게회 보다 조금 싸다.
물론 살아있는 것들을 잡는 것이라 요리 준비에 이삼십분 정도 걸리는 주문이다. 생맥주 한 잔 마시고 요리가 준비는 동안 게내장과 "니혼 사케"(1,000엔/100cc)를 가져오라 시킨다.
한국에서 몇 번 게膾를 淸酒에 담가(게살이 조금 딱딱해지도록) 먹어봤지만 특별한 맛은 아니었는데 無味의 흰 속살맛이 바로 게膾의 맛인가 보다. 보기는 좋고 먹기는 아까운 대게회를 흐뭇하게 바라보다 한입에 넣어 살을 쑥 뽑아 씹은 다음 "니혼 사케" 한 잔 털어 넣는다. 어쨌든 崔씨부인이 좋아하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늦은 시각 호텔 부근에서 구수하다. "미소라멘"(된장라면) 한 그릇으로 마무리하니 뱃속이 정말 그득하다.
6)"삿포로"에서 서울까지(8월 11일:토)
호텔 부페에서 그동안 먹지 못했던 일본 음식들만 찾아 먹는다. 일본에서 처음 먹는 우동의 면발은 쫄깃한데 국물이 조금 짠맛이다. "삿포로" 우유를 몇 잔이나 들이키고 달콤한 멜론으로 쓰린 속을 달랜다.
오늘은 쇼핑만 하면 되니 충분한 시간 여유를 갖고 리무진 버스(1,000엔)로 공항으로 이동한다. 차가 호텔마다 정차를 하고 "삿포로 돔"을 지나 "신치토세" 공항까지 가는데 80 분 정도 걸린다.
쇼핑의 요령은 국내선 부근에 몰려 있는 가게를 찾는 것이다. 나중에 출국 심사 후 들러 본 국제선 면세점의 경우 물품도 빈약하거니와 품질이 훨씬 떨어진다.
다양한 북해도 특산 품목이 눈길을 끄는데 살 수 있는 품목은 낙농품, 과자류, '라벤더" 기능성 화장품 정도인가......대부분 먹고 마시는 것들인데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崔씨부인의 山行 精進을 격려하는 高價(?) 기념품 하나 고르라 했더니 꽤 좋아하는 눈치인가......."끝"
(개척촌에서 일본 북치기를 연습하는데....)
(일본 감주)
(일본 돈카쓰)
(삿포로 팩토리 쇼핑몰의 예전 맥주 공장 굴뚝)
(맥주 원료가 발효되어 부글부글 끓는 곳)
(각종 맥주 브랜드들)
(맥주 모델들)
(찾아간 일식집의 주방, 바로 앞에 앉아 여러 심부름을 시켜도 항상 공송한 대답은 잘 알겠습니다인데)
(회를 먹기 전의 냉채 비슷한 것)
(사시미 일인분)
(성게알)
(가리비가 두툼하다)
(서비스 참치 꼬치)
(곱게 간 게내장)
(게회)
(게다리 튀김)
(먹기가 아까워....)
첫댓글 아이고 배 불러... 덕분에 홋카이도 구경 잘 했습니다. 최장군님은 좋겠다 이렇게 매사에 완벽한 부관을 거느리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