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UPS(무정전전원장치)업계가 외산제품의 급속한 시장잠식에도 불구하고 기술개발을 등한시하고 있어 업계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UPS 시장은 3kVA이하 소용량의 경우 저가 중국산 제품이 시장의 거의 대부분을 이미 잠식했으며 중·대용량 제품도 미국과 유럽의 고가 브랜드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UPS업계는 그러나 경기불황으로 인한 자금압박 등으로 인해 신규 기술투자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외산제품과의 경쟁력 싸움에서 뒤떨어지는가 하면 수출 판로 개척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의 SEC, 대만의 메가텍과 더불어 세계 3대 UPS프로그램 솔루션 업체 중 하나인 독일의 제네렉스사의 아시아태평양 본부장을 맡고 있는 L대표는 “한국의 UPS시장은 제품 복사 등이 판을 치는 등 개발 마인드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며 내수시장만을 놓고 업체간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기술투자와 관련된 조언을 위해 몇 개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봤지만 모두 신기술 투자에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L대표는 또 “한국업체들의 제품은 약간의 기능만 다를 뿐 업체만의 고유한 기술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기술투자를 꺼리는 것도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독일의 제네렉스사는 한국 UPS시장을 향후 중국시장으로의 기술이전 등을 위한 교두보 정도로만 여기고 있다.
왜냐하면 국내 UPS시장은 하향평준화로 가고 있으며 업체 대부분이 고유 기술을 보유하기 보다는 과거 제품을 단순히 고객의 요구에 따라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판단때문이다.
특히 UPS업체의 기술개발 소홀은 수출시장 확대에도 결정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 등 아시아에 UPS제품을 수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중인 E업체의 경우 아직도 이렇다할 성과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국시장에서조차 국산 UPS가 품질면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소식통은 “중국제품이 싸다고만 하는데 결코 국산보다 품질면에서 뒤지지 않는다”며 “현 기술수준으로 수출 판로를 뚫을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