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의 자랑인 증권박물관은 2014년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시 '탁류 속에 핀 꽃'을 개최했다. 소설가 채만식의 작품 '탁류(濁流, 1939년)'에 등장하는 미두꾼 정 주사와 그의 딸 초봉이의 삶에 투영된 혼탁했던 초창기 증권시장의 단면을 모티브로 기획된 전시였다.
개관 10주년 '탁류 속에 핀 꽃'개최
격동 시대 넘어온 증권의 역사 투영
미래 금융인력 양성 등 정체성 발휘
사실상 세계 최초 전문 박물관 자부
부산 본사 시대, '부산 박물관' 계획
부지부터 운영까지 지역 의견 청취 한국 유가증권 100년의 역사를 조망하기 위해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서 거래되기 시작한 건국국채, 주식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국민주, 국가적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발행한 무기명채권 등 굴곡진 근현대사를 지나온 유물들이 관람객을 맞았다. 파란만장한 한국 증권시장의 발자취를 돌아보면 그 속에는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이 아닌, 우리의 인생이 맞닿아 있는 무한한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격동의 시대를 지나오면서 국민과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증권을 일반 국민들이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증권이 단순히 투자 대상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벗어나 그 안에 함축되어 있는 의미를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금융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제시하는 자본시장과 인문학 간의 통섭적인 접근은 의미가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증권박물관은 스위스에 이어 2004년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설립됐다. 우리보다 1년 앞선 2003년 개관한 스위스 증권박물관은 실물증권 전시를 위주로 하는 전통적인 박물관이다.
제한된 관람조건으로 운영되고 있는 스위스와 달리 한국예탁결제원 증권박물관은 설립 초기부터 증권문화의 계승과 창출이라는 취지로 자유로운 개방과 다양한 금융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특히 금융교육을 통한 금융 문맹 퇴치와 미래 금융인력 양성이라는 국가적 금융역량 강화를 위해 부여된 책임과 역할을 적극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물관의 정체성을 온전히 발휘하는 세계 최초의 증권전문박물관이라 자부한다.
증권박물관은 경제적 유물인 증권의 보존과 역사연구는 물론 금융교육의 장으로서 스토리텔링 기반의 전시해설, 증권을 매개로 한 진로체험 등 고유의 색깔이 묻어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관람객이 믿고 찾는 박물관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그럴 뿐만 아니라 경기도 일산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외부공간에서 특별전시를 개최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한 이벤트도 적극적으로 실시해 현재 누적 관람객이 18만 명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금융박물관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09년 이후에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전시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이해를 돕는 전문 안내인인 도슨트 제도를 도입해 지역사회 우수 인력의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함으로써 지역과 함께 발전하는 박물관의 면모도 보여 주고 있다. 증권박물관의 이런 독보적인 행보는 우리보다 나중에 설립된 대만, 상해 증권박물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부산 벡스코(BEXCO)에서 특별전시와 금융교육을 시행했는데 짧은 운영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7천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여 부산 및 경남지역의 높은 관심과 참여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한국예탁결제원은 부산 본사 시대를 맞이하여 부산에도 증권박물관을 건립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금융 분야 중에서도 자본시장에 특화된 역사를 조망하는 종합증권박물관을 생각하고 있으며 1988년 미국 월스트리트에 설립된 '미국 금융박물관(Museum of American Finance)'이라는 박물관의 콘텐츠와 운영과정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 박물관은 미국 금융역사에 관련한 주권, 채권, 인쇄물, 판화, 사진, 수표 등 1만 점 이상의 유물을 소장·전시하고 있으며 금융 문맹 퇴치를 위한 다양한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에 새롭게 세워질 증권박물관은 그간의 운영을 통해 체득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기존 증권박물관의 한계를 보완하여 한층 업그레이드된 세계 일류 증권박물관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부산 증권박물관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올해는 사내에 '부산 증권박물관 건립 추진반'을 설치하였고, 건립 재원 확보를 위해 일산 건물의 조속한 매각에 힘쓰고 있다.
박물관 건립의 첫 단계인 저렴하고 접근성이 우수한 부지의 물색부터 운영 과정 전반까지 부산 시민사회와 학계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금융 허브를 넘어 문화중심지로 도약하고자 하는 부산에 성공적인 증권박물관이 건립될 수 있도록 부산시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를 부탁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