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빛이 너무 좋아 걸으며 속으로 되뇌며 음률에 걸음을 실었던 노래입니다. 젊은 청춘의 시절 우이동 벚꽃 길을 걸어 백운대로 향하면서 부르기도 하였고 백운대 정상에 서서 개성 송악산을 강화도 마니산을 서남방향에 치우친 관악산을 동북에 도봉산과 수락산과 불암산을 조망하며 부르던 노래였습니다. 지금도 기분 좋은 날이 곁으로 달려오면 즐겨 부르는 노래입니다. 바람개비를 보면 무엇인가 희망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노년에 동심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회한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린 보통 늙어 주책스러운 짓을 빗대어 노망이라 합니다. 개인적으로 노망(老妄)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天涯라 합니다. 즉 하늘의 끝자락에 홀로 서 있는 형극이라 답하는 것입니다. 동심은 언제 어디서 상상만 하여도 천사의 터전처럼 느껴집니다. 그 마음으로 듣습니다. you are my sunshine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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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출행의 동선이 긴 편입니다. 김찬선 신부님께서 운영하시는 여기 밥상, 김장봉사 건으로 이틀을 다녀온 후, 11월 흙사랑 걷기 모임에 참석하기 위하여 나섰습니다. 하늘이 높고 맑았으며 기온 또한 가을 모습이었습니다. 동선이 긴 편이라 도착시간을 10분 정도 빠르게 맞춰 놓고 출발하였습니다. 오이도행 4호선을 환승한 후 어느새 전철은 이수, 사당, 남태령역을 출발하면서 재차 시계를 보며 도착시간을 다시 가늠하자 빈틈이 없었습니다. 선바위 역 즈음 긴급 방송이 울려 퍼졌습니다.~~~ 공지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객차에 응급환자가 생겨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하므로 정시출발할 수 없으니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이어지는 지체시간을 확인하고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꺼내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황정우 요셉형제였습니다. 전철객채에 응급환자가 발생하여 전철 운행이 중지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 후 끊었습니다. 경마공원 역에서 운행 중지된 관계로 퍽 다행이었지만 10분 이상 연착이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성급하게 하차 후 2번 출구로 나서면서 지하철을 이용 중 이와 같은 유사한 경험이 있었나 하고 과거의 시간을 살폈지만 이런 일은 오늘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환자분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쾌유하시기를 기원해 드렸습니다.
2호선 출구를 나서면 청계산 서쪽 자락을 마주 보게 됩니다. 추색이 징검다리처럼 공원 안부와 청계산자락으로 이어지면서 가을은 아직도 잔존하고 있었습니다. 가을햇살을 받으며 다기 오신 헬리나 자매님과 프란치스카 자매님과 인사를 나누고 재차 오늘 참석하시는 형제, 자매님들과 인사를 드린 후 예정된 공원순환 도로를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 시선을 끄는 조형물이 있었습니다. 아직 시간 때는 오전빛으로서 파장은 긴 편이라 색의 방향과 질감이 아름다운 시간 때였습니다. 그러나 거리가 먼 거리라 찍어두려면 별도의 시간이 필요하여 종료동선으로 마름해 놓고 우측으로 방향을 꺾었습니다. 그리고 종료시점에 잊지 않고 잡아 둔 바람개비 사진을 보면서 꼭 분광기를 통해 색온도에 따라 배열되는 좌측에서 우측으로 이어지는 스펙트럼 색을 관찰하는 것 과 같은 착각에 물들게 됩니다. 가을이 마음에 들기 시작하면 단풍잎을 보며 누구나 탄성을 내지르게 되는 것이 가을의 감성입니다. 이 표현을 가장 멋지게 표현한 시인은 아무래도 김영랑 시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메 누이야 단풍 들것네 - 영랑 김윤식-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와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메,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다리니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네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메, 단풍 들것네."
우측으로 길을 꺾어 들어선 후 다시 좌회전 후 대각선에 호수에 붙어 서 있는 작은 동산 단풍 숲,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된 것처럼 쌓여 있는 낙엽 위로 아직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빛의 방향을 살피자 사광,이었으며 빛의 질은 부드러웠습니다. 단 시선이 수평이라 화각이 좁은 것이 단점, 인물은 첨경, 주제는 단풍이 되어야 하는데.. 한계를 극복하려면 세로화각을 만들어야 하지만 좁아지는 한계가 부담스럽습니다.
가을이 저물어 가고 있는데, 지형으로서 환경적 조건이 가을의 격과 어울려 가을과 궁합이 좋아 늘 단풍의 시간이 긴 것이 바로 대공원 숲입니다. 유일했던 창경원 놀이공원과 동물원, 식물원은 능동 한양칸추리클럽 사주께서 국가에 헌납하여 그곳에 어린이 대공원이 들어서고 창경원의 놀이 시설과 동물원을 완전 이전하기 위하여 과천에 대공원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1907년 이준열사를 파견하여 헤이그 특사사건을 일으키자 일제는 고종황제를 강제로 폐위시킵니다. 고종을 대신하여 등극한 순종은 거처를 덕수궁에서 창덕궁으로 옮깁니다. 이를 본 일제는 순종을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창경궁에 식물원과 동물원을 짓습니다. 궁궐 북쪽 춘당대 쪽에 식물원을 종묘와 인접한 보루각 자리에 동물원을 세웁니다. 1909년 초부터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동물과 식물을 수집하고 우리나라에 없는 동식물들은 일본에서 들여왔습니다. 1909년 11월 01일 오전 10시 개원식을 순종은 갖고 전시된 포유류 29종, 조류 43종에 361마리를 친견합니다. 이렇게 조선왕조의 궁궐이었던 창경궁은 1911년 창경원으로 격하되면서 오락시설을 갖춘 유원지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일제에 의해 심어진 벚꽃나무를 이용하여 1924년부터 밤 벚꽃놀이가 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전두환 정부 때 1983년 12월 창경원을 창경궁이라 복원하고 식물원과 동물원을 과전 대공원으로 옮기고 수천 그루의 벚나무도 여의도 윤중로로 옮겨 심어 여의도 벚꽃축제를 시원하게 됩니다.
봄이 오면 부모님들과 상춘객으로 창경원을 찾던 옛 기억을 저절로 떠올리게 되는 것이 과천 서울 대공원을 방문할 때 마다입니다. 수많은 인파들에 섞여 벚꽃그늘 아래에서 김밥을 먹던 추억이 아련하게 다가옵니다. 겨울이면 수정궁 연못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기억도 삼삼합니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미리내 다리로 가는 직선거리 이곳은 개인적으로 평생 간직하고 있는 포토존입니다. 대공원은 여러 가지 방문 목적으로 찾던 곳입니다. 출사(出寫)만을 위한 목적으로, 때로는 트레킹 목적으로 그리고 등산을 목적으로 찾았을 때는 대공원에서 출발한 후 청계산 정상을 오른 후 청계산 동쪽 방향 고골로 하산하곤 했습니다. 미술관에서 열리는 각종 전람회를 보기 위하여 찾기도 하였고 캠핑장은 이이들과 함께 방문하여 주말을 보내다 돌아가기도 했던 곳입니다. 이런저런 추억들이 남아 있는 곳이라 발 길을 이곳으로 돌릴 적마다 아련한 추억들이 스쳐가는 애상에 물드는 곳이라 그런지 느낌이 참 좋은 곳입니다. 좌측으로 꺾자마자 다가 온 직선 길 대각선으로 보이는 단풍 숲 역시 보기 좋은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침 걸음 여행 도반자매님들이 가까이 있어 지체 없이 포토존에 세운 후 여러 화각으로 사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형제님의 부부와 다른 자매님들도 사진을 찍은 후 동물원 울타리 외곽 순환 숲 길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길이 있으면 걸어야 하는 것은 인간의 숙명입니다. 직립인간으로서 걷지 않는 자는 앞으로 도저히 나갈 수 없습니다.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길에 무엇이 존재하던 다가서려면은 걸어 나가야 합니다. 오름과 내림이 교차되고 직선과 구비가 엇갈리기도 하고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은 급경사지를 벗어나자마자 더 급격한 경사지와 조우에 절망하면서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익히고 경험하며 극복해 나가는 자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경지! 이것이 바로 알피니즘,! 그 목적은 자연(自然)과 자아(自我)의 조화 속에서 그려내는 자기 성찰입니다. 성찰의 중심에는 늘 겸허한 마음으로 극복, 악우들과의 동등한 협력, 이를 토대로 만들어내는 성취는 산을 닮은 마음입니다. 산을 아무리 많은 시간을 갖고 찾았다 하더라도 같은 시간, 같은 거리, 같은 노력과 늘 같은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반복에 따른 혜택은 없습니다. 투지와 열정은 숲 속에서 샘이 솟아나는 근원과 같습니다.
다시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서는 순간 붉은 단풍 한 잎이 빙그르 맴을 돌며 떨어지다 울타리로 쳐 놓은 철그물코에 걸려 펄럭거리다 가을바람에 떠밀려 주목나무 푸른 침엽에 걸터앉았습니다. 그 모습이 꼭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연상시켜 줍니다. 가을빛이 느릿하게 취객의 어깨에 45도 각으로 내려앉는 기분을 느끼며 무지갯빛이 연상되는 바람개비 풍차 측면으로 다가 가 잡아둔 후 과천 서울 대공원을 빠져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