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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초강목'에 신장을 좋게 하고 혈액 순환을 도와 양기를 왕성하게 돋워주는 1등급 정력제라 치켜세우고 있으며 이로인해 '총각은 먹지 말라'는 말까지 생겼다고 한다. 큰 새우를 일컫는 대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금 서해는 대하축제가 한창이다. 홍성군 남당항과 태안군 안면읍에서 각각 남당항 대하축제와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가 열리고 있고 보령시에서도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대하-전어 축제가 열리고 있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대천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대하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었다. 대하 본고장에 가서 실컷 먹어보자는 심산이었던 것이다. 물론 축제이니만큼 저렴하거나 혹은 푸짐히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배가 부르다 못해 터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순진한 생가이었음을 도착해서야 알고 말았다.
무창포 해수욕장에는 축제를 알리는 플랭카드만 보일 뿐 행사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해안가 식당들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었고 그중에서 그래도 깔끔해 보이는 식당 '바다와 어부'를 선택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뭔가 잘못된 느낌이었다. 축제 기간이라면서 이렇게 한산해도 되나 싶은 게 첫 번째 이유였고 식당에서는 축제와 관련된 그 어떤 안내도 없다는 점이 두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메뉴판을 펼치면서 잘못된 느낌은 확신으로 이어졌다. 대하 1kg은 4만원이었고 전어도 구이와 회가 3만5천원, 무침은 4만원이었다. 그랬다. 대하축제는 그저 호객을 위한 미끼에 불과했고 축제라고 해서 다를 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대하는 대하대로 전어는 전어대로 싯가대로 가격을 다 받을 뿐 덤도 없었고 에누리도 없었다. 심하게 낚인 기분이었다.
멀리서 축제를 찾아가는 이유는 하나다. 즐기기 위해서다. 그저 평범한 행사에 불과하다면 굳이 그 멀리까지 일부러 찾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명색이 축제라면 에누리를 해주던가 아니면 덤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그러지 않았고 오히려 바가지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예년과 달리 전어가 풍년이라던데 2만원에 전어구이 5마리만 내올 뿐이었다. 대하-전어축제가 아니라 바가지 축제라고 해야 할 판이 아닌가.
메뉴판에는 대하 1kg에 4만원이며 약 20여 마리 정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저울은 없었다. 대충 뜰채로 낚아서 바구니에 담아 내올 뿐이다. 이게 1kg이나 되기는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보다 더 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여기에 전어구이와 전어회를 반반 주문했더니 가격이 4만원으로 치솟는다. 치킨을 주문할 때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을 시킬 때와 같은 이치란다. 이래저래 입맛만 씁쓸하게 만드는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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