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데 오늘 운동하나요? 취재할 수 있나요?"
"럭비는 비가 올 때가 더 재밌어요. 진흙탕에서 해야 제 맛이죠" 부산대 럭비부 박진만(28) 코치가 말했다. 지난 5일 오후 부산대 넉넉한 터. 수업을 마친 체육교육과 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갑자기 떨어진 굵은 빗방울에도 "어이 어이" 우렁찬 함성소리로 운동은 시작됐다. 부산대 럭비부 선수들은 내달 6일의 전국체전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다.
부산대 럭비부는 지난 1982년 전국체전 참가를 위해 해양대와 함께 창단됐다. 부산대와 해양대 럭비팀은 럭비특기생이 단 한 명도 없는 전국 유이(有二)의 아마추어 럭비팀이다. 현재 부산대 럭비부 체육교육과 학생 24명과 코치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체육교육과 학생들만 뛰라는 법은 없지만 일반 학생들이 하기에는 힘든 운동인 것이 사실입니다. 외부에서 문의가 오지만 동아리로 알고 오는 분들이죠. 럭비부는 단순 동아리가 아니라 부산시체육회에 등록되어 지원을 받는 정식 선수들이고 부산시 대표입니다."
럭비부 인원은 대부분 선배들이 후배에게 권유해 충원한다. 코치는 럭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신입생들을 받아 럭비선수로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해양대와의 시합에서 30년간 단 한 번도 지지 않아 매년 부산 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했어요."
선수들은 전국체전 예선전의 출전권을 얻을 경우 부산시체육회로부터 연간 1천만원의 지원을 받는다. 부산대 체육부와 럭비부 동문회의 보조금도 있다. 예산은 유니폼, 비품, 하계훈련비용 등으로 사용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월급을 줘야하는 전문적 감독을 영입하기는 어렵다.
현재 부산대 럭비부를 2년째 맡고 있는 박 코치는 체육교육과 04학번 선배다. 내달의 전국체전에 대비한 각오를 묻자 3학년 박민수 선수는 "어릴 때부터 럭비를 해온 프로팀, 실업팀을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최선을 다해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답했다. 신입생 공병훈 선수도 "처음하는 스포츠라 재미있다" 며 "신입생이라 뛸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배우고 싶다"며 "이왕이면 1승하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을 느낀다. 4학년 김상록 선수는 "임용경쟁 시험이 두 달도 채 안 남았는데 하루 2시간씩 운동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박코치는 제대로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대운동장이 내년 2월까지 공사로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이때문에 넉넉한 터에서 운동하고 있는 부산대 미식축구 동아리와 운동 시간이 겹쳐 운동장을 반씩 나눠 사용하고 있지요."
연습 상대가 없는 것도 문제다. 현재 부산의 럭비팀은 대학팀 2곳, 중학팀 2곳, 고교팀 1곳으로 모두 5팀이다. 부산체육고의 럭비부가 한 번씩 연습 상대가 되어 주기도 하지만 서로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부산대 럭비부 OB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한 연습상대가 되어준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30년째 럭비를 계속하는 이유를 묻자 선수들은 "재미있고 매력적인 스포츠"라고 입을 모았다. 3학년 박민수 선수는 "한국에서 많이 하지 않는 스포츠를 한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2006년도 동메달을 딴 전국체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신입생 공병훈 선수도 "전혀 모르던 스포츠였는데 할수록 재미있다"면서 "졸업 할 때까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럭비는 7인제와 15인제 경기가 있다. 럭비와 미식축구를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둘은 엄연히 다른 스포츠다. 박 코치는 "럭비는 미식축구에서 사용하는 숄더 패드나 헬멧 같은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맨몸으로 하는 운동이며 패스를 앞으로 할 수 없고 뒤로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7인제 럭비가 오는 2016년 하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에서도 럭비가 활성화 될 날을 기대해 본다. drizzle1219@gmail.com
이슬비 독자리포터
부산대 국어교육과 3년
첫댓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열심히 하는 선수와관계자 모두에게 박수를보냅니다. 하지만 럭비하는 아들을 둔 부모입장 에서는 우리아들들이 더이상 비오는날 진흙밭을 뒹굴며 투혼을 불사르는 슬픈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