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와테이, 정동화, 혹은 사운드 마이스터
‘재일교포 뮤지션’ 정도로만 알려져 있는 토와테이는 국내에서 너무나 저평가되어있는 인물이다. 테크노, 혹은 일렉트로니카 장르가 주류 댄스뮤직과 조금도 구분되지 않는 한국적인 음악 현실 속에서 과소평가된 인물인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류이치 사카모토와 비교될 수 있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제왕이다.
토와테이는 도쿄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이다. 그의 이름 ‘토와테이’는 그의 본명인 ‘정동화’를 일본식으로 읽어 성과 이름의 순서를 바꾼 것이다. 그는 1987년, 뉴욕의 디자인 명문학교인 파슨 디자인 스쿨로 유학했다. 그리고 학업과 함께 뉴욕 언더그라운드 클럽에서 정글 DJ 일을 겸임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뮤지션들과 함께 미국인, 러시아인, 그리고 한국계 일본인으로 이루어진 전대미문의 다국적 밴드 Deee-Lite를 구성하게 된다.
Deee-Lite – Groove is in the heart
1990년 발표한 그들의 데뷔 앨범 "World Clique"에 수록된 넘버 'Groove Is In The Heart'는 아직 하우스의 전성기가 다가오기 이전인 그 시대에 놀랍게도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4위, 그리고 댄스 차트에서 1위, 영국 싱글 차트에서 2위를 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내며 앨범은 멀티 플래티늄을 기록하는 성공을 한다. 당시 한국의 신문에도 “한국인 최초 빌보드 싱글 차트 4위”라는 제목으로 화제가 됐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12년이나 된 'Groove Is In The Heart'가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클럽가에서 아직도 밤마다 울려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댄스 하우스의 성경과도 같은 고전이 된 'Groove Is In The Heart'를 만들어낸 토와테이는 1995년 류이치 사카모토의 조언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한다. 첫 번째 솔로 앨범인 'Future Listening'은 1997년 프로디지의 전미 석권으로 테크노 붐이 일어나기 이전부터 테크노의 교과서적인 앨범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앨범에 참여한 화려한 게스트진만 봐도 토와테이의 음악적인 지위를 알 수 있다. 일본과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일본 밴드인 피치카토 파이브의 보컬 노미야 마키, 보사노바 재즈의 거장 조아오 길베르토의 딸인 베벨 길베르토가 객원 보컬로 참여하고 있으며 테크노와 보사노바의 퓨전을 시도한 'Technova'는 류이치 사카모토를 비롯한 수많은 아티스트들로부터 찬사를 얻어냈다.
또한 그는 단순히 테크노-일렉트로니카 계열의 아티스트들로부터만 환영을 받은 것이 아니다. 인기 힙합팀 정글 브러더즈, 모즈 데프, 그리고 올드스쿨 시절부터 지금까지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힙합계의 거인 비즈 마키에 이르는 위대한 힙합 뮤지션들도 그의 앨범에 자신의 그루브를 선사한 바 있다. 그러한 힙합 뮤지션들과 작업한 두 번째 앨범 "Sound useum"에서는 호주의 마돈나라고 불리우는 카일리 미노그가 피춰링한 놀라운 싱글 'German Bold Italic'이 MTV를 중심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1999년 앨범 'Last Century Modern' 에서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오랜 동료, 옛 YMO의 멤버였던 하루오미 호소노, 일본 최고의 여성 보컬리스트 UA와 차라 등의 화려한 게스트 라인업이 짜여졌고, 그의 아시아적이면서도 세계적인 느낌의 선율로 일본 본토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얻어내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의 세계 음악계에서의 영향력은 그들과 함께 작업한 뮤지션들의 명단을 읽는 것 만으로도 그 위력을 느끼게 된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Rap The World' 앨범에서는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았고, 영화'어둠 속의 댄서'의 주인공인 가수 비욕(Bjork)의 앨범에서는 리믹스와 프로듀싱을 맡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 R&B 밴드 엔 보그와(En-Vogue)의 협연, 커트 코베인이 미국에 소개한 것으로 유명한 일본 여성 3인조 밴드 쇼넨 나이프의 프로듀서로 활동하기도 했다. 음악적으로 까다롭기로 소문난 아일랜드의 여성 싱어 시네이도 오코너 역시 그와 함께 작업한 아티스트의 명단에 올라와 있는 것을 살펴본다면 그는 단순히 ‘재일교포 뮤지션’이라는 꼬리표로 설명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일본내에서 살며 전세계적으로 앞선 음악을 전파하는 위대한 아티스트인 TOWA TEI, 정동화..
그의 여권엔 한국이름 정동화와 대한민국 이라는 국적이 또렷이 적혀져 있다. 테크노 와 일렉트로니카 가 댄스음악과 전혀 구분이 없는 우리나라 음악적 현실 때문에 우리는 10여 년 전부터 그가 외롭게 이루어내고 있는 실로 대단한 음악적 업적들을 알고자 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동화…그는 이미 10여년 전에 대한민국 4강을 이루어낸 위대한 아티스트이자 사운드 마이스터이며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자료제공 : FLUXUS Mu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