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전〉〈대웅보전〉: 지금 우리가 사는 현세의 부처님인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전각입니다. 위대하고 큰 영웅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집이란 뜻입니다. 수많은 부처님 가운데 그분을 으뜸으로 치는 건 우리가 지금 공부하고 수행하는 불교를 창시한 분이 석가모니 부처님이니까요. 당연히 한국절에서 가장 많은 전각도 대웅전인데, 이건 임진왜란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나쁜 왜군이 조선의 수많은 절들을 불태웠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스님들은 새로 지은 집에 대웅전이라는 현판을 많이 달았답니다. 그래서 형편이 어려운 작은 절들은 모셔진 주불과 상관없이 대웅전이라는 이름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석가모니 부처님은 어떻게 알아보냐구요? 부처님이 비슷비슷한 모습이라 대개 손 모양을 보고 구분하는데요, 석가모니 부처님은 보리수아래서 깨달음을 얻을 때 마구니들을 물리치기 위해‘항마촉지인’이라는 걸 해서 오른손 중지가 땅을 향하고 왼손은 배꼽아래 놓은 모습입니다. 경주 석굴암 부처님도 이런 모습이죠. 불상의 모습은 다음 기회에 더 자세하게 설명해 줄게요.
〈대적광전〉〈대광명전〉〈광명전〉〈비로전〉: 연화장세계의 주인인 비로자나 부처님을 모신 법당. 비로자나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두루 비춘다는 의미로 대적광전, 대광명전이라고도 불러요. 비로자나 부처님은 대개 오른손으로 왼손검지를 움켜진 모습입니다. 얼마전 해인사에서 쌍둥이 비로자나부처님이 확인돼 화제가 되기도 했죠.
〈극락전〉〈무량수전〉〈미타전〉: 극락세계를 관장하는 아미타부처님을 모신 전각인데요, 한국에선 대웅전 다음으로 흔하게 볼수 있어요.‘ 무량한 수명과 무량한 빛으로 중생을 비춘다고 해서 무량수전이구나’라고 생각하면 돼요. 극락 중생들에게 법을 설하는 부처님이니 모양은 설명할 때 손을 들고 강의(?)하시는모습이 대부분입니다.
〈약사전〉: 약사여래를 모신 전각인데 현생의 고통 중에 가장 힘든 게 아픈거죠. 몸이 아플때 약을 주는 분이 약사니 약사여래가 얼마나 중생들의 사랑을 받았겠어요? 주로 약병을 손에 쥐고 있습니다.
〈관음전〉: 약사부처님 만큼이나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관세음보살을 모신 전각입니다. 중생의 고뇌를 씻어주는 관음보살은 버드나무가지나 정병을 들고 있는 모습이 많습니다. 천개의 손, 천개의 눈을 가진 관세음보살은 어디서나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대자대비의 화신이라 〈원통전〉〈대비전〉에도 계십니다. 보관을 쓰고 있어 쉽게 알아 볼 수 있어요.
〈미륵전〉〈용화전〉〈자씨전〉: 지금 삶이 힘든 중생들을 구해줄 미래의 구세주 미륵부처님을 모십니다. 용화세계에 살고 계시는데 미륵의 한문표기인 자씨를 집이름으로 쓰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금산사의 미륵전이 유명한데, 불교가 아닌 무당들에게도 각별한 부처님입니다.
〈팔상전〉〈영산전〉: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곳이라는 점에서 대웅전과 같지만 석가모니부처님의 일대기를 8가지 모습으로 구분한 그림이나 조각상을 모신 집입니다. 법주사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목탑형식의 팔상전이 유명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설법하는 영산회상도를 모신 전각도 있습니다.
〈명부전〉〈지장전〉〈시왕전〉: 지장보살을 모신 전각인데 지옥에 있는 중생들을 구제하겠다는 의밉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이름과 생일이 적힌 위패(명부)를 모아놓은 집인데 지옥의 재판관 격인 시왕님들을 함께 모시고 있어 시왕전이란 이름도 있습니다.
〈응진전〉〈나한전〉: 두 곳 모두 부처님의 제자들을 모신 전각입니다. 중생의 소원을 좀 더 가까이에서 들어 주는 분들입니다. 아무래도 교장선생님보다 담임선생님이 덜 부담스럽고 친근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16제자를 모신 곳은 응진전, 500제자를 모신 곳은 나한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 봉선사엔 산신각 북두각 독성각이 한 집에 각 한칸씩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불타지 않고 유일하게 남은 봉선사의 유일한 전통건물이다.
전통과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절집
이제‘00전’이 아니라‘00각’으로 불리는 집들을 살펴볼까요. 각(閣)의 의미는 문과 벽이 있는 작은집인데 절의 곁다리에 있는 부속건물 쯤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삼성각〉: 산신과 칠성신 독성님을 한데 모신 집입니다. 토속신들인데 이들 을 따로 모시면 산신을 모신〈산신각〉, 수명을 관장하는 북두칠성신을 모신〈칠성각〉, 혼자 깨달은 나반존자를 모신〈독성각〉이 됩니다.
〈장경각〉: 말 그대로 경전을 모아둔 집인데 해인사에 유명한 팔만대장경이 장경각에 보관돼 있죠.
〈조사전〉〈국사전〉: 선종사찰에서 유명한 스님들의 모습과 나라에서 임명한 국사들의 모습을 모신 전각입니다.
〈설법전〉: 말 그대로 스님과 신도들이 공부하고 설법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설법하는 강당은 벽과 문이 없는〈보제루〉〈법왕루〉같은 누의 형식이 많습니다. 범종이나 북을 달아 놓은 종루도 지붕만 있고 문과 벽이 없어요.
이 밖에 집의 용도에 따라 스님들의 숙소인〈요사〉〈승방〉, 밥하는〈공양간〉, “웩~”냄새 나는〈해우소〉등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