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에서......
강진군 녹색문화대학의 농촌관광과정, 농산물발효과정, 농업ceo과정, 친환경한우과정 등 4개 과정에서는 지난 9월 26~27일 1박2일 일정으로 서울대학교 및 농업현장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첫날 현장학습은 서울대학교다. 강진군 녹색문화대학은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과 MOU체결로 평생교육과정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서울대 농생명과학대 김성일 교수가 학장이다. 교육 프로그램은 각 과정별 주임교수 강의와 강사초빙 강의, 및 현장 학습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이번 일정은 현장체험 학습의 장으로 열렸다.
9월 26일 새벽 6시 30분 강진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한 녹색문화대학생들은 낮 12시에 서울대학교에 도착했다. 서울대학교 농생명대에 있는 구내식당의 이름은 두레미담으로 농협에서 직영하는 식당이다. 우리 강진군 일행이 많아서인지 식권을 탔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다 들어갔다. 나이 지긋해 보이는 농촌 아저씨 아줌마들이 서울대 구내식당에서 밥 먹는 기분은 그렇다. 주변을 둘러보며 머리 좋을 것 같은 서울대 학생들의 모습을 둘러보며, 저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하는 기분. 내가 그러니 모두가 그럴 것처럼 보인다. 뷔페식 점심을 먹고 곧바로 이어진 일정은 강의시간이다. 강진군 녹색문화대학 학장을 9년 동안 맡고 계신 김성일 교수님의 뒤를 따라 머리가 희끗희끗한 학생들이 줄지어 따라갔다. 서울대 학생들이 수강한다는 널따란 강의실이다. 하지만 4개 과정 수강생들이 꽉 채워지자 조금은 더웠다. 그러나 중앙냉방식이라 28도 이하면 에어컨이 안 된다는 교수님의 말씀이다. 더위보다도 더 밀려오는 것은 식곤증이다. 점심을 먹고 난 직후 오후 1시부터 시작된 강의시간은 졸음이 당연 오는 시간이다. 제목은 ‘환경과 사회’ 다. 우리나라 1인당 소득은 26,205달러로 고소득 국가에 속하고, 무역규모는 세계7위, 유엔 인간개발지수는 15위, 국내총생산은 세계 14위,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이라고 한다. 아! 대한민국, 이 나라에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생태계란, 먹이사슬의 순환과정으로 먹이사슬이 깨지면 인간이 살 수 없다는 조건이 된다는 이론이다. 그러한 곳은 결국 빈곤의 나라로서 나무가 없다. 그곳이 어딘가? 우리의 반쪽 북한이다. 우리나라는 2026년 초고령화 사회가 된다. 65세 이상이 20.8%가 된다. 노인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젊은이들의 고충이 느껴지는 말이다. 이어진 강의는 이소윤 다큐멘터리 작가 강의다. 김견명이라는 이름, 그는 삼국유사를 쓴 승려 일연이다. 우리나라 역사 스토리를 남긴 일연은 고종 23년에 팔만대장경을 만드는 일에도 참여했다. 삼국유사에는 단군이야기를 비롯해 가야 발해이야기 등 역사이야기를 다뤘지만, 무엇보다도 당대최고의 혈통을 알 출신으로 기록한 것이다. 태양이 하늘을 숭배하는 민족에게 새는 영험한 동물이었다. 따라서 땅으로 내려온 왕들을 알에서 태어났다고 하는 이유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매개로 새가 알에서 태어난 것과 같이 천명을 받고 내려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일연은 삼국유사를 통해 역사적 자부심을 갖게 한다는데, 한 번 가고 또 가게 되는 이유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승려인 일연은 불교전문서가 아닌 세상의 이야기를 남겨 역사를 통해 미래를 알려준다. 서울대에는 조선왕조의 도서관이라 불리는 규장각이 있다. 정조임금이 설치했다는 규장각은 일제강점기에 빼앗겼다가 광복 후 인수하여 서울대학교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곳에 있는 조선왕조의 각종 자료들을 살펴보자니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며, 수백 년 전에 쓴 선조들의 필적에서 감동의 전율이 느껴진다. 박물관에서도 마찬가지로 조상들의 숨결이 잔잔히 물결치듯 전해온다. 전체 일행은 서울대 입구에서 과정별 단체사진을 찍고 농촌마을 현장으로 향했다.
▶우수 농촌체험마을을 찾아.......
농업CEO와 농촌관광 2개 과정 55명은 전북 익산시 웅포면으로 향했다. 이 마을은 산들강 웅포마을이다. 우리가 도착한 때는 벌써 어두컴컴해진 시간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한 2013년 농촌관광 활성화를 위한 평가에서 경관서비스, 체험, 숙박, 음식 등 4개 부문에 걸친 모든 부문에서 별5개를 받았다니, 무엇이 달라도 다를 것이다. 일단 강의실에 가방을 내려놓고 저녁을 먹기 위해 200미터 정도 걸었다. 가로등이 켜지지 않은 캄캄한 시골길이다. 명태와 꽃게를 넣어서 끓인 매운탕이 기다리고 있다. 저녁을 먹은 후 주임교수인 송경환 교수님의 강의가 시작됐다. ‘농촌 관광리더와 조직운영계획’ 교육은 항상 샤워하는 거와 똑같다고 한다. 산들강 웅포마을이 모든 분야에서 우수 평가를 받은 것은 뭔가 차이가 분명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로를 알기 위해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수강생 중에는 귀농하신 분들도 많다. 귀농하려고 한국농업전문학교를 다니면서 늙었지만 상록수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온 분도 계셨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게 농업의 길. 한우 50두를 키웠으나 돈이 안 되고 힘들어 접고 닭 30마리를 키웠으나 진돗개가 다 물어 죽였단다. 다시 농업기술센터 힘을 얻어 닭을 키우기 시작해서 식당까지 차렸다는 분은 능동적으로 살다보니 역전되는 삶을 살게 되고 귀농인의 귀감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고 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칠량면으로 이사와 2년간 손가락만 빨았다는 분, 올해 처음 수익을 내고 현재 아로니아나무 천주 심어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7년 전 남편과 함께 세 식구 남편고향으로 이사 오신 분, 올해 양파 900자루 출하해서 돈 한 푼 못 받다가 누군가 파출소에 신고해보라 해서, 파출소 가서 말해보니 그런 사람 수두룩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결국 파출소장이 전화하니 자신도 양파 못 팔고 모두 썩었다며 위로금으로 100만원 보내왔다는 분도 그러나 밝은 목소리다. 그런가하면, 농사 3년차인 분은 첫해 양파농사에 손해를 본 후 다음해 양파즙으로 지인들에게 판매해 보니 괜찮았고 올해도 양파가 없어서 못 팔았다고 했다. 생산에서 가공 판매까지 하라 하는데, 농민으로써 막연하지만 교수님 말에 인식 바꿔 도전을 해볼 생각으로 쫒아 다닌다고 말했다. 언덕빼기 울타리라는 농장이름을 짓고 단감재배에 열심인 분은 브랜드명을 지을 때 조언 얻어 전국적인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농원이름을 잘 생각해 지으라는 조언도 해준다. 또 염소 키우시는 분은 갑자기 불이나 염소가 모두 타버리는 등 귀농인들의 정착이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체험장을 운영하는 분은 4년 넘으면 귀농인이 아니다며 스스로 내려와서 집짓기 등 안해 본 일이 없다고 했다. 귀농은 꼬셔서 오면 절대 안 되고 절대 본인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모두들 녹색문화대학에서 농업에 길을 찾고 있는 것은 똑같았다.
다음날 아침, 웅포면 김영택 자치위원장으로부터 이곳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다. 이 분의 요지도 “모든 것은 사람이다”다. 리더는 언제나 흐르는 물같이 맑아야 하고 저울같이 공정하여야 한다는 말의 한자어 <정여수 평여형> 이라고 했다. 회의를 통해 많은 것을 풀어 나왔다는 어려웠던 지난 과정들을 솔직하고 생생하게 전달해주었다. 결국 가장 어렵고 힘든 점도,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점도, 가장 무서운 점도도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찾은 농업현장은 충남 서천군 회양면 달고개 모시마을이다. 편하게 앉는 회의장 테이블에 먼저 송편재료들이 놓여졌다. 한차례 즐겁게 모시송편을 만든 후 그 자리에서 어머니들의 손길이 담긴 뷔페식 점심을 먹었다. 이 마을의 특징은 거의가 나이드신 어머니들이 일한다는 게 특징이다. 마침 오늘이 면민의 날이어서 한잔 마시고 왔다는 얼굴이 발그레 한 어르신이 앞에 섰다. 이름은 양만규씨다. 한산모시가 유명한 지역인 만큼, 자원을 무엇으로 삼을까 고심하다 모시로 사업을 시작했단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잔치하는 마을이어서 떡을 한 것으로 처음에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 7명만 시작했지만, 나중 자기들끼리 다해먹는다고 해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마을 전체가 떡을 함께 하고, 언제나 함께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마을이다. 어르신은 머리 위로 두 손을 얹으며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그 표현으로 한마음이 되었다는 이곳 달고개 모시마을이다. 이와같이 마을만들기 지도자는 마을주민의 의견과 도시주민의 욕구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 자질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일의 추진에는 두 파로 나누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이해관계 조정능력이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 성공한 마을에는 끊임없는 설득과 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