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코비 브라이언트에 관한 이야기를 보다가 문득 농구 생각이 났다.
기본적으로 나는 농구를 아주 싫어한다.
공을 던져넣어 점수를 얻는 점은 아주 재미있는 요소이긴 하지만
내가 농구를 싫어하는 것은 바로 폭력성과 불결함 때문이다.
몸싸움이란 말을 공식적인 용어로 할 만큼 폭력적인 운동이고
반칙을 5번이나 할 때까지 가벼운 페널티만으로 용서를 해 준다는게 납득 불가이다.
게다가 남들과 살 닿는걸 극도로 싫어하는 나로서는 땀에 범벅이 된 사람들과 몸 닿는게 끔찍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나는 예전에 어쩌다 농구를 하게 되면
184의 큰 키에 멀찍이서 3점슛(은근히 정확도가 높다)을 던지는 기이한 플레이를 하곤 했다.
행당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 시절, 우리 학교에는 농구부가 있었는데
전국대회 4강 내지 8강 정도의 실력이었다.
농구부 예산이 없어서 학교에서는 예산마련을 위해 학생들에게 우유와 어린이 신문을 강매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집이 형편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1등하는 학생이니 당연히 우유와 신문을 모두 팔아주었다.
국민학교 때로 반에서 키가 제일 컸었는데, 그때는 농구를 별로 싫어하지 않고 곧잘 했었다.
농구부 코치는 나를 찾아와서 농구해보자고 스카웃 제의까지 했었는데
하지만 난 그때 단호하게 거절했다. 왜냐하면 난 공부로 1등이었으니까.
고등학교 시절에는 내가 농구를 끊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나와 이과 전교 1, 2등을 다투던 정기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우리반 반장이었다.
체육시간에 농구를 하려는데 한 사람이 부족해서 나는 하기 싫다는 정기를 반강제로 잡아끌어 농구를 시켰는데
그날 정기는 농구를 하다가 크게 다쳤고, 그 후 두 달 동안 목발을 짚고 다녔다.
물론 내가 직접 가해한 것도 아니고, 인과관계도 없지만, 그날 이후 농구를 완전히 끊었다.
사법연수원 시절 체육대회를 하는데 사법연수원 체육대회는 엄청난 행사이자, 열광의 도가니였다.
그건 바로 1등만 하던 사람들, 지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모인 승부사들의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난 우리 반 농구팀 센터로 뽑혀 체육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난 분명히 농구 잘 못한다고 했으나, 사람들은 나의 나이(25세), 키(184), 학력(고려대)만으로 나를 대표로 뽑았다.
서울대의 교기가 팩차기라면 고려대의 교기는 농구였고 사실 법대에는 "우지아" 멤버 등 농구 잘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았지만 어쨌건 자의반 타의반 그 날부터 맹훈련에 돌입하게 되고
불과 1-2주만에 나는 슬램덩크 강백호같은 놀라운 기량 급성장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당시 내가 잊고 있었던게 있다.
몇년전 나는 무릎이 아파 정형외과를 다녔는데, 선천적인 무슨 문제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은 없지만 농구, 등산 등을 많이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맹훈련을 하던 나는 대회 이틀 전에 무릎 통증이 도졌고, 경기에 단 1분도 뛰지 못했다.
우리 팀은 1차전에서 바로 맥 없이 탈락했고 그 탈락의 중심에는 바로 내가 있었다.
그 후로 농구는 게임속의 대상일 뿐이었다.
EA 스포츠에서 출시된 컴퓨터 게임 NBA 시리즈는 무척 재미가 있었다.
그때는 실제 농구를 하지도, 보지도 않았지만 게임속의 캐릭터인 농구선수들을 쭉 꽤고 있었다.
그때가 아마도 10년 남짓 이전이다. 법무관 시절 무료한 삶을 하루 3-4시간 정도는 컴퓨터 게임을 했으니까.
그러다가 오늘 우연히 NBA 득점랭킹 20걸을 보게 되었는데
18명은 이름조차 처음 들어본다.
코비 브라이언트와 르브론 제임스만 이름을 알 뿐이다.
얘들도 이제 많이 늙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