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마치 봄비 같은 겨을비가 내리는 이른 새벽이다. 겨울이지만 오늘은 영상 5도여서 춥지 않을 뿐더러 속이 비치는 투명 우산을 쓰고 걷는 나는 어쩐지 몸과 마음이 푸근해져 온다.
걷는 운동이 끝나도 여전히 그 어둠은 사라지지 않은 아직도 여전히 새벽이다.
최근의 내 취미는 '쓰레기장 뒤지기'이다.
나는 쓰레기장을 어슬렁거려보다 눈에 띄는 것이 있나 눈여겨 보기도 한다.
참, 재미있다. 쓰레기장을 뒤지다 음식 쓰레기 냄새가 코를 확 훑고 지나가서 음식통의 두껑을 살그머니 올려보면, 괜히 마음이 움찔해진다.
'어휴 저 비싼 '샤인 머스크 ' 두 송이나 버렸구먼, 아까워!'
누구네 집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집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비싸다는 그 포도송이도 그리고 노란 바나나 몇 송이도 아무렇지 않게 음식통 속에서 널부러져 있다.
나는 아까운 마음을 잠재우며 통 두껑을 탁 닫고 돌아선다.
그리고, 또 '리사이클'이라고 씌어있는 철재 지붕 밑으로 들어선다.
"아휴, 또,,,,,!"
여러 가지 종이랑 박스 나부랭이들이 엉켜 지맘대로 쌓이기도, 흩어져 있이 맘이 어수선해져 온다.
그런데, 그 중에서 보석 같은 책을 발견한 것이다.
몇 번이나 읽었지만 그래도 아직 벗어나지 못한 '어린 왕자'가 떡하니 머플러를 목에 휘감고 서 있는 책 표지의 어린 왕자의 의젓한 자태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세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 용감한 로빈 후드이 모험,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이 개츠비는 영화로 본 적이 있지만, 또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런 책들은 서점에서도 만원 이상을 주어야 살 수 있는 외국 고전 소설이다.
'횡재구먼!'
이래서 나는 요즘 자꾸 쓰레기장을 뒤적이게 된 탓이다.
아까운 음식쓰레기를 보며 아껴야 하겠다는 마음 자세와 더불어 보석 같은 책을 만나기 때문이다. 비록 음식은 나랑 크게 친해질 순 없지만 책은 언제나 반가운 모습으로 나를 반겨준다.
또 있다. 한 쪽만 글을 쓰고 그 반대쪽은 하얀 백지로 남은 A4용지가 수북하다. 이것들은 차곡차곡 모아 이면지로 활용하면 무엇보다 쓰임새가 수월찮다.
나는 쓸데없이(?) 수학이랑 영어를 공부하게 된 탓에 종이가 무지무지 많이 필요하다, 공책을 사서 쓰면 되겠지만, 그것도 제법 내 용돈을 갉아 먹어서 어쩌면 좋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아낀다'는 것은 생활에서 찾아보면 참 재미있는 활용법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쩨쩨하고 구질구질하다 생각하겠지 모든 사람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