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할 만한 공포가 일본 열도를 휩쓸고 있다.
꽃봉오리가 피어오를 봄철 좋은 날에 갑자기 공포의 날벼락이 덮쳤다.
붉은 매직펜으로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46분으로 표시한다.
일본 동북부 미야기(宮城)현 부근 해저에서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지구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갔다. 일본 기상관측 역사상 최대의 지진일 뿐만 아니라, 20세기 이후 세계 역사상 5번째 크기라는 것.
진앙지는 센다이 동쪽 135km 지점. 10m 높이의 쓰나미는 일본의 태평양 해안을 뒤덮고 순식간에 마을을 삼켜버렸다. 선박과 차량, 건물이 바닷물에 휩쓸리면서 육지에 얹히기도 하고 바다 위에 떠다니곤 했다. 도로가 사라지고 공항이 폐쇄되며, 곳곳에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정유소, 제철소를 가리지 않고, 원자력발전소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망 및 행방불명자가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다. 이미 1000명을 넘어서고 있다는 보도. 영화 '해운대'가 현실로 살아나는 느낌.
신칸센 운항이 중단되고, 통신이 두절되며, 440만 가구의 전기가 끊어졌다. 가까운 센다이 공항은 침수되고, 400km 떨어진 도쿄의 나리타공항은 폐쇄됐다. 도쿄 시내 여기저기 화재가 발생했다. 일본 열도 전체를 뒤흔들어 놓은 것이다.
해일은 시속 600km의 진파로 뻗어나가 쿠릴열도, 필리핀, 뉴질랜드, 하와이 등 태평양 연안을 타격할지도. 하루가 지나면 진파는 남미 칠레까지 도달할 수 있다. 일본은 태평양 전체 연안국들에 대해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한국 울릉도에서는 진동을 약간 느꼈으나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일본 역사는 지진과의 전쟁의 연속이다. 1995년 한신(阪神)지진은 규모 7.3으로 6300명의 사망자와 130조원의 재산피해를 가져왔다. 지진 대비를 잘하는 일본에서 큰 피해를 입은 것은 활성단층 지진 때문이었다. 1923년 간토(關東)지진은 규모 7.9로서 17만9000명의 사망자를 냈다. 흉흉한 인심은 조선인 대학살로 이어졌다.
근년 들어 지구상 지진은 강도가 커져가는 추세. 2010년 2월 칠레 지진은 규모 8.8 강진으로 800여명의 사망자를 냈다. 2010년 1월 아이티 지진은 35만명의 사망자를 냈고, 국토의 1/3을 초토화시켰다. 2008년 중국 쓰촨성(四川省) 지진은 사망자 8만7000명을 발생시킨 규모 8.0의 강진이었다. 2004년 연말 인도네시아 쓰나미는 규모 9.2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인도네시아(24만명), 인도, 스리랑카, 태국 모두를 포함해 30만명(나중에 54만명으로 발표)이 사망했다.
이번 일본 지진은 2011년 2월 340명의 사망자를 낸 규모 6.3의 뉴질랜드 지진보다 5600배 강하다고 한다. 1995년 한신 지진보다는 180배 강하고. 규모 1이 증가할 때마다 32배 강력해지니 규모 7보다는 1000배 강하다는 뜻이다. 서기 79년 폼페이 시를 집어삼킨 베수비오 화산은 그 규모가 어떠했을까?
일본이 아무리 부자 나라라고 해도 어려울 때는 도와줘야 한다. 도시 전체가 화재로 타들어가는 광경을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다. 시체가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는 아비규환의 마을을 상상해보라. 인재에 해당하는 구제역은 예방할 수 있을지 모르나 자연의 분노인 지진이나 화산은 예방할 방도가 없다. 순응하는 것이 예의범절이다. 사람끼리 고통을 나눠야 한다.
9.11테러로 세계무역센터가 허무하게 녹아내리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깨달았을 것이다. 인간이 너무 연약하다는 걸. 바이블 판매가 증가했다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었는지도. 서울역에서 전도서를 나눠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그린닥 johnyksu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