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3일에
수세미와 호박씨앗을
상토에 넣어놓았는데,
엊그제부터 상토가 갈라지는 듯하더니,
어제 쑥 고개를 들었다.
한 열흘쯤...걸리는가 보다.
싹이 안 날때,
나는 자꾸 흙을 들춰보고 싶다.
혹시 씨앗이 썩은 것은 아닐까???
4월5일에 넣은 옥수수 씨는
그제부터 조금씩 얼굴을 내밀더니
오늘 아침에 나가보니 쭉 나와있다.
아주 조그맣게.
얘네들은 호박이랑 수세미보다 좀 더 일찍 나왔다.
얘네들은, 종묘사 아저씨가 주신 소독한 씨앗이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나란히 나와있다.
나의 태도는 얘네들은 당연히 잘 나올 줄 알고
그냥 기다리기만했지,
우리 집에서 받은 씨앗만큼 마음을 쓰지는 못했다.
땅콩모종은 조금 늦는가...보다.
4월5일, 옥수수랑 같이 했는데
이제 흙이 갈라지고 있다.
이제 움이 트는가 보다.
언제쯤 얼굴을 내미려나?
얘네들은 이집저집으로 시집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잘 나와야 할 터인데,
가끔은 물을 너무 많이 주어서 죽은 것을 아닐까?
혹시 땅콩 씨앗이 병든 것은 아니었을까?
아주 가끔...흙을 살짝 뒤집어 보기도 한다.
썩었을까봐...
잘 움트고 있다.
움트고 있다는 것은,
씨앗이 죽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형체가...어그러지고
새로운 것으로 태어나는...
부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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