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보면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도 조금씩 들어가게 되는데 그러기엔 제가 밝혀야 할 이야기들이 나태한 청춘에 관련된 것이기에 너무 창피해 쥐구멍에 숨고싶네요.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공부를 하긴 했는데 성과는 없는 그런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친구의 소개로 1년 기간제근로자로 일하다가 고용노동부의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사무직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력서를 아무리 내도 연락오는 곳은 극히 드물었고 준비가 부족한 탓인지 매번 실패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에게 질문을 던져 봤습니다. '그래 나는 여성에다가 20대 후반, 사무직을 해서 내 노후를 마련할 수 있을까?' 그러나 제 자신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So So~'였습니다.
그럼, 뭘 먹고 살아야 하지? 그래, 돈 관리하는 회계과목을 배워 관련직종에서 일하면 최소한 배는 곯지 않겠다!
내일배움카드라는 제도를 이용해서 내 능력도 키우고 보는 안목도 키워서 성공적인 취업을 하자! 이렇게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전산회계1급 자격증만 생기면 어디든 취업할 수 있겠지? 이렇게 말이죠.
일단은 HRD홈페이지에서 학원찾는 일부터 했습니다. 처음에는 빨리 시작하는 곳으로 들어가자 마음먹었지만 고용노동부 담당자분의 진중한 권유로 학원탐색과정을 다시 하기 시작했고 청주에서 제일 유명하고 합격률이 좋다는 강선생회계학원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2) 목표설정과 시험준비과정
사실 처음 목표는 전산회계1급 자격증이었습니다. 하지만 교육과정이 시작되고 시험까지는 너무 촉박한 시간이 주어져서 케이랩실기를 별로 다뤄보지도 못한 채 시험장에 가게 됩니다. 근데 욕심은 많아서 세무2급까지 시험을 보고 오게 되었습니다. 시험장을 둘러보니 다들 저보다 어린 고등학생부터 20대초중반의 연령대가 많이 보였고 시험시간에 왜 이렇게 계산기와 키보드를 타닥타닥 치는 건지 위압감도 심했습니다. 시험삼아 보러 간 시험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온 계기가 되었습니다.
학원에서 나눠주었던 계정과목을 외우고 분개숙제를 하던 과정이 다 우리에게 피와 살이되게 하는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 다음부터는 제 목표가 아니었지만 회계관리2급과 FAT1급(덩달아 그 밑단계인 FAT2급도 신청해봤다) 준비를 하게 됩니다.
회계관리는 문제은행식이고 윤영석선생님께서 친절히 알려주셔도 처음에는 너무 버거워서 집에오자마자 노란색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으며 문장을 정독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에서 틀린답을 고르시오. 이러면 맞는 보기들을 형광펜을 치면서 맞는 문장을 끼워맞춰 암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열심히 한 것은 아니고 시험이 다가오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머릿 속으로도 더 쏙쏙 들어오게 된 것 같습니다.
잘 안풀리고 모르는 문제는 따로 사두었던 문제집의 문제들 중 비슷한 문제를 찾아서 선생님께서 풀어주신 방법으로 이면지에 풀고 또 풀었던 것 같습니다. 모르겠으면 단체카톡방에 선생님께 여쭙고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회계감각이 뛰어난 친구에게도 카톡으로 많이 물어보고 배웠습니다. (귀찮게해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회계관리 문제를 푸는 것은 FAT의 이론부분과 어우러졌고 FAT실기부분은 수업시간 모의고사와 기출문제를 바탕으로 연습했습니다. 수업시간 헤매고 있으면 선생님께서 친절히 알려주셨었는데 이 과정들이 없었다면 제가 사놓은 문제집만 보고는 절대 혼자 진도를 못 나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험 이주 전부터는 학원이 끝나서 집에와서 씻고 밥을 먹은 뒤 무조건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스탠드 불빛에 연필을 맡기고 FAT문제집을 펼쳐 수많은 영수증문제들을 보면서 일반전표부터 매입매출전표(부가세포함인지 아닌지, 과세유형은 어떤 것에 해당되고 분개유형과 거래처를 주의해서 걸어야 한다!)를 보며 분개하는 연습을 별도로 했습니다. 밤이 새는줄도 모르고 새벽까지 분개만 하다가 지쳐 잠에 든 적도 있고, 수업시간의 필기를 다시 써보며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느라 손목에 파스도 붙여가며 공부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본 적이 언젠지 참 나태하게 살고있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제가 사놓은 문제집 정독도 끝냈고 학원에서 나눠준 모의고사문제집도 정독이 끝났습니다. 시험날이 다가오자 모르는 문제는 운명이고 내가 아는 것만이라도 다 풀고 가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시험
앞서 전산회계1급과 전산세무2급 시험을 망치고는 오히려 의욕을 불태웠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FAT1급 시험을 딱 보고 든 생각은 아.... 선생님이 답 이거랬는데 .... 이 생각이 딱 드는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아!" 이 소리만 안하면 시험합격한거라고 하셨는데 크크크 나 "아!" 소리냈다.... 망.했.다. FAT2급이라도 붙자! 이래서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FAT2급 문제를 자신있게 풀고 나왔습니다. 우와 부가세문제가 하나도 없고 다 일반전표문제들 뿐이네? 우와~ 100점맞겠는데?
그 다음날 바로있는 시험을 위해 제가 좋아하는 무한도전도 포기하고 커피숍에서 쿠폰으로 산 커피를 우아하게 마시며 빨간볼펜으로 다 못본 모의고사문제들을 풀며 카톡으로 선생님께 여쭤보고 어린친구에게도 물어보며 공부했습니다. 밤까지 새며 아침에는 밥도 안넘어가는 긴장감 속에서 학교에 세시간이나 일찍 도착해서 문제를 보며 다짐했습니다. 이 시험이라도 합격해야해! 그러나 밤을 새고 시험시간이 어중간해서 점점 잠이 밀려왔습니다. 레드불을 마시며 긴장하고 있을 그 때 윤영석 선생님께서 혜성처럼 나타나셔서 제가 시험 전 질문했던 것들을 집어주고 가셨고 그 부분이 운 좋게 시험문제로 나와서 다행히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시간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목표로 했던 전산회계1급도 따서 나갈 수 있었는데 이런 아쉬움도 들긴 하지만 그래도 자격증이 생겨서 너무 기분 좋습니다. 아, FAT1급 어떻게 됐냐구요? 우와~ 어떻게 거래처 실수했나 긴가민가한 문제들이 있었는데 다행히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제 실력이라는 생각보다 한달만에 분개가 뭐예요 회계가 뭐예요 하던 애가 시험장에 들어가서 분개도 하고 더존이란 프로그램도 조금은 볼 수 있는 실력을 갖게해주신 윤영석 선생님의 실력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4) 앞으로의 목표
처음 목표가 전산회계1급이었는데 이젠 전산세무2급이 목표예요. (무엇보다 취업이 우선이겠지만) 다음 내일배움카드로 전산세무1급(자격증)반에 들어와서 강원훈 원장선생님께 훈련받고 있는데, 시야가 더 넓어지면서 취업의 폭이 넓어진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어딜 가서든 그에 걸맞는 실력을 갖추고 깊이있게 배우기를 권장하셨는데 지금은 정보의 바다 위에 떨어진 느낌이 납니다. 시험이 끝나고 리셋된 정보들을 이끌고 낑낑거리며 스쿠버다이빙을 하기 위해 유명한 바다에 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깊다는 가이드의 말을 듣는 것보다 청천벽력의 말이 다 있을까요? 저는 지금도 새로운 용어들의 바다에서 험난하게 헤엄치고 있습니다. 지난 과정처럼 끝날 때쯤이면 편하게 웃으면서 유영할 날이 오길 바라며 오늘도 저의 성공적인 인생을 위해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도 할 수 있어요. 제가 자신감이 떨어지고 하루를 충실히 사는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은 "오늘을 잡아라"입니다. 여러분들도 꼭 이 길이 아니더라도 오늘을 잡으며 살 수 있는 인재가 되시길 바겠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