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계단신
당뇨병과 혈당 강하제
대한민국 최고의 명의가 들려주는 당뇨병
당뇨병과 경구혈당강하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경구혈당강하제는 매우 다양하며, 현재까지 메트포민을 일차 약제로서 권고하는 것 외에 당뇨병 환자에서 우선적으로 추천되는 경구혈당강하제는 없다. 약마다 약리기전 및 약물의 대사/배설 경로가 다르고 부작용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보다 안전하고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경구혈당강하제의 역사
당뇨병 환자에서 소변량이 많고 소변으로 당이 배출된다는 기술(記術)은, 이미 기원전부터 동·서양의 고문서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와 같이 오래 전부터 당뇨병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인이나 치료방법은 알지 못하다가, 1900년대에 들어서야 당뇨병 환자에서 췌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21년 밴팅(Banting)과 그의 동료 베스트(Best)가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리하는 데 성공하고, 인슐린이 당뇨병 발병과 치료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당뇨병 치료는 큰 진척을 보게 되었다.
경구혈당강하제의 역사는 인슐린보다 짧다. 1876년에 살리실산이 혈당을 낮춘다는 것이 보고되었고, 1940년대 초반에는 장티푸스 치료에 이용하던 술폰아미드 항생제의 혈당강하 효과가 밝혀지기는 했지만, 당뇨병 치료를 위해 경구혈당강하제를 임상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1955년 독일 의사 프랑크(Franke)와 훅스(Fuchs)에 의해 술폰아미드 계통의 ‘카부타미드’가 개발되면서부터이다. 다음해인 1956년 술폰아미드에서 항생작용은 없애고 순수하게 혈당강하 작용만 있는 ‘톨부타미드’가 개발되었는데, 이러한 약물을 술폰요소제라 부른다.
술폰요소제는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여 혈당을 낮추는데, 술폰요소제의 발견은 인슐린의 발견 이래 당뇨병 치료에서 중대한 역사적인 일이었으며, 이후부터 경구혈당강하제의 사용이 본격화되었다.
경구혈당강하제의 작용기전
비슷한 시기에 술폰요소제와 달리 인슐린에 대한 반응을 개선함으로써주 혈당을 낮추는 ‘펜포민’이 개발되었다. 펜포민은 비구아니드 계통 약제로서, 간의 포도당 생성을 감소시키고 근육과 지방 조직에서 포도당의 이용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펜포민이 부작용으로 치명적인 유산증을 흔히 유발함이 알려져 1970년 후반 퇴출되었다. 하지만 같은 비구아니드 계통의 약제인 ‘메트포민’은 1995년 FDA 승인을 받은 이후 현재 제2형 당뇨병 치료의 일차 선택 약제로 처방되고 있다.
경구혈당강하제의 종류와 특징
메트포민
메트포민은 전술한 바와 같이 제2형 당뇨병 치료의 일차 선택 약제로서, 간의 포도당 생성을 감소시키고 조직에서 포도당의 이용을 증가시킨다. 메트포민은 직접적인 인슐린 분비 자극 효과가 없기 때문에 단독으로는 저혈당이 발생하지 않고, 체중증가가 없으며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또한 췌장 기능의 보존 및 죽상동맥경화증에 대한 예방효과뿐만 아니라, 당뇨병과 상관 없는 여러 악성 종양에 대한 항암효과가 보고되고 있어 장점이 많은 약제이다.
그러나 메트포민은 오심, 설사, 복부 불편감, 식욕부진 등과 같은 위장관계 부작용을 흔히 동반하는데, 이는 메트포민 사용 환자의 약 30%에서까지 보고되고 있으며 고령에서 흔히 발견된다. 또한 비타민 B12와 엽산의 흡수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데, 대부분 임상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위축성 위염이 있는 경우 유의해야 한다. 한편, 매우 드물지만 유산증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보고되어 있어 신장질환, 간질환, 알코올 중독, 심부전, 말초혈관 질환, 폐질환이 있는 경우 위험이 높으므로 사용이 제한된다. 또한 메트포민은 주로 신장으로 배설되므로 신장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 사용하기 어렵다.
술폰요소제
술폰요소제는 췌장의 베타세포에 작용하여 직접적으로 인슐린을 분비시키는 약리작용을 가지고 있어 혈당강하 효과는 강하지만 저혈당 위험이 있다. 주로 간으로 대사되므로 간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환자의 경우 저혈당 위험이 높다. 또한 간으로 대사된 중간 산물이 상당수가 신장을 통해 배설되므로 신장 기능 문제가 있는 경우, 특히 반감기가 긴 술폰요소제를 사용할 경우에는 저혈당의 위험이 있으니 주의 한다.
메글리티나이드
메글리티나이드 계열 약물은 술폰요소제와 마찬가지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지만, 작용시간이 짧아 공복 저혈당의 위험이 낮다.
티아졸리딘디온
티아졸리딘디온 계통 약물에는 피오글리타존이 가장 흔히 쓰이는데, PPAR-γ에 결합하여 메트포민과 마찬가지로 인슐린 작용을 돕는다. 특히 남는 영양분을 정상적인 지방세포에 적절히 저장되도록 함으로써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킨다. 저혈당 위험은 적으나 체중증가, 체액증가 및 심장비대 등의 부작용이 있어 심장 문제로 호흡곤란이 있는 경우에는 사용할 수 없으며, 골밀도를 감소시키므로 골다공증 환자에서 주의를 요한다. 한편, 티아졸리딘디온은 주로 간으로 대사되기 때문에 간기능 저하 환자에서는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새로운 경구혈당강하제
DPP4 억제제
DPP4 억제제는 식후에 분비되는 위장관의 인슐린 분비 자극호르몬(인크레틴)의 분해를 억제함으로써 혈당강하 효과가 있는 약물이다. 인크레틴의 농도를 상승시킴으로써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간에서의 포도당 생성을 줄임으로써 혈당을 개선시킨다.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약제로, 2006년 시타글립틴(자누비아®)이 DPP4 억제제로서는 최초로 미국FDA 승인을 받았다. 단독으로 사용하였을 때 저혈당이 드물고 체중증가가 없는 장점이 있다. 신부전 환자에서는 용량 조절이 필요하나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고, 위장관 부작용에 있어서도 다른 약제에 비해 보다 안정적인 것으로 보고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시타글립틴이 2007년 9월 승인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빌다글립틴(가브스®), 삭사글립틴(온글리자®), 리나글립틴(트라젠타®), 제미글립틴(제미글로®), 알로글립틴(네시나®) 등이 DPP4 억제제로서 처방되고 있다.
SGLT2 억제제
정상적으로 하루 180g의 포도당이 신장을 통해 걸러졌다가 다시 100% 우리 몸으로 재흡수된다. 포도당의 재흡수에 관여하는 것이 SGLT2인데, SGLT2 억제제는 이를 억제함으로써 소변으로 포도당 배설을 늘려 혈당을 낮춘다. SGLT2 억제제 중 카나글리플로진과 다파글리플로진(포시가®), 엠파글리플로진(자디앙®) 등이 2013년, 2014년에 각각 FDA 승인을 받은 상태이다. 저혈당 위험이 적고 체중조절 효과가 있는 장점이 있다.
브로모크립틴
브로모크립틴은 도파민-2 수용체 작용제로서, 프롤락틴을 분비하는 뇌하수체 종양, 파킨슨병, 고프롤락틴증 등의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약제이다. 최근 이와 별도로 당화혈색소를 평균 약 0.5% 감소시키는 혈당강하 효과를 인정받아 2009년 제2형 당뇨병 치료 약제로 승인되었다.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혈당을 낮추는 가장 중요한 기전은 섭식 조절과 체내 열량소비 증가에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신경전달물질로서 도파민이 감소될 경우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는데, 브로모크립틴은 도파민을 증가시킴으로써 인슐린 저항성을 감소시킨다.
브로모크립틴의 잘 알려져 있는 부작용으로는 어지럼증,두통, 저혈압, 메스꺼움 및 변비가 있다.
콜레세벨람
콜레세벨람은 담즙산 흡착제로서 본래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기 위해 스타틴 이후 이차 약제로 사용되는 약제이나, 콜레세벨람의 혈당강하 효과가 알려지면서 2008년에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혈당강하제라는 새로운 적응증이 추가되었다.
혈당을 낮추는 기전에 대해 현재까지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주로 간에서의 포도당 신생과 글리코겐 분해를 억제하는 것으로 보이며, 인크레틴을 증가시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혈당을 낮추는 정도는 약하지만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이차 약물로 사용을 고려해 볼 수 있으며, 당화혈색소가 거의 목표치에 근접한 가운데 스타틴 사용 후에도 추가적인 LDL 콜레스테롤의 감소가 필요한 환자에게 사용한다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콜레세벨람을 경구혈당강하제로서 사용할 수 없다.
GPR40 작용제
GPR(G단백 연결 수용체)은 호르몬 및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로 생각해 왔는데, 최근 포도당, 지방 등 에너지 대사에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GPR40의 경우는 포도당에 의한 인슐린 분비 자극, 위장관의 인크레틴 분비에 관여하고 있어 혈당강하 효과를 볼 수 있음이 보고되었다. TAK-875는 가장 많이 연구된 GPR40 작용제로, 최근 수년간 혈당강하 등 여러 이로운 임상효과가 알려졌으나, 2013년 12월 간독성 문제로 개발이 중단되었다. 아직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GPR40 작용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