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 시골집 겨울 냄새는 아궁이 불내하고 청국장 띄운 내음. 청국장 제철은 햇콩이 나온 11월부터 이듬해 설까지 그러니까 한겨울 우리네 영양식이다. 가마솥에 메주 삶을 때 콩을 넉넉하게 삶아 청국장을 띄우면 그렇게 구수하고 맛있다. 그걸 다 먹고 나면 다시 한 가마솥을 삶을 수는 없으니 간편하게 콩 한 됫박으로 하는 청국장을 여기 소개한다.
재료: 콩, 된장 한 숟갈 띄울 때 도구: 압력솥, 소쿠리, 볏짚, 보자기, 따뜻한 아랫목
메주콩에 2~3배 물을 넣고 하루 밤 푹 불린다. 압력솥에 메주콩을 넣고 물이 메주콩 높이보다 적을 정도로 잡고, 된장을 한 숟갈 넣는다. 만일 된장을 넣지 않으면 압력솥에 콩이 끓기 시작하면 물이 다 솟구쳐 올라 끓일 수가 없는데, 된장이 들어가면 신기하게도 솟구쳐 오르지 않아 콩을 무르게 삶을 수 있다. 압력솥이 칙칙칙하기 시작해 30분을 약한 불에 둔다. 30분 뒤, 콩이 푹 삶긴내가 나면 불을 끈다.
압력이 다 빠지면 뚜껑을 열고보면 위에 콩은 물이 닿지 않아 덜 불었으면 위아래를 고루 뒤섞어주고 다시 뚜껑을 닿고 60도 정도로 식을 때까지 가만 둔다. 그러고도 물이 남아있으면 그걸 된장에 부어주면 좋다. 대부분 발효식품의 발효온도의 상한점은 60도. 청국장 역시 60도를 넘기지 않는 게 좋다. 조금 더 식혀도 청국장이 뜨면서 다시 열이 나니 괜찮다.
삶긴 콩이 어느 정도 식으면 소쿠리에 앉힌다. 청국장을 발효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공기를 통하게 하는 호기성 발효. 호기성 발효는 냄새가 강하게 나는 전통의 방식이다. 삶은 콩을 대소쿠리에 앉히고 사이사이 볏짚을 끼운 뒤, 따뜻한 아른목에 이불을 푹 덮어 따뜻하게 해서 발효하는 방법. 이때 40도에서 50도가 좋고 60도는 넘기지 않는 게 좋다. 이틀이 지나면 뜨는 냄새가 꼬리꼬리하게 나기 시작한다. 사흘밤을 재운 뒤 보면, 맨 위 거죽은 좀 말랐지만, 속을 보면, 미끌거리고, 한 숟갈 뜨면 거미줄 같은 실이 일어난다. 다른 한가지 방법인 혐기성 발효. 이 방법은 일본의 낫토를 만드는 방법을 응용한 듯하다. 일본 아가라시 다이스케가 쓰고 그린 만화 <리틀 포레스트>에 보면 ‘부드럽게 삶아낸 콩은 볏짚으로 싼다. 이때 속에도 짚을 한 묶음 넣어두면 발효가 잘 된다. 이걸 멍석에 말아서 눈 속을 파고 짚을 모포삼아 덮어주고 눈이불을 쌓는다.’ 삶긴 콩을 소쿠리에 앉히고 볏짚을 꽂는 것까지는 전통 방식과 같다. 그 다음에 이걸 스티로폼 상자에 넣고, 스티로폼 상자뚜껑을 닫고 그 틈새를 테이프로 꼭 밀봉한다. 이렇게 해서 사흘밤을 재우면 청국장이 다 뜬다. 이 청국장은 혐기성 발효를 해 뜨는 사이 냄새도 안 나고 다 뜬 뒤에도 냄새가 적게 난다.
이렇게 콩을 발효시킨 생청국장을 그대로 먹어도 좋다. 청국장에 사과와 양파를 쎃어넣고 샐러드하듯 무치면 청국장 샐러드, 청국장에 버터를 손톱만큼 넣어 곱게 갈면 콩크림치즈, 쌈장 만들 때 된장 고추장청국장을 같은 비율로 섞으면 감칠맛나면서도 청국장의 냄새를 확 잡아주는 쌈장을 만들 수 있다. 여하튼 청국장은 발효식품이므로 되도록 익히지 말고 그대로 먹으면 좋다. 찌개로 먹으려면 청국장을 절구에 넣고 곱게 빻은 뒤, 고춧가루와 소금을 넣고 양념을 한다. 시장에서 파는 청국장은 이렇게 양념을 한 청국장이 많다. 그래서 손수 청국장을 띄워서 먹으면 찌개용이 아닌 생청국장을 먹을 수 있다. 보관법은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실에 넣어두면 일주일에서 열흘은 보관할 수 있다. 그 이상 보관하려면 한번 먹을 만큼씩 주먹밥처럼 만들어 랩에 싸, 냉동실에 보관하고 그때그때 꺼내 녹여 쓴다.
청국장 응용
된장 맛 살리기 된장은 사실 메주에서 간장을 빼고 남은 콩으로 담근다. 그래서 갓 담궜을 때는 별맛이 없다. 이 된장에 맛을 살리는 비결이 집안마다 있겠지만, 나는 그 가운데 으뜸이 청국장에 있다고 본다. 된장에 날청국장과 콩 삶고 나온 걸쭉한 물을 넣어 고루 치대주면 된장이 재발효를 해 맛이 좋아질 뿐 아니라 촉촉해지고 부드러워진다. 이렇게 초겨울마다 청국장을 넣어 된장을 재발효를 시키면 3년이 지나면 감칠맛나는 된장이 된다.
청국장 말려 고추장 쑤기 청국장을 넉넉히 쑤어 그걸 말려서 청국장 가루를 만든다. 이 청국장 가루로 고추장을 담그면 고추장이 감칠맛 난다.
청국장 찌개 청국장으로 찌개를 끓일 때는 뚝배기에 입맛에 맞게 찌개를 끓이되, 다른 재료를 다 넣어 보글보글 끓인 뒤 맨마지막에 청국장을 풀어넣음과 동시에 불을 끈 뒤 먹으면 좋다. 영양을 살려 먹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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