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시작한 첫번째 북클럽 책이다. 교사들의 자기성장 프로젝트이자 읽기를 통해 또다른 세계로 들어가고 만나는 시간을 갖기 위한 2023년에 새롭게 시작되었다. 동료 교사들의 읽기력을 알아가는것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일할 때 느끼지 못했던 또다른 이면의 모습이 드러난다. 예컨대 한없이 철두철미하고 인간미가 덜할 것 같은 사람도 한 때 꽤나 독서광이었고 소설 속에서 자신의 한 시기를 보낸 흔적들을 말할 때마다 그저 신기하다. 어쩌면 그래서 북클럽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키다리 아저씨. 어렸을 적에 내용만 대충 알았을 뿐 책으로 읽지는 않았다.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 같아서 흥미롭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대신 애니메이션을 본 것 같은데 그 또한 그림풍과 스토리 라인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여서 관심이 없었던것 같다. 그리고 얼마전 이책을 읽게 되었다. 첫번째 느낌은 '키다리 아저씨 내용이 이런거였어?'라는 것. 무엇보다 여성의 서사이자, 한 여성의 성장소설이며 편지라는 흥미로운 방식의 글쓰기가 갖는 소설적 힘이 이토록 강렬하구나를 느꼈다. 주인공 주디의 관점에서 설명되고 표현되는 순간순간의 사실과 묘사, 감정과 그 감정의 깊이와 정도가 어쩌면 이토록 잘 쓰여졌을까 싶다. 마치 주인공이 되어 느껴보기도 하고, 키다리 아저씨 입장이 되어 책을 읽어 보게도 된다.
작가 진 웹스터가 이책을 1912년에 발간했는데 이 당시 저자의 여성에 대한 의식의 건강함이 강렬하게 느껴졌고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로 표현하는 주디의 입을 빌어 작가 또한 평등과 민주주의 문제까지 폭넓게 관심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언급이 많지는 않았지만 고아원이라는 획일적인 세계, 원장의 통제와 관리 방식에 따라 어린이 청소년들의 삶이 규정되는 모습에 문제제기하는 그 시선이 참으로 고마웠다. 주디를 후원하는 키다리 아저씨가 요구했던 단 한가지는 편지를 써서 자기에게 보내 달라는 것이었다. 주디는 매일 거의 매일 편지를 썼고, 자신의 일상을 고스란히 전했다. 단 한번도 만난적 없는 키다리 아저씨에 대한 감사와 사랑이 절절하다. 4년간 편지글을 쓰며 주디가 글과 책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을지 알 수 있었다. 구체적인 독자인 키다리 아저씨에서 일상을 글러 자세히 전했고 솔직한 글쓰기의 표본을 보여준것이 아닐까 한다. 그 과정은 결국 자기 성찰과 성장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말이다.
이 책은 쉽고 빠르게 읽힌다. 모두에게 추천한다. 번역도 깔끔하며 110년전 이책을 펴낸 작가 진 웹스터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