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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주최 "김지향 시읽기" 행사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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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향 선생님께서 나의 시세계를 말씀하시다
봄꽃들의 향기가 온 누리에 뿌려지던 꽃들의 사월, 대치동 가곡예술마을에선 우당 김지향 선생님의 시읽기 행사가 여러 귀빈께서 참석하신 가운데 많은 일반 독자와 문인들의 축복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 우당 金芝鄕 시농사 寸考 >
우당 김지향 시인은 베짜기의 마술사다. 삼베를 짜도 인간문화재 급수요, 명베를 짜도 그렇다. 더구나 명주 비단실을 풀어 무지개를 짜듯 시 짓기를 할 때는 이 나라 여성 시인들이 따라 올 수 없는 꽃대궐집 맏며느리 같다. 여기에 그의 언어 실을 풀어내 안동 모시 같은 시어의 씨줄 날줄을 짜깁기 할 때는 모던한 이미지의 한국 여성 시의 꼭두베가 펼쳐진다. 달밤 모래 밭에 널어놓은 비단 베필이 강바람 바닷바람 산바람에 더욱 희게 바래지는 고급 실크 포엠이 되는 것이다. 우당 김지향 시인의 시는 조선 대가 집의 베 짜는 맏며느리의 시풍이요, 이 나라 여성 시인 중 언어를 가장 단단하게 잘 다뤄 짜 맞추는 비단짜기의 모범 원로 시인 속 대가다운 면모를 지니고 있다. (현대시인협회 신세훈 이사장의 축사 중에서)
< 소리의 광채, 마음의 문을 열어 봅시다 >
우당문학회와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시인 김지향 시낭송회를 축하 합니다. 문학작품을 소리를 통해 그 감동을 전달한다는 것은 문학 작품 속의 세계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정서와 감정을 더 강하게 요동치게 하는 행위예술로 받아 드려질 것입니다. 오늘 한국 시단의 원로이신 김지향 시인의 시작품을 낭송하므로 시인이 지닌 시의 내면은 물론 시작품이 함축하고 있는 세계와 근접하므로 또다시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심정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우당 김지향 시인은 특유한 기법으로 시가 지니는 사상적 포용은 물론 자연과 우주에 내재한 상상력을 함축하여 예리한 감각을 통해 심미적인 사물 탐색을 시도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동덕여대 조병무 명예교수의 축사 중에서)
조선일보의 취재에 답하시다
장충렬 사회자의 오프닝 시낭송 '사랑, 그 낡지 않은 이름에게'를 시발점으로 우당문학회 유소례 회장님의 축하인사와 최장순 부회장의 내빈 소개, 최연숙 사무국장의 김지향 박사의 프로필 소개가 이어졌다. 축사와 격려사, 김지향 선생님의 '나의 시 세계', 성악가 장은훈 선생님과 나음중창단의 가곡 '기다림'(김지향 시), 오우가로 가곡 한 마당이 펼쳐졌다. 특별 시낭송으로는 문형주 연극배우가 '봄, 명주실 웃음', '가을, 피카소의 물감 통',' 봄날, 그리고 개울'을 연극배우다운 목소리로 시낭송을 예술적으로 연출해 냈다. 뒤이어 추영수 시인, 이양우 시인의 낭송으로 첫 순서를 마치게 되었다.
이어서 최연숙 사무국장의 사회로 내빈들의 축하케잌 커팅과 매력적인 음성의 바리톤 김광선 목사님께서 '사월의 어느 멋진 하루'로 봄날의 오후를 더욱 운치 있게 수놓았다. 이제 본격적인 시낭송이 시작되었다.
도경원 시인의 '아, 저 노을'- 김지향, 낭송을 듣는 순간 가을 숲 속에서 노을빛에 반짝거리는 빨간 열매가 눈앞에 보이는 듯이 선명하게 이미지가 그려졌다. '시간의 실밥', '몇 벌의 어둠' 등 재미있고 참신한 시를 통하여 깊이 있는 사유와 만나는 기쁨이 충만했다. 최금녀 시인의 '그 해 여름 숲 속에서',와 이영지 시조 시인의 '아침 뜰에서'에선 가을날 아침 뜰의 이미지가 환하게 펼쳐졌다. 김지향 선생님께서 두 아이를 키우시던 젊은 시절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송향 임솔내 시인은 여왕처럼 우아한 연분홍 드레스를 곱게 입으시고 '스펙터클, 갓난아이' 를 시의 맛을 충분히 살려 멋지게 낭송해 주셨다. 오랜 날 문우로 가까이 지내며 황진이 선생님이라고 부르곤 했는데 가냘픈 몸매와는 달리 호방하고 선이 굵은 詩作을 보며 붙여드린 별명이다. 번거로우실 텐데도 의상을 갈아 입으시면서 까지 최상의 예를 갖춘 임솔내 시인의 빈틈없는 성품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드리고 싶다.
내빈들과 축하케잌 커팅식
신영옥 시인께서는 '가을바람'을 낭송해 주셨는데 "바람이 건드리는 풀잎마다 불이 켜지고 풀잎을 따는 가슴마다 물에 덴다" 는 대목의 절창에선 만산홍엽 속에서 내 가슴이 데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리얼하게 다가왔다. 대학과 문화센터에 출강하시고 위쉽댄스 안무가이신 탁월한 이력들을 두루 갖추신 만능 탈렌트이신 김경임 시인의 한마당은 숨조차 쉴 수 없는 은혜의 시간이었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한 마리 나비와도 같고 천상에서 내려 온 천사와도 같은 다양한 포즈와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버렸다. 춤사위 사위마다 선이 그토록 아름다운 분은 내 일찌이 보지 못했다.
淸山 김지원 시인께선 얼마나 열정적이신지 중국에 출장가시면서 낭송하실 시를 가지고 가신다는 말씀으로 저를 감동시키셨다. 뜻 깊은 행사에 초대 받은 사람의 정성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싶었다. 귀국날짜를 미리 당겨 금번 행사에 맞추어가며 우당문학회의 역사적인 자료가 될 사진을 아주 훌륭하게 담아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린다. 조성호 시인께서는 '다시 열린 봄날에'를 차분하게 낭송해 주셨다. 김지향 선생님의 지극한 손자 사랑이 드러나는 시이다. 손자 창준 군은 올해 9살이다. 질문이 어찌나 많고 영특한지 늘 대답에 궁색해 진다고 하셨다. 왜? 라는 물음에 답을 해주시며 봄 속을 거니시는 선생님을 뵈옵고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져든 시간이었다.
이상례 시인께서는 '어둠 건너 하얀 마을'을 낭송하셨는데 작은 체구에서 어찌 그리 우렁찬 목소리가 나오는지 낭송을 아주 잘 해주셨다. <시사랑 사람들> 이라는 거창한 사이버 공간의 시창작 지도교수로서 좋은 시인들을 키워내고 계신 이민영 시인께서도 참석하셔서 '비온 뒤 풀밭'을 낭송해 주셨다. '시간의 발자국 말고는 지나가지 않은 풀의 가슴에 사람 가슴의 흙탕물이 튕겨갈까봐 바라보기가 미안하다...'는 구절에서 풀에게까지 미안해하시는 김지향 선생님의 사랑어린 따듯한 시선이 포근히 안겨왔다. 선생님의 작품은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데 있어 누구도 따라 잡을 수 없이 놀라우리만치 감각적이고 참신하다는 것을 감히 한 말씀 드려본다.
유소례 회장님, 문형주 연극배우가 김지향 선생님을 모시다
한국문학예술 주간을 맡고 계신 이소연 시인께서는 '휴일 아침, 봄비'를 낭송해 주셨으며, 연극과 시낭송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시는 전민정 우당문학회 사무차장께서는 '초록빛의 아이들'을 낭랑한 목소리로 낭송해 주셨다. 엄기원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회장님께서는 호른이라는 악기를 통하여 ' 아 목동아', 동요메들리 등 우리에게 친숙한 멜로디로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켜 주셨다. 아동문학을 하신 분이라서인지 어린아이 같은 천진하신 표정이 압권이었다.
'창준의 독서법'을 낭송하신 이은심 시인께서는 시의 분위기에 딱 맞는 창준의 옷차림을 하시고 온몸 연기로 낭송을 해주셨다. 시인의 낭송을 보며 이젠 단순히 시낭송만 하는 시대는 지난 듯 싶었다. 꼭 시극이 아닐지라도 시 분위기를 살려 온 몸으로 연기를 해야 시의 맛이 깊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 마지막으로 김영주 시인이 멀리 오산에서까지 오셔서 '살아 난 새'를 낭송해 주셨다. 문명의 바퀴에 처참하게 죽은 새의 주검, 그 안타까운 장면의 목격과 죽은 새의 비명을 듣고 있는 듯한 안타까운 현실을 경험하게 된 순간이었다.
송향 임솔내 시인의 열연
약속했던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지체된 장장 세 시간 동안 1, 2부 행사를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150여 명의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대 성황을 이룬 100여 평의 가곡예술마을은 그 열기가 뜨거웠으며, 봄날의 시향에 푹 젖게 된 낭독문화를 경험한 대축제의 시간이었다. 출연자 한 분 한 분들이 혼신의 힘과 열정, 독창적인 개성으로 무대를 빛내주실 때는 벅찬 감격에 눈물이 그렁거렸다.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올리는 바이다. 또한, 한 마음이 되어 행사준비부터 찬조와 마무리까지 노고가 크신 우당문학회 유소례 회장님을 비롯하여 임원진들과 회원님들께도 고마움의 인사를 올린다.
문학이 대중 속에 더욱 친숙하게 자리할 수 있는 낭독문화를 선도해 가는 조선일보와 문화관광부에게 감사 드리며, 최근 활발한 캠페인으로 낭독문화에 대한 관심, 책 읽기의 중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된 만큼 "일반인들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낭독회가 지속적으로 펼쳐지길 바란다."
김지향 시인은 그의 거시적 어조와 거대담론, 문명사적 비전 변이와 노작(勞作)의 큰 궤적 위에서 우리 시사의 거인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하다. 그는 노천명, 김남조 시인을 잇는 20세기 우리 여류 시사의 거봉이다. 그는 어조의 치열성과 격렬한 이미저리, 문명사적 거대 담론으로 하여 ‘여류’라는 프리미엄을 떨친 최초의 한국 여성 시인이라 할만하다.(전 카톨릭대 교수, 문학평론가 김봉군 교수의 평론 중에서)
시 낭송의 삼매에 흠뻑 빠져든 내빈과 일반인들.
우당문학회의 귀중한 역사가 될 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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