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아 산문집 『심신 단련』 (헤엄 출판사, 2021)을 읽고
「일간 이슬아」로 잘 알려진 이슬아 작가의 두 번째 산문집을 읽었다.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꾸준히 산문집을 출간하고 있는 이슬아 작가의 2019년 [일간 이슬아]에 메일링 서비스로 발행했던 글들을 엮어서 『심신 단련』을 출간했다. 2021년에 벌써 8쇄를 찍었다.
하루에 해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은 이슬아 작가는 몇 번의 아픔을 겪고 난 뒤부터 꾸준하게 트레이닝을 받아 가며 체력을 건강하게 만드는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실천력이다.
책의 목차는 크게 [집과 몸과 마음] 집을 구하기 위한 노력 등, [반복과 연결] 가족에 대하여, [우정과 요령] 중학 시절과 그 후로 연결되는 우정 등, [일과 돈] 글 쓰는 일과 출판사 이야기 등, [에필로그], [추천사] 금정연 서평가의 글로 구성되었다.
여러 선생님의 추천이 있었다. 젊은 작가의 생활들이 궁금해서 읽게 되었는데 한마디로 내게는 충격적이었다. 추천사에는 “약간의 거리를 둔 채 더 넓은 구경의 렌즈로 세계와 (다른) 인간을 포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적고 있다. 작가에 대해서는 “이슬아는 근면과 성실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개의 태양이 뜬 언덕 위에서 남보다 두 배의 햇살을 받으며 재바르게 몸을 놀려 열매를 모으는 다람쥐류의 작가”라고 말했다. 일면 걱정되기도 했지만, 자기 일에 철두철미하고 생활에서도 철학을 갖고 생활하는 이슬아 작가가 멋지게 보였다.
대안하고 모범생이라든지, 다부지게 따지지 못하고 그런 면면들이 마음이 참 따뜻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제일 좋았다.
「보증금이라는 문제」에서(42P)
“너무 아프거나 슬플 땐 망설임 없이 일을 쉬고 싶다. 갑자기 일을 멈춰도 큰일 나지 않는 삶을 상상한다. 도저히 힘을 내기 어려우면 얼마간 노동을 하지 않아도 괜찮도록 말이다.” 너무도 지당하고 공감 가는 말이다. 애석하게도 내게는 더 많은 세월을 견디며 사는 동안에도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하고 싶은 일을 빠르게 하려면 서울에 있어야 했다. 재미있는 일은 죄다 서울에서만 일어나는 것 같았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지만 당시엔 철석같이 그렇게 믿었다.”라고 고백한다. 어쩌면 젊은 사람의 특권이라는 생각도 든다.
「인간의 번거로움」에서(60P)
“일에는 시간과 몸과 마음과 영혼이 쓰여서 밤에 꼭 잘 자 둬야 한다. 그래야 다음날에도 일을 하기 때문이다. 업무량이 너무 많을 땐 내 심신의 용량과 한계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한다. 자신의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세심하게 몸과 마음을 조절하는 야무진 모습이다. 자신의 일에 책임감의 무게를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을 조절하며 살 수 있는 것 같다.
「여자 기숙사 (下)」에서(150P)
“나에 대한 임과 준의 애정은 날이 갈수록 깊어져서 급기야 둘은 나를 두고 경쟁하기에 이르렀다. 경쟁의 장르는 편지가 된 것 같았다. 둘은 하루도 안 빼먹고 내게 편지를 써줬다. 교실에서도 주고 복도에서도 주고 운동장에서도 줬다. 둘에게서 도착한 편지들이 내 방 서랍에 쌓여갔다.” 대안학교에 다니면서 다른 친구들의 무관심 속에 생활하던 두 장애 친구들이 친절한 이슬아에게 마음을 털어놓느라 나름대로 애정 공세를 하는 과정이다. 어릴 적부터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출판사에 부모와 함께 일하고 있는데 엄마를 복희씨, 아빠를 웅이씨로 부르고 직함을 실장님으로 부른다. 출근한 시간만큼은 대표와 직원으로 서로 호칭하고 퇴근 후에도 딸의 사생활을 철저히 보장해 준다. 이슬아도, 부모님도 정말 쿨한 관계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서로 부모와 딸이라는 관계를 강요하지 않고, 생활을 간섭하지도 않는다. 존중하고 믿는 마음이 토대가 된 행위들인 것 같아 신선하게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