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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의 주요 경전과 그 내용>
1. 아함경 (阿含經)
구전되어 오던 부처님의 교설을 결집을 통하여 기억에 의해 정리하여 집성한 것을 아가마(Agama)라고 총칭하고 있다.
아함은 아가마의 음역으로 '전하여진 가르침' 이란 뜻이다. 따라서 '함경'에 일관하여 설해지고 있는 것은 근본불교의 중심사상인 사제(四諦). 팔정도(八正道). 십이인연(十二因緣) 등의 교리로서, 이것은 불설(佛說)에 가장 가까운 것이면서도 일상생활의 실제적인 교훈이 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므로 아함경은 다른 어떤 경전보다도 부처님의 인간미에 가깝고 사상적인 변화도 거의 없으며, 이설의 대립이나 대. 소승의 구별도 보이지 않는 불교의 근간이 되는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아함을 소승이라고 멸시하는 대승불교의 주장은 경의 구성과 내용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교리 사상적 견지에서 볼 때도 옳은 견해라고 할 수 없다.
이처럼 '아함경'은 불교의 근본사상인 연기사상, 근본정신인 자비정신, 근본주의인 깨달음, 그리고 대승의 근본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자리이타의 보살사상 등이 총체적으로 설해지고 있어 부처님이 설한 바 본형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경이라 하겠다.
현재 '아함'으로 불려지는 문헌으로 한역 대장경 안에 장아함(22권) 중아함 (60권). 잡아함(50권). 증일아함(51권) 등 네 가지가 전한다.
장아함은 주로 장편의 경전 30경이 수록되어 있으며, 중아함은 중편의 경전 222경, 잡아함은 단편의 경전 1,362경으로 구성되어 있고, 증일아함은 1법에서 10법까지 법수의 순차에 따라 분류. 편찬한 472경이 실려 있다.
한역 4아함에 해당하는 문헌으로 팔리어 5부(部, Nikaya)가 있는데, 장부(Digha-nikaya). 중부(Majjhima-nikaya) 상응부(Samyutta-nikaya). 증지부 (Aguttara-nikaya) 소부(Khuddaka-nikaya)가 그것이다.
이 중 소부에는 <법구경> <경집> <본생담> 등 중요한 경전 15편이 포함되어 있어 아함과 구별되고 있다.
이렇듯 '아함경'은 단지 하나의 경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교설 전체를 나타내는 총체적인 표현으로서, 엄밀히 말해 '아함' 또는 '아함부'라고 부르는 것이 좀 더 옳은 표현이라고 하겠다.
2. 본생경(本生經)
<본생경>은 부처님이 전생에 어떠한 선행과 공덕을 쌓았기에 이승에서 부처님이 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인과의 이야기 547가지를 모은 것이다. 다시 말해 부처님이 이승에서 깨달음을 얻기 전인 과거세에 수행자로 있을 때를 '보살' 또는 '대사'라고 하는데, 이 경은 바로 이러한 보살 또는 대사의 이야기인 것이다.
일찍이 유럽에 전해져 이솝우화에 편입될 정도로 설화 문학에 있어서 세계적인 보고로 평가받고 있다.
이 경의 이야기는 3부로 구성되어 진행된다. 먼저 부처님이 자신의 전생이야기를 하게 된 유래를 설하는 부분, 둘째 현세의 일이 생기게 된 전생이야기를 설하는 부분, 셋째 현세의 등장인물과 전생의 그것과를 결합하여 그 인과관계를 밝히는 부분 등이다.
여기에서 보살은 과거의 긴 세월 동안 윤회전생을 거듭하면서 인간뿐 아니라 귀신이나 동물에 이르기까지 온갖 생의 형태를 거치며 교화의 행각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 경은 곧 부처님이 자신의 전생에 관한 이야기를 대중들이 알아듣기 쉽도록 재미있게 비유. 설명하여 인과의 교훈을 주고 있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또한 이 경의 내용 속에는 우리 민담에 수용된 설화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이 경은 일반 대중에게 널리 호응을 얻었으며, 불교의 수행승이나 포교사. 법사들도 대중 교화에 이 경의 이야기를 많이 이용해 오고 있다.
이와 같이 <본생경>은 과거뿐만 아니라, 결과만을 중시하고 물질주의. 이기주의가 팽배한 오늘날에 있어서도 매우 귀중한 교훈을 주고 있는 부처님의 수행담인 것이다.
이 경이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 여러 나라에 유포된 것은 2-3세기로부터 5-6세기에 이르기까지로 보며, 사실적으로 신봉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불탑이나 석굴 등의 미술 조각을 중심으로 시. 소설. 전기. 속담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끼쳤다.
팔리어 5부 중 소부에 포함되어 있으며, 원어는 자타카(Jataka)이다.
3. 육도집경(六度集經)
<육도집경>은 부처님이 보살이었을 적의 이야기, 즉 전생담(자타카)을 모아 기록한 경전이다. 전체 91개의 전생담을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라는 육도(바라밀)에 각각 배당하여 모았기 때문에 <육도집경>이라 한다. 중국 오나라 때 강승회(康僧會)가 8권으로 번역한 것이다.
구성을 보면 제1권에서 제3권까지의 25장은 보시에 관련된 부분으로 보살 본생. 살바달왕 본생. 가난한 자의 본생 등을 밝히고, 4권의 15장은 지계의 부분으로 청신사 본생. 코끼리왕 본생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제5권의 13장은 인욕 부분으로 보살 본생. 섬도사 본생 등을 말하고, 제6권의 19장은 정진 부분으로 범인 본생. 미후왕 본생 등을 밝혔다. 제7권의 9장은 선정 부분으로 득선법. 비구득선 등을 말하고, 제8권의 9장은 지혜 즉 명도(明度)로 순라태자 본생 등을 소개하고 있다.
자타카가 부처님이 전생에 보살이었을 때의 이야기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경전은 특히 대승불교의 핵심을 이루는 보살행을 고양하는 데에 주된 목적을 두고 편찬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부처님의 전생이야기와 함께 미륵의 전생이야기가 종종 등장하고 있다는 점과 <반야경>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도행반야(道行般若)>와 같은 계통에 속할 것이라는 점 등이 특색이다. 물론 이 경전에 의하면 육도는 불도를 수행함에 있어서 극히 필요 불가결한 것이요, 천태지자 대사가 <법계차제(法界次第)>에서 말한 바와 같이 보살의 정행(正行)의 근본으로 정의되고 있다. 성문과 연각은 사성제와 십이인연을 관하여 응분의 깨달음을 얻지만 보살은 이 육바라밀을 실천. 수행하여서 생사의 바다를 건너 열반의 저 언덕에 이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원전은 사라져 전하지 않으나 한역은 이른바 고역(古譯)에 속하는 3세기의 것이다. 내용 등으로 유추해 볼 때 2세기에는 그 근간이 성립되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승우(僧祐)의 <출삼장기집> 등에 의하면 달리 <육도무극경> <도무극집> <잡도무극경>이라고도 한다.
4. 육방예경(六方禮經)
<육방예경>은 초기불교에 있어서의 재가자가 지켜야 할 실천 규범을 설한 경전이다. 다시 말해 세속적인 인간관계에서 예의범절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있는 경전으로 일상생활의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 경의 내용을 살펴보면, 장자의 아들인 시가라월이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동서남북과 위아래의 여섯 방향을 향해 예배하는 모습을 보신 부처님께서 각각의 방향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 주고 있다.
동쪽은 부모, 남쪽은 스승, 서쪽은 아내와 자식, 북쪽은 친구, 위쪽은 사문이나 바라문, 아래쪽은 하인이나 고용인을 배정하고 서로의 인간관계를 생각하면서 예를 지키라는 것이다.
특히 부부 관계에서 아내의 위치를 중시하고, 주종 관계에서는 고용인의 입장을 이해할 것을 제시하여 자만심과 권위심을 버리라고 권유한다. 또한 진실한 친구 선택의 중요성과 근검절약의 교훈을 설하고 있다.
나아가 재가자의 필수덕목인 살생하지 말 것, 주지 않는 것을 취하지 말 것, 부정한 남녀관계는 맺지 말 것, 거짓말을 하지 말 것 등의 4계(戒)를 지키도록 당부하고 있다.
이 경은 또 근본적으로 삼독심, 즉 욕심내는 마음. 성내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과 공포심 등을 제거하라고 설한다.
이와 같이 이 경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의 대인관계와 각각의 윤리성 그리고 자신의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동방의 예의가 희미해지고 사치 풍조가 극치에 달한 오늘날에 우리 재가자들이 경청하고 실천해야 할 금과옥조가 담긴 소중한 경전이 바로 <육방예경>이라 하겠다.
이 경이 불교사에서 큰 의의를 갖는 것은 원시불교 시대에 이만큼 정확하게 논리적인 체계로 재가 신도들의 생활 윤리를 설하고 있는 경전이 없다는 사실이다.
한역의 원래 명칭은 <시갈월육방예경>으로 2세기경 후한의 안세고(安世高)가 번역했다. 원형은 기원전 3세기경 아쇼카왕 이전에 성립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역 이본으로 <선생자경(善生子經)> <선생경> 등이 있다. 그래서 이 경을 <선생경> 이라고도 한다.
5. 옥야경(玉耶經)
한 가정의 며느리로 들어와 아내로서의 도리를 어떻게 다해야만 하는가. 어떠한 믿음을 갖고서 어떻게 인연 공덕을 쌓아야만 부덕(婦德)을 풍요롭게 간직할 수 있는가?
<옥야경>은 오늘날에도 경종을 울릴 만한 부녀자의 도리를 일곱 가지 부류별로 나누어 설명을 함으로써 부처님의 말씀이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경전이다. 다시 말해 부처님의 가르침은 결코 이상과 관념의 세계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이 땅 우리의 삶 속에서 같이 숨쉬며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귀중한 경전이 다름 아닌 <옥야경>이다. 산스크리트어 원전으로는 전하지 않는 단 권으로 된 짧은 경이나, 한역본으로는 4종이 있다.
중국 동진(東晋)의 축담무란(竺曇無蘭)이 번역한 <옥야경>을 비롯하여 서진(西晋)의 <옥야녀경>(실역)과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가 번역한 <아속달경(阿속達經)>, 증일아함 제 49 <비상품> 중의 1경으로서 동진의 승가제바가 번역한 경 등이 그것이다.
이 경의 주인공은 경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심이 돈독했던 급고독(給孤獨) 장자의 며느리인 옥야이다. 그런데 이 옥야가 장자의 아들에게 시집을 왔다고는 하나 친정의 부귀함만을 믿고서 항상 아내의 도리를 위반하는 행위가 많았다. 그래서 급고독 장자가 부처님을 청하여 가르침을 원하므로 부처님이 부녀자의 도리를 옥야에게 말씀하기에 이른다.
이렇듯 아내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함에 대해 부처님께서 설한 일곱 가지 아내란 어머니 같은 아내, 누이동생 같은 아내, 스승 같은 아내, 부인다운 아내, 노비 같은 아내, 원수 같은 아내, 살인자 같은 아내 등이다. 팔리어 본에서는 살인자 같은 아내, 도적 같은 아내, 지배자 같은 아내, 어머니 같은 아내, 자매 같은 아내. 친구 같은 아내, 노비 같은 아내 등 7종을 열거 하고 있다.
6. 법구경(法句經)
원래 명칭은 팔리어의 담마파다(Dhammapada)이다. 담마란 '인간의 진리'란 뜻이고, 파다란 '말씀'을 의미하는 것으로, 원전은 팔리어 5부 중 소부(小部)에 포함되어 있다.
이 경은 전체 423편으로 이루어진 시집이다. 그 주제에 따라서 대구(對句). 불방일(不放逸). 마음. 어리석은 자. 어진 자. 아라한. 천(千)의 수(數) 악. 폭력. 늙음. 자기. 세속. 부처님. 안락. 사랑하는 것. 성냄. 더러움. 진리에 태어남. 길. 여러 가지 지옥. 코끼리. 애착. 수행승. 바라문 등 26장으로 나눠져 있다.
주로 단독의 시로 되어 있으나 때로는 둘 또는 여러 편의 시가 무리를 이루고 있다. 보통 4구(句)로 구성되어 있어 문학작품으로도 향기가 높다.
이러한 시들은 물론 부처님이 직접 읊은 것은 아니나 부처님의 요긴한 뜻이 시의 형태로 되어 초기 불교 교단 내에서 널리 전해지고 있던 것을 모아 기원전 4~3세기경에 편집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법구경>은 방대한 불교 성전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으로서 불교의 도덕관과 사회관 등의 교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부처님의 참 뜻을 비교적 원초적인 형태로 전하고 있다. 따라서 예로부터 불교도들에게 가장 널리 애송되어 왔고 가장 오랫동안 읽혀진 불교 교훈 집으로서 가치가 높다.
이 경에 실려 있는 주옥 같은 한편 한편의 시는 순수 소박하고 간단 명료하면서도 매우 깊은 뜻을 시사하고 있다. 번뜩이는 지혜로써 인생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가 하면 부처님의 투철한 종교적인 인품을 느끼게 한다. 이른바 '동방의 성서'라고 불릴 정도로 출가. 재가자는 물론 일반인들까지도 반드시 읽어 보아야 할 교양 서적으로 손꼽히고 있는 경전이다.
이와 같이 <법구경>의 가치가 높이 평가되면서 널리 애송됨에 따라 이의 이본(異本)도 많다. 먼저 이 경과 동일계 경전으로는 <법구비유경>(4권) <출요경>(30권) <법집요송경>(4권)이 있고, 이본으로는 한역 <법구경>(2권) <법구경> <1천품> <간다라법구경> <우다나품> 등을 들 수 있다.
7.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
A.D. 67년경 인도의 가섭마등(迦葉摩騰)과 축법란(竺法蘭)이 당시(후한)의 황제인 효명제(孝明帝, 58~75재위)의 보호 속에서 번역한 중국 최초의 한역 경전이다. 일상의 수행에서 중요한 42가지 덕목을 여러 경전에서 간추려 놓은 경으로, 특히 수행을 중요시하는 선가(禪家)에서는 불조삼경(佛祖三經)의 하나로 손꼽고 있는 경전이다.
고려대장경(팔만대장경)에 수록된 이 경의 첫머리에 보면, 효명제가 꿈에 금인(金人)이 나타나 그의 궁전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신하를 대월지국에 보내 불교 경전을 얻어 오도록 하였는데, 이때 베껴온 것이 바로 <사십이장경>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경전은 문헌상 중국에 들어온 최초의 경전이기도 하다. 이 경의 내용을 살펴보면 아함의 내용을 가장 많이 담고 있으며, 잡아함이나 <법구경>과도 같은 경집의 성격을 띠고 있다. 때문에 이 경의 모체는 아함과 <법구경> 등이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다.
그러나 고. 무상. 무아. 애욕(愛欲)의 단절 등의 소승적 가르침 뿐만 아니라, 자비와 인욕의 실천, 보시의 권장과 참회의 강조 등 대승적인 요소들도 모두 갖추고 있는 매우 교훈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같이 이 경은 매우 쉽고 간결한 불교의 중요한 덕목들을 담은 입문서로서 널리 애독되어 왔다. 그에 따라 이본(異本)도 10여 종에 이르고 있는데, 이러한 이본들은 본문 자체에서 증장(增長). 발전된 흔적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이 경전을 중국에서 만들어진 위경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이본은 크게 고형본(古型本). 명장본(明藏本). 보림전본(寶林傳本) 등으로 분류된다. 고형본은 고려대장경과 송원대장경에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가섭마등과 축법란이 번역한 원형과 가장 가깝다. 명장본은 명대장경에 수록된 것으로 고형본보다 증장. 발전된 흔적이 엿보인다. 보림본전은 송대 이후 선가에서 유행된 것으로, 선가에서 일상적인 경전으로 간주했다고 하여 불조삼경의 하나가 되었다.
8. 미란타왕문경(彌蘭陀王問經)
경전의 원명은 <밀린다팡하(Milindapanha)>이다. 한역에서는 <미란타왕문경> 또는 <나선비구경>이라 한다.
기원전 150년경 서북 인도를 지배한 그리스왕 밀린다(메난드로스)와 불교경전에 정통한 학승 나가세나(Nagasena, 那先) 사이에 오고 간 대론서(對論書)이다. 당시의 그리스적(서양적)인 사유와 대비라는 면에서 동서 사회의 가치관이나 종교관을 비교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또한 역사상 동양과 서양의 지혜가 처음으로 교류했다는 점에서도 그 가치는 더욱 크다고 하겠다.
<미란타왕문경>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질문 하나 하나가 조금도 낡았다는 느낌을 주지 않거니와, 오늘날 우리들의 불교에 대한 의문을 그리스왕을 통해 던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인의 존재에 대해서는 영혼론. 개체의 구조. 윤회의 주체와 선악 업보의 문제 등을 논하고, 또 불교의 독자적인 지식론이나 심리현상의 고찰 또는 불타론이나 해탈. 열반에 대한 실천 수행론 등 다방면의 문제가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교 교리상의 여러 문제를 어렵고 까다로운 아비달마 교학과는 달리 날카로운 질문과 간명한 해답으로 아주 선명하게 해명하고 있어서, 현대인의 불교 입문으로서 손색이 없다. 뿐만 아니라 일반 경전이 출가자를 중심으로 재가신자는 출가자를 위해 보시하고 예배. 공양하라고 가르치는 반면, 이 경전은 출가자의 우위를 표면에 내세우면서도 재가신자도 출가자와 똑같이 궁극의 목적에 이를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불설(佛說)이 아니기 때문에 스리랑카에서는 팔리 삼장 속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이와는 달리 미얀마(버마) 불교에서는 경장의 소부경전 속에 수록하여 대단히 존숭하고 있다. 한역본으로 역자 불명인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이 전해오며, 이본으로는 팔리본 3종류로 스리랑카본. 트랜크너본. 샴본 등이 전해온다. 경전 후미에 보면 왕이 던진 질문은 304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236문이 전한다.
- 숫타니파타: '경집(經輯)' 즉 '경의 모음'이란 뜻. 1,149수로 된 시로 초기 불교경전 중 가장 오래된 작품. 순수하고 소박한 불교사상을 설하고 있어 초기 불교교단의 성격과 부처님의 인간적 매력을 생생히 맛볼 수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구절이 유명.
- 범망경: '범망(梵網)'이란 어부가 그물로 물고기를 잡듯 갖가지 견해를 건져올린다는 뜻. 계율에 관한 근본 경전. 10중대계와 48경계를 제시하여 수계작법을 설하고, 또한 대승의 포살이라는 집회작법 등을 담고 있다. 상.하권이 있으며, 하권만 뽑은 것을 <보살계본>이라 함.
- 불유교경: 부처님꼐서 입멸하기 전 제자들에게 남긴 최후의 설법. <유교경(遺敎經)>이라고도 함.
- 백유경: 불교의 기본교리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총 98가지의 재미있는 비유와 우화를 모은 경전.
<상좌부 불교의 율장(律藏)>
** 율장(Vinaya)은 승가의 계율과 승단의 규정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가르침(dhamma, 法)에서는 논하지 않는다. 율장은 한역 오대광율과 상좌부 율장 등으로 오늘날까지 전승되어 오지만 그 구조와 내용은 전체적으로 대동소이하다.
한역 율장은 다섯 가지가 잘 알려져 있다. 이를 중국에서는 오대광율(五大廣律)이라 불렀다. 그것은 십송율 61권(404~409, 불야다라, 구마라집), 마하승기율 40권(불타발타라, 법현, 416~418) 사분율 60권(410~412, 축불념), 오분율 30권(불대집, 422~424), 근본설 일체유부비나야(701~713)이다.
그리고 상좌부 율장이 스리랑카와 미얀마와 태국 등의 남방에서 빠알리어로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으며 잘 실천되고 있다. 그 외 산스끄리뜨 등으로 된 단편들이 다수 존재한다.
상좌부 율장(Vinaya-Pitaka)은 ① 비구 위방가(Bhikkhu-vibhaṅga, 비구 분석, 비구 빠띠목카) ② 비구니 위방가(Bhikkhunī-vibhaṅga, 비구니 분석, 비구니 빠띠목카) ③ 마하왁가(Mahāvagga, 大品) ④ 쭐라왁가(Cullavagga, 小品), 이 둘을 칸다까(Khandhaka, 犍度, 品)라 부름) ⑤ 빠리와라(Parivāra, 補遺)의 다섯 부분으로 되어있는데, 한역 오대광율도 같은 방법으로 되어 있다.
<상좌부 논장(論藏)>
상좌부 논장(Abhidhamma-Pitaka)은 다음의 칠론(七論)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파불교 참조)
법집론(法集論, Dhammasaṅgani), 분별론(分別論, Vibhaṅga), 계론(界論, Dhātukathā), 인시설론(人施設論, Puggalapaññatti), 논사(論事, Kathāvatthu), 쌍론(雙論, Yamaka), 발취론(發趣論, Paṭṭhāna)이다.
북방 설일체유부도 칠론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품류족론(品類足論)』 『식신족론(識身足論)』 『법온족론(法蘊足論)』 『시설족론(施設足論)』 『계신족론(界身足論)』 『집이문족론(集異門足論)』의 6족론과 가다연니자(Kātyāyaniputra)가 지은『발지론(發智論)』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광박한 주석서인 『大毘婆沙論』도 중요하다.
<주요 대승경전과 그 내용>
1. 화엄경(華嚴經)
<화엄경>은 대승경전 중에서도 교학적, 사상적으로 불교의 핵심을 가장 깊게 담고 있다. <대방광불화엄경>의 약칭으로 각 장이 독립된 경전으로 되어 있던 것을 4세기경에 집대성했다. 한역에는 6본이 있으나 지금은 3본만 전해 오고 있다. <60 화엄> <80화엄> <40화엄>이 그것이다. <60 화엄>은 418-420년에 중국 동진의 불타발타라(佛陀跋陀羅)가, <80화엄>은 695-699년에 당나라의 실차난타(實叉難陀)가, <40화엄>은795-798년에 당나라 반야(般若)가 각각 번역했다. 이 중 <40화엄>은 <60화엄>과 <80화엄>속에 있는 마지막 장인<입법계품>에 해당한다. 따라서 <60화엄>과 <80화엄>이 한역의 완본이라 할 수 있다. <60 화엄>은 7처 8회 34장, <80화엄>은 7처 9회 3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處)와 회(會)란 경을 설한 장소와 모임의 횟수를 뜻한다.
<60 화엄>에 따르면 제1 적멸도량회는 보리수 밑에서 깨달음을 이룬 부처님의 주위에서 많은 보살들이 부처님의 덕을 칭송하고 있다. 이때 부처님은 이 경의 교주인 비로자나불과 한몸이 되어 있다. 제2 보강법당회에서는 부처님이 사자좌에 앉아 있고 문수보살이 고집멸도 사성제를 설한다. 또 10보살이 10종의 깊은 법을 설한다. 제3 도리천회. 제4 야마천궁회. 제5 도솔천궁회. 제6 타화자재천궁회는 설법의 장소가 천상으로 각각 보살이 수행하는 계위를 뜻하는 십주(十住). 십행(十行). 십회향(十廻向). 십지(十地)에 대해 설해지고 있다. 제7회는 다시 지상의 보광법당회로 지금까지의 설법을 요약하고 있다. 제8회에서 다림회(기원정사)는 <입법계품>으로 선재동자가 보살에서 외도에 이르기까지 53인의 선지식을 찾아 구도하는 과정을 묘사하여 정진이 곧 불교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가 만나는 선지식 중에는 보살만이 아니라 비구(니). 소년. 소녀. 의사. 장자. 바라문. 창녀 등 가지가지의 직업과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섞여 있다. 이는 형식이 문제가 아니라 보리심의 유무가 문제라는 대승불교의 수도의 이상을 잘 나타내 주는 것이라 하겠다.
<법화경>의 천태사상과 함께 대승교학의 쌍벽을 이루고 있다.
** 중요한 화엄경(華嚴經) 4구게 ***
㉮ 若人慾了知 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
(약인욕요지 삼세일체불 응관법계성 일체유심조)
<화엄경> 야마천궁 게찬품(夜摩天宮偈讚品)에 나오는 게송으로 전체 게송 중 가장 잘 알려진 게송이다. 만약 사람들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부처님을 알고 싶으면 먼저 마땅히 자기 마음의 체성(體性)을 요달(了達)해 보아라. 모든 것이 마음의 조화임을 알게 되리라고 했다.
첫 구절은 만약 사람들이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를 알고 싶다면, 다시 말해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두루 통용되는 참된 진리, 참된 근본을 알고자 한다면 하는 말이다. 그리고 참된 근본이란 곧 나의 근본이기도 하고, 온 우주 산하대지 두두만물(頭頭萬物)의 근본을 말하는 것이고, 부처의 근본이기도 하며, 법계(法界)의 근본이 되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둘째 구절은 (이렇게 참된 근본, 참 진리, 부처를 알고자 한다면) 마땅히 법계의 성품을 관할 것이니 ‘일체 모든 것은 마음으로 지어졌다’고 했다. 법계의 성품이 바로 나의 성품이고, 법계의 근본이 나의 근본이기 때문에 법계의 성품을 관하라는 말이 바로 나의 근본을 살피라는 말이며, 나의 참 성품, 즉 불성(佛性)을 찾으라는 말이다. 그리고 바로 그 근본이 바로 ‘마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이 4구게는 부처님을 알고자 한다면 법계의 성품을 관해야 하고, 성품을 관하면 ‘일체유심조’임을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유심(唯心)사상은 화엄경의 사상일 뿐만 아니라 불교의 대표적인 사상이다. 그리고 이 마음의 문제는 근본불교, 대승불교, 선불교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 중심에 서 있다. 불교는 마음을 다스리는 종교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므로 마음의 이치와 마음의 속성을 잘 이해해야 불교를 이해했다고 할 수 있으며 이 마음을 깨달았다면 곧 불교를 깨달았다고 할 수 있다. 혹자는 부처님이 도를 깨달았다는 것도 실은 이 마음을 깨달은 것이라고 말한다.
㉯ 心如工畵師 能畵諸世間 五蘊實從生 無法而不造
(심여공화사 능화제세간 오온실종생 무법이부조)
이 게송도 야마천궁 게찬품(夜摩天宮偈讚品)에 나오는 것으로 마음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아서 능히 모든 세상일을 다 그려내고, 오온(五蘊-이 몸뚱이)도 다 마음으로부터 나온 것이고, 마음은 무엇도 만들지 않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마음과 같이 부처 또한 그러하며 부처 같이 중생 또한 그러하다. 마음과 부처와 중생은 똑같아서 차별이 없다. 모든 것은 다 마음 따라 변한다는 것을 부처는 잘 안다. 만일 이렇게 바로 알면 그 사람은 부처를 볼 것이다. 마음 하나 깨치면 부처고 마음자리 깨치지 못하면 중생이기 때문에 마음과 부처와 중생은 한 몸인 것이란 말이다.
㉰ 若修習正念 明了見正覺 無相無分別 是名法王子
(약수습정념 명료견정각 무상무분별 시명법왕자)
이 게송도 야마천궁게찬품(夜摩天宮偈讚品)에 나오는 것으로 만약 바른 생각으로 닦아 익혀 밝게 올바른 깨달음을 요달(了達)해 보면 모양도 없고, 분별도 없으니, 이것을 이름하여 법왕자(法王子=보살)라 하리로다 하는 말이다.
㉱ 若人知心行 普造諸世間 是人則見佛 了佛眞實性
이 게송 역시 야마천궁게찬품(夜摩天宮偈讚品)에 나오는 것으로 어떤 사람이 만약 마음이 모든 세간을 만들어내는 줄을 안다면 이 사람은 바로 부처님을 친견하게 될 것이고 부처님의 진실성을 알게 될 것이다 - 곧 깨달음을 얻을 것이란 말이다.
2. 금강경(金剛經)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蜜經)>의 약칭으로 금강과 같이 견고하여 능히 일체를 끊어 없애는 진리의 말씀이라는 뜻이다.
공사상을 근본으로 하는 반야부 계통의 경전 가운데 <반야심경> 다음으로 널리 읽히는 경이다. 특히 선종에서는 5조 홍인대사 이래로 중시되어 온 소의경전으로서, 불교경전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경이다. 중심 사상은 역시 공사상이다. 철저한 공사상에 의해 번뇌와 분별하는 마음을 끊음으로써 반야의 지혜를 얻어 깨달음을 증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사상을 천명하면서도 공(空)자가 한 자도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이는 아마도 이 경이 대승불교의 최초기에 성립된 것으로서 아직 공이라는 술어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 경에서는 대승과 소승이라는 의식도 분명하지 않아 두 관념도 아직 성립되기 이전의 경전으로 보여진다.
경전의 구성을 살펴보면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공의 이치를 가장 잘 터득하고 있었다는 수보리 존자와 부처님이 문답식의 대화를 전개해 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법회인유분 제1에서 시작하여 응화비진분 제32로 끝나고 있다. 그 사상의 골자는 철저한 공사상에 입각한 윤리적 실천에 두고 있다.
특히 이 경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문구는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다. 6조 혜능(慧能)이 어느 날 <금강경>을 읽다가 바로 이 대목에서 홀연히 깨달았다고 할만큼 특색있는 표현이며, 핵심적인 문구로서 선종에서 매우 중요시 여기는 어구이다. '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일으켜라.'라고 해석되는데, 달리 표현하면 '일체의 것에 집착함이 없이 그 마음을 활용하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이 공하기 때문에 집착할 필요가 없고 집착하지 않은 마음의 상태로 마음을 쓰라는 것이다. 이때 비로소 '평등, 즉 차별' '차별, 즉 평등'이라는 중도의 진리를 가장 선명하게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역에는 6종이 있으나 구마라집이 번역한 <금강반야바라밀경>(1권)이 가장 널리 유통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소의경전이다.
**** 중요한 금강경의 4구게 ***
㉮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이 사구게는 <금강경> 여리실견분(如理實見分)에 나오는 말로서, 무릇 상(相)이 있는 바는 모두 허망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상이 상이 아님을 바로 보면 곧 여래를 볼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범소유상’은 상이 있는바 모든 것이란 뜻으로, 두두만물 일체 현상계에 벌어진 모든 것을 의미한다. 꼭 눈으로 보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안이비설신의 육근으로 감지할 수 있는 모든 대상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일체 모든 현상계가 개시허망(皆是虛妄), 즉 일체 현상계가 모두 허망한 것이므로, 이렇게 상이 있다고 하는 바 모든 것이 상이 아닌 사실을 바로 본다면, 즉견여래할 것이라고 했다. 즉 이 참된 이치를 바로 본다면 여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여래를 본다는 말이다. ‘여래를 본다’는 말은 깨달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바탕이 텅 비어 있다. 공(空)하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리어 그 어떤 것도 나툴 수 있는 것이다. 텅 비어 있기 때문에 도리어 꽉 차서 인연 따라 모든 것이 나투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나무와 나무를 비벼서 불을 얻었다고 하면 그 불이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나무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공기 중에서 나온 것도 아니며, 비비는 내 손에서 나온 것도 아니지만 분명이 이렇게 불이란 상이 나투었다.
이처럼 세상 모든 만물, 범소유상은 다 인연 따라 잠시 나툰 것일 뿐이므로 인연이 다 하면 소멸되는, 그 어느 것도 고정된 실체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눈.귀.코.혀.몸.뜻으로 접할 수 있는 모든 상(相) 역시 고정된 상(실체)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생은 드러난 모양과 현상에 집착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상이 상이 아님을 여리실견(如理實見) 한다면, 정각을 이룬다는 뜻이다.
㉯ 應如是生淸淨心 不應住色生心 不應住聲香味觸法生心 應無所住 以生其心 (응여시생청정심 불응주색생심 불응주성향미촉법생심 응무소주 이생기심)
<금강경> 장엄정토분(莊嚴淨土分)에 나오는 게송으로, 보살이 마음을 어떻게 가져야 할 것인가에 대해 설한 게송이다. 보살은 반드시 맑고 깨끗한 마음(淸淨心)을 내야 하는데, 오온(五蘊)에 집착하는 마음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마음작용이 결코 현상에 끄달려 집착심을 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응당 색(물질)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 말 것이며, 성향미촉법에 머물러서도 마음을 내지 말 것이니,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청정한 마음을 내라고 했다. 보통 우리가 마음을 일으킬 때는 육근인, 안이비설신의가 색성향미촉법을 대상으로 마음을 일으키게 된다.
눈을 예로 들면, 눈으로 물질인 색을 보는데 있어서 여여하게 아무런 분별없이 바라보지 못하고 대상에 마음이 머물러서(집착해서) 마음을 일으킨다는 말이다. 좋아하는 연인을 볼 때와 미워하는 사람을 볼 때, 우리 마음은 좋다고 집착하고, 밉다고 싫어하며, 대상에 좋고 싫음의 분별을 덮어씌워 놓고 그 대상에 집착해서 좋고 싫은 마음을 일으킨다.
의(意)의 경우도 그렇다. 좋은 대상에 대해서 사랑을 하고, 미운 대상에 대해서는 다툼을 일으킨다. 그러나 대상은 늘 허망하기 때문에 잠시 인연 따라 좋고 싫게 나타날 뿐, 좋고 싫다는 딱 정해진 상은 없다. 죽고 못 살듯이 사랑한 여인과 결혼해 살다가 나중에 서로 미워하며 이혼하는 숱한 예를 우리는 보고 있다. 이처럼 좋고 싫다는 게 허망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행자는 색성향미촉법의 대상에 머물러 마음을 내지 말고,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야 하는 것이다. 머무름 없는 행, 함이 없는 행이야 말로 모든 수행자들이 추구해야 할 길이다. 수행자의 길은 무집착, 방하착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구절에서 6조 혜능(慧能)선사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
이 게송은 <금강경> 법신비상분(法身非相分)에 나오는 너무나 유명한 게송으로, 상(相)을 염두에 두고 부처를 보려고 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수보리 존자에게 32상(相)으로 여래를 볼 수 있느냐고 질문하니, 수보리존자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러면 전륜성왕도 32상을 가졌으니 여래라 하겠구나 하고 바로 반박하셨다. 그러니까 수보리존자는 32상으로는 여래를 볼 수 없다고 수정해 대답했다. 그러니까 겉모양을 가지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형상으로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서 나를 보기를 구하면 이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함이니 결코 여래를 보지 못한다고 했다. 깨닫겠다고 부처를 찾아 나서는 이들이 많지만 부처라는 대상을 정해 놓고 찾아 나서려 한다면 그것은 이미 잘못 가고 있는 것이다. 육근으로 부처를 만나고자 해서는 안 된다. 눈으로 형상의 부처를 보려고 하거나, 귀로서 부처의 음성을 들으려 한다면 이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처를 찾지 못한다. 육근으로 접할 수 있는 대상은 모두가 허망한 것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제자 중에 왁깔리(Vakkali) 비구가 있었는데, 붓다의 용모에 반해 가르침을 듣기보다 부처님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으므로 부처님은 자신의 육신을 보지 말고 자신의 가르침에 주의를 집중하라고 말하셨다.
㉱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이 게송은 <금강경> 응화비진분(應化非眞分)에 나오는 것으로 공(空)을 어떻게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일체의 유위법이란 모든 삼라만상 모든 것을 말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일체의 유위법이 하나도 없다고 관하라고 말씀하시지 않고, 꿈, 환영, 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와 같다고 관하라고 하셨다. 이게 바로 삼라만상의 공성(空性)을 제대로 관하는 것이다. 번개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그러니 있어도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은 더 빠르게 사라진다. 그렇게 실체가 없이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내 것이라고 여기고 영원하길 바라기 때문에 고통이 생긴다.
부처님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응신과 화신으로 나투지만 이는 여래의 참다운 법신이 아니다. 보신과 화신은 진실이 아닌 망연(妄緣)임을 깨달으라는 것이다. 오직 법신만이 청정해 크고 넓어 끝없다는 말이다. 상(相)을 떠나야 참다운 여래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금강경>은 이와 같이 상을 떠나야 함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유위법은 분별망상으로 이루어진 법이다. 즉 번뇌 망상이 연기해서 일어나는 현상이어서 참으로 허망한 것이다. 일체 현상계의 모든 생멸법은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 같으며, 이슬과 같고, 번개와도 같으니 응당 이와 같이 관해야 한다. 일체 현상계의 모든 생멸법이란 다 허망하며, 다만 잠시 인연 따라 생하고 멸할 뿐인 것이다.
3. 반야심경(般若心經)
<대반야경> 6백 권의 사상을 한자 260자로 가장 짧게 요약하여 그 진수만을 담고 있는 경전이라 하면 <반야심경>을 떠올린다. <반야바라밀다심경>의 준말로 핵심은 역시 공 사상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실체가 없는 공임을 철저하게 터득함으로써 반야(지혜)를 얻어, 결국에는 정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법회 의식에서 독송되고 있으며, 반야부 경전 중에서도 가장 많이 읽히고 있다.
경전을 살펴보면, 관세음보살을 통해서 반야의 인격을 보였으며, 불생불멸을 통해서 반야의 실상을 천명했고, 보살과 부처님을 통해서 반야의 공덕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반야바라밀에 대한 신앙과 발원으로 경의 종반부를 이루고 있다. 산스크리트 원전은 대본과 소본 2종류가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독송되고 있는 경은 당나라 현장(玄裝)이 번역한 것으로 소본에 해당된다. 현존하는 한역본은 구마라집의 <마하반야바라밀대명주경>(402∼413년 번역)과 현장의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649년 번역) 등 7본이 있다. 이 밖에도 티벳역. 몽고역. 프랑스역. 영역 등이 있는데, 특히 1884년 막스 뮬러(Max Muller)와 일본의 난조우(南條文雄) 박사가 일본 장곡사 소장의 대본과 법륭사 소장의 소본을 교정. 영역한 것은 19세기 불교학계의 큰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석서는 중국에서만도 당나라 규기(窺基)의 <반야바라밀다심경유찬>(2권)과 법장(法藏)의 <반야바라밀다심경약소>(1권) 등 77부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효(元曉)의 <반야심경소>와 원측(圓測)의 <반야심경소>와 원측(園測)의 <반야바라밀다심경찬>(1권)이 있는데, 원효의 것은 현존하지 않는다. 특히 원측의 것은 현장의 한역본에 대한 최초의 주석서로서 내용이 뛰어나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4. 수능엄경(首楞嚴經), 능엄경
<수능엄경>은 선가(禪家)의 요체를 강조하면서도 밀교 사상이 더해진 전체 10권의 경전이다. 온전한 명칭은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인데 줄여서 <대불정수능엄경> <수능엄경> <능엄경> 등으로 불리운다.
이러한 경문의 뜻을 간추리면, '무한하게 크고 두루한 깨달음을 성취한 부처님이 되고자 보살들이 닦는 완전무결한 수행법을 말씀하신 경'이란 뜻이다. 부처님의 제자인 아난존자가 마등가라는 여인의 꾐에 빠져 그녀의 딸에 의해 청정한 계를 깨뜨리게 될 즈음, 부처님께서 능엄주의 신통력으로 구해 준다. 아난존자는 불법을 많이 들어서 알기는 하지만 선정(참선)을 닦아 도의 힘을 기르지 못했음을 부끄럽게 여겨 깊이 후회하고, 부처님께 참선하는 법을 청하게 됨으로부터 이 경이 설해지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능엄주에 의해 악마의 장애를 물리치고 참선에 전념해 여래의 진실한 지혜를 얻게 함으로써 생사의 괴로움을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 이 경의 목적이다. 내용이 참선과 관계가 깊기 때문에 예로부터 우리나라 불교계에서도 매우 존중되어 온 경전이다.
이리하여 전문 강원의 교과목 중 <금강경> <원각경> <대승기신론> 과 함께 사교과(四敎科)의 한 과목으로 학습되어 왔다.
인도의 유명한 절인 나란타사에 숨겨져 있어 당나라 이전까지 중국에 들어오지 못하다가 당나라 4대 중종 때인 705년경 중인도의 반자밀제(般刺密帝)에 의해 전래되어 그에 의해 한역됐다.
비록 밀교사상이 가미되긴 했지만 선정이 역설되고 있기 때문에 밀교 쪽보다는 선가에서 환영을 받아 중국 이래의 주석가들은 대부분 선승들이다.
주석서로는 중국 송나라 인악(仁岳)의 <능엄경집해>(10권), 계환(戒環)의 <능엄경요해>(20권), 함휘(咸輝)의 <능엄경의해>(30권)가 있고, 우리나라 에서는 고려 보환(普幻)의 <능엄경신료>(2권) 및 <수능엄경환해산보기>(2권), 조선 유일(有一)의 <능엄경사기>(1권)와 의첨(義沾)의 <능엄경사기>(1권)가 있다. 이 중 보환의 <수능엄경환해산보기>는 송나라 계환의 <능엄경요해>에서 잘못된 곳을 고쳐 첨삭한 것이다.
5. 원각경 (圓覺經)
<원각경>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문수. 보현. 보안. 금강장. 미륵 청정혜. 위덕자재. 변음. 정제업장. 보각. 원각. 현선수 등 12보살들과의 문답을 통해 대원각의 묘리와 그 관행을 설한 경전이다.
전체 1권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2보살들과의 문답을 각각 1장으로 했기 때문에 12장으로 되었다. 제1 문수보살 장에서는 누구나 본래부터 갖고 있는 원각에 환원하기만 하면 생사가 곧 열반이요, 윤회가 곧 해탈이 됨을 가르치고 있다. 제2 보현보살장부터 제11 원각보살장까지는 원각을 닦고 증득함에 필요한 사고와 실천에 대하여 설하고 있다. 끝으로 제12 현선수보살장에서는 이 경의 이름과 신수봉행의 방법 그리고 수지하는 공덕과 이익 등에 대하여 설하고 있다.
원래 명칭은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으로 줄여서 <대방광원각경> <원각수다라요의경> <원각요의경> <원각경>이라고도 한다. 중국 당나라 불타다라(佛陀多羅)에 의해 번역되었으나 연대는 확실치 않다.
경전의 내용은 <수능엄경>을 근거로 여기에 <대승기신론>의 교의를 짜 넣어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는 학자가 많다.
이렇듯 중국에서 만들어진 위경으로 보는 학자가 많고 문헌학적 의문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대승의 참뜻을 잘 표현하고 있어 예로부터 널리 유포된 경전이다. 이리하여 우리 나라에서도 전문 강원의 교과목 중 <금강경> <수능엄경> <대승기신론>과 함께 사교과의 한 과목으로 채택되었다.
주석서로는 이 경의 제일의 주석가요 유포자로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당나라 종밀(宗密)의 <대방광원각경대소>를 비롯한 9종이 있다. 물론 종밀 이전에도 이미 유각(惟慤)의 소(疏) 1권, 오진(悟眞)의 소 2권, 견지(堅志)의 소 4권, 도전 (道詮)의 소 9권 등이 있었다고 하나, 종밀의 것을 제일로 손꼽고 있다. 또한 종밀 이후에도 수많은 주석서가 나왔으나, 후세의 연구가들은 거의가 종밀의 주석서에 의거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조선 시대 함허득통(涵虛得通)의 <원각경해>(3권)를 비롯하여 유일(有一)의 <원각사기>(2권), 의첨(義沾)의 <원각경사기>(1권) 등이 현존한다.
6. 법화경 (法華經)
<법화경>은 부처님의 지혜를 열어(開) 보여(示) 사람들로 하여금 깨닫게(悟) 하고 부처님의 지혜에 들게(入) 함을 목적으로 편찬된 경이다. 따라서 다른 경에서는 성불할 수 없다고 설한 악인이나 여인까지도 성불이 가능하다고 설하고 있다.
대승불교가 발생할 즈음은 부파(소승)불교의 학문적 추구와 전문화로 말미암아 출가 교단이 일반 대중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 주지 못할 때였다. 그런 연유로 대중들은 자연히 부처님을 기억해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됐다. 바로 이때 진보적이며 신앙심이 강렬한 재가 보살들이 중심이 되어, '보살단'이라는 자치단체를 구성, 부처님의 사리탑 신앙을 중심으로 새로운 불교 운동을 전개하면서 회삼귀일(會三歸一)의 일불승(一佛乘) 사상과 구원성불(久遠成佛)을 근간으로 하여 새로운 경전을 편찬하게 되니 이것이 <법화경>의 성립 배경이다.
이 경은 그 후 불교경전 중 가장 넓은 지역에 유포되어 많은 민족들에게 애호됐으며, 가장 깊이 연구된 대승 경전이다. 이미 우리의 귀에 익은 '화택(火宅) 의 비유'라든가 '궁자(窮子)의 비유' '약초(藥草)의 비유' '화성(化城)의 비유' '여래의 수명' 등이 모두 <법화경>에서 방편서로 등장하고 있는 것들이다. 훗날 천태대사 지의(538-597)에 의해 교학적. 사상적으로 조직. 정리됨으로써 천태사상의 발전을 보게 된 유명한 경전이기도 하다.
중국 불교학에서 화엄사상과 함께 쌍벽을 이루고 있다. 특히 대승불교 운동의 태동과 그 맥락을 같이 해서 성립되었기 때문에 철두철미하게 대승불교적임을 엿볼 수 있는 경전이 바로 <법화경>이다.
한문 번역본은 6가지였으나 전해 오는 것은 축법호(竺法護)의 <정법화경>, 구마라집(鳩摩羅什)의 <묘법연화경>, 사나굴다와 달마급다(達磨垢多)가 함께 번역한 <첨품묘법연화경> 등 3가지이다. 이중 구마라집의 <묘법연화경>이 가장 널리 퍼져 있으며, 보통 <법화경>이라 함은 위의 약칭이다.
주석서로는 예로부터 천태대사 지의의 법화삼대부 (법화현의. 법화문구. 마하지관)를 최고의 권위서로 손꼽는다.
** 4구게 *** 諸法從本來 常自寂滅相 佛子行道已 來世得作佛
(제법종본래 상자적멸상 불자행도이 내세득작불)
법화경의 제법실상의 깊은 도리를 담고 있다. 법화경의 다른 이름이 곧 제법실상이다. 제법이라 함은 모든 것을 가리킨다. 있다는 모든 것을 말함이요, 실상이라 함은 모든 것의 참모습이며 중도를 일컫는 뜻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본래부터 스스로 고요하고 청정하므로 우리가 이와 같이 닦고 닦으면 내세에는 부처를 이룰 것이라는 말이다.
제법(諸法), 즉 이 세상 모든 것은 본래부터 스스로 고요해 청정한 것이라는 말은 그대로 <금강경>의 ‘범소유상 개시허망(凡所有相 皆是虛妄)’이나 <화엄경>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와 같은 맥락의 말이다. ‘제법’이란 <금강경>에서의 상이 있는바 모든 것, 즉 ‘범소유상’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본래부터 스스로 고요하고 청정하다는 말은 세상 모든 것이 허망하다는 말이다.
우리의 눈으로 보기에는 세상 모든 것이 얼마나 번잡하며 끊임없이 시비분별을 일으키는가? 그러나 그런 것은 모두 고정된 실체로 있는 것이 아니라 허망한 것, 공한 것이기에 본래는 청정하고 고요하다는 말이다. 각기 존재 본연의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마음으로 만들어 진 것일 뿐(일체유심조)이므로 허망해(개시허망) 본래는 청정하다는 말이다(상자적멸상). 그러니 모든 수행자가 이와 같이 닦고 닦으면 부처를 이룰 것이라 했다. 이 말이 그대로 <금강경>의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나 <화엄경>의 ‘삼세일체불 응관법계성(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과 같은 말이다.
7. 열반경 (涅槃經)
<열반경>은 부처님이 쿠시나라에 사라나무 숲속에서 열반에 들기 직전, 대중에게 정진을 당부하신 최후의 법문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경전의 중심사상은 불신상주. 열반상락아정, 일체중생 실유불성 (一切衆生悉有佛性) 으로 요약된다.
부처님의 몸이 상주한다는 것은 부처님의 법신은 육신을 떠나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육신의 모습에서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한량없고 그지없는 법신을 보게 된다는 뜻이다.
열반이 상락아정하다는 것은 종래의 사념처관, 즉 '모든 것은 무상하다.' '모든 것에는 아가 없다.' '모든 것은 괴롭다.' 이 몸은 부정하다.'는 소극적인 이론을 초월하여 적극적인 태도를 취한 것을 일컫는다. 부처님이 상주 불멸하기 때문에 '상'이요, 상을 인정하니 '아(我)도 인정한다는 것이다. 상'이면서 '아'가 소유하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으니 '깨끗함(淨)'이요 이는 곧 '즐거움(樂)' 이다.
이는 무상한 세계를 단순히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무상한 세계를 완전히 거치고 나서 '상'의 세계를 발견하는 데에 그 참뜻이 있다고 하겠다. 일체중생 실유불성은 <열반경>의 핵심으로서 모든 중생에게는 반드시 부처님이 될 수 있는 성품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를 실증하기 위해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부단히 수행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설하고 있다. 따라서 이 경전이 추구하는 부처님의 핵심적인 말씀은 '모든 것은 변하니 게으름에 빠지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교훈이다. 이러한 실유불성의 입장에서 극악무도한 일천제(一闡提)도 성불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야기되기도 했으나, <열반경> 에서는 결국 일천제도 중생인 이상 마땅히 성불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원명은 <대반열반경>이다. 소승의 <대반열반경>과 이름이 같아 일반적으로 <대승열반경> <소승열반경>으로 구분짓고 있으나, 대승불교 권에서 흔히 <열반경>이라 하면 <대승열반경>을 말한다. 한역본은 혜엄(慧嚴)과 혜관(慧觀)이 거사 사령운(謝靈運)과 함께 편찬한 남본 <열반경>이 후세 <열반경>연구의 기초가 되고 있다.
*** 4구게** 諸行無常 是生滅法 生滅滅已 寂滅爲樂
(제행무상 시생멸법 생멸멸이 적멸위락)
제행무상이라고 하는 것은 생멸의 법칙이다. 모든 존재는 그 법칙에서 예외가 있을 수가 없다. 모든 현상은 한시도 고정됨이 없이 변한다는 것이 곧 생하고 멸하는 생멸의 법이고, 생멸은 영원한 것이다. 그러나 이 생멸에의 집착을 놓으면 곧 고요한 열반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보고 듣는 모든 현상은 변한다. 곧 생하고 멸하는 법칙이다. 이 생멸이 생멸 아님을 깨달으면 곧 고요한 열반의 경지가 된다는 말이다.
무릇 화두를 들고 있어도 별별 망상이 일어나는 것이 중생의 마음이다. 그러면서 그 일어나는 근본자리는 텅 비어 있다. 이 숱한 망상들이 어디에서 일어나는가. 찾아 들어가면 일어난 그 자리가 없다. 그 자리가 텅 비어 있다. 그것이 마음의 본체 자리이다. 생멸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마는, 그 생멸 그 너머. 적멸한 고요한 자리. 부단히 생멸하면서도 고요한 자리가 틀림없이 있는데, 그것이야말로 즐거움의 자리다. 부처님은 입멸에 드시기 직전에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고 한다.
생멸멸이(生滅滅已)의 생멸은 정신현상으로서의 생멸심, 즉 번뇌의 생멸로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생멸멸이’는 번뇌의 생멸을 가라앉히라는 의미이고, 그것은 탐진치의 소멸이 바로 최상의 행복이라는 붓다의 열반에 대한 정의와 일치한다.
8. 미륵상생경 (彌勒上生經)
원래 명칭은 <관미륵보살상생도솔천경 (觀彌勒菩薩上生兜率天經)>으로 달리 <미륵보살반열반경> <관미륵경> <화생경>이라고도 한다. <미륵하생경> <미륵대성불경>과 함께 미륵삼부경을 이루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12년 뒤에 미륵보살이 지상에서의 목숨을 다 마치고 도솔천에 태어남을 설하고 있다. 그리하여 56억만 년 동안 천상의 모든 신들을 교화하고자 밤낮으로 끊임없이 설법함을 밝히고 있다. 도솔천에 태어나 미륵의 제자가 되고자하는 이에게는 십선(十善)을 행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또한 부처님의 형상을 생각하고 미륵보살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왕생할 수 있다고 설한다. 이리하여 도솔천에 왕생하는 것과 동시에 미륵보살로부터 설법을 듣고 반드시 생사해탈하여 성도한다는 미륵신앙이 이 경전의 주된 내용이다.
또 이 경은 도솔천에 한번 왕생하면 질병. 사고 등으로 불행해지지 않고 그곳 나이로 4천세를 누리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도솔천의 하루는 지상의 4백년에 해당한다. 그곳의 30일을 한 달로 하고 열두 달을 1년으로 계산한 4천년 뒤에는 미륵보살이 사바세계로 내려와 성불하도록 되어 있다. 그때 천상의 모든 이들도 미륵보살을 따라 지상으로 내려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곧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관무량수경>이 설하는 내용과 여러 가지 면에서 공통된 부분이 많아 거의 같은 시대의 경전임을 알 수 있다. 아마도 4세기 말에는 인도에서 유행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우리 나라도 삼국시대 불교 전래 초기부터 미륵 신앙과는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특히 신라에서 미륵 신앙. 용화사상이 크게 성행했으며, 화랑도와의 관계성은 익히 아는 바와 같다.
중국 송나라 때 저거경성(沮渠京聲) 거사가 한역했으며, 미륵 신앙의 소의경전 중에서도 주 경전으로 애용되어 오고 있다. 주석서로는 중국 규기(窺基)의 <관미륵상생도솔천경찬>(1권)과 신라 원효(元曉)의 <미륵상생경종요>(1권)가 있다. 원효의 <미륵상생경종요>는 한글로도 번역되어 후진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9. 지장본원경 (地藏本願經)
<지장본원경>은 <지장보살본원경>의 약칭으로 전체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지장보살이 팔만사천의 방편으로 육도중생(천상. 인간. 아수라. 아귀. 축생. 지옥)들을 교화하고자 노력하는 동시에 죄를 짓고 고통받는 중생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해탈하도록 하겠다는 큰 서원을 세운 것을 전부 13품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중국 당나라 실차난타(實叉難陀)의 번역으로 전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일체 대장경의 목록으로 알려져 있는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당나라 智昇 찬술)뿐 아니라, 고려대장경(팔만대장경). 송나라 대장경. 원나라 대장경 등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고, 명나라 대장경에 이르러 비로소 처음으로 수록되어 있어 실차난타의 번역설을 의심하게 된다. 일본의 하타니(羽溪了諦) 박사는 <종교 연구> 제11권 제5호에서 이 경전의 성립을 중앙아시아 코탄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마쓰모토(松本文三郞) 박사는 그의 저서 <불전비평론>에서, 정토경전에 설해진 아미타불의 본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미 성립되어 있던 <지장십륜경>의 설을 골격으로 하여 이것에 중국인이 증대하고 보충함으로써 성립된 위경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사실 <지장십륜경>을 살펴보면, 지장보살의 이익만이 밝혀져 있을 뿐 본생의 이야기는 설해져 있지 않다. 그렇지만 <지장본원경>은 <지장십륜경>을 보완하여 지장보살이 본생에서 세웠던 서원과 그 이익을 밝히며, 나아가 경전 그 자체만으로도 불가사의한 이익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이 <지장보살본원경>을 보고 1구절 1게송만이라도 독송하거나 듣기만 하더라도 무량의 죄업을 소멸하여 해탈할 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 지장 신앙은 관음신앙과 함께 민간신앙의 양대 지주로 전해 내려왔다. 관음신앙이 산자의 현세 기복을 위한다면 지장 신앙은 죽은 자의 천도를 위해 실행되어 왔던 것이다. 자신의 깨달음마저 버리고 고통 받는 대중을 구제하는 지장보살의 삶은 바로 자기가 받아야할 복마저 포기하고 그 복을 모두와 함께 쓰고 모두에 회향함으로써 우리에게 참된 행복의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10. 부모은중경 (父母恩重經)
<부모은중경>은 부모의 은혜가 한량없이 크고 깊음을 설하여 그 은혜에 보답하도록 가르치는 경이다. 달리 <불설 대보은중경>이라고도 한다. 부모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는 우란분 공양을 행하고, 경을 베끼거나 독송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흔히 불교는 부모의 은혜를 모르는 종교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불교가 오히려 부모의 은혜를 더욱 강조하는 종교임을 알 수 있게 하는 경전으로 유명하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어머니가 아이를 낳을 때 3말 8되의 응혈을 흘리고 8섬 4말의 혈유를 먹인다고 했다. 따라서 부모의 은덕을 생각하면 왼편 어깨에 아버지를 업고 오른편 어깨에 어머니를 업고, 살갗이 닳아서 뼈에 이르고 뼈가 닳아서 골수에 이르도록 수미산을 백천 번 돌더라도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모은중경>은 부모의 은혜를 기리는 경이라 하여 유교의 <효경>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먼저 <부모은중경> 은 어머니가 자식을 잉태하여 10개월이 될 때까지 1개월마다의 생태학적인 고찰을 근거로 부모의 은혜를 열 가지로 크게 나누고 있다는 점이다. 그 다음 <효경>이 아버지를 두드러지게 내세워 효도를 강조하는 반면, <부모은중경>은 어머니의 은혜를 더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은 우리 나라에서도 매우 중요시하여 조선시대 정조는 부모의 은혜를 기리는 뜻으로 수원 용주사에서 한문과 한글을 혼용한 판본을 출간하기도 했다. 현재 용주사의 판본과 현대 한글 번역판인 <부모은중경>(을유문고 100)이 일반 서적에 소개되어 있으며, 가장 오래된 언해서로서 1553년 장단 화장사(華藏寺)에서 간행한 화장사판이 전해오고 있다.
한편 <부모은중경>은 내용이나 형식이 부자연스럽고 성립과정이 확실치 않기 때문에 중국에서 만들어진 위경이라고 보는 학자가 많다. 이와는 달리 고려대장경과 대정신수대장경에는 <불설부모은난보경>(1권)이 안세고(安世高)의 번역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 내용은 <부모은중경>과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이 경은 위경이라기보다는 <불설부모은난보경>을 근거로 하여 유교적으로 변용된 불전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11. 천수경 (千手經)
불교의 수많은 경전들 중에서 가장 많이 독송되고 있는 경전의 하나가 바로 <천수경>이다. 본래 명칭은<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심대다라니경>(1권)이다. 달리 <천수다라니>라고도 하며, 중국 당나라 가범달마(伽梵達磨)가 한역했다.
경명의 뜻을 옮기면 '한량없는 손과 눈을 가지신 관자재보살이 넓고 크며 걸림 없는 대자비심을 간직한 큰 다라니에 관해 설한 말씀'이다. 관세음보살께서 모든 중생을 안락케 하고 병을 없애 주며, 중생의 수명과 풍요로움을 얻게 하고, 일체 악업 중죄와 모든 장애를 여의며, 일체 청정한 법과 모든 공덕을 증장시키고, 일체 모든 일을 성취시키며, 모든 두려움을 멀리 여의고, 구하는 바 등을 만족시키고자 이 경을 설하겠다고 부처님께 권청하자 부처님이 허락함으로써 이 경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천수경>은 자비의 어머니 관세음보살이 말하는 경전임을 기억해야 하겠다. 그러나 이 경은 관세음보살이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오랜 옛적에 천광왕정주여로 부터 받은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번역본으로는 당나라 지통(智通)의 <천안천비관세음보살다라니신주경>(2권)과 보리류지(菩提流支)의 <천수천안관세음보살모다라니신경>이 있다. 지통의 역본 상권을 보면, 이 다라니를 수지하면 일체업장이 모두 소명되고 일체의 귀신이 침입하지 못하게 된다고 이 경의 공덕을 설하고 있다. 또한 널리 일체중생을 이롭게 하고 천인. 아수라를 안락하게 하고자 이 법문을 설한다고 하고서,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이 이 법문으로 인해 정등정각을 얻는다고 가르치고 있다. <천수경>은 바로 이러한 불보살의 중생구제 서원을 다라니를 통해 구현한 것이다.
특히 이 경 안에 있는 82구의 천수다라니를 외우면 시방의 불보살이 와서 증명하여 온갖 죄업이 소멸된다고 한다. 현재 선종과 밀교에서 많이 지송하고 있는 불교의식의 대표적인 경전이다.
12. 정토삼부경 (淨土三部經)
많은 대승경전 가운데서 가장 많이 읽히고 연구되어 온 경전은 ‘정토삼부경’이다. 정토삼부경이란 정토 경전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경전을 통틀어 말한 것으로 강승개(康僧鎧) 역이라고 전해지는 <불설 무량수경> 2권, 강량야사(畺良耶舍) 역이라고 전해지는 <불설 관무량수경> 1권, 구마라집 역으로 전해지는 <불설 아미타경> 1권을 말한다.
<무량수경>에는 옛날부터 오존칠결(五存七缺)이라고 말하여지고 있으며, 모두 열두 가지의 번역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실제로 열두 가지로 번역되었는지 의심스럽다. 현재 남아있는 다섯 가지의 번역내용은 다음과 같다. <불설 아미타삼야삼불살루불단과도인경(佛說阿彌陀三耶三佛薩樓佛檀過度人道經)> 2권은 일반적으로 <대아미타경>이라고 불려진다. 후한의 지루가참이 번역했다고 한다. <무량청정평등각경(無量淸淨平等覺經)> 4권은 <평등각경>이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후한의 지루가참이 번역하였다고 하며 위나라의 백연이 번역했다는 설도 있으며 서진의 축법호가 번역했다는 설도 있다. <불설무량수경> 2권은 <대경(大經)> 혹은 <위역(魏譯)>이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중국, 한국, 일본에 가장 많이 유포된 경전이며 일반적으로 무량수경이라고 할 때에는 이 경전을 가리킨다. 위나라의 강승개가 252년에 번역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량수여래회(無量壽如來會)> 2권은 당나라의 보리유지가 706년에서 713년에 걸쳐 번역하였다. <대무량수장엄경(大無量壽莊嚴經)> 3권은 송나라의 법현이 991년에 번역하였다.
<무량수경>은 정토사상의 모든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 가장 많이 유포된 위나라의 강승개가 번역한 <무량수경>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무량수경>은 상하의 두 권으로 되어있는데 상권은 여래정토의 인과를 설하고 있으며 하권은 중생왕생, 즉 중생들이 극락에 왕생하는 인과를 설하고 있다. 여래정토의 원인은 48원(願)이며, 그 결과는 극락정토이다. 중생이 극락정토에 태어날 수 있는 원인은 염불이며 염불의 결과는 왕생극락이다.
<관무량수경>은 흔히 ‘왕사성의 비극’이라고도 불리워진다. 인도에서 전래된 경전들은 거의 두 가지 이상의 다른 번역이 있지만 이 <관무량수경>은 한 가지 번역밖에 없다. 물론 범어로 된 원전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관무량수경>이라는 제목은 본래의 이름은 관극락국토무량수불관세음보살대세지보살(觀極樂國土無量壽佛觀世音菩薩大勢至菩薩)인데 이것을 줄여서 <관무량수경>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 경의 이름의 내용은 극락국토의 장엄과 그 나라에 계시는 무량수불과 좌우에서 부처님을 보좌하고 계시는 관음, 세지의 양대 보살을 관하는 경이라는 것이다.
관(觀)한다는 말에는 관견(觀見)과 관지(觀知)의 두 가지 뜻이 있다. 관견이란 극락정토의 아름답고도 불가사의한 장엄을 마음 속에 그려 보는 것을 말하며, 관지란 아미타 부처님께 귀의하는 절대 신심을 말한다.
이 경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첫째는 악인을 구제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악인이란 진실을 구하면서도 진실과 거리가 멀고 선을 가까이하려 하지만 선할 수 없는 영겁의 시간과 공간에서 죄업이 막중한 범부 중생을 말하는 것이다. 두번째 특징은 여인성불이다. 이 부분에 대하여는 후대의 사상가들에 의하여 많은 논란이 있었다.
<불설 아미타경>은 5세기 초에 구마라집이 번역하였으며, 그 밖에도 현장이 650년에 번역한 <칭찬정토불섭수경(稱讚淨土攝受經)> 1권이 있다. <아미타경>은 극락정토에 있어서의 여러 가지 공덕장엄을 설하고 있다. 이러한 공덕장엄은 국토, 의복, 음식 그리고 육체나 정신에까지 미치고 있다. 이렇게 공덕장엄을 널리 설하는 이유는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극락정토에 왕생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게 하기 위한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중생의 업인 작은 선근으로도 왕생할 수 없다고 구정하고 있다.
다만 하루 내지 이레 동안 염불한다면 반드시 왕생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중생이 이것을 믿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동서남북과 상하의 육방(六方)의 항하사제불(恒河沙諸佛)이 광장설(廣長舌)을 내어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덮으면서 증명하고 있으며 경계하고 있다. 왕생극락을 의심하는 것은 육방의 항하사제불의 말씀을 의심하는 것이 되며, 왕생극락을 믿는 것은 아미타불의 본원을 믿는 것이다. 아미타불의 본원을 믿는 것은 석존의 말씀을 믿는 것이며, 석존의 말씀을 믿는 것은 육방의 항하사제불의 말씀을 믿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미타경>은 구회일처(俱會一處)의 사상을 가지고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모든 중생이 마침내는 극락정토에서 모두 함께 만남을 성취한다는 것이다.
13. 아미타경 (阿彌陀經)
<아미타경>은 원전의 명칭이 <무량수경>과 같은 수카바티. 뷰하(Sukhavati- vyuha)이다. 따라서 <무량수경>과 구별하기 위해서 <무량수경>을 달리 <대무량수경> <대경>이라 하고, 이 <아미타경>을 <소무량수경> <소경> 이라고 한다.
아미타불의 공덕과 서방 극락정토의 장엄함을 설하고 있다. 그리고 정토에 갈 수 있는 길은 아미타불을 마음 속에 굳게 간직하여 칭송. 염불하면 된다고 설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무량수경> <관무량수경>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으로서 두 경전의 내용을 요약한 경전이라 할 수 있다.
전체 1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지경(四紙經)'이라는 별명처럼 분량이 매우 짧다. 그러나 매우 짧은 경전이면서도 아주 쉽게 정토 신앙을 밝혀 놓고 있다. 특히 다른 대부분의 경전이 제자들의 간청으로 인한 부처님의 설법인 데 반해 이 경은 부처님 자신이 자청해 설하고 있는 이른바 '무문자설경(無問自說經)'의 하나이기도 하다.
한역본은 구마라집의 <아미타경>(1권)을 비롯하여 구나발타라의 <소무량수경>(1권), 현장(玄漿)의 <칭찬정토불섭수경>(1권) 등 3역본이 있다. 이 세 가지 번역본 중 구마라집 역본만이 중국. 우리 나라. 일본 등지에서 널리 유포되었다. 이 역본은 간결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독송 경전의 으뜸으로 손꼽힌다. 구나발타라 역본은 일찍이 유실되어 주문(呪文)과 이익문만이 전해 온다. 이 경의 서장역도 4본이 전해오는데, 한역본과 산스크리트어본 그리고 서장역 4본을 비교해 볼 때 구마라집 역본이 산스크리트 원전과 가장 가깝다고 하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이다.
주석 및 연구서는 270여 부에 달할 정도이다. 중국에서는 승조(僧肇). 지의 (智의). 규기(窺基). 지욱(智旭) 등의 주석서가 유명하다.
우리 나라에서는 자장. 원측. 원효. 경흥. 현일. 도륜. 태현. 원전 등의 주소가 있으나 전부 산실되고, 다만 원효(元曉)의 <아미타경소>(1권)만이 현존한다. 조선 세조 때는 간경도감 에서 세조가 친히 번역한 언해본이 간행되기도 했다.
14. 기타 경전
- 능가경: 달마가 혜가에게 전수했다는 경으로 불교의 심오한 인식론인 유식도리를 이해하고 실천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경전으로 선가의 소의경전. 주요 내용은 중생의 어리석음의 근원은 다겁생에 걸쳐 훈습되어온 습기(習氣)로 인해 모든 것이 오직 자기 마음의 현현임을 알지 못하고 일체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를 철증하면 주.객관의 대립이 없는 무분별지(無分別智)에 이를 수 있다고 설함.
- 유마경: 승만경과 함께 재가신도가 설한 경으로 재가중심의 대승보살 사상을 강조하고 있음. 유마거사는 처자를 거느리고 세속에 살면서도 여여하게 수행한 대승불교의 이상적인 인물. 특히, 문병온 문수보살에게 '중생이 병들어 보살이 앓는다.'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보살도를 설파하고 상대와 차별을 넘어선 절대평등의 경지인 불이(不二)에 대하여 무언의 설법을 하는 등 대승사상의 진수가 전개되어 있다.
- 승만경: 재가여인인 승만부인이 설한 경전. 모든 중생이 여래(부처)가 될 수 있다는 종자가 있다는 여래장 사상과 정법을 섭수하는 것이 곧 일승임을 강조한 일승사상을 그 주제로 하고 있다. 특히,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모든 것에 인색한 마음을 내지 않겠습니다.' 등 승만부인의 열가지 큰 서원은 대승불교의 윤리관인 '섭율의계', '섭선법계', '섭중생계'의 '삼취정계(三聚淨戒) 정신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 대일경: 대일여래 비로자나불이 체험한 성불의 경지와 비로자나불이 나타내 보이는 신변가지를 설한 밀교의 근본 경전. <금강정경>과 더불어 밀교의 근본경전. 밀교(密敎)란 현교(顯敎)에 대비하여 부처님의 심중에 감춰져 있던 가르침으로 스승과 제자 사이에만 은밀히 전수되는 비밀불교. 소승. 대승과 구별하여 '금강승'이라고 한다. 법신불인 비로자나불을 본존불로 모시고 삼밀가지(三密加持)의 수행에 의한 즉신성불을 목표로 한다.
- 대품반야경과 소품반야경: 대승불교 초기 반야와 공사상을 설한 경전들.
- 대반야경: 600권의 방대한 반야부 경전을 집대성한 경전.
- 관음경: <법화경>의 '관세음보살보문품'으로 흡수된 관음신앙의 대표적인 경전.
- 약사여래경: 약사여래의 12대원에 의지할 것을 권하는 경전.
- 인왕반야경: 고려때 이 경을 근거하여 백명의 고승을 초청하여 국가의 안녕을 기원한 백고좌(百高座) 법회를 열기도 했다.
- 해심밀경: 아뢰야식 등에 대해 논술한 유식계열의 대표적인 경전.
- 대보적경: 부처님 말씀이 보배처럼 쌓였다는 뜻으로 49부를 모은 일대 보고(寶庫)임.
- 우란분경: 목련존자가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음력 7월 15일 백가지 음식을 마련하여 대중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는 '우란분재'에 대해 설한 <우란분경> 등이 있다.
<논서>
* 육조단경(혜능제자 법해), 중론(용수), 대승기신론(마명), 신심명(승찬), 증도가(영가 현각), 전등록(송대 도원), 벽암록(원오극근), 초발심자경문(지눌-계초심학인문, 원효-발심수행장, 야운-자경문의 합본), 선가귀감(서산), 구사론(세친), 대지도론(용수), 불소행찬(마명), 임제록, 조주록, 법성게(의상), 수심결(지눌), 선문염송(고려 진각국사 혜심의 공안집), 선문정로(성철) 조론(승조), 전심요법(황벽), 서장(대혜종고) 등이 유명하다.
- 육조단경: 선종6조인 혜능의 설법과 어록을 그 제자 법해가 편찬한 경.
- 중론: 대승교학의 건설자 용수보살이 공사상을 설파한 명저로 그 내용은 철저한 중도를 주장하며 공. 가에서 중도의 집착도 깨뜨려야한다는 팔불중도설이 설해져있다. 십이문론, 백론과 함께 삼론종의 소의경전
- 대승기신론: 마명보살의 저서로 이론과 실천 양면에서 대승경전의 골수를 명쾌하게 드러낸 대승불교의 개론서
- 신심명: 중국 선종 3조 승찬의 저술로 4언 절구의 짧은 시문으로 간단 명료하면서도 적절하게 선리를 극치를 표현한 경전
- 증도가; 육조 혜능의 제자로 하루밤만에 깨쳤다고 하여 '일숙각'이라고 불리우는 영가 현각스님이 육조 혜능을 찾아가 확철 대오하여 그 경지를 7언절구로 읊은 이 깨달음의 노래.
- 전등록: 송대 도원의 저작. 인도, 중국 선종의 전등법계를 밝혀 놓은 선종의 법맥서이자 역사서.
- 벽암록: 운문종의 설두중현이 전등록의 1700공안 중 백칙을 뽑아 송고를 붙인 것을 그 후 임제종의 원오극근이 각 칙마다 수시, 착어, 편창을 붙여 놓은 어록.
- 초발심자경문: 보조국사의 계초심학인문, 원효의 발심수행장, 야운의 자경문을 합본한 책으로 초발심자들의 불교입문서인 책.
- 선가귀감: 조선조 서산대사의 저술로 50여권의 경론과 조사어록 중 마음공부에 귀감이 될 만한 요긴한 글을 추려 제자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엮은 책. 선가귀감에 참선의 삼대요소: 대신근. 대분지. 대의정
- 구사론: 소박한 불교적 세계관과 우주관이 잘 나타나 있는 논서로서 아비달마교학을 집대성함.
- 대지도론: 용수의 저작으로 '대품반야경' 을 주석한 인물.
- 불소행찬: 마명의 저작으로 석가모니의 생애에 관한 장편 서사시.
- 임제록과 조주록; 중국 조사스님들의 선어록중 쌍벽이라고 할 수 있는 경.
- 법성게: 해동 화엄종의 초조인 의상대사가 지은 것으로 절대평등한 법성(法性)과 원융무애, 상즉상입의 화엄경의 정수를 30구 210자로 압축해 놓은 게송.
- 수심결: '돈오돈수 정혜상수'를 보조국사 지눌의 대표작으로 마음을 닦는 요결을 밝힘.
- 선문염송: 고려 진각국사 혜심에 의해 편찬된 것으로 고금의 선서와 공안을 집대성할 최대의 공안집.
- 선문정로: 견성이 바로 성불임을 강조한 참선의 이론적인 지침서. 보조스님의 돈오점수사상을 비판하고 일관되게 돈오돈수를 주장한 성철스님의 역작.
이외에 승조의 '조론, 황벽의 '전심법요', 대혜의 '서장' 등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