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일기예보는 전국적인 비를 예보하고 있다.
그것도 지리산을 중심으로 비 바람이 몰아칠 것이라고 하니 계획된 산행의 차질이 예상된다.
산행계획을 일부 변경한다.
한신계곡으로 해서 백무동으로 넘어갈려 했지만 이 악천후에 무리라고 판단하여 원점회귀로 변경한다.
세석대피소에서 영신봉이든 촛대봉이든 찍고는 좋은길 따라 되내려 오던지,그것도 힘들면 도중의 적당한 지점에서 U턴을 하던지 하는...
그러나 나는 남부능선을 이어가다 자빠진골로 내려와서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계획하였다.(올랐던 길을 되내려 오기에는 좀...)
도착한 거림지구엔 생각했던 것 보다는 날씨가 괜찮다.
비도 곱게 오고 바람도 그다지 세게 불지는 않는다.
참여한 인원의 1/4만이 빗속을 뚫고 거림골로 오른다.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하게 품을 내어주는 지리산.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능선마다,골짜기마다 핏빛으로 스며들어 있는 아픔의 지리산.
그 지리산의 살아있는 전설을 찾아 뿌우연 운무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산행일시: 2011년 5월 26일(목)
산행코스: 거림-거림골-세석대피소-영신봉(1652m)-음양수-석문-헬기장-한벗샘-자빠진골-거림(원점회귀,6시간)
대형주차장에서 버스는 조금 더 올라와서 이곳 소형주차장에 내리게 한 뒤 내려간다.
염소불고기 네온이 돌아가는 계곡펜션식당의 비 안맞는 공간에서 우중산행 채비를 서두른다.(11:30 에 식당골목 안으로 산행시작.)
세석대피소 이정표를 따라 왼쪽길로...
승용차 여러대가 댈 수있는 공간.(개인 사유지인 듯...)
길위의 탐방안내소(시인의 마을)로 본격적인 산행시작.
좌측으로 거림골의 계곡이 요즘 자주 내린 비로 수량이 풍부하다.
119 안내판이다(03-03).
이곳에서 50m위에 곰 출현 주의라는 현수막과 함께 나무펜스가 쳐져 있다.
그곳이 자빠진골의 시작지점이다.
작은 폭포가 아름답다.
울 회잠님의 폼이 어찌...
시계(視界)가 엉망인데 왠 남해 삼천포는?
세석교를 지나고...
남부능선(의신,청학동 방향)갈림길.<세석 500m전>
기대했던 철쭉은 꽃봉우리를 머금은 체 봄추위에 떨고있다.
안개덮인 세석대피소.
세석대피소엔 바글바글이다.
구례에서 03:30분 성삼재 버스를 타고 05::에 노고단으로 들어섰다가 이시간 세석에서 만난 대구산꾼.
비도 오고해서 서글퍼서 내려 가겠단다.
뒤 늦게 합류한 정욱씨와 회장님.
찬밥 몇술로 한기만 더 한다.
처음 만난 두사람과 회장님,이렇게 4명이 아까와 달리 제법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을 뚫고 영신봉에 올랐다.
전설처럼 들려오는 여자 빨치산 이야기.
이곳 병풍바위 위에서 낙화암에서 몸을 날렸던 것처럼...
자살바위라 하기도 하고...
또 창불대라고도 하던데...
안개도 끼여 있었지만 아래는 끝을 볼 수가 없었다.
음양수 샘터.
이 샘물을 마시면 자식을 낳을 수 있다던데...
딸 만 둘 있다는 이분은 음양수를 두컵이나 마시고...
남부능선을 이어간다.(청학동의 삼신봉 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의신마을 가는 갈림길.
석문(石門)을 통과한다.
빗물을 잔뜩 머금은 산죽밭을 지난다.
지나고 나면 온몸이 빗물에 흠뻑 젖는다.
자주 나타나는 이정표.
석문에서 35분만에 헬기장에 도착한다.
내가 너무 해달렸나?
일행이 상당히 지쳐있다.
곧 나타난 한벗샘이 있는 위치.(14-10 지점)
119 구조 안내판과 함께있는 이정표엔 한벗샘이란 글귀가 안 보인다.(작은 시설물과 같이 서있는 한벗샘 이정표)
산죽을 헤집고 아래로 조금 내려서면 샘이 초라하게 빗물과 뒤 섞여 있다.
남부능선을 타는 산꾼들의 타는 갈증을 풀어 주었을 샘터가 아닌가?
한벗샘은 자빠진골이 시작되는 발원지이다.
이후 너덜로 이루어진 자빠진골을 요리조리 휘돌며 내려간다.
고로쇠 약수를 체취한 지역사람들의 발자취와 이 길로 우리처럼 내려섰을 산꾼들의 흔적이 무수히 남아있다.
그러나 너덜인 만큼 길은 더이상 나지않고 미로처럼 찾아 헤메야 한다.
자빠진골로 내려간다 하고 너덜계류를 타면 길 헷갈리지 않고 거림골로 내려오게 된다.
우리는 비에 젖고 이끼낀 바위를 밟으며 요리 자빠지고 조리 자빠지며 잊지못할 추억의 자빠진골 산행을 하게된다.
왜 자빠진골인지 알 것도 같다.
물소리가 요란하더니 거림골 본류를 만난다.
반갑다.
거림골을 건너 아까 우리가 올라갔던 등로로 나왔다.
"곰출현주의"란 현수막과 나무 휀스를 넘는다.
50m아래에 <03-03> 119 구조안내판이 있다.
회장님이 귀품있고 범상치 않는 소나무 아래에 섰다.
내려오면서 좌측 길상사 의 전경을 담는다.
사찰위로 안개서린 촛대봉 능선이 낮게 깔 앉아 있다.
거림지구의 원점회귀 산행은 이렇게 완성된다.
도장골이나 촛대봉 능선길은 비법정 탐방로이다.
물론 이날 나도 100% 준법산행이라고 말 할 순 없다.
소수인원의 지리산 입산은 비에 젖은 옷을 벗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으면서 끝이난다.
회장님을 비롯한 함께한 사람들에겐 미안키도 하고 죄송키도 하고...
궂은 날씨에 정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