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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식선생님환경이야기* 스크랩 생명 위협하는 멜라민 분유
칠갑산 추천 0 조회 24 08.09.23 10:3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케미컬 에세이]아기 생명 위협하는 멜라민 분유

인체서 결석 만드는 비극적 식품 사고

2008년 09월 22일




중국 발 식품 사고가 지구촌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급기야는 멜라민이 들어있는 분유를 먹은 아기 수천 명이 병원신세를 지고 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게다가 멜라민이 들어있는 제품이 주변 국가까지 수출된 것으로 알려져 국제분쟁이 될 조짐도 있다. 도대체 멜라민은 어떤 물질일까.

멜라민(melamine)은 분자식이 C3H6N6인 분자 이름이다. 가운데 고리는 탄소원자와 질소원자가 교대로 배치돼 있고 탄소원자에 질소원자가 붙어있는 대칭성이 큰 분자다. 멜라민과 포름알데히드를 섞어 반응시키면 멜라민 수지가 만들어지는데 멜라민 수지는 내구성이 큰 플라스틱이라서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그렇다면 이런 물질을 왜 불법임에도 식품에 첨가할까.

물론 돈 때문이다. 식품의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가운데 단백질에만 들어있는 원소가 질소(N)다. 따라서 식품 속 단백질 함량은 질소의 양을 분석해 유추한다. 단백질은 20가지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고분자로 대략 탄소원자(C) 3개에 질소원자 1개 비율이다. 그런데 멜라민은 탄소 하나당 질소 2개다. 따라서 식품에 멜라민을 1%만 넣어도 단백질 함량이 5~6% 늘어나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 멜라민 과잉생산으로 값이 폭락한 상태다. 그런데 멜라민은 왜 인체에서 문제를 일으킬까.

사실 멜라민 문제는 지난해 초 터졌다. 중국산 식물단백질 원료가 들어간 사료를 먹고 애완동물들이 병들고 죽자 미국 농무부와 식약청이 조사에 나선 것. 결국 식물단백질에 멜라민이 섞여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뒤 돼지나 닭의 사료에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정부가 이때 제대로 대응했어도 지금의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멜라민은 소화가 제대로 안 되기 때문에 일부가 소화관의 혈액으로 들어가 혈관을 타고 돌다가 신장에 이르러 결정을 형성하면서 결석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대칭성이 큰 구조가(그 결과 결정을 잘 만든다!) 인체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아이들 신장에 지름이 1cm나 되는 결석이 박혀있다고 하니 끔찍한 일이다.

문득 10여 년 전 읽은 조르주 캉길렘의 ‘정상과 병리’라는 책이 생각난다. 캉길렘은 의사이자 철학자인데 이 책에서 ‘정상과 병리라는 개념은 생명체에서만 정의된다’고 쓴 부분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화학의 영역에서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분자인 멜라민이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생물의 영역으로 넘어와 ‘병리’와 연관돼 공포의 분자로 추락한 모습을 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강석기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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