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제2의 가족인 시대, 그들과 공생하는 ‘펫 맨션’으로 배려의 미학을 집에 녹여낸 사나이가 있다. 반려견을 통해 사업에 입문한 그는 ‘함께하는 삶’을 공간을 통해 제시한다.
스물일곱, 자신만의 집을 갖게 된 히데키 노나카 대표는 아내와 상의 끝에 반려견 쇼우타를 집에서 기르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 인연은 21년이 지난 오늘, 그의 회사 ‘페이크’의 주춧돌이 되어 펫 맨션 사업의 1인자로 그를 우뚝 서게 만들었다. 반려견이 이끈 펫 비즈니스 세계에서 그가 거둔 성공은 삶에 기반을 둔 생활 밀착형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기에 가능했다.
“반려견 쇼우타를 스물일곱, 제 집을 보유하게 되면서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년 후 거품경제 붕괴위기가 감지되면서 집을 매각하게 됐는데, 이때 이사하면서 쇼우타와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임대맨션으로 집을 옮겨야 했는데, 맨션에서는 반려견을 반가워하지 않았거든요.
이때 제가 겪은 일이 펫 공생맨션을 비즈니스 모델로 구축하게 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또 집을 매각하고 마련한 현금으로 창업할 수 있었습니다. 쇼우타가 저를 펫 비즈니스 세계로 이끈 것이죠.”
소유에서 공생으로 인식을 바꾸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덜컥 펫 비즈니스에 입문한 노나카 대표에게 시련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펫 공생주택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해 특허나 상표, 실용신안, 의장등록 등 36가지 안건을 특허화 하는 과정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그의 아내가 “정말 이런 것들이 돈이 되나요?”라고 물을 정도로 일본 사회에서 펫 공생주택에 대한 인지도는 형편없었다.
당시 일본 임대 맨션의 평균 크기는 다다미 4장 반 사이즈로, 사람 1명이 살기에도 비좁거나 딱 맞는 공간이었는데 여기에 펫을 더한다고 하니 주변의 반응은 하나같이 부정적이었다고 노나카 대표는 회상한다. 하지만 그는 꾸준히 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을 주목했고, 경제위기와 상관없이 싱글족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집의 수요가 증가할 것을 확신했다.
“위기 속에서 꾸준히 회사를 경영하던 중에 ‘임대주택페어’에 출점하게 됐습니다. 행사장 오픈과 동시에 저희 회사 부스를 찾은 손님들 덕에 순식간에 팜플렛이 바닥나게 되었죠. 그때 저는 이 사업의 가능성을 평가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업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으라면 바로 이때를 꼽고 싶습니다.” 임대주택페어에서의 좋은 반응은 TV 출연으로 이어졌고, 전파를 타게 된 펫 맨션은 이후 큰 인기를 얻어 노나카 대표의 사업도 성공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사업을 시작한지 어느덧 20년. 그에게 향후 펫 업계 전망을 물었다.
“펫을 함께 키우기 시작한 초기 단계에는 펫을 지배하며 학대에 가까운 방식으로 기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후 공생하며 기르는 방식으로 인식이 점차 변하기 시작했죠. 근래에는 가족의 일원으로 기르는 분이 많습니다. 이렇듯 전쟁 후 일본의 펫 기르는 법의 변모과정을 제가 간략하게 정리해 ‘노나카 특론’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펫이 아닌 반려동물로서, 또 가족으로서 함께 공생하는 삶은 향후 보편화 될 것입니다. 저희 페이크는 이런 변화에 발맞춰 펫 파라다이스와 동물병원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가까운 이웃나라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펫 비즈니스를 비교 분석, 향후 시장개척을 준비 중이라는 노나카 대표는 중국과 한국의 펫 시장에 대한 우려와 기대감을 동시에 표출했다.
“가장 선진적인 펫 비즈니스는 일본에서 잘 구현되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한국과 중국이 매력적인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죠. 한국은 일본과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시장접근이 어렵지 않습니다만, 중국의 경우엔 동물애호법이 아직 지정되지 않았고, 개와 고양이를 먹어서는 안된다는 금지조례가 미비한 점이 아직 마음에 걸립니다.
반려동물을 식용으로 생각하는 인식의 개선 없이 펫 비즈니스 사업의 진출은 어불성설이죠.”
원스톱 펫 비지니스 시스템 구축
그는 펫 맨션을 비롯, 통합 펫 미디어 분야를 개척해 마케팅과 컨설팅, 프로모션까지 원스톱 제공이 가능한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이 과정에서 그는 페이크 매거진을 창간,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여성을 타깃으로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매거진 창간은 마케팅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으나 지금은 페이크를 출판사로 알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하니, 노나카 사장의 선견지명이 어느 정도 들어맞은 셈이다. 그런 그가 생각하는 페이크만의 독자적 성공요인은 무엇인지 물었다.
“펫 비즈니스 업계에서 활동한지 20년이 지났습니다. 때문에 제가 가진 인맥이 넓고 탄탄해졌죠. 클라이언트들과 맺고 있는 끈끈한 유대감이 저희 회사만의 강점이 아닐까요? 또 페이크가 가진 인재육성과정이 중장기적인 미래사업을 뒷받침 하고 있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그는 인맥과 인재를 바탕으로 페이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시장의 흐름을 꿰뚫어보고 있는 노나카 대표의 시선은 차갑고도 정확하다.
“이제 반려동물이 가족인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펫 마켓은 육아 마켓과 비등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이로 인해 페이크가 가진 기술이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2차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죠. 여기서 쓰이는 저희만의 마케팅, 애니멀 공학디자인, 파트너 매칭 및 프로모션 방법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점은 페이크만이 할 수 있는 독자적 프로그램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의 외연을 넓히면서, 동시에 펫 케어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페이크의 중장기 과제입니다.” 그는 자신이 삶 속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둔 것이 흥미롭다고 말한다. 당장의 사업성공도 중요하지만, 향후 페이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펫 비즈니스가 생소한 국가에 탄탄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펫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사회 공헌에 앞장서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그를 처음 펫 비즈니스로 이끈 반려견에 대한 깊은 사랑만큼이나 크고 깊게 퍼져나갈 것이다.
Interview 배동철 글로벌 비즈니스 부문 대표 l Editor 김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