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북알프스(Nippon Alps) 산행일지
1. 일시 : 2007. 7. 14.(토)~17.(화) 2. 경로 : 나고야, 카미코지, 오쿠호다카다케(3,190m), 카미코지, 하쿠바, 나고야 등 3. 참가 : 봉팔이, 장산(+1), 천왕봉, 아지, 기원(+1), 손황, 앤, 뽀뽀라, 친구야, 다산, 생각, 제이비(14명) 4. 주요 진행 기록
7/14(토) 10:00 김해국제공항 집합(12:05 이륙) 13:30 나고야 도착 20:30 카미코지 다테야마 산장 도착
7/15(일) 08:20 카미코지(숙소) 출발 08:54 묘진이케 산장 도착 10:00 도쿠사와 산장 도착 11:25 요코오 산장 도착(점심, 휴식 45분) 13:45 혼타니바시(출렁다리) 도착 16:00 카라사와 산장 도착(숙박)
7/16(월) 07:07 카라사와 산장 출발 09:20 호다카다케 산장 도착 10:30 오쿠호다카다케(정상, 3,190m) 도착 11:42 호다카다케 산장 도착(점심, 휴식 40분) 13:49 다케사와 산장 도착 15:05 혼타니바시(출렁다리) 도착 16:03 요코오 산장 도착 16:54 도쿠사와 산장 도착 17:40 묘진이케 산장 도착 18:28 카미코지 다테야마 산장 도착 21:30 하쿠바(산장식당) 도착
7/17(화) 08:00 숙소 출발 08:00~ 온천, 쇼핑 외 15:00 나고야 공항 도착(17:00 이륙) 19:00 해산
총 산행거리 : 약 +40km 이상 (총 고도 차이 : 약 1,700m) 산행시간 합산 : 10시간(식사, 휴식 포함) 하산시간 합산 : 8시간( “ )
석천산악회의 해외 명산 원정시리즈 제 2탄으로 기획한 일본 북알프스 산행은 모두들 가고 싶어 하지만 시간여유가 없어 아쉬움으로 만 마음에 남겨 둔 산이라 이번에 참여한 회원님들에게는 더 없는 기쁨을, 함께 하지 못한 회원님들에게 더더욱 아쉬움을 남기는 결과가 되어 산행기를 정리하면서도 미안함이 앞선다. 언젠가는 모든 분들이 개인적으로라도 꼭 답사의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원 해본다.
또한 장엄한 북알프스 연봉의 산세가 주는 감동을 짧은 필력으로 얼마나 전달할 수 있을까 우려가 되나 사진과 함께 산행기록을 잠시나마 온라인으로 함께 하고자 한다.
우선 온라인 북알프스 등정을 떠나기 앞서 북알프스에 대해 개관해 보기로 한다.
[ 나고야(名古屋, Nagoya) ] 17세기 초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나고야 성(城)을 축조한 후, 아홉번째 아들을 성주로 봉한 뒤 대영주(大領主)의 거성(居城)을 중심으로 발달한 도시로, 최근에는 인구 약 200만 명의 항만도시로 잘 알려져 있고, 프로야구팀 ‘주니치 드래건스’의 홈 구장이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츄부국제공항(中部國際空港)은 나고야에서 남으로 약 35km 떨어진 아이치현(愛知縣) 도코나메시(常滑市) 앞바다의 인공 섬에 2005년 2월 일본 최초의 민간운영 공항으로 문을 연 일본 내 세 번째 규모의 국제공항 이다.
[ 북 알프스(Nippon Alps) ] 정식명칭으로는 츄부산악국립공원(中部山岳國立公園)이며, 영문으로는 ‘Nippon Alps’로 표기한다.
일본 알프스는 북알프스, 남알프스, 중앙알프스로 크게 나뉘어지며, 해발 3,000m 이상의 산봉우리가 연이어진 산세가 유럽의 알프스를 닮았다 해서 현지에서 선교, 산악 활동을 하던 ‘월터 웨스턴’이라는 선교사에 의해 처음 명명되었다 한다. 최고봉은 오쿠호다카다케(3,190m)로 일본에서 세 번 째로 높은 봉우리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북알프스’는 ‘츄부산악국립공원’ 북쪽지역의 ‘야리가다케’와 ‘오쿠호다카다케’ 지역을 일컫는다.
그러나 길이가 1000km에 달하고 4000m이상의 연봉들로 구성된 유럽의 알프스에야 어찌 비교할까 만은 작긴 하지만 100km에 거쳐 빙하와 암벽, 톱날 같은 능선, 침식 골짜기인 카르(Kar) 지형들이 어우러져 스케일은 작지만 경관은 제법 알프스의 분위기를 낸다 하여 ‘일본알프스’로 명명했을 것이다.
북알프스는 위도 상으론 한반도보다 아래지만 대륙의 찬 시베리아 기단이 동해를 건너며 수분을 흡수, 연간 30m 가까운 폭설이 내려 3000m급 산군으로는 흔치 않게 사계절 설원을 볼 수 있다.
눈이 녹는 여름에는 산 아래에는 설경을 배경으로 활짝 핀 야생화가, 산허리쯤에는 울창한 원시림이, 정상 부근에는 설원이 사계절의 장관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 DAY 1 – 7/14 ] 태풍 마니 영향권. 비바람. 기온 20~22도
강력한 4호 태풍 ‘마니’가 접근 중인 가운데 연신 애타게 일기예보만 확인했건만 진로와 크기는 변하지 않고 야속하게도 일본 중부지방을 지나 갈 것이란 예보에 모두들 걱정…
그러나, 예외 없이 결행하는 석천에 출발 가부를 물어 볼 수도 없이 가슴앓이를 하다 토요일 아침은 밝아오고, 비바람은 그리 세지 않다만 집에서는 연신 걱정이다.
어제 다 챙겨둔 배낭이지만 들뜬 마음에 다시 확인하고 김해공항에 늦지 않게 10시 도착. 방학과 휴가를 맞은 공항은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체크인 후 3박4일 간의 대장정에 앞선 원정단 기념 촬영. 봉팔 회장, 장산 원정단장, 총무 친구야, 홍일점 단원 앤 공주 외 회원 12명과 게스트 2명으로 구성된 건각의 14명의 단원들, 모습이 든든하다.
12시, 사뿐히 김해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이내 낮은 구름 속으로 들어가며 얼마를 비행하지 않아 태풍 영향으로 기체를 흔들어댄다.
어~어~어~, 이럴 땐 항상 난기류를 만나며 기내에서 스토리가 진행되는 10여년 전의 영화 ‘터뷸런스(Turbulence)’가 생각난다.
아니면 어디 무인도에 미인과 단 둘만 살아 남아 불시착하는 허무맹랑한 개꿈을 연상하기도 하지… 이럴 땐 그저 눈 감고 자는 게 상책이라 잠시 졸다 보니 순항고도로 올라 안정을 찾고, 분식집 음식 같은 기내식으로 한끼 땜빵.
1시간 반 여를 날아 고도를 낮추며 나고야 공항은 소나기로 흠뻑 젖어있다. 간단한 입국수속 후 현지 가이드의 안내로 버스를 타고 약 5시간 거리의 산행 초입지인 카미코지로 이동.
이번 산행대장은 현지 가이드인 연산동 출신의 ‘신주’씨이고, 기사는 ‘나까무라’.
가이드의 '썰'에 의하면, 북알프스는 신생대 산으로 지형이 계속 변화하는 살아있는 산으로 기상변화가 심하고, 낙석이 많아 매우 위험하다는 것. 여름에는 매일 비가 오고, 겨울(11월~4월)에는 매일 눈이 온다고 한다.
일본 산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입산통제도 하지 않으나 조난 시 구조는 본인비용으로 한단다.
휴게소를 잠시 들렀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여럿 ‘C1’의 체액을 마지막 방울까지 짜내고서야 분위기가 일순간 업.
비는 계속 세차게 내리고 6시경 두 번째 휴게소를 잠시 들렀다 잘 달리던 고속도로가 일순간 꽉 막혔다.
전방에 사고가 났는지 대략 1시간 정도를 정체한 후에야 다시 정상 속도. 막간을 이용, 아지님의 박수 시리즈 강의가 이어지며 마츠모토(松本) 나들목을 나서 시골길로 접어든다.
꼬불꼬불 산길과 터널을 수없이 지나 열심히 달렸건만 카미코지로 가는 터널 통제시각인 8시를 넘겨 진입하지 못하는 바람에 반대방향의 숙소에서 여러 대의 차량을 보내 짐과 사람들을 릴레이.
비는 계속 내리고, 바꿔 탄 차로 도착한 일본 근대 알피니즘의 발상지인 카미코지(上高池 1,523m)의 다테야마 산장은 울창한 숲속에 다다미 콘도식 통나무 집으로 이미 고도가 해발 1,500m를 넘고 있다.
방 배정을 받고, 9시가 넘어서야 각자의 방에서 늦은 산장식으로 저녁식사를 한 후, 모두 모여 간단히 소주 한잔의 전야제를 겸한 후 11시 내일을 화창한 날씨를 기대하며 자리를 파하다.
[ DAY 2 – 7/15 ] 태풍 마니 영향권. 비. 바람없음. 기온 20~23도
밤 새 쏴~아, 쏴~아 하는 비바람과 나뭇잎 소리에 잠자리가 뒤숭숭하여 잠을 깨보니 새벽 3시도 안된 시간.
4시를 좀 넘겨 룸메이트인 봉팔회장, 아지님 모두 일어나 지직 거리는 TV 일기예보를 보며 제발 비가 그치기 만을 염원. 태풍 진로는 일본 동해로 쑤욱 빠져 나갈 거 같은데… 비는 간간이 잦아드는 듯 하다. 결국 긴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식전의 쏘주 한잔.
우중에 대비한 행장을 어느 정도 강우량에 맞추어야 할지 주물럭 거리다 결국은 끝내지 못하고 7시에 산장에서 준비한 아침부터 먹고 보자고…
성찬으로 차려진 아침을 깨끗이 비우고 나니 빗줄기도 한결 줄어들었고, 아침의 비오는 숲속은 짙은 초목의 향과 빗내음이 어우러져 심신을 고요히 진정시켜 주는 듯 하다.
노고단 높이의 산정에서 자란 하늘을 찌를 듯한 전나무숲에서 발산되는 풍부한 휘톤치트는 몇 시간밖에 눈을 못 부쳤건만 몸은 가볍게 해준다.
8시에 모두 모여 출정기념 사진 촬영과 라운드미팅을 하고, 앤 공주의 구령 하에 간단한 웜업 체조.
08:20 가이드를 포함한 15명의 단원들은 순서대로 알프스의 품속으로 진입.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빽빽하게 자란 숲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세 번째 산장 요코오 산장까지는 평이한 길로 약 11km 정도로 부지런히 걷기만 하면 되는 데 가이드는 굳이 내일의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기어가듯 해서 갑갑하기 짝이 없다.
가미코지를 출발한지 30여 분만인 08:54에 첫번째 산장인 묘진이케(明神地1,550m)에 도착. 묘진이케는 상대적으로 초입에 위치해있어 산장분위기보다는 매점 분위기가 더 강하다. 산장 유리창에는 천연기념물인 이와나(岩魚)를 잡아서 요리를 해먹는지 ‘이와나 정식(岩魚定食)이라고 써붙였는데…
이미 주변 산에는 내린 비로 곳곳에 폭포가 생기고, 정상부위로는 눈이 덮여있어 고산의 알프스의 분위기를 연출하기 시작한다.
왼쪽으로 빙하가 녹아 흘러 내리는 하천을 따라 계속 진행하여 10시에 두 번째 산장인 도쿠사와(德澤 1,562m)까지 왔건만 고도는 거의 그대로.
산장 앞에는 넓은 잔디밭이 있고 여기에는 임대용 텐트를 쳐두고 있다. 이제부터는 제법 산장을 이쁘게 꾸미고 갖가지 기념품도 스위스 알프스 다운 것들(소 방울, 각종 기념 반다나, 머그 등)로 가득하고, 산장 숙소도 깔끔하게 단정되어 있다.
20여 분 휴식 후, 가도 가도 이 짙푸른 숲은 끝이 없을 듯 하다. 낮은 구름으로 완전한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처음의 압도하는 연봉에도 이제는 서서히 적응을 해 가며 슬로우 페이스로 진행.
비는 계속 내리는 가운데 11:25 요코오(橫尾 1,620m) 산장 도착.
본격적으로 산으로 들어가는 갈림길인 이 산장에는 한국에서 온 등산객들로 북새통인데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지경이다.
산장 안에도 사람들로 가득하여 비가 오는 나무 아래서 오늘 아침 출발 시 받은 도시락을 펼쳐보니 대나무 곽에 주먹밥이 세 덩이 이다. 여기서 빗속에 점심을 먹고, 한 시간을 더 쉬고 나서야 12:45 요코오대교를 건너 선다.
왼쪽으로 요코오대교를 건너지 않고 직진하면 아리사와를 거쳐 야리가다케(3,180m) 까지 종주 코스로 접어 들게 된다.
이제부터는 길이 좁아지며 한 사람씩 대오를 맞추어야 한다.
숲은 더 깊어지고, 왼쪽으로 계곡을 두고 계속 진행하며 저 멀리 뵤부이와(병풍암 2,565m)가 다가 선다.
병풍암의 절벽 높이는 수 백 미터는 될 듯 싶다. 일본의 산지형에서는 단일 바위로 이렇게 큰 건 드물다나.
병풍암을 왼쪽에 두고 진행하며 전방의 산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사이로 가파른 계곡은 이어지고, 1시간 만인 1:45 출렁나무다리인 혼타니바시(本谷橋 1,780m)에 다다른다.
이 다리는 흔들림이 심해 1명씩 천천히 건너야 하고, 다리 아래 계곡수는 빙하 녹은 물이라 그런지 푸른 형광빛을 띤 파르스름한 색의 물이 급류를 이루고 있다. 이 다리를 건너면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진행하게 된다.
잠시 계곡수에 열을 식혀보려 하지만 물이 너무 차가와 담그지 못할 지경이다. 다행히 비가 그쳐 칙칙한 우의를 벗어 넣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잠깐 땀을 닦고 간식으로 열량을 보충한 후 출발.
이제부터 본격적인 고도 올림이 시작.
북진을 계속하던 방향은 혼타니바시를 정점으로 서쪽으로 잠시 향하다 가라사와 산장을 향하여 남진으로 바뀐다.
혼타니바시에서 곧바로 1800m 정도 고도로 올라서며 계곡에는 눈과 얼음이 남아있고, 카라사와 계곡의 계속되는 돌밭길과 너덜길을 번갈아 지나며 2:35 한라산 높이인 1,950m 고도를 올라선다.
약 10분 후 고도 2,000m를 올라서며 빙판이 시작되고,
2:50 2,030m 지점에서 잠시 휴식. 비는 간단히 왔다 갔다. 저 멀리 가라사와 휘테 산장이 보인다.
3:19 2,090m 지점부터 눈지대가 시작되고 아랫마을의 기온이 20도 정도였던 것에 비해 14도 까지 내려간다.
그러나 7월 중순에 수개월 동안 짓눌렸던 눈을 밀치고 나오는 가녀린 나뭇가지 끝에는 이제 막 싹이 트려 하고 있다. 이 동토에는 봄이 이제야 오고 있는데, 그 잎을 떨구어야 할 때는 언제일까.
다리의 운동부하가 커지면 커질수록 받아들이는 마음은 오히려 즐거움을 느끼니 역설 중의 역설이로다. 모두들 얼음과 눈밭에서 동심으로 돌아가는 즐거움. 가이드는 연신 조심하라는 주의를 주지만…
아닌 게 아니라 이제부터는 푸석푸석 녹아 습설이 된 눈밭에서 특별히 미끄러짐을 조심해야지 만약 미끄러졌다면 냉동관 준비해야 할거라는 경고. 게다가 다시 비까지 내려 눈은 더 미끄러워지고 있다.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싼 연봉들로부터 쏟아져 내린 눈으로 침식된 넓은 카르 지형의 카라사와 지역에 올라서 기념 촬영을 하고 나니 채 4시도 안되었건만 가이드는 기상 악화로 진행이 위험하니 여기서 숙박을 하고 내일 나머지 산행을 할 것을 주장하여 결국 오늘 진행을 끝내기로 결론.
입구에서 보면 오른쪽으로 높은 곳에 우리가 묵은 가라사와(涸澤 2,350m) 산장과 왼쪽으로 낮은 곳에 또 다른 산장인 가라사와 휘테(小屋)가 있다.
동시에 그 뒤로 푹 꺼진 능선 우측에 내일 진행 도중 거쳐갈 호다카다케(穗高岳 2,983m) 산장도 아스라히 정상부에 보인다.
건너편의 낮은 조그만 산장보다는 우리가 묵은 가라사와 산장의 테라스는 아마도 북알프스 내에서는 가장 전망이 좋을 듯 하다.
4시에 7시간 40분간의 산행을 끝내고 병풍처럼 펼쳐진 호다카 연봉을 바라보며 쿨한 생맥주 한잔을 들이키는 이런 기분 어디 있나요?
3000m 고지의 산장에 샤워시설이 있을 리 만무하다. 산꾼에게서 향기가 날 수는 없을 터, 하루 정도 땀에 찌들은 쉰내는 감내를 해야겠지.
얼음물보다 차가워 머리가 얼어 버릴 거 같아도 수돗가에서 대충 감는 것도 감지덕지, 땀을 닦아내고, 젖은 신발과 옷가지는 온풍 건조실에 말려두고 산장의 저녁밥을 기대해본다.
헬기로 공수해 온 재료로 만든 소찬이나 그런대로 아기자기 하다. 산장식은 어디서 먹으나 꿀맛이다. 미소시루의 시원함으로 입안을 깔끔하게 한다.
저녁식사에 이어 산장식당에서 모두 모여 오늘 산행의 감흥도 되짚어보고 한 잔의 술로 피로를 푸는 자리가 마련되어 시원한 아사히 생맥주로 갈증을 씻어낸다. 여기는 전기 절약을 위하여 9시에 소등을 하는 데…
이미 와서 라면을 끓여먹던 두 일본 청춘남녀와 아우러져 생맥주와 선토리가 섞어지고 리사이틀이 진행되는 가운데 밤은 깊어 가고, 아~ 내일은 내도 몰라라…
[ DAY 3 – 7/16 ] 맑음. 바람없음. 기온 14~22도.
오늘은 5-6-7 즉, 5시 기상, 6시 식사, 7시 출발.
5시에 기상, 창으로 내다 본 밖의 풍경에 깜짝 놀랐다. 어제 비, 구름에 가린 준봉들이 밤새 말끔하게 씻고 티끌 한 점 없는 모습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오! 대자연은 경이로와라… 이렇게 기상이 변하고 자연의 모습이 달라질 수가. 일어나서 눈곱도 떼기 전에 디카를 눌러대기 시작한다.
파란 하늘과 파란 나무, 짙은 바위 색감이 원색으로 대비되는 강렬함에 그저 바라만 볼뿐… 대자연 앞의 하찮은 필설이 어찌 다 감흥을 ?기리.
유럽 알프스처럼 몽블랑, 마테호른, 아이거는 없어도 이 정도의 경관으로도 우리를 감동시키기엔 충분하다.
아침식사를 하고 난 후 다시 마지막 정상 정복조의 기념 촬영.
07:07 종이봉투에 든 주먹만한 도시락을 챙겨 넣고, 고도 800여m를 올리는 마지막 구간 출발.
산장을 출발하면 바로 시작되는 설원을 조심 운행하여 올라서면 너덜 트레일로 이어지고 10여분 진행하면 거센 바람과 눈에 짓눌려 바닥으로 납작 엎드려 자라는 전나무로 뒤덮인 아기자기한 릿지로 올라선다.
너덜을 지나 다시 한번 설원을 지나면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호다카다케(穗高岳 2,983m) 산장이 손에 잡힐 듯 다가 온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설원과 너덜지대가 공포감을 줄 정도로 가팔라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진다.
09:05 해발 2,820m 지점에 야생화 군락이 화사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데 그 중 눈에 드는 꽃 이름이 ‘모르비아’ 라는 데 진짠지 가짠지…
09:20 호다카다케 산장에 도착.
이 높은 곳에 있는 산장도 밖과 안이 깔끔하기는 예외가 아니다. 실내에는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고, 거기다 2층 방에서는 유리창을 걸레로 닦고 있다.
이 곳까지 전기가 공급이 되지 않으니 지붕에 설치한 솔라 판넬과 소형 풍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 공급하고 있고, '천명수(天命水) 라는 식수도 귀하기는 마찬가지.
약 40분을 휴식 후, 10:00 정상으로 향하는 사다리가 있는 직벽에 달라 붙는다. 이 구간은 쇠줄과 사다리가 교대로 놓여 있는 직벽 구간이라 낙상과 낙석 사고를 특히 조심하여야 하는 구간으로 사전 정보에 단골로 강조되는 곳이다. 그러나 역시나 산행의 베테랑 석천님들은 거침없이 진행, 가이드가 쫓기는 상황이다.
10:10 3000m 고지를 지나고 정상은 불과 190m 고도차.
여기서 건너다보는 칼날처럼 날카롭게 선 키타호다카다케(北穗高岳 3,160m)의 위용도 대단하고, 9부 능선의 트레일도 완연하다.
정상부까지 산 전체가 너덜지대로 크고 작은 돌덩어리로 덮여 주변이 너무 황량하기만 하다. 아쉽게도 주변은 서서히 구름이 몰려와 조망을 막아버리고, 주변의 연봉들을 볼 수가 없다.
조금 진행하자 짙어지는 가스 사이로 북알프스의 최고봉 오쿠호다카다케(奧穗高岳3,190m) 가 모습을 드러낸다.
일본인들이 영산으로 떠받드는 정상에는 그네들의 신앙의 증표로 작은 신사가 서 있다.
10:30 가장 먼저 정상을 밟은 뚝심의 백두대장 천왕봉님, 축하합니다. 행운이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주변의 전망이 틔어 조망이 가능하였다면 고도감과 주변의 경관에 더 깊은 감흥을 받았겠지만 단지 정상만을 봄으로써 그 강도가 반감이 되었다. 암튼, 3,190m 표지목을 확인하고 모두들 기념촬영에 바쁘다.
단체 기념촬영을 끝내고 10:58 마에호다카다케(前穗高岳 3,090m) 방향으로 하산길을 서둘러 진행.
그러나 능선길을 조금 진행하여 직벽으로 내려서다 가이드가 루트 위험성과 주행시간 문제로 왔던 길로 원점회귀키로 결정, 왔던 길을 되짚어 나가다. 결국 하루에 정상을 두 번 오르게 되었다.
험난한 극한의 기후의 이 척박한 고산에도 가녀린 야생화는 그 억센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정상 이후부터는 왔던 길을 되짚어 일사천리로 진행.
11:42 호다카 산장에 도착, 점심식사 후 출발키로 함.
주먹만하게 봉투에 든 점심은 앙증맞은 도시락에 밥과 반찬 조금. 일본인들은 산행 도시락으로 김으로 싸고 속에 장아찌를 넣은 주먹밥을 가장 좋아한다는데… 3000m급 고봉을 이거 먹고 달리겠나, 글쎄….
도시락과 쿨 앤 드라이 아사히 맥주 한 잔으로 40분간 요기를 하고 12:22 출발.
하산길은 이미 익숙해진 길을 어려움 없이 일사천리 진행. 그러나 여전히 미끄러운 설원과 낙석 위험이 있는 너덜지대는 잠시도 방심을 용서치 않는다. 아이젠을 채우고 설원을 빠르게 진행.
1:49 어제 밤 묵었던 카라사와 산장 도착, 드넓은 설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2:09 출발.
이제부터는 설원을 벗어나 너덜길과 흙길을 열심히 걷기만 하면 된다. 가이드가 촉박한 시간을 이유로 갈 길을 재촉해 이후부터는 빠른 걸음으로 진행.
3:05 혼타니바시(출렁다리)에 도착하여 약 20분간 얼음 계곡물에 땀을 씻고 출발. 어물거릴 시간도 없이 하산을 서두른다.
화창한 날에 다시 보는 뵤부이와(병풍암)는 그 선명함과 위용이 빼어나다.
4:03 요코오 산장 도착, 잠시 숨돌릴 여유도 없이 출발.
4:54 도쿠사와 산장 도착,
5:40 묘진이케 산장에 도착하여 맥주 한 잔으로 20분간 휴식 후 출발.
6:28 카미코지 다테야마 산장에 도착하여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전나무 숲을 따라 버스 주차장으로 진행.
6:56 산행 전 일정을 완료하고 버스에 승차, 협곡을 빠져 하쿠바로 이동.
주변지역에는 온천이 산재한데 하산이 늦어져 아마도 10시는 되어야 저녁식사를 할 수 있을 거 같아 식당으로 바로 가서 식사하고 호텔에 드는 것으로 결정.
여행사 직영 식당에서 삼겹살 파티가 벌어지는데, 늦은 저녁으로 시장해진 모두들 고기도 밥도 술도 달게 먹는다.
적당히 먹고 마시고, 호텔 내 온천에서 목욕하고 피곤한 몸을 일찍 누인다. 아마도, 논밭 한가운데라 어디 갈래야 갈 데도 없다.
[ DAY 4 – 7/17 ] 흐리고 구름. 바람없음. 기온 20도 내외
이틀간 40여km 이상의 고산을 걸은 피로와 술 한 잔으로 깊은 잠에 빠졌다 6시경 일어나 밖을 보니 이 곳은 그저 논밭에 둘러싸인 시골이다.
낮은 구름과 산안개로 덮인 이 곳 ‘하쿠바(白馬)’는 나가노와 함께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10년이 지난 아직도 올림픽 당시의 시설이 그대로 있어 스키와 겨울 스포츠의 천국이다.
이 지역 일대가 해발 700~800m 정도의 산지로 겨울 적설량이 많아 온 산이 스키 슬로프로 덮였고, 잘 단장된 숙박시설들이 많아 휴양지로는 그만이다.
오늘은 시간에 구애되는 특별한 일정이 없으니 느긋하게 7시에 아침을 먹고 8시에 버스로 인근 하쿠바 모미노키(Mominoki)호텔에 딸린 입욕료 800엔짜리 온천에서 목욕.
나이 지긋한 어른들도 그저 물 속에서는 어린애가 되는가 보다. 모두들 원초적 본능으로 돌아가 노천탕을 오가며 즐겁기만 하다.
남자들이야 13명이서 즐거웠지만, 세 밤을 혼자 독방에 유폐된 ‘앤 공주’는 호강을 한 건지 어떤지… 오늘 온천에까지 혼자 독탕에 들어 남자들 수다에 기가 질렸으리라. 그래도 닦고 때 빼니 모두들 때깔이 살아난다.
오늘은 ‘신주’ 가이드 대신 일본에서 10여년을 산 총각 ‘조대제’ 가이드가 안내 중이다.
9시, 다음 목적지인 쇼핑센터까지 1시간여의 운행시간 중 가만히 있을 에버라스팅 버라이어티 엔터테이너 아지님이 아니다. 첫 날에 이은 ‘박수’ 시리즈가 이어지고, 모션 ‘만남’ 노래까지 시켜 사람들을 헷갈리게 한다.
수파마켓에서 각자 살 물건들을 산 후 11시 공항을 향하여 출발.
비가 간간이 버스 창을 때리는 가운데 질주하는 버스 속에서 기어이 아지님의 박수 시리즈 10탄까지 마무리 되고, 모두들 자기 소개와 소감 한마디씩 하는 시간.
석천 가족은 물론 게스트 두 분까지 소회를 밝히는데, 한결 같은 소감은 “좋은 산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산행을 하여 행복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좀 더 좋은 산을 선정하여 많은 회원들이 참여하도록 해야 겠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기대를 하시라.
3시경 나고야 중부공항에 도착, 수속 후 일본에서의 아쉬운 마지막 맥주 한 잔을 하고 5시 대한항공편으로 이륙.
한국과 일본의 사이를 옛말에 강 하나를 사이에 둔 관계라는 의미로 ‘일의대수(一衣帶水)’라 하였던가.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뜻일 텐데, 사실은 그 동안 그러지 못한 역사를 이어왔다.
그러나 이제 그런 역사도 잊혀가고, 잊어야 하는 국제 역학 관계에서 ‘한중일’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는 셔틀 스테이션 개념으로 발전해 가고 있으니 미우나 고우나 피할 수 없는 이웃으로 인정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6:30 김해공항 도착, 7시경에 3박 4일간 고락을 함께 한 14인의 원정단이 해단을 아쉬워 하며 다음 원정을 기약하며, “사요 나라~”
이번 원정을 기획하신 봉팔 회장님, 장산님 그리고 한 수레에 함께 하며 안전하게 목표 달성을 하도록 협조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 드리고, 장산님, 기원님이 초대하신 산행 실력이 출중하신 게스트 두 분께도 감사 드리며 후기 맺습니다.
별 재미없는 산행기를 지루하게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리며, 다음 원정에는 꼭 함께 하는 기회가 되도록 기원 부회장이 열심히 기원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성자: 제이비)석천산악회 회원. (장산: 저도 사진을 찍어서 후기를 만들려고 했는데,
제이비님의 잘쓴 글을 보고 포기했음 |
첫댓글 꼬랑쥐~~~~~~~~~~~~~~~~~~~~~~~~~~~~ 떼 던 벌어야 갈끈뎅...
당일카드결제 12개월 무이자,,,,,,,,,,,,,,,,,,,,,,,,,ㅎ
난 일시불로 할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