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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저는 숲 유치원에 다녀왔습니다.
그날은 60여 년전, 전쟁이 났던 날입니다.
남편은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위해 마음을 모은다고 하루 휴가내어
국토분단선 최고 지점에 위치한 군부대 법당으로 떠나고
저는 이른 아침부터 5천년 역사 속, 숱한 전쟁터에서 나라 위해 가신 분들의 넋이
평안해 지시라고 마음을 무척이나 내었더랬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열렸던 숲 부모참여 수업에 아빠가 간택되는 바람에 숲에 가 볼 기회가 없었던 저는
이번에 자원봉사자 어머니들을 초대하는 자리에 함께 가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죠.
일주일전부터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빈자리를 느끼지 못하도록 업무 가닥을 잡아놓고,
또 양로원에 가는 아들램 도시락과 짝 할머니 도시락,
숲에서 먹을 도시락까지 싸느라 몹시도 분주 했습니다.
그 분주함만큼이나 숲유치원에 대한 설레임도 컸구요.
올해 6주간의 부모수업을 받았던 분들도 간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해 먼저 그 수업을 들었던 인연으로 그분들이 만나고 싶어
지난해 수업을 받았던 우리 동기들까지 동참을 종용했더랬지요. ㅋㅋ
유치원 수업에 들어가는 각종 교재와 재료들을 만들어주시기 위해
매주 한번씩 유치원에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주시는 분들 사이에 끼어서 함께 숲에 갈 수 있게 되었기에
그 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숲에 가서 처음 한 일은 이사장님의 숲 소개 말씀 듣기 였습니다.
제가 그 때 이사장님의 말씀에 빠져서 사진이 없네요. ㅎㅎ
눈물 나올 만큼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어서
집에 돌아와서도 남편에게 그 얘기를 들려주며 좀 울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는데 속절없이 눈물이 뚝 뚝 떨어졌습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하시죠?
숲은 모든 생명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최고의 교육을 한다는 요지의 말씀을 하시면서
들려주신 한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긴 비바람이 친 뒤, 숲유치원을 찾았을 때
작은 나무 한그루가 뿌리가 뽑혀 있었다고 해요.
그 나무를 본 이사장님은 어찌 할까 고민하다 다른 급한 일부터 보시고 있었대요.
그런데 그날 숲에 온 한 아이가 그 나무 주변을 뱅글 뱅글 돌며
어깨로 그 나무를 받쳐 주었다가 힘겹게 일으켜도 보았다가 뿌리를 흙으로 덮어 줘 봤다가
혼자서 나무 주위를 떠나질 못하고 있더랍니다.
그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다리가 불편해 유모차를 타고 유치원에 오고
숲에도 유모차를 타고 온답니다.
모든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고 있는 사이,
유독 그 아이만은 뿌리가 뽑혀 쓰러진 그 나무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기에
이사장님이 다가가 물었답니다.
"무슨 일이니? 왜 그래?"
"이 나무가 죽겠어요. 도와줘야해요."
이사장님과 그 아이는 힘을 모아 그 나무를 일으켜 세워 심고 버팀목을 세워 주었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그 나무는 그 아이의 따뜻하고 귀한 마음의 상징처럼 놀이터 한켠에 서 있었습니다.
사진으로 찍어왔으면 좋았을 껄.
너무 이야기에 심취되었고 숲에 처음 가서 약간 낯가림 중이었던지라
카메라를 쉬이 들이대지 못했네요. ㅋㅋ
"그 아이처럼 다른 생명들과 더불어 살 줄 아는 아이가 훗날 이 나라의 장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아이가 장관이 되면 몸이 불편해 세월호가 기울어질 때 물에 뛰어 들어 아이를 직접 구하지는 못하겠지만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속으로는 뛰어들어 그들과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으로 가는 그 아이를 향해 '장관님 안녕히 가십시오!'하고 인사를 했어요."
이사장님의 말씀을 들으며 더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모든 생물은 종족보존을 위해 생명을 이어간다는 이사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깊이 공감하는 한편,
모든 생명들이 종족을 이어가며 진화 발전의 길을 걷고 있으며
그 진화 발전의 길 중에서도 정신 진화 발전의 길에서 물러서지 말아야겠다 그런 다짐도 했습니다.
숲이 드리운 혜택, 그늘 아래서
이사장님의 노래 한곡조 듣고,
읊어주시는 시 한수 듣고 있으니
시간과 공간을 잊겠더이다.
이사장님께서는 숲유치원 바로 옆으로 도로가 나면서
공사가 진행되고 나무가 많이 잘려나가고 숲이 많이 망가졌다고 걱정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여름에 물놀이를 하지 못하게 되어 안타까워 하셨답니다.
저는 거의 완성된 도로를 보면서 그러한 모습마저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배움의 재료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인간이 자연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인간의 그런 행위로 인해 아파하는 자연이 어떻게 회복해 나가고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는지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것도
큰 공부가 될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흠흠.. 감정을 좀 추스리고 이제 좀 빠르게 이야기 진행하렵니다. ^^
사진 속 엄마들은 계수나무 선생님 주위에 마치 아이처럼 둘러서 귀를 쫑긋하고 있습니다.
저요? 저는 늘 있기 마련인 주위 산만한 아이의 전형처럼 뒤에 처져 딴 짓 중이죠. ㅋㅋ
(사진찍고 모두 그냥 지나치는 원두막 올라가고)
엄마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저 나무에 사슴벌레가 살고 있었어요.
수많은 생명의 집이죠.
요긴 원두막. 유치원 버스 기사님 작품입니다.
숲유치원 구석 구석에 우리 기사님의 꼼꼼하면서도 예술성 돋보이는 작품들이...
아이들을 사랑하고 숲을 아끼는 기사님의 마음에 감동~
기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이 팥빙수라고 만들어 주었다네요. ㅋㅋㅋㅋ 맨날 요런 거 많이 드신다고 해요.
계수나무 선생님이 생기있고, 건강한 비법은 바로 요런 사랑, 동심 가득한 음식 덕분인가봐요. ^^
엄마들은 어느새 또 저렇게 옹기 종기.
도롱뇽 관찰 중이예요.
저요? 전 원두막 위에서..ㅋㅋ
위에서 내려다 보니 요래요.
어린시절 비올 때 원두막에서 비 긋던 생각 났어요.
이건 감자.
아이들이 캤는지 요렇게 알들이 보석처럼 모여 있더군요.
여기가 감자밭.
참나리반. 울 아들반 친구들이 키우는 곳이네요.
근디? 감자밭이여? 잡초밥이여? ㅋㅋ
비닐을 덮어 놓은 고구마밭이랑 대조적이죠?
요즘 비닐을 안 덮는 농가가 잘 없지요.
저 페 비닐이 엄청난 환경 오염원이 되지요. 태우기도 하고 버려지면 썩지도 않고.
잡초랑 함께 키우고 좀 적게, 좀 모자란 듯 먹고 살면 어떨까 싶었어요.
요건 돼지 감자의 줄기랍니다.
돼지 감자는 이처럼 정말 다르게 생겼다니...
여기는 대숲.
정말 서늘할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
숲으로 이어진 다리도 기사님 작품.
대숲으로 들어가는 신선들 같지 않나요?
자리가 깔려 있기에 대자로 드러누워 하늘을 봅니다.
댓잎 사이로 스미는 햇살이 투명합니다.
한숨 자고 싶었으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삭~ 소리에...
계수나무 샘이 양파를 사과처럼 베어먹고 계셨어요.
그 소리가 얼마나 군침 나게 하는지
저도 손들고 한입 가득 베어 물었는데
정말 달큰하고 맛났어요. 양파가.
거짓말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도 많이 먹는다네요.
그리고 요건 벌레들이 만든 작품.
대숲을 돌아 나오다 조그만 뱀도 만났습니다.
뱀들도 우리들 오는 줄 알아서 인사차 나왔구나 싶어 인사를 건넸답니다.
우리 아이들하고 잘 지내길 바라면서요. ^^
요건 민들레 홀씨.
민들레는 꽃은 낮게 홀씨는 높게 키를 키운답니다.
씨를 멀리 멀리 날리기 위한 생존의 방식.
버섯 키우는 곳.
고요해 보이지만 생명의 소리가 가득한 곳.
여기, 이 의자는 텅 비었는데도
자꾸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어요.
카페에서 보았던 아이들 둘러앉아 있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우리 아이들을 앉혀 주었던 의자들, 고맙구나.
색 곱지요?
이날 어머니들을 위해 유치원 원장님께서 흰색 목도리를 준비해주시고,
염색체험까지 할 수 있게 해 주셨어요.
노란 치자, 빨간 주목..
똑 같은 염료를 썼는데도 천의 성질이나 짜임새에 따라 색이 다르고
어떤 것은 진하게, 또 어떤 것은 연하게 완전히 다른 느낌이 났어요.
염색을 하는 일처럼 삶을 사는 일도 똑 같구나 했어요.
내 앞에 오는 어떠한 일도 내가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에 가 닿을 수 있으니까요.
긍정의 에너지로 삶을 물들이며 살아야 겠어요.
하늘거리고 색 고운 것들은 마음까지 부드럽게 해 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원장님~ 이렇게 아름답고 귀한 체험 하게 해주셔서.
여긴 아이들이 밥 먹는 곳.
준비해 간 도시락을 까먹고 드디어 감자캐기 체험 시작~
감자캐기 자원봉사라고 했지만 기실 그것은 돈 주고도 못할 체험이었지요.
감자들이 알알이 나오는데
땀방울이 흘러도 힘든 줄 모르겠더군요.
캐온 감자를 모아놓고 이사장님께서 하신 말씀.
"감자 몇 알 챙겨 가세요. 많이 가져 가시면 아이들 먹을 게 줄어들고.."
하하하~ 그 말씀 때문일까요?
엄마들 정말 몇 알씩만 가져가시더군요. 욕심 없는 착한 엄마들.
저요? 아마 제가 제일 많이 가져왔지 싶어요.
아주 작은 구슬 크기까지 포함해서 스무알 정도. ^^
아이랑 삶아 먹으니 포슬 포슬 입에서 살살 녹아요.
돌아오기전, 제가 물들인 목도리를 허수아비 친구에게 둘러주니
"더운 여름에 웬 목도리냐"며 표정이 영~~~ㅋㅋ
멋을 모르는군~ 흥~~~
원장님께 아이들이 다칠까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신다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그럼에도 숲 유치원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숲에 들고 보니 더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숲은 우리 인간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을 해치지 않으며
자연과, 모든 생명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말없이 보여주고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숲은 지수화풍에서 온 우리 생명들이 지수화풍에 누가 되지 않는 삶을 살라고 말없는 말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숲은 우리 아이들이 자신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생명들도 존귀하고
저마다 진화 발전의 길 위에서 만나, 함께 걷는 친구임을 잊지 않게 일깨워주는 최고의 교육장이었습니다.
숲, 그곳에 있어 주어 고마웠어.
그리울거야.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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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함께 가셨던 엄마들~ 함께여서 즐겁고 행복했어요.^^
사진 공유하실 것 있는 분은 올려주시면 좋겠어요. 다운 받을 수 있게. 그리고 후기도 기대할께요.^^
글을 읽는동안 그날의 생생함이 묻어나 기분이 좋아집니다.^^큰아이 다닐때 못 가봐서 아쉬웠는데 둘째때는 꼭 가고싶어 미리 준비했드랬지요ㅎㅎ
여러 엄마들과 함께 매주 우리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하는 곳을 가보았는데 너무너무 좋았답니다.이사장님의 시와노래~~~푹~빠졌지요^^
곳곳을 둘러보며 마냥 어린아이처럼 모든게 신비롭고 즐거웠어요~~그리고 한번도 캐보지 않은 감자도 땀흘려 캤더니 더 좋았던것 같아요.직접 캔 감자를 집에와서 아이들과 함께 삶고.요리해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답니다.
그리고 이렇게 멋지게 후기?올려주신 엄마께도 감사드려요^^~
우리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멋진 숲!
매주 우리아이들 잘 부탁해^^*
그쵸? 참 행복했던 시간이었죠?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을 후기인데.. 이렇게나마 줄여 올립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
다른 약속이 있어 가지못했는데 2년전에 봤던 숲유치원이 많이 바뀌었네요..
그래두 공실맘 글읽고 생생하게 체험한거 같아 숲의 맑은 나무향과 흙내음이 느껴지는 거 같구요
좋은 글로 잠시나마 마음이 따뜻해지고 풍요로워 질 수 있게
해 주신거 감사해요~
마음이 따뜻해지고 풍요로워졌다니 내가 더 고맙네. ^^
그날의 숲을 생각하면 다시금 마음이 환해지는 것 같아.
나도 숲처럼 그늘을 드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행복한 여름 맞이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