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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6월 14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614월] 출발 좋은 월드컵 이 기세로 계속 가자
축구가 다시 우리를 하나로 만들었다. 토요일 저녁 전국은 붉은 색이 물결을 이뤘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도 월드컵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는 국민적 열기를 막지 못했다. 국민들은 TV 앞에서 한 마음이 되어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했다. 거리와 가정에서 90분 경기 내내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리고 마침내 이정수와 박지성이 그림 같은 골을 성공시켰다. 국민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환호성을 지르며 승리의 감격과 기쁨을 나눴다.
선수들은 체격이 큰 그리스 선수에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넘치는 투지와 체력, 스피드로 상대를 압도했다. 공간 활용, 위치 선점, 중원 압박, 공격 봉쇄, 빠른 공수 전환 등 모든 면에서 돋보인 플레이를 했다. 몇 차례의 골 기회를 놓친 게 아쉽지만 월등히 나아진 조직력과 플레이는 인상적이었다. 이날 승리는 선수와 코치진이 흘린 땀과 눈물의 결실이다.
이로써 우리 팀은 월드컵 해외 원정 첫 16강 진출이라는 목표 달성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그러나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우리 팀이 상대해야 할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는 그리스와는 차원이 다른 강팀이다. 승부는 그야말로 이제부터인 것이다. 17일 맞붙을 아르헨티나는 가장 버거운 상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전 승리에서 얻은 자신감과 충천한 사기를 동력으로, 그동안 준비해온 전략ㆍ전술을 자양분으로 삼아서 우리 팀만의 플레이를 착실히 한다면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으리라 믿는다.
월드컵 대표팀의 선전은 선전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표팀에 보내는 뜨거운 응원과 성원을 통해 국민은 하나가 됐다. 갈등과 분열은 잊고 화해와 통합의 정신을 구현해 가고 있다. 자연 우리 사회에는 자신감이 충만해지고 있다. 자신감은 우리나라의 국운(國運)을 상승시킬 에너지가 된다. 게임의 승리와 16강 진출이라는 결과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선수와 국민 모두가 혼연일체가 된 그 자체로 우린 이미 승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들이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 주기를 기대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614월] 우려스러운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
북한이 우리 군의 대북심리전 확성기 설치에 대해 ‘서울 불바다’ 등의 표현까지 동원해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엊그제 ‘중대포고’를 통해 대북방송에 대한 군사적 대응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비례적 원칙에 따른 1대1 대응이 아니라 서울의 불바다까지 내다본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섬뜩하고 소름끼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지난 1994년에도 남북실무접촉 과정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서울은 불바다가 된다”는 말을 한 바 있다. 이 발언이 전해지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남한 국민들 사이에 반북 대결 감정도 크게 확산됐다. 북한의 이번 서울 불바다 발언은 한반도 위기지수가 정확히 16년 전으로 돌아갔음을 극명히 보여준다.
북한은 이미 지난달에 남쪽이 대북방송을 재개할 경우 확성기 등을 조준 격파사격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발언은 위협의 수위를 한층 높여 대북심리전 재개를 막고 남북간의 기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엄포용 성격이 짙어 보인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한반도가 살얼음판을 걷는 위태로운 형국에서 북한이 입에 담지 못할 자극적인 표현까지 동원해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남북한은 대북심리전 재개 문제를 놓고 치킨게임을 하는 양상이다. 우리 군 당국은 군사분계선 부근 등에 확성기 설치를 끝낸 뒤 방송 재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서울 불바다 발언은 우리 군의 자존심을 자극해 뒤로 물러서기 더욱 어렵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의 조준격파-남쪽의 대응사격으로 군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의 위협적 발언은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남쪽의 대북심리전 재개가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심리전은 말 그대로 ‘전쟁’이다. 그래서 국제적으로도 심리전이라는 표현 자체를 꺼리는 추세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버젓이 대북심리전이라는 말을 선호하고 있다. 게다가 전쟁이 다른 전쟁을 부를 위험성까지 대두된 상황이다. 그런데도 전단지 살포나 확성기를 동원한 대북 선전을 강행해야 하는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대북선전전은 북한을 자극만 할 뿐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조선일보 사설-20100614월] 한민국 축구, 꿈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려라
극전사들은 강했다. 빨랐다. 90분 내내 줄기차게 움직였다. 그 앞에서 2004 유로 챔피언 그리스는 허둥댔다. 그리스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도 몰랐다"고 고백해야 했다.
극전사들은 의젓했다. 자신만만했다. 그들의 얼굴과 몸짓엔 큰 대회 첫 경기라는 짐이 보이지 않았다. 전반 7분 이정수는 기성용의 프리킥을 침착하게 그리스 골문으로 밀어넣고는 별것 아니라는 듯 그라운드를 천천히 달렸다.
태극전사들은 선제골을 지키려고 몸을 사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후반, 누가 뭐래도 '아시아 최고' 박지성은 최고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무서운 스피드로 30m 넘게 질주하며 수비수 둘을 제치고 골키퍼마저 꼼짝 못하게 만드는 왼발 슛으로 쐐기를 박았다.
태극전사들이 12일 남아공월드컵에서 거둔 1승은 체력과 전술과 투지에서 두루 앞선 완벽한 승리였다. 대한민국 축구는 어느덧 그렇게 훌쩍 커 있었다. 더이상 아시아에서만 큰소리치는 '안방 종이호랑이'가 아니라는 걸 세계에 보여줬다. 1986년 멕시코부터 월드컵 본선 7회 연속 진출이라는 관록과 저력이 한껏 빛을 발했다.
온 나라가 승리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질기게 쏟아지는 빗줄기도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서울광장 5만명과 코엑스 앞 5만5000명, 서울에서만 45곳에 20만명이 모였다. 부산 해운대 백사장, 광주 월드컵경기장, 울산 태화강 둔치까지, 전국 287곳 100만 가까운 시민들이 모여 벌인 응원은 한바탕 축제였다.
해인사를 비롯한 절에선 스님들이, 병원 로비에선 환자들이 승리를 기원했다. 동네 술집, 음식점, 포장마차에도 "대~한민국"이 넘쳤다. 태극전사들이 골을 터뜨릴 때의 환호, 아깝게 골을 놓칠 때의 탄식, 아슬아슬한 위기를 맞을 때의 비명이 순간순간 일제히 도시와 마을을 흔들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까지, 카자흐스탄에서 인도·멕시코·제네바까지 교민들도 이민생활의 고단함을 잊고 "대~한민국"을 마음껏 목청껏 외쳤다. 나라와 민족을 하나로 묶는 것, 이것이 축구의 힘이고 스포츠의 힘이다. 태극전사들은 국민의 기대와 갈망에 화답하듯 상쾌한 첫 승리를 바쳤다.
그 기세를 아르헨티나도 나이지리아도 가로막을 순 없다. 태극전사들이여, 첫 원정 16강, 아니 그 너머까지 거침없이 진격하라.
[서울신문 사설-20100614월] 사법절차 속도 높여 지방행정 공백 줄여라
도지사에 당선되고도 취임과 동시에 직무를 정지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예견된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에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된 것이다. 이 당선자는 취임일인 7월1일 직무가 정지되는 만큼 강원도는 당장 행정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확정판결 때까지 행정부지사가 직무를 대행한다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겉도는 행정의 가장 큰 피해자는 주민들일 게다. 문제는 6·2지방선거 후 이광재 당선자와 비슷한 운명에 처할 당선자가 적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행정공백을 최대한 줄이고 주민의 불편을 덜기 위해 당선자들의 위법 여부를 가리는 사법절차를 서둘러야 한다.
선거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일탈의 비리는 반복돼 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선거 당일까지 1634명이 입건, 그중 65명이 구속되고 280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역대 지방선거보다는 수적으로 줄었다지만 선거에서의 일탈과 부정은 여전하니 부끄러운 일이다. 특히 광역단체장 2명과 기초단체장 52명을 포함한 117명의 당선자가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기간을 비롯해 확정 판결 때까지 얼마나 많은 혼선을 빚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불법, 탈법을 저지른 당선자들은 합당한 대가를 치르고 감내하는 게 당연하다. 우리는 법을 어긴 당선자들이 공소시효를 노려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거나 심지어 구속되고도 당선자의 권력을 멋대로 휘두른 경우를 숱하게 봐왔다. 당선자든 낙선자든 법을 어겼다면 신분과 경우를 따지지 않는 엄정한 법의 심판을 가해야 한다. 이들을 선거판에서 격리시키고 유권자들의 소중한 투표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다진다는 큰 의미를 갖고 치러졌다. 지방행정의 파행을 답습하거나 오염시킬 사범들이라면 우선적으로 골라내야 한다. 반대로 억울한 당선자가 있다면 신속한 판결로 일하게 해줘야 한다. 다행히 검찰과 법원은 선거사범의 엄중하고도 조속한 처리를 다짐해왔다. 정당과 신분, 당락에 상관없이 엄정 대처하면서 예규대로 1·2심 재판기간을 단축해 지방행정의 공백을 최대한 줄일 것을 거듭 당부한다. 지금 우리 지자체는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614월] 국민 기대 부응할 수 있는 인적쇄신 서둘러야
이명박 대통령이 지방선거 이후 당청 갈등 등 여권 내부의 심각한 불협화음을 해소하기 위해 인적쇄신을 비롯한 다각적인 해법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7 · 28 국회의원 재 · 보선 이전에 청와대 인사개편을 먼저 단행하고, 개각 등은 8월 중 실시하는 2단계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오늘 예정된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에 어떤 구체적인 내용이 담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하루빨리 정상적인 국정운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만한 인적쇄신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상황은 여권의 위기이고 자칫하면 국정혼선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대통령은 당초 지방선거 결과에 흔들림없이 국정운영에 매진하겠다고 했지만, 권력투쟁 양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여권의 내분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파행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안인 세종시, 4대강사업 등이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그리되면 각종 민생 · 경제과제들은 물론 미래를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다른 국정과제들마저 그 추진력을 급속히 상실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심각성이 이러하다면 청와대와 여당은 지방선거 책임소재를 놓고 더이상 갑론을박(甲論乙駁)할 게 아니라 민심을 겸허히 수용, 새롭게 태어나려는 모습을 빨리 보여주는 것이 상책이다. 여당 비상대책회위원회가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다음 달 10~14일 개최키로 하는 등 당 쇄신에 착수한 만큼 청와대도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우리는 청와대 개편과 개각 시기를 가급적 앞당기는 동시에 그 내용 또한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을 정도로 근원적 처방 수준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꼭 추진돼야 할 국정과제임에도 왜 그것이 일방통행식으로 비쳐지면서 국민들의 지지획득에 실패했는지 깊은 반성이 반영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점에서 마지못해 하는 인사개편이나 회전문식 인사등용이 아닌, 국민들의 기대를 다시 돌려놓을 만한 인적쇄신이 돼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614월] 기업 실적 개선, 투자 확대로 이어져야
대내외 경제여건이 여전히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국내기업들의 경영실적은 크게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체질이 그만큼 튼튼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이 상장법인 1,421개와 주요 비상장법인 115개 등 총 1,536개 기업의 1ㆍ4분기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수익성ㆍ안정성ㆍ성장성 모두 크게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증가해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인 지난 2008년의 7.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8.5%에 달했고 세전 순이익률은 9.2% 증가해 2005년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재무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101.0%로 2008년 2ㆍ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은 17.4%로 2007년 3ㆍ4분기 이후 2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이처럼 경영실적이 개선된 것은 우선 반도체ㆍLCD 등 주력 제품의 가격이 상승한 데 반해 철광석ㆍ유연탄 등 원료가격은 내린데다 저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감소 등에 힘입어 수익성이 좋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매출은 늘고 비용은 감소한 결과이다. 국내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경영실적 개선의 요인이다. 주요 산업에서 외국 경쟁기업들의 경영사정이 경제위기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국내기업들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기업들의 선전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 일이다. 실적에 안주하지 않고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확대가 이뤄져야 기업의 성장성도 높아지고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낙관적이지는 않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중국의 긴축기조 전환 가능성, 남북관계 악화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인상 가능성 등 불안요인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움츠러들기보다는 긴 안목에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야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 정부는 좋은 실적을 거둔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개혁을 비롯해 기업환경 개선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00614월] 우리 감독, 우리 선수들의 짜릿한 첫 승리
이겼다. ‘압도적’이라는 말 밖에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흠잡을 데 없는 한판승이었다. ‘문전 처리 미숙’과 답답한 백 패스의 고질병은 찾아볼 수 없었다. 태극전사들은 경기 내내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운동량에서 월등했고 탄탄한 조직력이 빛났다. 빼어난 전술과 안정적인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이정수 선수의 선제골과 박지성 선수의 쐐기골은 온몸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제 우리 국가대표 축구팀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B조 첫 경기에서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했다. 월드컵 16강을 향한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 7회 연속 출전을 이뤄낸 아시아축구의 맹주(盟主)다. 하지만 언제나 1승이 아쉬웠다. 안방에서 치러진 2002 한·일 월드컵을 제외하면 2006 독일 월드컵 때 토고를 2-1로 물리친 것이 유일한 승리였다. 승전보를 전한 감독들은 한결같이 네덜란드 출신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한국 축구가 변방에서 탈출을 선포했다. 한국인 감독의 지휘로 태극전사들이 월드컵 본선 원정경기에서 사상 첫 승리를 따낸 것이다. 허정무 감독의 승부사적 기질과 우리 선수들의 놀라운 집중력이 돋보였다. 여기에다 열두 번째의 태극전사, 붉은 악마를 앞세운 국민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결실을 맺었다.
월드컵 원정 16강은 더 이상 이루지 못할 꿈이 아니다. 남은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중에 한 팀만 잡으면 된다. 물론 부담을 떨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축구공은 둥글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인 자블라니는 어느 공보다 둥글다. 승부의 세계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오로지 최선을 다하는 경기만이 후회를 남기지 않을 뿐이다. 그동안 우리 대표팀은 월드컵 축구사에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왔다. 11명의 단합된 힘이 뛰어난 개인기를 누르는 기적을 일군 적이 한두 번 아니다. 그제의 짜릿한 승리도 16강을 향한 첫 걸음일 뿐이다. 진짜 경기는 지금부터다. 최선을 다해 당신들의 능력을 아낌없이 보여주길 기대한다. 온 국민들도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칠 것이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김순덕 칼럼/김순덕(논설위원)-20100614월] 將星들은 국민을 배반했다
아들이 없어 천만다행이다. 군대간 남의 자식들이 “아빠, 전쟁 나면 어떻게 해”하며 집에 전화한다는 소문에 한동안 혀를 찼었다. 그런데 10일 감사원의 천안함 감사 중간발표를 보자 이러다 전쟁 나면 큰일이겠다 싶어졌다.
“허위보고, 戰時라면 총살감”
백번 양보해서 폭침을 당한 뒤 허둥댈 수 있다 하자. 천번을 양보해서 경계에 실패할 수도 있다 해주자. 허나 군에서 보고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군대 못 가본 나도 안다. 천안함 관련 장성급 영관급 직업군인들이 감행한 허위, 왜곡, 조작, 누락보고는 나 같은 민간인의 상상을 초월했다.
김동식 2함대사령관은 천안함에서 “어뢰에 맞은 것 같다”는 보고를 받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합참은 해군 작전사령부에서 21시15분으로 발생 시점을 보고받고선 45분으로 조작했다. 폭발음을 들었다는 작전사의 보고를 삭제한 것도 합참이다.
천안함 합동조사단이 진상 발표를 하기까지 두 달 간 나라를 들끓게 한 논쟁을 생각하면 이건 단순한 보고 잘못이랄 수 없다. 상부와 대통령과 국민을 속였을 뿐 아니라 결국 북을 이롭게 한 이적행위로 보인다. 군형법 제38조(거짓 명령, 통보, 보고)는 군사(軍事)에 관하여 거짓 명령, 통보 또는 보고를 한 사람은 적전(敵前)인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전시 사변 시 또는 계엄지역인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그 밖의 경우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군에 정통한 어느 전문가는 한마디로 “전시 같으면 총살감”이라고 했다.
감사원 발표 뒤 “그대로 수용하기엔 적절치 않은 내용도 있다”는 김태영 국방장관의 반응은 광우병을 다룬 MBC PD수첩을 연상시킨다. 김황식 감사원장은 “속초함에서 사격한 물체가 북한 반잠수정이라고 한 보고를 2함대사령부가 새떼로 보고하라며 문안까지 불러줬다”는데 김 장관은 “속초함에선 검은 물체라고만 보고했다”며 “속초함과 2함대사령부가 논의하는 과정에서 새떼로 정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PD수첩이 “아레사가 CJD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라고 한 환자의 어머니 말을 자막에서 ‘vCJD(인간광우병)’으로 조작한 것과 비슷한 행태다. CJD는 광우병과 전혀 상관없는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인데도 제작진은 “환자의 엄마가 혼용했기에 의도를 살려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국방부가 위기관리반을 소집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장관에게 허위보고를 한 것에 대해서도 김 장관은 “소집이 정확히 이뤄지진 않았지만 필요인원은 다 있었다”고 주장했다. 왜곡보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론 맞는 내용이라는 PD수첩의 주장과 어쩌면 그리도 닮은꼴인지 감탄할 정도다.
군士氣보다 국민이 더 중요하다
기자도 거짓을 사실로 잘못 알고 보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거짓임을 알고도 사실이라고 보도하는 건 용납되지 않는다. PD수첩의 왜곡보도가 용서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군 역시 거짓을 보고하고도 끝끝내 잘못이 아니라며 감사원 조사를 탓한다면 개전의 여지가 없다. 이런 장성들을 믿고 단잠을 이뤄도 되는지 의심스럽다.
PD수첩 1심 문성관 판사는 PD수첩 측의 말만 믿고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번 감사원 발표도 중간 결과여서 누구 말이 맞는지는 두고 봐야 안다. 만일 최종결과가 달라진다면 감사원은 잘못 조사했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지금까지 감사원에서 해온 모든 조사발표도 의심받을 판이다. 감사원은 명예는 물론이고 목숨까지 건다는 자세로 사실을 밝혀내야할 처지다.
감사원이 군 고위직 12명에 형사책임 소지가 있다고 했지만 김 장관이 유보적 태도를 취한 건 부하를 아끼고 군의 사기를 염려한 때문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이 국민의 사기다. 전투가 두려워 거짓보고나 해대며 일신의 안녕을 꾀하는 지휘관 밑에 우리 아들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분노를 삭히기 어렵다. 허위보고를 받고도 의심 없이 군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 대통령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고도 방치한 것과 다름이 없다.
이들은 너무나 유능한 군인이었고, 처벌할 경우 결과적으로 북을 이롭게 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없진 않다. 그러나 이런 장교들이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건 그동안 군 인사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를 보여준다. 국민을 배반한 장성들을 처벌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무능과 무력(無力)을 만천하에 공개해 북이 환호작약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군에는 정확한 보고를 한 최원일 천안함장 등 중간간부와, 침몰에도 비상조명등이 작동되도록 정비해둔 고 최한권 원사 같은 기술군인, 손전등을 갖고 탄약고를 지킨 덕에 동료들을 구할 수 있었던 안재근 상병 같은 젊은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직은 우리 군을 믿고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유병선(논설위원)-20100614월] 패러글라이딩 인사
낙하산은 떨어질 때의 충격을 줄여주는 기구다. 19세기 초 비행선이 생겨나면서 만약의 사태에 안전하게 낙하하기 위한 탑승자 구명기구로 발명되었다고 한다. 낙하산은 20세기 비행기와 전쟁의 시대를 맞아 군사용으로 쓰였다. 전술·전략상 요충지를 기습점령하기 위해 수송기나 헬기로 병력을 공중투입할 때 없어선 안될 장비가 낙하산이다. 그래서 공수부대가 ‘낙하산 부대’라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공수부대의 역할이 낙하산을 잘 타느냐에 있는 게 아니라 낙하 후의 임무수행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낙하산 하면 떠오르던 재난이나 전쟁의 이미지는 흐려지고 있다. 짜릿한 추락을 맛보려는 스카이다이빙이나 우아한 낙하를 즐기려는 패러글라이딩과 같은 항공 스포츠가 그렇다. 스카이다이버들은 고공에서 자유 낙하를 쾌감하다 목표 가까이서 낙하산을 편다. 낙하산에 행글라이딩을 섞은 패러글라이딩은 본디 산정(山頂)을 밟은 뒤 새처럼 공중을 미끄러지며 하산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한다. 살아남기 위한 구명용이나 작전수행을 위한 군사용과 달리 항공 스포츠에서 낙하산은 유희(遊戱)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요즘 여의도 증권가가 잇단 ‘낙하산 부대’로 술렁인다는 소식이다. 지난 주말 한국금융증권의 상근 감사위원 자리에 국무총리실 정무기획비서관이 내려앉았고, 지난 4일엔 한국예탁결제원의 본부장으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의 행정관을 지낸 인물이 낙하산을 탔다고 한다. 시쳇말로 ‘빽’이란 권력 연줄을 타고 내려와 특정기관의 중요 직책을 차지하는 ‘낙하산 인사’가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하지만 주로 유관 부처의 관료들이 애용하던 낙하산을 금융 문외한인 정치인까지 타고 내려오자 뒷말이 무성하다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로 물의를 빚은 어떤 이는 “낙하산이라니? 나, 걸어 들어왔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재치와 뻔뻔함이 구분되지 않는 몰염치다. 낙하산에 매달린 게 관료든 정치인이든 볼썽사납기는 거기서 거기다. 그런데 증권가가 낙하산 정치인을 놓고 뒷말이 많은 건 왜일까. 낙하산 관료에 대해선 전문성을 인정해 ‘공수부대’쯤으로 접어주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전문성도 없이 자리만 보고 내려오는 정치인은 달리 불러야 하지 않을까. 낙하를 위해 낙하하는 ‘패러글라이딩 인사’라고 말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기자24시/심시보(과학기술보)-20100614월] 나로호 실패의 책임공방
나로호 실패에 따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재발사 결정 과정이 적절했는가이며 또 하나는 러시아 1단 로켓에 대한 책임공방이다.
발사과정을 두고 많은 이들이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여러 이상징후가 발생했는데 전반적인 시스템 점검이 필요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한다. 발사 이틀 전 진행한 기립과정도 의아한 면이 있다. 기립이 어렵다는 발표가 있었으나 갑작기 다시 진행했다.
또 하나는 발사 예정일이던 9일 소화장치 오작동과 해결과정이다. 발사중지 뒤 기술점검 과정에서 새벽에도 원인을 제대로 못찾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10일 새벽부터 일정은 급하게 돌아갔다. 한국은 새벽 5시 러시아에 기상정보를 제공했고 이어 오전 8시부터 한ㆍ러전문가회의, 나로호관리위원회가 잇달아 열렸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문제삼을 필요는 없다. 다만 나로호관리원위회는 기술적인 검토사항을 바탕으로 안전, 기상상황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최종 결정해야 하는데 성공에 대한 확신 때문에 이상징후들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전문가들이 `OK` 사인을 냈으니 발사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기술점검만으로 결정하면 나로호관리위원회 존재 이유가 없는 셈이다. 한 전직 교과부 고위관료는 "과학기술도 결국 의사결정과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전반적인 시스템 관리 능력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편 러시아 1단 엔진이 가장 유력한 실패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3차 발사를 위한 유리한 전략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인데 벌써부터 국가이기주의나 책임공방 형태로 논란이 진행되면 한국 우주개발에 도움이 안 될 듯싶다. 러시아 협력을 얻어낼 때 미국 등 어느 우방도 손잡지 않겠다고 했고 러시아 경제상황이 안 좋은 터라 계약이 가능했다. 이제 와서 `불평등계약`을 내세우면 징징대는 어린아이 수준밖에 안 될 듯하다.
첫댓글 천안함.서울 불바다. 나로호 온통 뭐가 뭔지........아르헨티나나 이겨야 될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