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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 심학산,출판도시 책방거리 산책
- 언제:2017.12.31~2018.1.1
-어디로:파주 심학산-출판도시 책방거리
택리지를 쓴 이중환은
'살고 있는 곳에 산수가 없으면 사람이 촌스러워진다.'했습니다.
무릇 산과 물은 사람의 정신을 안온하게 하고
감정을 화창하게 하는 힘을 지녔습니다.
산수가 아름다운 곳엔 어김없이 기름진 땅과 비옥한 들녘이 있고
지세가 사람살기에 편안한 곳이 많습니다.
파주 심학산은
우리나라에서 산수가 영험하기로 이름난 곳 중 한 곳인데
다행스럽게도 사업장에서 가까운 곳에 심학산과 출판도시가 있어
일상에 지칠 때면 매양 찾아가 마음을 다스리곤 합니다.
다사다난했던 2017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때,
심학산과 출판도시 책방 거리를 거닐면서
2018년 무술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고양시 일산서구 구산동 들녘에서 본 심학산이 고즈넉합니다.
해발 194m로 비교적 낮은 산이지만 한 때 거북등을 닮아
'구봉산'으로 불리다가 조선 영조 때 궁중에서 기르는 학이 날아 도망가자
저 산에서 찾은 것에 유래되어 찾을 심(尋) 학 학(鶴),자를 붙여
심학산이라 불립니다.
오래 묵은 산길에
키 큰 억새와 가시덤불이 잔뜩 우거져
인간의 흔적을 거의 지우고 있는 광경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
묶인 개를 풀어놓고
늑대처럼 등털을 바람에 나부끼며 온몸으로 질주하는
개의 감격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 이동순,<즐거운 일>
솔포기에 숨었다
토끼나 꿩을 놀래주고 싶은 산허리의 길은
엎데서 따스하니 손 녹히고 싶은 길이다
개 데리고 호이호이 휘파람 불며
시름 놓고 싶은 길이다
- 백석, <창원도-남행시초>
잎들을 벗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 간 나무들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심학산 정상으로 향합니다.
심학산은 등산로가 가파르지 않고 완만하여
산책하는 기분으로 오르기 좋은 산입니다.
"살아있음이란 내게 햇살을 등에 얹고 흙냄새를 맡으며
터벅터벅 걷는 일"(곽재구 시인)입니다.
숲은 계절마다 느낌이 다르고 제 빛깔이 있지만
이 맘때쯤의 숲은 적나라해서 거추장스럽지 않습니다.
사람이 비로소 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때는
늘 자연과 함께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무가 잎들을 털어내듯 사람도 한꺼풀 가식을 벗고
순순한 얼굴로 햇빛을 쬐며 산의 기운을 느끼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누구나 한번 잠든 정신은
누군가 지팡이로 후려치지 않는 한
깊은 휴식에서 헤어나지 못하리.
하나의 형상 역시
누군가 막대기로 후려치지 않는 한
다른 형상을 취하지 못하리
육신이란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 것
- 조정권,<산정묘지>중
태어난지 이제 갓 1년된 진돗개입니다.
성석동 진밭 마을에서 작년 겨울에 태어난지 한 달만에
데려와 키웠는데 벌써 이렇게 많이 자랐습니다.
이름을 얼음'빙'자 입'구'자를 써서 "氷口"라 지었습니다.
'입을 항상 얼음처럼 차게 해'서
아무때나 쓸데없이 짖지 말고 꼭 필요할 때만 짖으라는 의미입니다.
워낙 명석해서 사람 말을 잘 알아 듣고
청결의식이 매우 강해 우리에서는 절대 대소변을 안보는 깔끔한 성격이라
매일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시켜줘야 하는데
이녀석 덕분에 그나마 부족한 운동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2018년 '개의해'(무술년)라고 하는 새해에도
함께 심학산을 자주 올라야겠습니다.
심학산을 둘러싸고 서쪽으로 문명의 젖줄인 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한강 하류를 따라 시원스럽게 자유로가 달립니다.
저멀리 김포와 일산을 잇는 일산대교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산아래 파주 산남동과 고양시 일산서구의 비옥한 농경지들이
농한기를 맞아 한가롭습니다.
심학산 북동쪽으로 펼쳐진 교하 (交河)지구 입니다.
풍수학자 최창조(崔昌祚) 교수는 통일 한국의 수도로 이곳을 꼽았습니다.
남과 북의 중앙에 위치하며 한강,임진강,예성강이 합류하는 곳으로
물류의 이동이 용이하며 땅의 성질도 후덕하다고 보았습니다.
심학산 정상 팔각정에 서면 바로 아래
임진강과 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을 훤히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물과 서해 바다물이 저곳에서 뒤섞이니
범상치 않은 곳임에 틀림없습니다.
심학산은 신령스런 거북이가 물로 들어가는 형세로
한강물이 산을 활처럼 둘러싸고 흐릅니다.
한강 하류 고양시와 파주 교하는 물이 풍부한 지역으로
통일 시대를 대비해 앞으로 크게 열릴 지역으로 기대가 높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임진강변에 오두산 전망대가 보입니다.
'오'란 커다란 자라를 뜻한다고 합니다.
자라 머리 모양의 이 산은 바로 한강과 임진강의 합류점을 바라보며
남과 북을 향하고 있습니다.
오두산 전망대 뒤로 장단,개풍,개성쪽이 아득하게 보입니다.
일산 고봉산(高峰山)의 서맥(西脈) 끝머리 벌판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심학산은 홍수 때 한강물이 범람하여
내려오는 물을 막았다 하여 수막 또는
물속으로 깊숙히 들어간 메뿌리라고도 불렀습니다.
"이 근처선 교하가 예로부터 양민들 피난 고장이라우,
두 강이 만나는 평지라 몸 숨길 데는 만만찮고
도망가기는 어려워서 전쟁터론 마땅치가 않아 그럴거요.
논이 많아서 먹을 것도 많고 인심도 후하다오."
- 박완서의 소설,<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중
바로 아래 행복주택이 들어설 택지에는 잔설이 쌓여있고
그 뒤로 타운하우스 '윈슬카운티'와 '헤르만하우스02'가 보이고
그 너머로 운정신도시와 완공을 앞둔(2018년 8월 입주 예정)
운정지구 '힐스테이트'와 '푸르지오' 아파트 단지가 보입니다.
남동쪽으로는 황룡산이,
남서쪽으로는 심학산이 자리 잡았으니 이 또한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학의 절개와 용의 기상의 만남이라!
왼쪽 높은 건물이 탄현동 '두산 위브더제니스'이고
우측이 백석동 '요진와이시티'입니다.
심학산 정상에서 줌으로 당겨 본 일산서구 탄현동에 위치한
'두산 위브더 제니스'입니다.
그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북한산 바위봉우리들의 정수리가 하얗습니다.
잔설이 쌓인 문발동 출판도시가 고즈넉합니다.
남북의 큰 강이 만나는 장소,
한강과 임진강 물이 뒤섞이며 김포반도를 휘돌아
강화로 빠져나가는 시발점입니다.
눈보라 휘날린들 멈출수 있으랴
폭풍우 몰아친들 돌아 갈 수 있으랴
흐르고 흘러서 영원이리니
대양에 이르러야 우리인 것을
한강은 흐른다
마을과 도시에
저마다 생의 등불 환하게 밝히면서
오늘도 은하수로 묵묵히
흐른다
-오세영,<한강은 흐른다>부분
묵은해와 새해가 교차하는 시점,자유로변 강물은 무심히 흐릅니다.
일출과 일몰의 두 장면은 보면 볼수록 닮은 구석이 많았다.
일부러 지어 보이지 않아도 더없이 말갛던 그해 너의 얼굴과
굳이 숨기지 않고 마음껏 발개지던 그해 나의 얼굴이 서로 닮아 있었던 것처럼.
혹은 첫인사의 안녕과 끝인사의 안녕이 그러한 것처럼.
- 박준,산문집<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중
심학산 산정에서 바라보는 한강 하류의 노을은
도심에서 보는 노을과 다른 색다른 풍경을 선사합니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2017년의 마지막 태양이 자취를 감춥니다.
아듀 2017!
저 노을속으로 한 해의 아쉬움을 실어 보냅니다.
파주 출판도시 책방거리 안내 표지판
세계 최고의 책방거리를 꿈꾸고 있는 파주 출판도시의
책방거리를 따라 북카페에 들러 따뜻한 커피 한잔에 책을 읽으며
사색에 잠기기에 제격인 곳입니다.
파주 출판도시의 정식명칭은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입니다.
출판 기획부터 인쇄까지 출판의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국가 산업단지입니다.
덕분에 북카페에서 책을 구매할 때는 할인된 가격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살림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앨리스하우스'북카페
파주 출판도시는 인간과 자연,문화와 산업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책의 도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출판사들이 입주한 건축물들은
제각기 다른 독특한 디자인의 빼어난 모습을 자랑합니다.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해 주변과 조화를 이뤄
건축미를 감상하는 건축투어 장소로도 발길이 잦은 곳입니다.
'열린책들'출판사에서 지은 '미메시스 아트뮤지엄'은
높이만 추구하는 현대 건축에서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우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의 시인'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
포루투칼 출신 '알바로 시자'가 설계했습니다.
'미메시스 아트뮤지엄'은
전시,출판,문구,카페 등을 아우르는 공간입니다.
가급적 인공 조명을 배제하고 자연광을 끌여들여
내부를 밝혔습니다.
출판사 '마로니에북스'사옥 앞 조형물.
어린이 도서가 있는 북카페 '밀크 북'
돌베개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카페 '행간과 여백'
시계가 나에게 묻는다
그대의 소망은 무엇인가
내가 대답한다
내면에서 꽃피는 자아와 최선을 다하는 분발이라고
그러나 잠시 후 나의 대답을 수정한다
사랑과 재물과 오래 사는 일이라고
- 김남조
출판도시 이체쇼핑몰에 위치하고 있는 메가박스 출판도시점
외벽에 걸려있는 영화 시네마천국의 한장면과 대사.
효형 출판사가 운영하는 북 카페 눈(雪)
살아 있다는 느낌을,
현재성을 다시 발견하고 싶었고 미래를 상상하고 싶었다.
바슐라르의 글귀가 떠오른다."욕망해야 한다.원해야 한다.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 손을 뻗고 걸어야 한다.
미래가 우리를 향해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그것을 향해 가는 것이다."
나는 미래를 향해 갔다.
- 베르나르 올리비에,<나는 걷는다>P.305
옛 헌책방 골목을 재현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문발리 헌책방 골목'내부 모습
1만5천 권 정도의 책이 진열되어 있는 '문발리 헌책방 골목'은
지나간 시간이 머물러 있는 것처럼
한동안 잊고 있었던 책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책이라는 건 그 자체로 근본적인 매력이 있어서
나름대로 삶을 영위하는 안목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책이 삶의 일부로 들어오거든요.그때 하는 것이 독서입니다."
- 한정원,<북디자이너 정병규의 서재>,<지식인의 서재>
밤은 은으로 빛나는 옷을 입고
한 웅큼의 꿈을 뿌린다
꿈은 속속들이 마음속 깊이 스며들어
나는 취한다
- 릴케,<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중
인문학적 르네상스를 도모한다는 취지로 탄생된
국내 최초 24시간 개방형 도서관 지혜의 숲이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여,지난 열두 해는 빛과 사랑으로 가는 여로였소.
- 유진 오닐,<밤으로의 긴 여로>
슬픔을 수령하되 눈물은 남용 말 것
주머니가 가벼우면 미소를 얹어 줄 것
지갑을 쫓지도 지갑에 쫓기지도 말고
안전거리를 확보할 것
침묵의 틈에 매운 대화를 첨가할 것
어제와 비교되며 부서진 나
이웃 동료와 더 견주는 건 금물
인맥은 사람에 국한시키지 말 것
숲 속의 풀꽃 전깃줄의 날개들
지구 밖 유성까지 인연을 넓혀 갈 것
해찰을 하는데 1할은 할애할 것
고난은 추억의 사원
시간을 가공 중이라고 자위할 것
돌아오는 길에
낯익은 별들에게 윙크하기 잊지 말 것
-조재형,<하루의 사용법>
지혜의 숲 3관, 2층에서 5층은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객실입니다.
하룻밤 묵으면서 실컷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스테이(Book-stay)'
장소로 좋은 곳입니다.
가장 고요할 때
가장 외로울 때
내 영혼이 누군가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나는 책을 연다
밤 하늘에서 별을 찾듯
책을 연다
-김현승,<책(冊)>
그가 말했다,"너는 네가 사는 바를 읽을 순 없을지라도,
네가 읽는 바를 살아갈 수 있노라."
- 에드몽 자베스
지혜의 숲은 총 3관으로 운영되는데
1관,2관은 밤8시에 문을 닫지만 3관은 24시간 개방됩니다.
숲을 거닐 듯 책을 고를 수 있다는 '지혜의 숲'은
총 100만권 소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현재 약 15만권의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고합니다.
지혜의 숲 3관은 24시간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만날 수 있는 명소입니다.
라운드 미드나잇은 미드나잇 북토크,미드나잇 시네마,
선셋,스테이지 등 책과 휴식이 있는 공연 프로그램입니다.
파주는 예로부터 이율곡과 성혼 등이 중심인 기호학파의 산실이었습니다.
여진을 정벌한 윤관 장군,황희 정승,조선 초기 예약제도를 정비한 허조,
경국대전 편찬을 총괄 지휘한 본관이 교하노씨인 노사신,
파산학을 태동시킨 백인걸,동의보감을 편찬한 허준 등이
파주에서 나고 자랐으며 파주에 묻혔습니다.
다사다난했던 격동의 2017년이 저물고 새해가 왔습니다.
파주 심학산과'글이 피어난다'는 '문발'동 출판단지 책방거리를 거닐면서
먼저 세상을 살다 간 파주의 현인들에게 험난한 이 시대를 헤쳐나갈
지혜를 구하며 2018년 새해를 준비합니다.
새해는 좋은 일들로 형통한 한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사진,글:윤선한
다시 새해가 온다
내 안에 무수한 마음들에게도
한 살씩 공평하게
나이를 더해주고 싶다
-박준
첫댓글 아 그랬군요 저도 어제 심학산 한 구비돌아 지지향에서 종이향에 묻혀 보았습니다. 이제 심학산 자락에 둥지를 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가끔 뵙죠
네^^ 법무사님 앞으로 심학산 아래 집 지으시면 종종 뵐 수 있겠네요.
새해에도 모든 일 순조롭기를 기원합니다.
사업 번창하시고요
자주 자유로를 통과하는데 이렇게 좋은곳이 있었네요,
꼭 둘러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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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심학산을 일단 가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