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에게
어제 밤에 잠이 안와 뒤척이다가
밤 12시가 넘어 텔레비전을 켜보니
MBC 스페셜 ‘곰배령 사람들’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강원도 인제군에서도 깊숙이 들어간
오지 중에 오지 산골마을인
곰배령 산골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곰배령은 곰이 하늘을 향해 배를 내밀고 누워있는
형상이라 해서 붙여진 고개 이름으로
그곳 곰배령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학까지 졸업한 고학력자들로
버젓한 직장, 사랑하는 가족 대신 자연을 선택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곰배령의 어떤 매력이
이들을 여기까지 이끌었을까요?
곰배령은
야생화로 군락을 이룬 천상의 정원이요
눈꽃으로 가득 찬 은세계로서
원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청정지역으로서
도시의 상처를 뒤로하고,
자연에서 치유 받으려
도시의 편의 시설을 외면한 채
오지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30여 년 전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내의 마지막을 위해
아침가리골로 들어와
눈만 뜨면 산으로 가
몸에 좋은 약초, 버섯, 심지어 산삼까지 캐러 다니며
아내를 위했던 사재봉씨.
하지만 병마와 싸워 이겨낸 아내는 아이들이 있는 서울로 떠났고,
산을 버릴 수 없었던 재봉씨는
지금껏 혼자 남아
약초 캐는 일로 생업을 삼으며
매일 산에 오르고 있더군요.
유학을 준비하던 강선리 김수영, 정영희씨는
우연히 들른 이 산골마을에 반해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둥지를 틀고
온 산에 널려있는 무공해 나물을 캐어
이곳을 찾는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장아치를 만들어 파는 일로
생업을 이끌어간다고 하더군요.
아내와 아들을 도시로 떠나보내고
자연치유 연구와
토종꿀 양봉을 생업으로하여
곰배령을 떠나지 않는
산골 기러기 아빠
강선리 지어룡씨의 삶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명문대학인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남편과 이곳에 함께 살기로 하고 이곳에 정착하였으나
산골생활이 힘겨웠던 남편은 10년 전 도시로 떠났고
이혼 후, 세쌍둥이를 혼자 키워내고 있는
설피마을의 억척 아줌마 이하영씨에게는
외경심마저 들더군요.
졸졸 흐르는 개울물을 여과, 정수장치 없이
그냥 떠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맑고 깨끗한 물은
곰배령이 준 가장 큰 선물입니다.
지천으로 피어있는 작약, 당귀 등의 보약재는
곰배령 토종꿀로 재탄생 되어
토종꿀 한 판이 백만원 이상을 호가한다는군요.
상처와 가슴 아픈 사연을 안고
꽃보다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는
곰배령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문득
꼭 곰배령이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청정 오지로 들어가
사재봉씨처럼
약초를 캐며 여생을 보내고 싶어지더군요.
첫댓글 선생님께서는 그냥 거기계세요~ 하실 일이.......아직은 가끔 텃밭 가시는 것으로 위로를 받으시길.....
흔들리는 마음에 방향을 잡아주시는군요. 그저 감사합니다.
아빠 힘 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동요 아시죠주변 딸린 식구들 어쩌시려고...힘 내세요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