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정치의 근본
천도(天道)는 비록 멀지만 실은 지극히 가깝고, 천위(天威)는 지극히 엄격하여 함부로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맹자(孟子)가 말씀하기를 ‘백성을 보호해서 왕노릇 한다면 아무도 그것을 막지 못한다.’ 하였으니, 참으로 진실한 말입니다. 지난 역사에서 자취를 살펴 그 흥성과 쇠퇴를 증명해 보면, 한(漢)나라는 문제(文帝)와 경제(景帝) 때에 백성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잘 살게 되었기 때문에 그 뒤에 4백 년의 기업(基業)을 열 수 있었고, 당(唐)나라는 태종(太宗)이 태평한 정치를 했기 때문에 그 뒤에 3백 년의 국조(國祚)를 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진(秦)나라는 비록 강성했으나 2세(二世)에서 그쳤고, 수(隋)나라는 매우 부유했으나 양제(煬帝)에서 멸망했으니, 이는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백성을 보호하는 정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옛날 명군(明君)과 양신(良臣)이 모여 있을 때에도 오직 긍정하는 도유(都兪)만이 있을 뿐 아니라 부정하는 우불(吁咈)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임금은 어기는 사람이 없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지 않았고, 우(禹)임금은 익(益)이 좋은 말을 하자 절을 하였습니다. 신하는 임금의 명을 받드는 것을 공경으로 삼지 않고 사특함을 막는 것을 공경으로 여겼으니, 제수 화갱(濟水和羹)1) 은 진실로 좋은 비유입니다.
백성을 보호하는 정치는 또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것입니다. 반드시 임금이 된 사람이 학문을 닦아 이치를 밝히고 몸을 닦아 국가를 교화(敎化)하며, 한 터럭만큼의 사사로운 뜻도 그 사이에 끼지 못하게 한 뒤에야, 이에 측은지심(惻隱之心)의 실마리를 확충하여 불인지정(不忍之政)을 시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알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단지 실천하기 어려운 데 있는 것입니다.
[주(註) 1]제수화갱(濟水和羹) : 은나라 고종(殷高宗)이 부열(傅說)에게 “만약 큰 내를 건너는 일[濟巨川]이 있으면 너를 배와 노로 삼겠다.” 하고, 또 “만약 국에 간을 맞출 일[和羹]이 있으면 너는 염매(鹽梅) 노릇을 해다오.” 하였다. 즉 군주를 보필하는 역할을 비유한 것이다. 《서경(書經)》 권5 열명(說命).
<효종 8년(1657년) 1월 26일 사헌부(대사헌 채유후, 장령 박세성·오두인, 지평 정식·이민적)의 차자(箚字)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