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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스크랩 산골 아낙의 푸념 소리 - 전라도 화순 할배 할매의 서울 상경기( 하나 )
산적 추천 0 조회 11 13.03.05 16:35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전라도 화순 할배 할매의 서울 상경기(하나)

오후 4시발 서울행 고속버스.
아무리 15년 만의 서울 나들이라 해도그렇지 초반부터 환영식이 이렇게 뜨거울 줄이야~

착석하여 안전띠를 매자마자 어디선가 솔솔 풍기는 썩는 냄새.
개코가 되어 킁킁거리던 이 시골 할매의 눈에 띤 것.
차창 옆 바로 옆좌석에 앉아 안전띠를 매던 산적의 손에 잡혀있던 안전 벨트.

노란 고체 덩어리가 쭈욱~ 잡아빼는 안전벨트에 계속해서 딸려 나오는게 아닌가~
급히 화장지 꺼내 벨트에 묻은 고체 덩어리를 닦아내는데 더욱 심해지는 악취.
그때부터 벌어진 소동.
급기야 기사님께 달려가 여쭙게 되고, 기사님이 달려와 휴지로 닦아내고,
또 어디선가 물수건을 가져와 닦아주시던 기사님.

때 아닌 악취 소동으로 출발 시간이 지연되다 차가 출발했는데 얼마쯤 가다 차를 멈춘
기사님께서 다시 오셨다.
죄송하다며 다른 좌석에 앉아가셔도 된다고.

그런데 이건 또 뭐야~
악취를 피해 앉게 된 맨 뒤쪽 좌석.
8행의 앞좌석보다 3, 40센티는 족히 높은 뒷좌석.

맨 오른편 차창 곁에 앉으려는 산적에게, "내가 그쪽에 앉으면 안될까~" 하고선
차창 옆 좌석을 차지하고 앉은 이 촌할매.
바깥 경치 구경하고픈 마음에~

헌데 어디선가 자꾸 찬바람이 휘잉~ 불어와 살펴봤더니, 직경이 족히 30센티는 되어보이는
환풍구가 뒷 좌석 천장 중앙에 매달려 핑핑 돌아가고 있는게 아닌가~

아무리 내 대가리를 부엉이처럼 360도 돌려가며 뒤지고 뒤져도 그걸 끌 버튼이 없다는 것.
운전석에만 있으니 원~

벨트 풀고 기사님께 말하러가려했더니 산적이 제지한다.
"자네도~~ 차가 달리고있는데 누가 서서 걸어다니면 좋던가~ 하지 마!!"

그때부터 시작되던 내 머리 속 악전고투.

서울행 1주일 전에 갑자기 재발된 산적의 구안와사.
4년 전처럼 한쪽 입이 또 다시 돌아가버린 것.

찬바람 쐬면 안되거던~
나이 잡수신 어르신들의 말씀, "차게 자면 입 돌아간다~ " 던.
스트레스나 과음이 1차적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냉풍이나 냉기도 한몫 단단히 하는 구안괘사.

서울행의 사안이 사안인지라 1주일 내내 침 맞고 양약 먹으며 겨우 완화시켜 나왔는데
미치고 환장할 일.

이걸 어쩌냐고 글쎄~
하필 환풍구 바로 코 아래 앉아가게 됐으니~
그것도 찬바람 펑펑 쏟아내는 자리에~
게다가 꽃샘추위 몰아닥친 3월 첫날 이 추운 날에~

차가 속도를 낼수록 더욱 매섭게 쏟아지는 찬바람.
생각 끝에 내 좌석과 바꾸자해도 고집 센 산적의 기를 어찌 꺾을껴~
안, 강, 최의 고집보다 더 센 주고집을~

기사님께 다가가 말하려해도 못하게 하고, 좌석을 바꾸자해도 안한다 하고, 난 어쩌라고오~
찬바람 쐬면 안되는데~ 찬바라 쐬면 안되는데~ 내 머리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기작했다.
거품 욕조의 거품 마냥.

이런저런 해결법 찾는 생각들로 꽉 차오르는 내 머리속.
소릴 질러볼까~ 환풍기 좀 꺼 달라고~
아니 안돼~ 내 바로 앞좌석 아가씬 이미 잠에 곯아 떨어졌는데 저 단잠을 깨우면 안되지~
아가씨 바로 앞 좌석 아저씬 신문 삼매경에 빠져 열심히 신문 읽고 있는데 방해하면 안되지~

뭐야~ 그 옆좌석 총각도 고개 덜렁거리며 자고 있잖아~ 그런데 소릴 쳐?
더군다나 내 목소린 개미 소리 만큼이나 작은데, 아무리 목청 돋운들 차 소리에 묻혀버릴텐데~

이걸 어떡하지? 산적을 다시 졸라볼까~ 좌석 바꾸자고?
그럼 또 화낼텐데~
기습적으로 기사님께 달려가 버릴까~
일어나기가 바쁘게 산적에게 제지당할텐데~
온갖 생각을 다 해 봐도 방법이 무방법.
이거야 원~

그러다 퍼뜩 떠오른 한가지 생각, 미력하나마 염력을 동원해보자~
염력을 써서 기사님께 환풍기 좀 꺼 주세요~ 외치자~
다짐하며 마음 속으로 골백번 외쳐도 되돌아오는 건 열심히 흐르고 있는 시간 뿐.

고속버스 맨 앞 위쪽에 붙어있는 LED 시계를 박살낼 듯 노려보며 환풍기 좀 꺼주세요~ 를 빌어도
시계의 빨간 숫자는 잘도 바뀌어 갔다.

1시간이 넘자 이젠 휴게소에 차가 멈추기만을 염원.
휴게소가 다가오면 초진장하며 차가 멈추기를 그토록 염원해도, 아랑곳하지않고 야속하게
달리기만 하는 고속버스.

1시간 30분이 1년처럼 길게 흘러 갔다.
산적은 임시방편으로 돌아버린 왼쪽 옆 얼굴을 잠바 왼쪽 깃을 올려 덮고 찬바람과
악전고투하고 있는 상황.

나는 엉덩이 들썩거리며 염력을 동원해대다가, 환풍기를 노려보다가, 산적 옆 얼굴을 쳐다보다가,
별 짓을 다 해 가며 안절부절.
그렇다고 이 못된 놈의 차, 전복돼 버려라고 악담할 수도 없고~

워메워메~ 애간장 녹는 정도가 아니라 창자가 끊어졌다 끊어져~
하~ 나~ 저 할배탱이 고집만 조금 꺾어줘도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는데~
그렇다고 하늘님이신 영감 명령을 어찌 어겨 잉~
미치고 환장하겄는디 그새 또 10분이 지나고 있었다.

이 할매, 걱정스런 마음에 또 다시 정신 집중하여 다시 염력 시도.
"환풍기 좀 꺼 주세요 찬바람이 너무 세요~ 환풍기 좀 꺼 주세요 바람이 너무 세요~~"
몇번을 외웠을까~

어느 순간, 딱~ 멈추는 찬바람.
출발한지 1시간 50분이 흐르고서야 멈췄다.

허걱~ 되았따!!
그 기쁨! 그 환희!
전라도 화순 무등산골의 왕안경 할매가 느끼던 그 감격! 사스펜스~~
악취 고문도 이겨내고 냉풍 고문도 견뎌냈따아~
엉엉~ 흑흑~ 히히~

워따워따~ 나 이런 고속버스 다신 안 타고 시포~
그런데,
'오빤 강남 스타일~~'
강남 터미널에 도착해선 어땠는지 아시우?

헐헐~ (다음 편에...)

2013.03.05. 아낙네( http://산적소굴.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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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03.05 23:31

    첫댓글 한해 한해 해가 갈수록 찬바람이 실은걸 뼈속까지 느끼던차에~ 아낙네님 찬바람 사건 200% 공감합니다.
    특히 인위적인 바람은 두통을 몰고와요~~ 고생 많으셨어요~

  • 13.03.06 00:12

    산적님 지금은 어떠신지요 ? 평안을 기도함니다 ^^

  • 작성자 13.03.06 05:57

    딸내미 결혼식 피로연 자리에서 저는 삼뽀냐, 울각시는 하모니커로 하객들에게 인사하려고
    계획을 했었지요. 그런데 결혼식 일주일 전에 갑작스레 들이 닥친 구안와사 때문에 결국
    실패!!! 입술이 모아지질 않고 바람이 새는 바람에 전혀 소리가 나지 않는거 있지요.

    지금은 거의 낳았습니다. 양, 한방 치료를 동시에 받았거든요.
    좋아하는 술도 한모금 못마시고 육류, 커피 못먹고 풀만 먹고 있습니다.

  • 13.03.06 01:46

    세상~~에나 신경 엄청 쓰쎴네요~~그심정 알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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