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一絲不亂(일사불란)하게 일을 해 나가다 성공이 보이지 않을 땐 무리에서 뛰쳐나온다. 끝까지 함께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各自圖生(각자도생) 제 갈 길을 찾는다. 그러면서 조직에 피해를 끼치면 風飛雹散(풍비박산)이 되어 망한다.
이럴 경우 자주 쓰이는 성어가 四分五裂(사분오열)이나 土崩瓦解(토붕와해)로 총선 이후의 정당 수습과정을 비유해 소개한 바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이리저리 흩어지고(支離) 찢겨 없어질 정도(滅裂)로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 사용되는 것이 이 말이다.
지탱할 支(지)에는 흩어진다는 뜻도 있어 이렇게 풀이되지만 여기에 따르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莊子(장자)’에는 지리가 지체장애를 지닌 사람 이름이고, 멸렬은 엉터리로 아무렇게나 한다는 뜻으로 썼다. 먼저 지리가 나오는 ‘人間世(인간세)’편의 내용을 보자. 支離疏(지리소)란 사람은 턱이 배꼽까지 내려 온 데다 어깨는 머리보다 높고 허리는 두 넓적다리에 끼어있는 장애자였다. 하지만 바느질이나 빨래하는 일로 호구는 어렵지 않았다.
징병할 때도 면제돼 팔을 휘두르며 다녔고 병자에게 곡식을 나누어 줄 때는 다른 사람보다 더 받았다. 그러면서 꼬집는다. 육신이 뒤죽박죽된 사람도 잘 살아가는데 ‘하물며 위선의 덕을 내던진 작자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又況支離其德者乎/ 우황지리기덕자호)?’하고 유가를 비판한다.
‘則陽(칙양)‘편에는 멸렬이 나온다. ’그대는 정치를 하면서 거칠고 서투르게 해서는 안 된다. 백성을 다스리면서 아무렇게나 성의 없이 해서도 안 된다(君爲政焉勿鹵莽 治民焉勿滅裂/ 군위정언물로망 치민언물멸렬).‘ 여기서도 한 문지기가 孔子(공자)의 제자에게 충고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鹵는 개펄 로, 莽은 풀 망.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