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심리학>
<2> 전투력은 연습과 훈련의 함수
인간이 맹수보다 더 위험하다… 왜?
연습 때와 똑같은 전투행동을 실전에서 할 수 있는지가 관건
스트레스는 집중력 저하 원인, 훈련과 실전 비슷할수록 효과
적을 이겨야한다는 동기적 요인과 죽을 수 있다는 인지적 요인 충돌
훈련시간 길다고 효율적이진 않아 집중적 반복·적절한 휴식이 최선
승자와 패자만이 있는 전쟁에서 인간은 인지적·행동적 반응이 매우 특수한 양상으로 바뀌기 때문에 전투상황에서 직면하는 문제에 평상시와 같은 대처를 할 수는 없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몸이 자동적으로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영화 ‘승리의 전쟁’의 훈련 장면들.
|
전쟁에서의 공격 행위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자신들의 탐욕을 달성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침탈하는 공격 행위가 그 하나다. 다른 하나는 그런 약탈로부터 자기 집단을 방어하기 위한 공격 행위다. 전투심리학자 데이브 그로스먼과 로런 크리스텐슨은 전자를 늑대에, 그리고 후자를 양치기 개에 비유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늑대와 달리 양치기 개는 늑대에 대한 적대감과 양 떼에 대한 애정이라는 일견 상충적인 두 종류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군인은 늑대로부터 양 떼를 지키는 양치기 개와 같다. 그들의 존재적 가치는 자신이 사랑하는 국민을 공격 행위를 통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승리의 전쟁(Hearbreak Ridge·1986)’은 6·25 전쟁, 도미니카전, 베트남전에서 영웅으로 활약한 하이웨이 중사가 해병2사단 제2정찰대대의 선임 하사관으로 부임해서 느슨한 대원들의 군기를 잡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군대라는 거친 상황을 가볍고 코믹하게 처리하면서 전쟁의 잔혹함과 그 후유증은 거의 논외로 하고 있지만 이 영화가 주는 거부할 수 없는 시사점은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연습과 훈련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훈련의 목표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필요한 전투행동을 평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극도의 공포 상태에서도 자동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수행하는 과업에는 주의집중과 같은 인지적 요인과 정서적 각성과 같은 동기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주의집중이 가능해도 동기수준이 낮으면 그 일에 대한 수행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과제에 대한 동기가 지나치게 커도 수행 수준은 저조하다. 이것을 여키스-도슨(Yerkes-Dodson) 법칙이라고 한다. 가령 전투에서 경험하는 강한 공포는 적을 반드시 이기겠다는 높은 동기수준을 반영하지만 동시에 잘못하면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반영한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이 전투에 대한 주의집중을 방해하기 때문에 전투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높은 각성수준은 자동적으로 할 수 있는 과제보다 생각을 필요로 하는 과제의 수행에 더 심각한 타격을 준다. 전투에 따른 강한 스트레스가 인지적 작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우리가 여러 사고와 판단에 근거해서 전투를 한다면 결국 잘 싸울 수 없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공포 속에서도 자동적으로 전투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다. 시험에 대한 높은 불안 속에서 어려운 수학문제를 잘 푸는 방법은 그 문제를 자동적으로 풀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연습을 하는 것이다. 전투도 마찬가지다. 힉스(Hicks)의 법칙에 따르면, 긴박한 전투상황에서 반응 대안이 하나에서 둘로 늘어나면 반응 시간은 58% 늘어난다. 이것은 혼란을 가중시켜 집중력을 발휘하는 데 방해가 된다.
전투는 생리적으로도 이와 동일한 패턴의 변화를 야기한다. 관련 연구자들에 따르면 전투와 같은 극한의 공포 상황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박동수가 보통 분당 145회 이상으로 늘어난다. 그래서 우리의 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고 감각기관도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때는 인지처리 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주변 시야 상실, 거리 감각 상실, 스트레스성 난청과 같은 불리한 상태가 발생한다. 특히 심장박동수가 분당 175회 이상일 경우 사람들은 비이성적인 싸움을 하거나 도주하고, 명령이나 요구에 무조건적으로 순종하기도 한다. 또한 평소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괴력을 발휘하거나 무서운 속도로 달릴 수도 있다.
특히 극도로 긴장한 전투상황에서는 몸이 얼어붙으면서 배변 및 배뇨를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다. 연구들에 따르면 전장에서 겪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하부 창자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이러한 일이 생긴다. 영화 ‘자헤드(Jarhead)’나 ‘9중대(9th Company)’에서도 이런 장면이 등장하고 실제로도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미군 중에서 4분의 1이 바지에 오줌을 쌌고 8분의 1이 똥을 쌌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군인들이 제대로 총을 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2차 대전에서 적을 향해 총을 쏜 미군 소총수가 15~20%에 불과했다. 명중률도 현저히 떨어진다. 가령 경찰관들은 사격장에서는 90%의 정확성을 보이지만 실전에서는 고작 20%의 명중률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훈련을 통해 자동적으로 몸이 익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훈련이 실전과 유사해야 한다. 표적도 그렇고 총을 쏘는 방식도 그렇고 가능한 한 모든 행위가 실전을 닮아있을 때 전쟁에서 훈련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훈련은 군인들로 하여금 전투에 대한 공포에 적응하도록 도와준다. 즉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해 극심한 공포상황에서도 분당 115~145회의 심장박동수를 유지함으로써 인지적·시각적·운동적 측면에서 최적의 각성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실제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전쟁 관련 영화에서 훈련 장면을 묘사할 때는 늘 시간을 중시한다. 즉 주어진 짧은 시간에 높은 수행성적을 내라고 요구한다. 이것의 요지는 전투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주어진 임무를 집중해서 완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파킨슨(Parkinson) 법칙에 따르면 임무를 수행할 시간을 많이 준다고 해서 일의 성과가 기대만큼 늘어나지는 않는다. 주어진 시간이 길수록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일의 양이 시간에 맞춰지는 것이다. 바람직하게도 군대생활에서의 시간이 매우 마딘 것은 여러 업무에 시간을 촘촘히 배분해 놓았기 때문이다.
지식의 습득과 관련된 학습에서도 긴 시간이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심리학자 로러와 패시러의 연구에서 한 집단의 학생들은 다섯 차례 벼락치기로 단어를 학습했고, 다른 집단의 학생들은 이보다 두 배의 시간을 들여 공부했다. 그런 다음 바로 시험을 본 결과 두 번째 집단의 점수가 3배나 더 높았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3주가 지난 후 모두 사라졌다. 또한 두 번에 걸쳐 반복학습을 시키면서 학습 사이의 휴지 시간을 5분~2주에 걸쳐 달리 해봤다. 결과는 휴지기간이 1일인 경우가 가장 점수가 높았다. 이것이 함축하는 바는 집중적으로 학습하고 적절한 휴식을 동반한 반복학습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전투상황에서 직면하는 문제에 평상시와 같은 방식으로 대처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상황에서는 우리의 인지적 ·행동적 반응이 매우 특수한 양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전쟁에는 승자와 패자만 있을 뿐이다. 그곳에서의 삶을 보장하는 길은 오직 준비하는 것뿐이다. 실전에서 훈련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죽은 병사가 살아나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Songs From a Secret Garden |
|
시크릿 가든: Songs From a Secret Garden
Secret Garden 1995–present
No.1 - Nocturne |
|
Album Title: Songs From a Secret Garden - Secret Garden
Studio/Live Studio Mono/Stereo Stereo Audio CD (April 16, 1996) Label: Polygram Records / PHILIPS (P) 1995 PolyGram A/S Norway (C) 1996 Philips Classics Marketed in the UK by Philips Classics
|
|
즐겁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
UP↑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