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전서도 야고보서처럼 편지 형태로 된 설교문으로 보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이 책이 기록된 목적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 박해와 고난을 받는 소아시아 지역의 교인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입니다. 학자들 중에는 이 책이 세례예식 때 청중들에게 전한 설교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서신의 저자는 오래 동안 베드로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에는 베드로의 권위를 빌은 후대의 누군가가 기록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기록된 시기와 장소는 로마 황제 도미티아누스가 황제숭배를 강요했던 서기 96년경에 로마에서 쓰여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1~2절을 보겠습니다.
1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인 나 베드로는, 본도와 갈라디아와 갑바도기아와 아시아와 비두니아에 흩어져서 나그네로 사는 여러분에게 문안합니다.
2 하나님 아버지께서 당신의 미리 아심을 따라 여러분을 택하여 주시고, 성령으로 거룩하게 해주셨으므로, 여러분은 예수 그리스도께 순종하게 되었으며, 그의 피로 정결함을 얻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에게 은혜와 평화가 가득하기를 빕니다.
저자는 스스로 베드로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베드로를 추종하는 후대의 누군가가 기록했을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본문에 언급된 폰투스, 갈라디아, 갑바도기아, 아시아, 비두니아는 모두 지금의 튀르키예 지방인 소아시아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글은 특정 교회를 대상으로 쓴 것이 아니라, 당시 소아시아 지방에 흩어져 살았던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대상으로 쓴 글입니다. 이어지는 본문 6~7절을 보겠습니다.
6 그러므로 지금 잠시 동안 여러분이 여러 가지 시련을 겪으면서 어쩔 수 없이 슬픔에 빠져 있더라도, 이것을 기뻐하십시오.
7 여러분의 믿음이 연단을 받아서 순수하게 되면, 불로 연단하여도 마침내는 없어지고 마는 금보다 더 귀한 것이 됩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에, 여러분이 칭찬과 영광과 명예를 차지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소아시아 지방의 그리스도인들이 잠시 동안 여러 가지 시련을 겪으면서 어쩔 수 없이 슬픔에 빠져 있답니다. 본문이 말하는 시련은 로마제국의 박해를 뜻하는 것이라는 데에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학자들이 견해를 같이 합니다.
일세기에 교회에 가해진 로마제국의 박해는 두 번 있었습니다. 64년경에 있었던 네로 황제 때의 박해와, 96년경에 있었던 도미티아누스 황제 때의 박해입니다.
성서무오설을 믿는 보수적인 학자들은 베드로가 네로 황제 때 순교했으므로 이때 베드로가 이 서신을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순교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네로 때의 박해는 수도 로마에서 일어난 화재와 관련된 것으로 도시 로마와 그 부근으로 제한된 지역의 박해였기에 소아시아 지방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습니다.
로마제국 전 지역에서 기독교인을 상대로 내려진 거국적인 박해는 도미티아누스 황제 때 처음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진보적인 학자들은 본문이 말하는 시련을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황제숭배를 강요하며 거국적인 탄압을 자행했던 서기 90년대 중반의 사건을 가리킨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본문 13~16절을 보겠습니다.
13 그러므로 여러분은 마음을 굳게 먹고 정신을 차려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에 여러분이 받을 그 은혜를 끝까지 기다리십시오.
14 여러분이 이제는 순종하는 자녀가 되었으니, 전에 알지 못할 때에 가졌던 욕망을 따라 살지 말고,
15 여러분을 불러 주신 그 거룩한 분을 따라 모든 행실을 거룩하게 하십시오.
16 성경에 기록하기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여라" 하였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박해에 동요하는 소아시아 지방의 교인들에게, 박해에 굴복하지 말고 잘 참고 견디며 모든 행실을 거룩하게 하라고 말합니다. 제국 내의 모든 주민은 로마 황제에게 경배하라는 도미티아누스의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말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믿음과 행실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본문 가운데 '여러분이 이제는 순종하는 자녀가 되었다'는 내용과 '전에 알지 못할 때에 가졌던 욕망을 따라 살지 말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베드로전서가 이방인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쓰여졌음을 암시하는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