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에게 꾸지람을 듣다
“파업하는 놈들, 다 잡아넣어야 해. 등 따시고 배부르니 그 짓이지. 배고파 봐. 시켜도 안 해.”
파업 중인 철도노조의 사람들에게 보내는 여든 다섯 되시는 단골 어르신의 꾸지람입니다. 어르신의 표현에 따르면 ‘철없는 것들의 철없는 짓거리’인데, 그에 대한 노염이 대단하셔서 30분 남짓 책방 안의 손님들은 바짝 얼어 기합을 받고 있었습니다.
어르신은 6.25전쟁 참전용사이십니다. 시 경계 밖의 면 단위 시골에 사시는데 5일장이 서는 날이라 시장에 오신 길에 들려주신 것입니다.
“다 늙어서 훈장 받았어. 요렇게 생긴 걸 보내주었는데 창피해서 그런 걸 어떻게 달고 다녀?”
오늘 오신 이유 중에는, 그리고 목소리가 높으신 이유 중에는, 자랑거리가 있으셨습니다. 참전용사임을 나타내는 메달을 뒤늦게 받으신 모양인데 그걸 ‘훈장’이라고 생각하시고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자랑 상대로 겨우 헌책장사가 선택되었나 싶지만, 때마침 가게 안에는 손님들이 제법 많았고 모두들 노장의 무용담에 귀를 기울여 주었습니다.
“화천 전투에서 중공군 애들에게 포로가 됐어. 한 이백 명 되는 우리 애들이 머리에 손을 올리고 끌려가는데 감시라고 총든 애 하나가 따라오는 거야. 눈밭으로 쓰러지는 척 굴렀지. 귀찮았는지 못 본 척 하더라고. 그래서 살았어. 중공군 애들, 어깨에 걸매고 있는 게 뭐였는 줄 알아? 미숫가루더라고. 그걸 군량이라고 물 타서 먹는데, 포로들에게는 것도 안 줘. 배고파서 도망쳤어. 그래 살았는데 요즘 내가 받는 참전수당이 얼만 줄 알아? 십오 만원이야. 목숨 걸고 쫓아다닌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그건데, 파업이야? 월급 많이 받는 것들이 욕심만 많아서……”
나라에 바친 충성만큼 나라가 돌려주지 않은 데 대한 불평으로 끝이 납니다. 헌데 자세히 들으면 역시 자랑이시더군요. ‘나는 이만큼 떳떳하게 늙었다’이신데, 오늘의 철도노조 파업은 보조출연자거나 들러리로 제격이었던 거지요.
“내 손가락 봤지? 수류탄 파편에 맞은 걸 제때 치료 못해서 이렇게 된 거야. 퉁퉁 부어서 깎아 냈어. 면도칼로. 마취도 없이. 그런데도 의료기록이 없다고 상이군인 안 해줘. 전쟁터에서 의료기록이 어디 있어? 움직일 수만 있으면 총 줘서 내모는 걸.”
무용담입니다. 실제로 어르신의 오른손 엄지손가락은 한 토막이 없습니다. 손톱 끝이 눈물만큼 남아 있는 엄지손가락을 보이며 울분에 차서 말씀을 하실 때는 가게 안의 손님들 모두 한편이 되어 국가유공자에게 인색한 정부 시스템에 분노를 터뜨립니다.
“데모하는 놈들, 다 북으로 보내야 해. 거기 가서 살아보라고. 남쪽에서 하듯이 데모 한번 해보라지. 당장 총살이지.”
어르신의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 대한 감상입니다. 컴퓨터로 YTN 방송을 틀어놓았더니 그걸 들으시고 노발대발입니다. 어떻게 지킨 나라인데 너희가 감히…… 하시는 것입니다.
“맞아요.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배불러서 하는 짓거리들이지요.”
동조의 말씀을 보내는 이는 인근 초등학교 식당 일을 다니는 50대의 아주머니십니다. 아주머니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들어 울분을 토하십니다.
“그 사람들 월급이 우리 열 배래요. 그렇게 많이 받으면서 더 받겠다고……”
설마 열 배까지 차이가 나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박탈감이 큰 건 사실인가 봅니다. 책방 안의 손님들 모두가 공감을 표시했으니까요.
“직행은 아예 없어졌더라고요. 파업 때문에. 그걸 타면 서울까지 20분은 빠른데. 그 사람들 자식들은 전철 안타고 다니나 몰라.”
손님들 중에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40대의 남자분이 한 마디 하셨습니다. 전철이 제때 안 와주어서 불편하셨던 것입니다.
노동계가 총파업 집회를 한다는 토요일 오후, 그렇게 헌책방의 노변방담은 끝이 납니다. 아, 6.25전쟁 참전용사 어르신의 말씀 한 마디가 아직 남았네요.
“배고파 봐. 그 짓거리 할 수 있나. 배부르니 맨날 그 짓이지.”
다시 되풀이해서 하시는 말씀이었는데, “글쎄요, 우리가 배고팠던 적이 있기는 했던가요. 당장 내 배 부르니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아마 그분들도 그럴 것 같습니다.” 누군가 그렇게 답변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의 내편이 아니면 네편이라는 방식의 가름은 그분들이 살아온 인생을 생각하게 합니다. 제 글중에서 꾸지람을 주신 어른만 하여도 "총쏘는 법도 못 배우고 전쟁터로 끌려갔다"고 하시는데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시절을 사신 어른들의 한 실상을 본 듯해 안타까웠습니다.
그렇더라도 흑과 백으로 사회를 진단하는 어르신들을 뵈올 때면 저도 처사 님과 같은 생각을 합니다. 우리끼리 편가름을 해서 얻는 게 무얼까 싶기도 하고.... 제 고향은 전라도의 소백산 줄기인데 반세기가 넘은 지금까지 6.25의 잔재가 남아 서로 원수 집안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다음 세대까지는 넘어가지 않아야 하는데...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쪽놈들이 이글을 봤다면 보수꼴통이니.반통일세력이니.투표하지말고 구둘장이나 지키라는등했을겁니다.그네들은
어째서 우리.우리정부.우리대통령이 하는건 다 틀렸고 우물안개구리.하룻강아지 범무서운줄모르고 미국하고도 한번 붙어보자고 흰소리 헛소리 주절대는놈이 하는짓만 이뻐보이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잊을만하면 턱밑에있는 우릴향해 공갈 협박이나 일삼고요.한겨레,경향신문도 완전 그쪽논리. 이잡것들도 쓸어다가 폐휴지 재생공장에 처박아야되는데~~.참 허연 수염 휘날리면서 늘 데모대열앞에서 하느님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 문가네 형제를 비롯한 정구단도 있네요.
어르신들의 완고한 사고방식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떻게 지킨 나라인데 너희가 쥘락펼락 농단하러 드느냐 하시는 것이지요.
살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한두가지겠습니까만, 이번 철도파업은 명분 없는 소동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결국 아무 소득없이 주저앉고 말았지만, 파업으로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누구가 될 지 생각했더라면 그런 짓 않했을 것입니다.
결코 대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편가름이 많은 건 생각해 볼 일입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극좌도 극우도 편들지 않습니다. 자기 주장을 갖는 거야 말릴 수 없는 일이겠습니다만, '국민을 위해 한다' 따위의 명분은 걸지 말았으면 싶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저도 그리 나이가많은건 아니지만 파업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라 보여집니다 중진국이라 하지만 주위에는 아직도 어려운 삶을 살고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어려운 사람을위해 봉사하지는 못하더라도 시민을 볼모로 그래서는 안돼지 않을까요
옳습니다. 파업 때문에 추운 승강장에서 몇십 분씩 기다리며 고생한 건 그들이 명분으로 내세운 '국민들'이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파업에 '국민들을 위해'라는 명분을 걸었을 때 박수를 보낼 사람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시민들, 바보 아닙니다. 한참만에 온 전철 안에서 나눈 승객들의 말은 "해도 너무 한다"가 대세였습니다.
나와 남을 하나로 보고 공동선을 추구할 때 참된 민주사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대로 봉사는 커녕 시민들을 볼모로 잡고 목소리만 높여서야....
함께 해주시고 좋은 말씀 주셔서 고맙습니다. 밤이 늦었는데 편안히 주무세요.
뜻을 함께 하시는 분이 계시다는게 행복한 삶을 만드는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자주 들리셔서 좋은 말씀 주세요.
자유가 많은 나라로 점점 변하니 앞뒤도 모르고 날뛰는것 보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배고프고 어려운 시절 보낸사람들에
생각과 평탄한 길만 겉던 사람들에 생각 차이는 잘모릅니다 속히 경제 발전에 이르다보니 근본적 정신 방향이 잘못돼여
있음을 생각 됨니다 선진국 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분도 있겠지만 선진국 국민들은 옳고 그름을 잘 판단 합니다 하루 빨리 안정 되기를 소망 합니다
저도 참 자유란 어느 한계의 절제가 있을 때 누릴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가정만해도 어른과 아이의 예절이 지켜질 때 평화로운 법인데 하물며 나라임에야....
목소리 높은 분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해도 규범이라는 테두리는 벗어나지 않았어야 하는데 이번의 일은 조금 지나친 감이 없지 않습니다.
서로 존중하는 사회,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가 아닐까 싶습니다.
철도를 민영화하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민영화는 사유화된다고 하는 말에 동의합니다.
국영화에서 민간인으로 소유주가 바뀌면 일반 서민이 돈으로 살수나 있겠습니까?
그리고 민간인이 소유주가 되면 차비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민자로 만든 도로의 통행료를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민영화 하면서 값도 안 올리는 방법?
파업을 하지 않고 정부의 의견에 반대하고 못하게 하는 방법?
정부의 의견은 무조건 옳다고 하시는 것이 아니면
방법을 일러주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http://media.daum.net/series/112491//newsview?seriesId=112491&newsId=20140113095407732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의료민영화 되면 흔히 진료비 폭탄 맞는다, 맹장수술비용 1,500만 원 든다, 하는데.
이건 현재 수준에서는 괴담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어떻습니까.
<글자수 제한으로 죄송합니다만 둘로 나눠서 올리겠습니다.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제 의견을 강조하고자 오늘 본 내용을 인용해 보았습니다.>
@지어지선 ▶ 홍헌호/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
그것도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미국의 가정을 든 거예요. 맹장수술비용 1,500만 원이다, 이건 가정이 하나 들어가는데. 그게 뭐냐고 하면 조금 전에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서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미국식 의료체계로 바뀐다면, 이런 가정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실제로 지금 미국의 맹장수술비가 1,500만 원 정도 되거든요. 실제 이건 확실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괴담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가정을 어떻게 보느냐, 이런 것 같아요.
<한수진의 SBS 전망대>
@지어지선 지금 지어지선 님이 가르쳐 주신 '한수진의 전망대'를 보고 왔습니다. 의료민영화는 서민 입장에서 확실히 반대하고 싶더군요.
나라가 서민들에게 베푸는 것 중에 값싼 전철비와 의료비의 비중은 작지 않습니다. 수서발 KTX가 철도민영화의 수순이라면 당연히 반대해야 하고, 의료법 개정이 의료법인 민영화로 흐른다면 역시 단연코 반대해야 합니다. 지금도 병원비 몇천 원이 아까워 감기에 판피린 사먹고 견디는 사람이 많은데 맹장 수술에 1500만원 시대가 오면 병원 문턱 못 넘고 죽는 사람이 나오게 됩니다.
자주 말슴드립니다만 국민들, 바보 아닙니다. 옳고 그름을 다 보고 있습니다. 물론 완고한 노인들도 계시고 무작정 외치기
@지어지선 좋아하는 젊은이들도 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없는 다수가 숨은 목소리를 낼 때 변혁은 이루어집니다. 철도 파업에 반대한 목소리는 그 방법에 대한 불만일 뿐 숨은 뜻까지 짐작하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함께 고민하는 국민들이 있는 한 우리나라는 만만세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할아버지 내내 건강하시기를 빌겠습니다,
고생 안하고 살아온 세대는 어렵던 그옛날이 상상조차 안될 겁니다,
잘되면 내탓 못되면 조상탓?
ㅎㅎㅎ 이나라가 정이 안가네요^^
어제는 장날도 아닌데 그 어른이 다녀 가셨습니다. 명절 밑이라 안부하러 오셨다고.... 외로우셨던 거지요. 님이 주신 인사 말씀 꼭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간 경황이 없어 답글이 늦었네요. 사과드립니다. 곧 명절인데 즐겁게 보내세요.
정말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 나가신 분의 고귀한 정신은 모른 체 경거망동하는 일이 너무 많아요.
멋진 글솜씨가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한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 어른의 손가락 한 토막은 분명 나라를 위해 바친 것이고 사는데 엄청 불편을 드렸음이 사실인데 의료기록이 없다고 나 몰라라 한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고 있기는 한가"하고 한숨이 나왔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많은걸 느끼게하는군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잘봤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