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나들이의 아침이 밝고 압구정 공영주차장에 모인 우리
8시 약속은 조금 시간을 넘겨 30분에 1호차 2호차에 나눠 타고 출발합니다
조금이라도 서먹함을 덜어보려 명찰을 달기로 했지요
뜨끈뜨끈한 찰떡이랑 호박 시루떡으로 아침을 먹으며
차창밖으로 짙푸른 유월의 녹음을 즐기며 버스는 달려 갑니다
친구 서방님께서 주신 양말 선물도 고맙고
옆자리 친구랑 얘기 나누랴 사회자 친구의 멋진 활약으로 모션 따라하며 노래하랴
찌개 박수 치고 넌센스 퀴즈 풀며 상품 타는 재미도 솔솔
나라별로 바뀌는 찌개 박수를 소개하자면
오물조물,오무리조무리,오무뚱조무뚱,오무숑조무숑,오무리스키조무리스키를 넣어
열심히 건강을 위해 박수를 치지요
까불지마 VS 웃기지마에 웃고
못 먹는 밥 82가지도 줄줄 꿰고^*^
자기 소개가 특이했던 친구는
친정 아버님께서 극구 반대하시는 결혼이라
함 들어오는 날 집안에 불 다 끈 일도 있고
결혼식날 신부대기실에서 이제라도 집으로 가자라고 하셨지만
지금은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답니다
미국 시민권을 딴 아들을 둔 친구랑
그런 남자를 원하는 딸을 둔 친구는
앞으로 사돈을 맺을 수 있을런지 궁금해집니다
이름도 이쁜 정안 휴게소에서 한번 쉬고
환한 햇살 아래 내린 곳은 부여 궁남지
맑은 하늘에 낮달이 떠올랐네요
분홍 수련이 한가득 피어 우릴 반겨주고
노란 어리연이 작은 미소를 띄우는데
연꽃은 아직 피는 시기가 아니라서 큰 연잎만 세웠더군요
여유롭게 걷기에 아주 좋아요
친구들은 얘기하느라 뭘 보는지 모른다며 무리지어 걷지요
친구가 외로이 타는 그네에 올라타서 즐긴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만 순간 포착에 걸리고 말았네요
분수가 뻗치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연못이라는 궁남지
나무다리를 건너가면 포룡정이 시원한 쉼터를 마련해 주지요
되돌아나와 돛대가 달린 배에도 앉아 보고
학년별 같은 반도 모여 보고 중학 동창도 있고 끼리끼리 사진 찍기 바쁘지요
뒤늦게 남아 있는 보랏빛 창포를 보고는 버스에 탑니다
백제 식당 구드래 쌈밥집 도착
시간 여행이라도 하듯이
벽면에 딱지,라면이랑 껌 상표.종이인형 등을 액자로 장식
삼십여년 전의 추억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조금 맵고 짠 듯 했지만 맛나게 먹고
위하여~가 아닌 위하남~ 건배도 신선했고
아주 달콤한 시원한 수박 후식 좋았지요
식당 바로 앞이 부소산성이네요
왼편으로 난 길에는 복자기나무랑
세월의 무게가 더해진 아름드리 나무가 뒤섞여
버스에 두고온 모자가 아쉽지 않습니다
조금은 청아하고도 명랑한 새소리가 들려
삼천궁녀의 넋을 지닌 새가 아니네 했더니
인공으로 만든 파는 장난감새를 아이들이 부는 소리네요
백화정에 오르면 백마강이 한눈에 보이고
조금은 험준한 바위를 타고 넘어 삼천궁녀가 뛰어내렸다는 낙화암에 당도하여
과연 그랬을까 따져보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내려와 고란사에 당도하면 고란초는 유리 상자에 갇혀 있고
바위 아래 고인 약수는 긴 국자로 떠먹어야 해요
고란사 선착장에서 기다렸다가 두 대의 유람선에 나눠 타고
출발
부여문화원에 갔어요
자원봉사 하시는 차 선생님의 설명 잘 들었지요
"호자"
차 주전자도 아니고 술 주전자도 아닌 조상들의 센스가 느껴지는 물건이지요
"백제는 왜 망했나요?"
끝까지 질문하는 학구열 강한 친구도 있고
"의자왕의 왕비 은노의 세력이 커지다 보니 왕권이 약화되고
나당연합군에게 대항하기엔 힘이 약했지요?"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시는 선생님
백제를 느낄 수 있는 건물들이 옛방식으로 아주 느리게 지어지고 있더군요
버스에 올라 상경길입니다
노래 잘하는 친구들이 많기도 하지만
오래도록 뜸 들였다가 뒤늦게 탄력받는 친구들이 있더군요
선화공주의 젊은 노래 좋았고
이어지는 친구의 가슴 아프게는 운전기사의
"분위기 바로 다운시키는 노래네요"란 말을 무색하게
호소력 짙은 바이브레이션과 온몸의 유연한 흔들림이 어우러져
친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지요
한 친구는 열창하다 말고 주저앉아야 했는데
운전기사의 장난이었는지 정말 경찰차가 떴었는지
그것이 알고 싶네요
대치역에 내리기 전에
사회자 친구는 안 좋은 것들일랑 다 버스에 두고 내리라 했고
노래까지 팬 서비스 하고 추임새로 계속 분위기 띄워준
젊은 기사분은 좀 억울해 하는 듯...
유월의 부여 나들이 무사히 마치고 간 곳은 사월에 보리밥
우리 방엔 외손주를 둔 할머니가 벌써 둘
3년간 여고시절을 함께한 인연으로 맺어진 우리의 만남은
31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쉽게 마음을 열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요
학창시절에서 현재의 주변 이야기들까지
못다한 얘기를 나누며 밤이 깊어가 9시쯤 일어서
마침 부천으로 가는 친구가 있어 함께 지하철역으로 향했지요
2007.6.9.
첫댓글 친구들과 아주 오랫만에 여행을 하시게 됐나봐요~재미있었겠네요.
마시로님..친구들과의 여행, 행복하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