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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으읍…
“피냄새가 납니다.”
의외로 후각은 많은 정보를 가르쳐준다. 실전경험으로 겪고 노하우가 잘 전수되지 않을 경우 쉽게 무시하기 쉬운 요소이다.
태원의 말에 데이비드는 그것이 누가 길가다 넘어져 무릎이 깨진 정도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
소리는 다가왔고 이제 곧 앞에서 군용차량과 군인들이 나타날 것이다.
“팀장님?”
“우린 개입할 수 없어. 돌아가자.”
애초에 비밀리에 왔고 타국의 허가 없이 함부로 무력을 행사할 수도 없게 되었다. 특히 벨라루스에선 더더욱.
“하지만..”
“알잖아.”
그렇게 말하고 뒤돌아 빠른 걸음으로 멀어졌다. 일부러 보법을 사용하지 않은 일반인의 걸음이었다.
태원은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이해 못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어차피 그 또한 뭘 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을 제압할 것인가? 교전할 것인가? 말로 돌려보낼 수 있나? 무슨 상황인지도 파악되지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 죽었다는 건 알았다. 총소리와 피냄새가 말해준다.
물론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상황에 이변을 발생시킬 수는 있지만 말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제 마음이 흔들립니다. 무당이 말하는 선善이 이런 것은 아닐진데..”
“선과 정의는 다르지. 현실 역시.”
그 순간 멀리서 꽈앙!! 하는 소리가 들렸다.
“팀장님.”
“들었다. 최소 7급 이상이야.”
이런 곳에서 7급 이상의 고수는 그들 둘을 제외하면 한명 뿐이다. 그런 사람이 시내에서 무공 쇼를 보여줄 게 아니라면..
‘놈이다..!’
죽은 줄 알았던 그가, 이곳에 있다. 다른 사람일 수도 있지만, 직감은 그렇게 말했다. 러시아로 갔다던 그가 벨라루스에 있다.
데이비드는 신분이 드러날 것을 감수하고서 경신술을 쓰며 나아갔다. 태원은 약간 당황했지만 그 뒤를 따랐다.
***
한주창 진인의 처참한 시신을 냉혹히 내려다본 명설은 자신의 몸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말 그대로 온몸이 다져지는 수준으로 얻어맞았고 이는 표면 뿐 아니라 내가중수법에 의해 내부까지 타격을 입혔다. 그나마 그의 무공이 어두운 곳에 뛰어난 통제력을 지녔기 때문에 빛이 비추지 않는 어두운 몸속의 충격을 경감시켰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명설은 고개를 돌려 마태아 소녀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서로 이름은 모르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알 수 없는 유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게 느껴졌다. 명설은 그녀를 부축하기 전에 사망한 그녀의 호위를 삼매진화를 이용해 불태웠다. 남아 있는 내력이 얼마 없었지만 적지 않게 쏟아부어 뼛가루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안아들고 뛰어오를 준비를 했다.
뒤에서 외치는 목소리가 그의 다리를 잡았다.
“채명설!!!!!”
명설은 살짝 놀랐지만 드러나지 않았다. 방금 전 한 진인을 바라보던 그 표정 그대로 뒤를 슬쩍 돌아봤고, 무서운 속도로 날아오는 두 남자를 보았다.
지금 싸울 수는 없다. 내력이 바닥났다. 그렇다면 도망칠 수 있는가?
다행히, 지금은 밤이다. 억지로 몸에 내력을 끌어왔다. 그럼에도 부족하지만..
“어.. 한 진인께서..!!”
뒤에 있던 남자가 죽은 남자릐 얼굴을 알아본 모양이다. 앞에 있던 남자, 명설의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있는 데이비드 리가 흠칫하는 걸 보았다. 명설은 그를 죽이고 싶었지만 멍청하진 않았다. 차분히 끓어오르는 살의를 숨긴 채 온 내력을 후퇴에 쏟았다. 차가운 비웃음을 남긴 채.
“이놈!!”
데이비드는 내력을 끌어올려 달려나갔지만 애초에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고 그 또한 절대 자신의 아랫수가 아니었다. 그가 도주하며 어둠 속에 신형을 숨기자 데이비드조차 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단지 이 근처에 없다는 것만은 알 뿐.
“팀장님!!.. 한.. 한 진인께서..”
3초가 채 안 되는 시간만에 수백m를 날아온 그들은 상하체가 분리되어 처참하게 죽어 있는 한주창을 내려다보았다. 데이비드는 당장이라도 놈을 쫓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지만, 왜 그를 만나야 하는지, 만나서 뭘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입장에서 채명설은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다. 그가 직접 죽인 건 아니라도 그가 간접적으로 죽게 만든 확실한 사람이 2명이다. 채명설과 그의 아버지.
그것은 그에게 꾸준한 족쇄가 되었다. 순도는 낮더라도 선기를 받아들이며 수련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려 해도 그것은 자신의 마음 한켠 어딘가 무겁게 내리 누르는 검은 돌과 같았다. 그의 성취는 시간이 갈수록 느려졌고 도덕적 딜레마가 마음속에서 그의 양심을 찔러댔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지 않는 한 결코 지울 수 없는 죄악. 그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 무당의 가르침은 대부분의 정도 무공들이 그렇듯 살인을 금한다.
살인은 결코 되돌릴 수 없고 고칠 수 없는 잘못이기 때문에 한번 저지를 경우 결코 원래대로 돌릴 수 없다. 그 어떤 선행을 하고 그 어떤 고행을 하고, 그 어떤 벌을 받든 그것들은 그저 자신의 양심에 진통제가 될 뿐 결코 치유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음의 족쇄가 되어 무공 성취를 방해하고, 심할 경우 주화입마에 빠지거나 무공을 사용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도가, 불가의 무공들이 대체로 그렇듯 무당의 무공 역시 살인을 저지를 경우 결코 입신이라 불리는 경지에 다다를 수 없다. 즉, 등선하여 신선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살아 돌아왔다. 그게 데이비드에게 무엇을 뜻하는가.
“..장님? 팀장님!!”
“어.. 그래. 일단 시신부터 수습하자.”
데이비드는 욕심어린 생각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아니.. 안 될 거 같습니다.”
“뭐? 아..”
데이비드는 멍청한 소리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이곳에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무당에서 벨라루스에 보낸 사람은 단 한사람이어만 하며 그들이 어떤 사람이든 무당과 관계 없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이 나서서 무공을 펼치거나 죽은 한 진인의 시신을 수습한다면 어떻게 보이겠는가.
“일단.. 자리를.. 젠장, 자리를 먼저 피하죠.”
“그래야겠군..”
둘은 왔던 것처럼 빠르게 사라졌다. CCTV나 블랙박스 등에 그들의 모습이 찍혔을 수는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그들의 변장이 잘 먹히길 바랄 수밖에.
***
흘렙은 아냐를 데리고 방송을 하고 있었다. 아주 자극적이었다. 아냐의 등장은 수많은 정신병자들과 변태들을 열광시켰다. 나름 도덕적이다 하는 얼치기 진보주의자나 소문 듣고 찾아온 일반인들은 채팅을 하지 않거나 동정을 표했고 그녀를 욕하거나 성적인 대상으로 표현하는 자들을 비난했다.
그러나 그들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그녀를 창녀라고 조롱했고 모자이크로 가려지지 않은 그녀의 신체 일부, 이를테면 다리 같은 곳을 두고 성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그래서 봉사활동에 나선 이들이 얼마나 됩니까?”
“저희 보육원 사람들은 모두 10명 조금 넘게 갔어요.”
아냐는 자신이 좀 더 당당해보이길 바래서 일부러 목소리를 키우고 턱을 조금 올렸다. 그러나 목소리는 다듬어지지 않았고 어중간하게 올린 턱은 그저 목을 앞으로 내민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녀를 지켜보는 흘렙의 매니저는 팔짱을 끼고 모자이크와 목소리 변조를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피해자는 당신 뿐입니까?”
“네. 아니.. 아뇨. 아마 그럴 거예요.”
이 대답은 흘렙이 그녀에게 주문한 대사였다. 혹시 그녀와 같은 피해자가 더 있을 수도 있다는 논리로.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근거는 없었다.
“그렇다면 또 다른 피해자들이 더 있었을 수도 있었겠군요.”
아냐는 확신할 수 없는 것을 확답할 수 없었지만 질문에는 답해야 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요.”
“흠, 알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용기를 내서 출연해주신 점, 다시 한번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럼 이제.. 그 당시 상황을 자세히 묘사해주시겠습니까?”
자세히. 라는 말은 대본에 없었다. 그저 갑자기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리고 그 단어가 함의하는 의도는 불순한 것이었고, 흘렙은 미간을 좁히고 자세를 고치면서 자신이 흥분했다는 것을 감추려 했다.
“그때.. 그게..”
아냐는 눈에 띄게 눈빛이 어두워졌고 고개가 내려갔으며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흘렙은 그녀에게 용기를 주는 말을 해주며 복돋았고 아냐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녀의 그런 태도는 모자이크에 가려져 있음에도 눈치챌 수 있었고 채팅창의 변태들은 그녀에게 더러운 말들을 흘렸다. 관리자는 아주 심한 몇명을 밴했지만 겉으로는 표현의 자유, 실상은 자극적일 수록 입소문이 타기 좋다는 등의 이유로 대부분 내버려뒀다.
채팅창 위로 강조되어 뜨는 후원금은 늘어갔다. 후원할 때마다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데, 더러운 내용들 뿐이었다. 혹은 그런 그들을 욕하는 사람의 것이었거나. 너무 많아서 관리자는 이 메시지는 최소 5분 전의 것임을 알았다.
“쓰레기들을 치우는 일이었어요. 시 쓰레기 처리장 근처에서 하는 일이었죠. 저희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많았어요. 다른 단체에서 나왔거나 대학생들도 있었고요. 군인들도.. 있었어요.”
여기서부터는 방송국에 오기전 보육원 어른들에게 매니징 받은 내용을 말해야 했다.
“저희는 모여서 일을 했어요. 근데 저희가 맡은 구역 쓰레기들을 빨리 옮겼고.. 어.. 다른 곳에 있는 것들을 옮기려고 했어요. 그래서 각자 따로 떨어졌는데, 어느새 저 혼자 따로 떨어져 있었어요. 그리고 주변에 군인 아저씨들이 있었는데..”
그녀는 심장이 너무 뛰어서 숨을 쉬기 힘들었다. 흘렙은 잠시 그녀에게 시간을 주면서 호흡을 가다듬게 해줬다.
“후우.. 후우..”
그 숨소리는 변조 때문에 더욱 성적으로 들렸고 채팅창은 그녀의 숨소리와 함께 더 불타올랐다.
“처음에는.. 제 주변에서 도와주는 줄 알았어요. 3명이나 되는 아저씨들이 웃으면서 같이 일을 도와줬고 저도 도와줬어요. 그러다 어느 정도 치우니까 시간이 꽤 지나 있었는데.. 그래서 다른 곳에 있는 것들을 옮기자고 했어요. 아직 돌아갈 시간은 아니었거든요. 그랬더니 그 아저씨들도 좋다며 같이 갔어요. 그리고.. 그러다가.. 구석진 곳으로 가게 됐는데.. 거기서 그 아저씨들이… 흐으.. 흐으… 흡. 후우.. 갑자기, 갑자기 막.. 제 팔을 잡고… 머리 만지고 그러더니.. 어깨도 쓸고.. 그리고.. 절 둘러싸고..”
그녀의 두서 없는 말에 스태프들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여직원들은 역겹다는 표정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그게 그 남자들을 향한 것인지 그녀는 향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일부 남자 직원들은 눈에 띄게 흥분한 것이 드러났다. 숨기려고 해도 어깨와 목을 타고 흐르는 긴장과 숨소리는 숨길 수 없었다. 채팅창은 더욱 난리가 났다. 변태들에게 이것은 리얼한 포르노 그 자체였다.
“제가 말할 수 없게 입에..”
“네, 잘 알겠습니다. 이렇듯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봉사활동에 참여한 순진한 소녀를 성적으로 무참히 유린한 것이 이 나라의 군인입니다. 여러분,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된 이후 메이저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어떻게 다루고 군과 경찰은 이 사건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아십니까? 이제부터 제가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정리해 들려드리겠습니다. A양,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시 한번 출연에 감사드립니다.”
흘렙은 정중한 태도로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고 아냐는 조금 비틀거리는 태도로 카메라에서 빠져나왔다. 대기하고 있던 여직원이 그녀에게 붙어서 데려갔지만 묘하게 선을 긋는 태도였다. 강간 피해자는 동정과 함께 혐오의 대상이기도 하다. 어떤 경우엔 동정보다 혐오를 더 쉽게 받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최소한 이곳의 여자들에게 아냐는 성범죄 피해자라는 이유로 온갖 관심과 동정, 심지어 성적인 욕망의 대상이 된 것을 적대적으로 여기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유로든, 여자들은 같은 여자가 다른 남자들의 관심을 독점하는 걸 싫어한다.
실시간 시청자수를 보며 흘렙은 또 다른 흥분이 몸을 휩싸는 것을 느꼈다. 역대 최고, 최대 시청자수와 후원금이었다. 이 정도면 메이저 언론사들과도 견줄 수 있을 만큼의 초대박.
그러나 흘렙은 이럴 때일수록 더욱 냉정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의도적으로 자신의 흥분을 가라앉히며 프롬프트의 문장들을 읽었다.
그때 PD는 자신의 구형 BID로 들어온 메시지를 들었고 곧바로 폰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했다. 시작은 SNS의 몇 줄 짜리 글들이었다.
[민스크 시내에서 군인이 경찰을 쐈음. 미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쿠데타 발생! 쿠데타 발생! 군대가 민스크를 공격한다!]
[국방부장관 그놈이 결국 대통령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독점하려는군. 여기 무장한 군인들 사진 좀 봐.]
그녀는 곧바로 헤드셋 마이크로 흘렙에게 전달했다.
-긴급속보 보내야되요. 민스크 시내에 군 병력이 진군 중이고 경찰이 총에 맞아 죽었답니다. 쿠데타래요.
흘렙은 쿠데타라는 말에 잠시 눈이 흔들렸지만 말을 절지는 않았다.
“이렇듯 군대가 국민을 지키지 않는다는 증거는 또 하나 나타났습니다. 지금 들어온 소식인데, 민스크 시내에 군 병력이 나타나 경찰을 사살하고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대통령궁이 목표입니다. 당시 현장 영상클립 확인했어요.
“목표는 대통령궁. 쿠데타가 확실합니다. 어린 소녀를 무참히 강간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국가 전체를 범하려고 하는군요. 자랑스런 벨라루스의 국민으로서 우리의 권리가 일개 미친놈들의 손에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흘렙은 잠시 자신이 생각한 것이 가능한지 고려해봤꼬,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늦더라도, 아마 가능할 것이다.
“이제 저희는 스튜디오에서 벗어나 군의 쿠데타 현장을 직접 중계할 것입니다.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미치광이들이 장악한 군대가 국민의 국가를 어떻게 유린하고, 또 어떻게 실패하게 될지, ..어쩌면 그것이 우리의 기대와 맞아떨이지지 않을지.. 제가 현장에서 함께 보여드리겠습니다. 이것은 우리 국가, 우리 시대 최악의 범죄를 증명하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흘렙은 손날을 목 위치에서 흔들었고 극적인 연출을 위해 어떤 마감 영상도 없이 화면을 끊고 검은 화면만 송출했다. 동시에 사운드 역시 껐다.
PD와 그의 비서가 다가와 물었다.
“미스터 흘렙, 진짜 현장으로 가시게요?”
흘렙은 자신의 넥타이를 고쳐잡으며 당장이라도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물론. 이건 하나의 기회야, 동시에 우리가 해야할 의무이기도 하지.”
그리고 그에게도 또 하나의 기회가 왔음을 느꼈다. 자신이 훨씬 대단하고 위대한 사람인 것처럼 보이기 위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기회. 흘렙은 직원들을 모았다.
“모두 보여봐! 모두!”
카메라를 삼각대에서 분리하던 사람도, 현장에서 블루투스 연결이 가능한지 간이 회의 중이던 기술팀도, 진짜 하는 건지 감을 못 잡고 있던 작가진들도 하던 일을 중단하고 그에게 모여들었고 그에게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린 지금껏 비주류 언론으로 조롱 받았고 무시 받아왔다. 우리가 언론이냐고 놀리던 놈들도 많았지. 우리의 기사와 방송을 폄하하고 저평가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우린 진지하게 진실만을 찾았고 메이저 언론에서 숨기고, 왜곡하고, 조작하며,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밝혀내며 진실의 등불을 올렸어. 이건 나와 함께 한 여러분 모두가 알 거야. 권력자와 자본가를 위한 기사를 팔아먹는 메이저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 아니었어. 그들은 진실과 사실을 말하기보다 그것들을 하나의 상품으로 가공했지.”
그런 면에서 흘렙의 방송 역시 다를 바는 없었다. 단지 방향성과 대상이 달랐을 뿐.
“천박한 말장난으로 노동자와 노조를 위선적인 욕심꾼으로 둔갑시키고 정부 예산 몇푼 아끼자고 사회적 약자들을 도둑놈으로 몰았었지. 그걸 반박하는데 우린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었던 거 모두 기억할 거다. 또 국회의원들의 비리는 어떻고. 시장의 비리 역시 우리가 밝혀냈지. 우리 직원들이 얼마나 귀찮게했고 얼마나 많은 무시와 면박을 당했지? 한 사람당 경찰서 유치장에 다섯번씩을 갇혀봤을 거야.”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성취감과 유대감을 느끼면서. 그러나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다. 그들이 밝혀낸 것은 사소한 것들 뿐이고 다른 언론에서 밝혀낸 것을 선동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을 뿐이다.
“그런 우리를 믿고 다가와준 어린 소녀가 있다.”
좌중은 다시 진지해졌다.
“무서운 군인들에게 무참히 범해졌지만 용기를 가지고 우리에게 믿음을 줬다. 우리를 믿었기 때문에 그들을 고발할 수 있었고 고발했기에 우리는 메이저 언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순간에 와버린 거야. 모두 알 거야. 성범죄 피해자가 공개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설령 그것이 모자이크와 목소리 변조를 했다고 해도 얼마나 무섭고 어려운 일인지.”
언론윤리에 따르면 애초에 그래서는 안 됐지만.
“그러니 우린 그 용기를 이어나가야해. 우린 그녀의 신뢰를 배신해선 안 돼. 그녀는 우리를 믿었어. 우린 그 믿음에 보답할 차례야. 이 순간 우리는 이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을 보도할 거야. 현장에서, 내가 직접.”
그는 직원들의 시선을 받으며 자기 사무실로 빠른 걸음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15분 동안, 모든 준비 마쳐놓도록.”
그에게 어떤 카리스마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들은 지금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모두 자신의 자리로 뛰듯이 돌아가 자신이 해야할 것, 준비해야할 것, 챙겨야할 것들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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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가놈이 나올 때가 되니 뭔가 까먹은 게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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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홋! 채씨 신붓감 업어가네요 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데씨는 심마가 점점 깊어지는 게 주화입마로 갖고가시는건가요? 그리고 정원이네 형님들은 언제 나오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