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산골프장 인허가 과정을 돌아보며
-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고 난개발을 멈추게 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대…이제 다시 사업자·원주시·시의회가 적법한 절차와 약속의 이행을 이룰 수 있도록 매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원주 여산골프장 인허가 절차가 시작된 것은 2007년부터입니다. 시유지 매각 반대, 물 부족 심화, 환경영향평가와 산림조사의 거짓과 부정 등으로 주민과 시민사회의 검증 요구에 부딪쳐 오다 2021년에서야 실시계획인가를 득하였습니다. 2022년 7월22일에는 원주시의회가 시유지 매각을 의결했습니다.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인근 주민들은 반목했고 지역 사회는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습니다. 골프장은 자본이 집적화된 초대형 개발사업으로 어디서나 찬반·양론과 인ㆍ허가 과정의 거짓부정 논란이 있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골프장은 기후위기의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산림과 동·식물의 종 다양성을 대규모로 훼손합니다. 한국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골프장은 수입 잔디의 관리를 위해 9홀 기준 연간 1,100kg 이상의 농약을 살포합니다.
또한, 9홀 기준 하루 약 500톤의 관계용수를 사용하는데 이는 4인 기준 25가구가 1개월 동안 사용하는 양입니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미미합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18홀 골프장이 납부하는 실제 지역 세수는 2~3억 원이고 주민고용도 일용 인부 등 비정규직으로 평균 23명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원주 여산골프장의 인·허가 과정은 2009년, 2010년, 2011년, 원주지방환경청, 환경부, 산림청, 강원도 대상의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제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2011년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서의 부실작성 관련 규정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명시하는 개정 작업을 추진했습니다.
산림청도 산림조사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또 원주시와 사업자, 시민대책위가 함께 하는 산림분야와 자연생태분야 공동조사가 추진되어 인ㆍ허가 과정의 상당한 거짓과 부정이 있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인류는 지금 엄청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앞에 우리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오만함으로 눈앞의 이익만을 쫓다 자연의 엄중한 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전 지구가 하나가 되어 자연의 경고 앞에 자연을 인간의 발아래 두었던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며 자연과 인간의 상생을 고민해야 할 때 입니다.
프란치스꼬 교황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하느님께서는 늘 용서하는 분이시고, 우리 인간은 몇 번 용서하지만, 피조물은 결코 용서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피조물을 보호하지 않으면, 피조물이 당신을 파괴해 버릴 것입니다"(「우리 어머니인 지구」 36쪽).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고 난개발을 멈추게 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이제 다시 사업자, 원주시, 시의회가 적법한 절차와 약속의 이행을 이룰 수 있도록 매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김규돈 원주시민공동대책위원회 대표(신부)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