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미술의 상승세가 무섭다. 26일 홍콩 크리스티에서 열린 20세기 중국미술과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동시대 미술) 경매에서 중국 유화들이 가파른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한국 현대미술품도 33점이 전량 판매되며 관심을 모았지만, 중국 근현대미술의 상승세는 가히 가공할 정도였다.
한편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 세일에 출품된 중국 현대미술 선두주자 장샤오강(48)의 1993년작 톈안먼 광장<사진>도 기존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1804만 홍콩달러(한화 약 21억5000만원)에 팔려 초고속 상승세를 보였다. 장샤오강은 대가족이나 동무시리즈에 이어 최근의 기억과 망각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격변기 중국 현대인의 초상을 서정적으로 담아온 작가. 그러나 이날 최고가를 기록한 톈안먼 광장은 회색톤의 광활한 배경 위에 톈안먼 만을 황금빛으로 덩그러니 그려넣은 것이서 과연 장샤오강의 대표작인 인물초상처럼 높은 가격에 낙찰될지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일부의 우려를 보란듯 씻으며 최고가를 또다시 경신해 장샤오강의 브랜드(?) 파워를 재삼 입증했다. 이 작품은 1989년 톈안먼 사태 후 급격히 변화하고 갈등하는 중국의 모습을 휑뎅그런 무드(장샤오강답게)로 잘 표현한 것으로 평가됐다. 장샤오강은 크리스티, 소더비 경매에서 장샤오강, 웨민쥔, 팡리쥔 등 이른바 중국현대미술 빅3 가운데서도 늘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는 중국 현대미술의 대표작가다. 올해 3월31일 뉴욕 소더비의 아시아 동시대미술 경매에서 1998년작 혈연시리즈 동무 №120이 예상가격의 3배에 가까운 97만9200달러(한화 약9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또 올해 9월 홍콩 소더비에서는 1998년작 대가족시리즈가 874만4000홍콩달러(한화 약10억8000만원), 15일 런던 크리스티에서는 1995년작 대가족시리즈가 76만9600파운드(한화 약 13억8000만원)에 각각 낙찰됐다. 불과 6년 전에 뉴욕 첼시의 막스 프로테크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서구에 알려졌던 것에 비하면 너무도 단기간에 세계인을 홀리고 있는 것. 물론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일군의 중국 현대미술가들과 작품이 함께 내걸려 스포트라이트를 받긴 했지만 미술시장에 본격 데뷔한 것은 첼시의 막스 프로테크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이 시발이다. 그의 그림은 오래된 증명사진을 크게 확대한 것 같다. 낡은 사진첩 어딘가에서 막 걸어나온 듯한 인물들은 모두 갸름한 얼굴에, 물기 어린 눈망울을 하고 있다. 이 서정성이 바로 세계인의 가슴을 파고들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요체다. 특히 장샤오강의 그림은 격동기를 겪어낸 중국인과 중국사회의 자화상으로 해석돼 지구촌 곳곳에 퍼져있는 화교 거부와 구미 컬렉터의 핵심수집대상 1호로 꼽히고 있다. 믿고 투자할만한 작품을 원하는 수집가에겐 이 동양적이면서 동시에 세계성을 띤 그림이 좋은 투자대상이 아닐 수 없다.
내밀한 고통의 흔적을 얄밉도록 똑 부러지게 그려낸 그의 애잔한 작품은 중국현대미술의 인기가 일시적 거품현상이며 과대평가됐다는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계속 오르고 있다. 특히 중국 자체에도 미술관 설립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세계 각국의 미술관과 수집가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단 최근들어 시도하고 있는 사진작업 등으로까지 성급하게 예단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다.
장샤오강(張曉剛) Zhang Xiaogang
장샤오강(張曉剛)은 최근 중국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작가로 유명하다. 1958년 쿤밍 출신인 장샤오강은 80년대 중국 아방가르드 작가군의 한명으로서 두각을 나타내었고, 피카소, 달리, 폴 클레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우연히 자기 어머니의 젊었을 때 사진을 발견하면서 혈통 시리즈를 그리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3년 제 45회 베니스 비엔날레를 통해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며, 국내에서는 1995년 제1회 광주 비엔날레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그 후에 미국과 아시아, 유럽 전역에 걸쳐 활동, 2003년에는 한국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China 3 Faces 3Colors라는 그룹전을 통해 유에민쥰, 팡리준과 함께 다시 한번 소개되었다. 고요하고 정지된 인물들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중국의 문화혁명, 천안문 사태, 서구문물의 도입 등으로 급변하는 역사 속에서 개인으로서 느꼈을 법한 불안과 우울함이 오래된 증명사진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 지난 3월 뉴욕 소더비에서 작품 거래가격이 국제적인 이슈가 되면서 장샤오강은 다시 한번 중국현대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출처: 어둠 속에 갇힌 불꽃 원문보기 글쓴이: 정중규